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 인도에 175억 달러 베팅… ‘AI 공공 인프라 국가’로 도약 가속
이든 기자
metax@metax.kr | 2025-12-23 11:00:14
[메타X(MetaX)] 마이크로소프트가 인도를 차세대 글로벌 AI 거점으로 삼기 위한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26년부터 2029년까지 4년간 총 175억 달러(약 23조 원)를 인도의 클라우드 및 인공지능(AI) 인프라, 인재 양성, 운영 전반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아시아 지역에서 마이크로소프트가 단행한 투자 중 최대 규모로, 앞서 발표한 30억 달러 투자에 이은 추가 확대 조치다.
이번 발표는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이 인도 뉴델리에서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인도 총리와 회동한 직후 이뤄졌다. 양측은 인도의 국가 AI 로드맵과 성장 전략을 논의했으며, 마이크로소프트는 인도의 AI 도약을 ‘규모(scale)·역량(skills)·주권(sovereignty)’이라는 세 가지 축으로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인도가 디지털 공공 인프라(DPI)를 넘어 AI 공공 인프라(AI Public Infrastructure) 시대로 도약하는 데 핵심 파트너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인도 정부 역시 이번 투자를 자국이 ‘신뢰 가능한 글로벌 기술 파트너’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으로 평가했다.
이번 투자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영역은 하이퍼스케일 클라우드 인프라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하이데라바드에 구축 중인 ‘인도 사우스 센트럴(India South Central)’ 클라우드 리전을 2026년 중반 가동할 예정이다. 이 리전은 3개의 가용 영역으로 구성되며, 인도 내 최대 규모의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가 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기존 첸나이, 하이데라바드, 푸네 지역의 데이터센터도 지속적으로 확장해, 기업·스타트업·공공기관이 저지연·고신뢰 AI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인도는 마이크로소프트 기준 세계 최대 규모의 하이퍼스케일 거점 중 하나로 자리 잡게 된다.
이번 발표의 또 다른 핵심은 AI의 ‘인구 규모 확산(population-scale diffusion)’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인도 노동·고용부와 협력해, 국가 핵심 플랫폼인 e-Shram과 국가취업서비스(NCS)에 AI를 본격적으로 통합한다.
이로써 3억 1천만 명이 넘는 비공식 노동자들이 다국어 AI 기반 일자리 매칭, 이력서 자동 생성, 수요 예측, 맞춤형 직업 전환 경로 추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해당 플랫폼은 Azure OpenAI Service 기반으로 구축되며, 이미 인도의 사회보장 범위를 2019년 24%에서 2025년 64%까지 끌어올리는 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번 협력이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니라, AI를 통해 사회보장·고용·역량 개발을 연결하는 국가 단위 실험이라고 설명했다.
인도의 AI 미래를 떠받칠 인재 양성도 대폭 강화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당초 2030년까지 1천만 명을 교육하겠다는 목표를 2천만 명으로 두 배 확대했다. 이는 올해 1월 발표 이후 불과 1년도 채 되지 않아 상향된 수치다.
ADVANTA(I)GE India 프로그램을 통해 현재까지 이미 560만 명이 AI 교육을 이수했으며, 이 가운데 12만 5천 명 이상이 실제 취업 또는 창업 기회를 얻은 것으로 집계됐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정부·산업·디지털 공공 플랫폼과 협력해, AI 교육을 엘리트 영역이 아닌 보편적 사회 역량으로 확산시키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규제와 데이터 주권이 중요한 인도 시장 특성을 반영해, 마이크로소프트는 소버린 퍼블릭 클라우드와 소버린 프라이빗 클라우드를 공식 출시했다. 이를 통해 인도 기업과 공공기관은 데이터의 물리적·법적 통제를 유지하면서도 최신 AI 워크로드를 운영할 수 있게 된다.
특히 Microsoft 365 Copilot은 2025년 말까지 인도 내 데이터 처리(in-country processing)를 지원할 예정이다. 이는 인도를 미국·유럽 주요 국가와 함께 Copilot 데이터 주권을 보장받는 상위 4대 글로벌 시장으로 끌어올리는 조치다. 정부, 금융(BFSI), 헬스케어 등 규제 산업에서의 AI 도입 속도가 크게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사티아 나델라 회장은 이번 투자를 두고 “인도는 AI를 기술이 아닌 사회적 도약의 도구로 삼고 있다”고 평가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전략 역시 개별 기업 중심의 AI 확산이 아니라, 국가 단위 인프라·노동·교육·주권을 결합한 모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번 175억 달러 투자는 단순한 해외 직접투자가 아니다. 이는 인도가 향후 10년간 AI를 국가 운영 체계의 핵심으로 삼겠다는 선언이며, 마이크로소프트는 그 실행 파트너로 자리매김했다. 디지털 공공 인프라의 다음 단계가 ‘AI 공공 인프라’라면, 인도는 그 첫 번째 대규모 실험장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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