AI-인간 공동창작(AI-Human Co-Creation: AHCC)의 시대

현대원 칼럼니스트

dhyun12@gmail.com | 2025-04-17 11:00:37

AHCC 플랫폼에서의 자율규제와 윤리는
단순한 규제 대체 수단이나 기술 보조 수단을 넘어,
디지털 문명 전환기에 필요한 새로운 사회계약의 구성 원리라 할 수 있다.

가상융합(Virtual Convergence) 산업으로 정의되는 메타버스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는 배경에는, 단순히 하드웨어의 발전이나 시장의 기대 회복만 있는 것이 아니다. 보다 근본적인 변화는 인공지능(AI) 기술과의 융합에서 비롯된다.

특히 '생성형 AI(Generative AI)'의 급격한 발전은 메타버스의 내용과 형식을 모두 근본적으로 바꾸어놓고 있으며, 이는 향후 메타버스가 하나의 사회·경제적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데 결정적인 촉매제로 작용하고 있다.

오늘날의 생성형 AI는 단순한 데이터 분석을 넘어, 콘텐츠의 창조와 세계의 구성이라는 근본적 영역에까지 진입하고 있다. GPT, DALL·E, Stable Diffusion, Runway 등으로 대표되는 텍스트·이미지·영상 생성 도구들은 인간의 개입 없이도 메타버스 세계의 배경, 사물, 캐릭터, 스토리를 자동으로 설계하고 구축할 수 있게 하였다. 이러한 기술은 메타버스를 보다 현실감 있고 몰입적인 공간으로 만드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몇 줄의 설명만 입력하면 AI는 3D 모델링, 배경 음향, 대화형 캐릭터까지 자동 생성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소규모 개발자나 개인 창작자도 거대한 가상 세계를 손쉽게 구축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이는 메타버스 제작의 민주화를 가져오고 있다. 과거에는 막대한 자본과 인력이 필요한 일이었다면, 이제는 생성형 AI 덕분에 누구나 메타버스의 ‘창조자’가 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AI는 메타버스 플랫폼 내에서 다음과 같은 영역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고 있다:

개발 속도의 향상: 콘텐츠 생성, 환경 구축, 사용자 인터페이스 설계 등이 자동화됨으로써 시간과 비용을 절감 디지털 트윈의 구현: 현실 세계의 사물·공간·시스템을 가상 세계에 실시간으로 반영하며, 산업 메타버스의 기반 형성 인간화된 상호작용: AI 기반 아바타와 챗봇은 감정 인식과 반응을 통해 보다 자연스러운 사용자 경험 제공 몰입감 증대: 사용자 행동 데이터를 분석하여 맞춤형 스토리라인과 시나리오를 실시간 제공 보안 및 저작권 보호: AI는 자동 감지 및 필터링 시스템을 통해 불법 콘텐츠, 저작권 침해, 유해 행위를 사전에 차단

특히 AI 기반 코드 생성기는 메타버스 개발의 진입 장벽을 획기적으로 낮추고 있다. AI는 개발자가 입력한 명세를 바탕으로 자동으로 코드를 생성하고 통합하며, 시스템 간 호환성을 높인다. 이는 다중 플랫폼 간 연동이 중요한 메타버스 생태계에서 매우 중요한 기술적 진보로 평가된다.

AI의 이러한 기술적 동력은 메타버스를 더욱 창의적인 공간으로 바꾸는 동시에, 산업적 활용성과 경제적 확장성을 높이고 있다. 교육, 의료, 제조, 국방 등 각 산업 현장에서 메타버스를 적용할 때, AI는 운영 자동화, 데이터 분석, 실시간 시뮬레이션, 위험 예측 등의 핵심 역할을 수행한다. 산업 메타버스는 더 이상 개념적 상상이 아니라, AI와 함께 실시간 운영 가능한 시스템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변화는 생성형 AI가 메타버스의 콘텐츠 생산 방식 자체를 구조적으로 바꾸고 있다는 점이다. 오픈AI(OpenAI)가 발표한 영상 생성형 AI 모델인 Sora는 기존 영상 제작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뒤흔들고 있다. 복잡한 시각적 콘텐츠를 단 한 줄의 텍스트 프롬프트만으로 생성할 수 있는 이 기술은, 이제 누구나 전문적인 기술 없이도 고품질 영상 콘텐츠를 창작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리고 있다.

이는 바로 Web3 패러다임의 핵심 정신, 즉 '모든 사용자가 창작자가 되는 사회(Creator Economy)'가 실현되는 현장이다. 이전까지의 UGC(User Generated Content)는 텍스트 기반의 UGC 1.0에서 동영상 중심의 UGC 2.0으로 발전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AI가 콘텐츠를 직접 생성하는 AIGC(Artificial Intelligence Generated Content)의 시대로 전환되고 있다. 창작의 주체가 사람에서 AI로 확대되면서, 콘텐츠 생산의 속도와 규모는 급격히 증가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메타버스는 단순한 콘텐츠 소비 공간에서 창조의 생태계로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인공지능은 더 이상 단순한 보조 기술이 아니라, 메타버스 세계를 함께 창조해가는 ‘AI-인간 공동창작(AI-Human Co-Creation: AHCC)’의 진정한 협력자이자 창작의 동반자가 되고 있다. 메타버스는 AI와의 융합을 통해 하나의 ‘플랫폼’을 넘어 자율적이고 유기적인 ‘생태계’로, 나아가 인간의 정체성과 관계, 표현 방식이 구현되는 ‘사회적 공간(social sphere)’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AI는 기술 인프라의 수준을 넘어, 인간의 사고 방식, 창의력, 그리고 상호작용의 패턴을 근본적으로 재정의하고 있으며, 이는 메타버스가 단지 가상의 놀이터를 넘어 ‘현실을 확장하는 장(場)’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음을 시사한다.

AHCC와 메타버스 창작 생태계의 변화

AI와 인간이 공동으로 콘텐츠를 창작하는 시대, 즉 'AI-Human Co-Creation(AHCC)'은 메타버스의 창작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재편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콘텐츠 생성의 기술을 고도화하는 수준을 넘어, ‘누가 창작자인가’, ‘어떻게 창작이 이루어지는가’, '‘창작의 소유와 가치 분배는 어떻게 달라지는가’'라는 메타적 질문을 동반하는 근본적 전환이다.

기존의 메타버스 창작 생태계는 사용자 제작 콘텐츠(UGC, User Generated Content)에 기반하여 확장되어 왔다. 초기 UGC 1.0은 텍스트나 이미지 중심의 단편적 표현에 머물렀고, UGC 2.0은 영상과 게임, 아바타 기반의 몰입형 콘텐츠가 중심이 되었다. 이 과정에서 로블록스(Roblox), 제페토(Zepeto), 마인크래프트(Minecraft) 등은 수많은 사용자 창작자를 플랫폼 기반 창작자 집단으로 전환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AHCC는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AI를 창작의 협력자 또는 능동적 주체로 전면에 등장시킨다. 예컨대, 사용자가 단 한 줄의 프롬프트를 입력하면 AI가 전체 가상 환경, 캐릭터, 시나리오, 영상까지도 생성해내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OpenAI의 Sora나 Google의 VideoPoet, Runway의 Gen-2는 바로 이러한 패러다임의 첨단에 있다. 이제 메타버스에서의 창작은 훈련된 전문가의 전유물이 아니라, AI의 연산과 인간의 상상력이 결합된 민주화된 창작 환경으로 바뀌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창작 생태계 내 역할의 재정의를 요구한다. 사용자는 단순한 소비자 또는 기획자가 아니라, 'AI와 협력해 공동으로 세계를 만드는 ‘기획-촉발자(planner & promptor)’'가 된다. 반면 AI는 수동적 도구가 아니라, 인간의 상상력을 해석하고 확장하는 해석자이자 구현자로 작동한다. 이는 창작의 구조가 수직적 작가-독자 모델에서 '수평적 공동창작 네트워크(Co-creation Network)'로 전환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AHCC는 창작 속도를 비약적으로 높이며, 콘텐츠의 양뿐 아니라 정서적 맞춤형 콘텐츠의 질까지 바꾸고 있다. AI는 사용자 성향, 심리, 문화적 코드에 기반한 초개인화 콘텐츠 생성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제 메타버스 공간은 ‘보편적 창작’에서 ‘개인화된 경험세계’로의 이동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는 교육, 엔터테인먼트, 광고, 의료 콘텐츠 등 산업 전반에 새로운 서비스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창작 환경의 변화는 동시에 창작자의 정의와 권리, 윤리 문제에 대한 재조명을 요구한다. 누구의 창작물이냐, 소유권은 누구에게 있는가, AI가 만든 콘텐츠에 대한 법적 책임은 어떻게 정리되어야 하는가, 그리고 인간 창작자의 창의성과 생계는 어떻게 보호받아야 하는가 등의 문제는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AHCC는 창작의 기술적 민주화를 가능케 하지만, 창작 윤리와 공정한 가치 분배에 대한 사회적 합의 없이 그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결국 AHCC는 메타버스 창작 생태계를 생산과 소비의 경계를 흐리는 탈중앙·탈권위 구조로 이끄는 기술·문화적 사건이다. 그것은 창작의 문을 넓히는 동시에, 책임과 권리를 재조정해야 하는 새로운 창작 질서의 탄생을 예고한다. 메타버스는 더 이상 정해진 세계를 누비는 공간이 아니라, AI와 인간이 함께 설계하고 함께 살아가는 열린 창작 세계로 나아가고 있다.

AHCC 시대의 지식재산권의 융합적 이해와 법제 정비의 과제

메타버스 플랫폼의 진화와 복합적 지식재산권 문제

AHCC(초연결, 초지능, 초현실) 시대에 접어들며 메타버스 플랫폼은 물리적 현실을 디지털 환경으로 확장하는 혁신적 공간이자, 사용자 주도의 창작과 경제 활동이 동시에 이뤄지는 복합 생태계로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플랫폼에서는 퍼블리시티권, 저작권, 상표권, 디자인권 등 다양한 지식재산권이 교차하며,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흐려짐에 따라 전통적인 권리 개념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아바타, 아이템, 디지털 공간, 콘텐츠가 창작되고 유통되는 과정에서 기존 법체계와의 부조화를 해소하려는 법적 해석과 규범 정비가 절실한 시점이다.

메타버스 콘텐츠의 법적 지위와 2차적 저작물 문제

특히 메타버스 플랫폼 내에서 생성되는 콘텐츠는 그 출처, 생성 방식, 그리고 창작성 유무에 따라 법적 지위가 달라지기 때문에, 저작권 귀속과 이용 범위에 대한 분쟁 가능성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메타버스 플랫폼에서는 이용자가 플랫폼이 제공하는 저작도구를 활용하여 직접 콘텐츠를 창작하는 일이 일반적이다.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결과물이 기존의 저작물을 기반으로 하여 작성된 2차적 저작물로 판단될 수 있는 경우, 해당 콘텐츠는 원저작권자의 사전 허락이 필요하다. 다만, 일정 수준의 창작성이 인정된다면, 독립적인 저작물로 보호받을 수도 있다. 여기서 창작성이란 단순한 모방을 넘어 창작자의 개성 있는 표현과 해석이 더해졌는지를 의미하며, 이는 법적 판단의 중요한 기준이 된다.

플랫폼 약관과 저작권 귀속의 모호성

많은 메타버스 플랫폼은 약관을 통해, 이용자가 만든 콘텐츠에 대해 '비독점적이고 영구적인 사용 권한(라이선스)'을 플랫폼 측에 부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부는 이용자의 저작권을 제한하거나 양도하도록 간주하는 조항을 포함하기도 한다. 이러한 규정은 저작권법의 기본 취지, 즉 창작자에게 배타적인 권리를 보장한다는 원칙과 충돌할 수 있으며, 향후 법적 분쟁의 불씨가 될 수 있다.

또한 많은 플랫폼에서는 콘텐츠에 대한 소유권과 저작권을 명확히 구분하지 않고 사용하고 있으며, 저작권의 귀속 근거 역시 불분명하게 기술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창작자인 이용자의 법적 지위가 불명확해지고, 권리 행사에 제한이 따를 가능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AHCC 시대의 메타버스 플랫폼에서는, 이용자와 플랫폼 사업자 간의 권리관계를 명확히 하기 위한 법적 장치의 정비가 시급하다.

생성형 AI와 저작권 침해 쟁점의 대두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생성행 AI를 활용한 창작이 용이해지면서 이와 관련한 저작권 침해 문제가 일상화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인공지능(AI)은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대규모 데이터를 학습하는데, 이 학습 과정에서 사용되는 데이터 중에는 글, 이미지, 음악, 동영상 등 저작권법상 보호받는 저작물이 포함될 수 있다. 또한 저작권 보호는 개별 데이터뿐 아니라, 특정 방식으로 체계화되어 있는 데이터베이스에도 적용될 수 있다. 비록 개별 항목이 저작물성이 없더라도, 데이터 수집과 정리에 상당한 인적·물적 투자가 이루어졌다면, 데이터베이스 제작자에게 일정한 배타적 권리가 인정된다. 따라서 AI가 머신러닝을 통해 저작물 또는 보호받는 데이터베이스를 학습하고 활용하는 과정에서 복제, 전송, 2차적 저작물 작성 등 여러 법적 쟁점이 발생할 수 있다.

AI가 생성한 콘텐츠가 학습 데이터와 동일하거나 실질적으로 유사한 경우, 그 결과물이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의거성'과 '실질적 유사성'이라는 두 가지 기준으로 판단된다. ‘의거성’은 AI의 결과물이 기존 저작물에 기초하고 있는지를 의미하고, ‘실질적 유사성’은 내용과 표현이 실제로 얼마나 비슷한지를 따지는 기준이다. 예를 들어, AI 학습에 수많은 데이터를 활용한 경우, 개별 저작물의 영향은 상대적으로 작아질 수 있으나, 특정 작가의 작품만을 집중적으로 학습한 경우, 혹은 AI에게 특정 작가명이나 작품명을 프롬프트에 입력해 결과를 유도한 경우, 의거성이 인정될 수 있다. 반면, 일반적인 범용 AI 모델을 통해 만들어진 결과물이 우연히 기존 저작물과 유사한 경우에는 의거성을 부정하는 견해도 존재한다.

문제는 이러한 ‘의거성’을 누가, 어떻게 입증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현재 법 체계에서는 저작권자 측이 침해 사실을 입증해야 하는데, AI 내부의 학습 및 생성 과정은 일반적으로 비공개이기 때문에 저작권자가 이를 확인하기는 매우 어렵다. 이로 인해 AI 이용자에게 ‘생성 과정에 대한 기록(예: 사용한 프롬프트, 입력·출력 결과, 사용된 모델)’을 보관하도록 하고, 필요 시 이를 제시하도록 요구하는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저작권 침해의 책임 귀속 범위

저작권 침해가 인정되는 경우, 책임이 누구에게 귀속되는지도 주요 쟁점이다. 일반적으로는 AI에 명령을 내리고 결과를 활용한 사용자가 1차적 책임을 지게 된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AI 모델을 개발한 자, 학습 데이터를 제공한 자, 플랫폼 운영자에게도 공동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 실제로 침해 콘텐츠가 상업적으로 활용되거나, 저작권자에게 실질적인 피해를 유발했다면, 보다 폭넓은 책임 구조가 적용될 수 있다.

해외 사례를 보면, 미국은 저작물을 AI 학습에 사용하는 행위를 ‘공정이용(Fair Use)’으로 인정할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Authors Guild v. Google Inc. 판례에서는 구글이 도서를 디지털화하고 검색 기능을 제공한 행위가 공정이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미국 저작권법 제117조 역시, 컴퓨터 프로그램을 실행하기 위해 필요한 복제는 면책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EU(유럽연합)는 2019년 ‘디지털 단일시장 저작권 지침(Directive (EU) 2019/790)’을 도입하여, 연구나 교육, 문화유산 보존 등 공익적 목적에 한해 '텍스트 및 데이터 마이닝(TDM)'을 허용하고 있다. 또한 창작자와 이용자 간 계약에서의 정보 제공 의무, 정당한 보상, 권리 철회 제도 등을 마련해 창작자의 권리를 강화하였다.

우리나라 역시 2011년 공정이용 조항을 도입하여, 저작자의 정당한 이익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저작물 사용을 허용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은 인공지능이 대량의 데이터를 학습하는 과정에서도 일정 부분 적용될 수 있다. 특히, 저작권법 제35조의2는 컴퓨터에서 정보를 원활하게 처리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일시적으로 복제하는 행위는 면책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면책은 복제 행위 자체가 주된 목적이 아니고, 상업적 이용이나 독립적인 수익 창출과 연결되지 않는 경우에 한정된다.

결국 AI 창작물의 저작권 문제는 기존의 법리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려운 복합적 사안이며, 향후에는 AI 학습과 생성 과정에서의 이용 형태, 사용자의 개입 정도, 기존 저작물과의 유사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새로운 판단 기준이 필요하다. 나아가, AI 시대에 맞는 입법적 정비와 기술 기반의 책임 구조를 마련하여, 창작자 보호와 기술 발전 사이의 균형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메타버스 콘텐츠 이용에서의 공정이용 해석

특히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공정이용(Fair Use) 규정은 메타버스 콘텐츠 이용에 있어 가장 유연하고도 논란이 많은 분야다. 메타버스에서는 현실 세계 저작물을 배경, 장식, 패러디 등의 형식으로 사용하는 일이 빈번하며, 해당 이용이 어느 선까지 허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판단 기준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저작권법 제35조의5는 공정이용의 판단 기준으로 목적과 성격, 저작물의 종류 및 이용 비율, 시장 가치에의 영향 등을 제시하고 있으나, 이는 여전히 추상적이기 때문에 구체적 사례에 대한 해석이 병행되어야 한다. 판매 목적 없이 유명 건축물을 아바타 배경으로 사용하는 경우나 소품으로 타인의 사진이나 이미지를 활용하는 경우, 또는 대중 드라마를 패러디한 콘텐츠는 일정 요건 충족 시 공정이용으로 인정될 수 있으나, 콘텐츠의 독립성과 상업적 성격이 강화될 경우 허락이 필요할 수 있다. 특히 패러디 콘텐츠의 경우 원작을 모방하여 즐거움을 주는 ‘매개적 패러디’와 사회적 비평을 담은 ‘직접적 패러디’를 구분하여 후자에 한해 공정이용을 인정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

플랫폼 사업자의 OSP 면책 요건과 책임 기준

메타버스 플랫폼 사업자의 '저작권법상 온라인서비스제공자(Online Service Provider, OSP)'로서의 책임 범위 또한 정밀하게 설정될 필요가 있다. 플랫폼이 사용자로부터 게시된 콘텐츠를 저장하고 유통하는 기능을 제공하는 경우, 저장형 OSP에 해당하며 일정 요건을 충족할 때 저작권 침해 책임이 면제될 수 있다. 여기에는 침해 사실 통보 즉시 게시 중단 조치, 관련 당사자 통보 등 법이 정한 절차의 준수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다수의 메타버스 플랫폼은 약관을 통해 모든 법적 책임을 이용자에게 전가하고 있으며, 침해 조치에 대한 명확한 절차나 정보 제공 없이 일방적으로 면책을 주장하는 상황이다. 이는 법적 정당성을 결여한 것으로, 이용자 권리 보호와 플랫폼 신뢰성 확보를 위해 OSP 면책 요건을 약관에 명시하고 책임 범위와 조치 기준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위의 내용을 종합적으로 볼 때, AHCC 시대의 메타버스는 초개인화된 창작과 초연결된 경제활동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저작권 문제는 단순한 권리 귀속을 넘어 복잡한 법리와 실무적 판단이 요구된다. 플랫폼 약관의 정비, 권리 귀속 구조의 명료화, 공정이용 해석 기준의 세분화, OSP 면책 요건의 제도화는 향후 메타버스 생태계의 지속가능성과 공정성을 뒷받침하는 핵심 축이 될 것이다. 창작자, 사용자, 플랫폼 사업자 모두가 권리와 책임의 균형 속에서 공존할 수 있도록, 지식재산권 체계의 정비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AHCC 플랫폼의 자율규제와 윤리

AHCC(초연결·초지능·초현실) 시대의 도래는 디지털 공간에서의 인간 활동을 본질적으로 재정의하고 있다. 특히 메타버스 플랫폼은 단순한 가상현실을 넘어, 창작과 소비, 표현과 소통이 동시적으로 이루어지는 새로운 사회경제적 질서로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전환의 흐름 속에서 플랫폼 운영의 원칙과 방향을 정하는 데 있어, 전통적인 법적 규제만으로는 복잡다단한 문제들을 충분히 해결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이에 따라, AHCC 기반 플랫폼에서는 자율규제와 윤리의 정립이 핵심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우선, 메타버스 플랫폼의 자율규제는 법적 규제의 공백을 보완하고, 기술혁신과 창작 자유를 보장하는 핵심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플랫폼은 본질적으로 다자간의 상호작용을 기반으로 하므로, 일률적인 외부 규제는 참여자 간의 자율성과 창조적 활동을 제약할 수 있다. 특히 메타버스는 탈중개적 거래, 사용자 중심의 창작, 다층적 네트워크 기반 활동이 이루어지는 공간으로, 기존 온라인 플랫폼 규제 틀을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적절성이 떨어진다. 이러한 배경에서 자율규제는 억제적 규제를 대신하여 시장의 유연성과 이용자의 권익을 함께 보장할 수 있는 장치로 기능할 수 있다.

자율규제는 유연성, 자율성, 신뢰성, 지속성, 혁신성이라는 다섯 가지 측면에서 기존의 전통적 규제 모델을 보완하고 진화시키는 미래형 규제 전략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첫째, 자율규제는 기술 혁신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규제 체계를 제공하며, 정부가 미처 예상하지 못한 신기술과 서비스의 등장을 업계 스스로 설정한 기준과 규칙을 통해 유연하게 관리할 수 있게 한다. 이는 기존의 경직된 정부 규제 대신 기술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며, 정부 개입의 필요성을 줄여 규제의 실효성과 적시성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둘째, 기업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동시에 강화하는 체계로 기능한다. 기업이 스스로 기준을 설정하고 운영함으로써 각자의 기술적 특성과 산업 환경에 맞춘 정밀한 규제를 실현할 수 있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소비자 신뢰 형성과 시장의 자율적 질서 확립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기업 주도의 규제는 시장 변화와 사용자 요구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어 실효적인 규제 환경을 조성한다.

셋째, 규제의 일관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자율규제는 업계 내 투명하고 공정한 규범 설정과 운영을 유도함으로써 이해관계자 간 신뢰를 구축하고, 나아가 사회적 규범으로 확산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 이는 정부 주도의 획일적 규제가 아닌, 참여자 중심의 공정하고 예측 가능한 규제를 가능케 한다.

넷째, 확장성과 지속가능성을 갖춘 규제 패러다임으로 평가된다. 정부 주도의 경직된 규제와 달리 자율규제는 기술과 시장 환경의 변화 속도에 맞춰 즉각적으로 수정·보완될 수 있어 지속 가능한 규제 운영이 가능하다. 정부는 자율규제의 기본 방향을 인정하고 필요한 경우에만 개입함으로써, 최소한의 조율로 최대한의 규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든다.

다섯째, 혁신을 촉진하는 진화형 규제 체계로 작용한다. 자율규제는 규제를 단순한 제한이 아닌, 혁신의 기반으로 전환시키는 구조적 장점이 있다. 특히 신산업과 융합산업이 빠르게 등장하는 디지털 전환기에는 정부 규제의 간섭 없이도 창의적 실험과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의 도입이 가능해지며, 이는 궁극적으로 산업의 확장성과 기술의 발전을 촉진하는 촉매 역할을 한다.

한편, 일반 이용자의 권리 보호 역시 자율규제의 핵심 과제다.

메타버스에서는 누구나 아바타를 통해 자유롭게 소통하고, 콘텐츠를 생산하며, 이를 기반으로 경제적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사용자가 창작한 결과물에 대해 저작권 귀속뿐 아니라, 수익 배분, 활용 조건 등에 관한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 업계 공통의 표준 계약서 도입, 약관의 평이한 설명, 개인정보 최소 수집 정책 등은 이용자의 권리 강화를 위한 실질적 방안이 될 수 있다. 특히, 아동, 고령자, 장애인 등 디지털 취약계층이 쉽게 접근하고 이해할 수 있는 환경 설계는 메타버스의 포용성을 높이는 기본 조건이다. 이러한 사용자 중심의 자율규제는 메타버스 플랫폼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방향으로 진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AHCC 시대의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요구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축은 바로 윤리적 프레임워크의 구축이다. 기술이 창작의 문을 열었지만, 그 문을 열고 들어선 이후의 활동에 대한 책임은 여전히 모호하다. 예를 들어, AI가 생성한 콘텐츠에 차별, 혐오, 왜곡 등의 요소가 포함된 경우, 그 책임의 주체는 누구인가? AI 기반 아바타가 실존 인물의 외모와 음성을 모방하여 활동하는 것은 인격권 침해로 해석될 수 있는가? 이러한 질문은 단순한 법적 판단을 넘어서, 디지털 존재론과 표현 윤리에 대한 새로운 사유를 요구한다.

이에 따라, 다음과 같은 콘텐츠 윤리 프레임워크를 제안할 수 있다.

첫째, AI와 인간이 공동으로 창작한 결과물에 대해 '공동창작 기반 저작권 모델(Co-Creation Copyright Model)'을 도입해야 한다. 이는 인간의 창작 기여도와 AI의 기술적 작동을 균형 있게 고려하여 저작권 귀속과 분배를 공동의 구조로 전환하는 방안이다.

둘째, 'AI 창작물 투명성 원칙(Transparency in AI-Generated Works)'의 강화가 필요하다. 사용자는 콘텐츠가 인간의 창작물인지, AI가 생성한 것인지 명확히 구분할 수 있어야 하며, AI 학습에 사용된 데이터의 출처 또한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

셋째, '디지털 정체성과 표현권 보호(Digital Identity & Expressive Rights)'가 제도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메타버스에서 아바타, 이미지, 음성이 타인의 정체성과 구분되지 않는다면, 이는 개인의 인격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개별 사용자에 대한 디지털 정체성 보호는 향후 법적·윤리적 쟁점에서 핵심적인 기준으로 작동하게 될 것이다.

결국, AHCC 플랫폼에서의 자율규제와 윤리는 단순한 규제 대체 수단이나 기술 보조 수단을 넘어, 디지털 문명 전환기에 필요한 새로운 사회계약의 구성 원리라 할 수 있다.

플랫폼의 운영자, 콘텐츠의 창작자, 기술의 설계자는 이제 공동으로 책임을 공유하는 윤리적 주체가 되어야 하며, 이들의 협력적 거버넌스는 AHCC 시대의 지속가능한 콘텐츠 생태계를 이루는 핵심 축이 될 것이다. 

기술이 창작의 민주화를 가능케 했다면, 이제 윤리와 자율규제는 권리와 책임의 민주화를 실현해야 할 차례다. 이것이야말로 정의롭고 포용력 있는 디지털 사회로 나아가는 기초이며, 메타버스의 진정한 공공성을 확보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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