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변화는 선택이 아니라 ‘맞닥뜨리는 현실’이 된다

광화문덕 칼럼니스트

metax@metax.kr | 2026-04-04 09:00:06

AI 시대는 얼마나 빠르게 이해하고, 활용하고, 움직이느냐가 중요하다

토요일 아침, 나는 익숙한 이름을 부르며 하루를 연다.

“빅스비, 기분 좋아지는 노래 틀어줘.”

잠시의 정적 뒤, 밝은 음성이 이어진다.

“네, 기분 전환되는 노래 틀어드릴게요. 아이브(IVE)의 ‘레벨 하트(REBEL HEART)’입니다.”

경쾌한 리듬이 방 안을 채운다. 노래를 들으며 한동안 침대에 누워 있다가, 천천히 몸을 일으켜 거실로 나왔다.

토요일 아침의 햇살이 투명한 창을 타고 반짝이며 쏟아졌다. 빛은 마치 손에 잡힐 듯 또렷했지만, 그 속 어딘가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탁함이 섞여 있었다. 더 가까이 느껴보고 싶어 베란다 창을 열었다.

순간, 목이 살짝 칼칼해졌다.

며칠째 이어진 미세먼지 때문이었다. 눈으로는 분명 맑게 트인 하늘인데, 숨을 들이마시면 알 수 없는 거리감이 느껴지는 날. 깨끗해 보이지만 완전히 맑지는 않은, 딱 그만큼의 불완전함.

나는 잠시 그 공기를 바라보다가, 오늘 해야 할 일들을 떠올렸다.

이번 주말에는 해야 할 일이 많다. 다음 주 발표를 위해 논문을 두 편이나 읽고 정리해야 한다. 자료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머리가 묵직해진다.

요즘은 AI가 발표 자료를 꽤 그럴듯하게 만들어준다. 겉으로 보기엔 완성도가 높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중요한 맥락과 핵심이 빠져 있는 경우가 많다. 마치 예쁘게 포장된 빈 상자처럼.

그래서 결국,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다.

직접 읽고, 직접 정리하는 것.

나는 스스로에게 말하듯 생각했다.

‘그래도 나는 서강대 가상융합전문대학원 박사과정이니까… 논문쯤은 정독해야지.’

그렇게 하루를 시작할 준비를 하며 욕실로 향했다.

샤워기를 틀자 차가운 물줄기가 어깨를 타고 흘러내렸다. 순간 몸이 움찔했지만, 곧 정신이 또렷해졌다. 물이 피부를 타고 흐르는 동안, 문득 한 가지 생각이 스며들었다.

“이상하네… 왜 갑자기 그 생각이 났지.”

최근 바꾼 미용실이었다.

오랫동안 다니던 미용실이 있었다. 몇 년이라는 시간이 쌓여,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관계. 의자에 앉으면 원장님은 묻지도 않고 가위를 들었다.

그 익숙함이 좋았다. 어쩌면 나는 머리를 맡긴 것이 아니라, 시간을 맡기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내가 신경 쓰지 않아도 알아서 정리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건, 생각보다 큰 안도였다.

그런데 그 안도가, 어느 날 갑자기 끊겼다.

“죄송하지만… 당분간 예약을 받기 어려울 것 같아요.”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조심스러웠고, 나는 괜히 더 담담한 척을 했다.

“아… 그러세요. 혹시 언제쯤 다시…?”

“정확한 시기를 말씀드리기가 어려워요.”

그 한 문장으로 관계는 멈췄다. 예상하지 못했던 단절은 언제나 그렇게 짧고, 또 명확하다. 

샤워기 물줄기가 조금 더 세게 느껴졌다. 나는 그때를 떠올리며 중얼거렸다.

“결국… 바꿔야 했지.”

선택은 아니었다. 머리는 자라고, 나는 3주에 한 번씩 머리를 잘라야 하는 사람이니까. 닫힌 문 앞에서 할 수 있는 건, 돌아서는 것뿐이었다.

처음엔 막막했다. 새로운 미용실을 찾는다는 건, 단순히 장소를 바꾸는 일이 아니었다. 다시 설명해야 하고, 다시 맞춰가야 하고, 때로는 실망을 감수해야 하는 일.

“또 처음부터야…”

짧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그래도 결국 나는 검색창을 열었다. 집 근처 미용실들을 하나씩 살펴보다가, 이유 없이 마음이 끌리는 곳을 발견했다. 정확한 이유는 없었다. 그냥… 거기였다.

예약 버튼을 누르면서도 확신은 없었다. 첫 방문. 어색한 공기. 서로를 탐색하는 눈빛. 나는 일부러 말을 아꼈다. 기대를 드러내고 싶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실망을 드러낼 상황도 만들고 싶지 않았다.

“어떻게 해드릴까요?”

“기존 스타일 유지하면서… 조금만 다듬어 주세요.”

그 말 속에는 이런 마음이 숨어 있었다.

‘제발… 크게 망하지는 말아주세요.’

머리가 완성되고 거울을 봤을 때, 틀린 건 없었다. 요청한 대로였고, 형태도 비슷했다.

그런데… 어딘가 달랐다. 아주 미세하게. 손의 감각, 가위의 각도, 마무리의 습관. 그 작은 차이가, 나에게는 크게 느껴졌다.

집으로 돌아와 머리를 만지작거리며 중얼거렸다.

“이상한데…”

거울 속의 나는 낯설지 않았지만, 완전히 익숙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미 잘라버린 머리였다. 되돌릴 수는 없었다.

“뭐… 시간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그날 이후, 나는 조금 더 정성껏 머리를 만졌다. 드라이를 더 하고, 손질을 더 하고. 어쩌면 머리보다 마음을 다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자, 조금씩 익숙해졌다.

‘어? 이 모습도 괜찮은데?’

낯설었던 모습이 어느 순간 ‘지금의 나’가 되었다. 시간은 늘 그렇게, 소리 없이 변화를 정당화한다. 3주가 흘렀다. 다시 그 미용실을 찾았다. 이번에는 덜 어색했다. 그리고 나는 조금 더 솔직해지기로 했다.

“선생님, 옆이랑 뒤가 조금 부자연스럽게 느껴져서요.”

말을 꺼내는 순간 긴장이 됐지만, 이어서 말했다.

“혹시… 저한테 어울리는 스타일 추천해주실 수 있을까요?”

잠깐의 정적. 그리고 원장님의 표정이 부드러워졌다.

“아, 그러면요…”

그때부터 대화는 달라졌다. 이전에는 내가 기준이었다면, 이제는 함께 만들어가는 느낌.

“더블컷 말고 일반으로 돌아갈까요?”

내 질문에 원장님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지난번 스타일을 추천해주신 데에는 이유가 있었을 거예요.”

그 말이 이상하게 마음에 남았다. 존중과 고민이 담긴 말. 그 순간, 나는 느꼈다.

‘아… 이제 바뀌겠구나. 머리 스타일이 아니라, 내 기준이.’

샤워기의 차가운 물이 몸을 깨운다. 나는 수도를 잠그며 생각을 정리했다. 

'왜 이 이야기가 떠올랐을까'

결국, 변화였다. 요즘 나는 ‘변화’라는 단어를 자주 떠올린다. AI 시대. 모든 것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기업은 방향을 바꾸고, 산업은 재편되고, 익숙했던 방식들은 빠르게 낡아간다. 누군가는 그 흐름에 올라타고, 누군가는 망설인다.

“아직은 괜찮겠지…”
“조금 더 지켜보자…”

그 마음을, 나는 안다. 머리 스타일 하나 바꾸는 데에도 이렇게 망설였으니까. 익숙함은 편안하지만, 동시에 우리를 붙잡는다. 하지만 닫힌 미용실 앞에서 알게 되었듯, 변화는 선택이 아니라 ‘상황’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그때 우리는 결국 하나를 택해야 한다. 버티거나, 받아들이거나. 처음에는 불편하다. 낯설고, 어색하고, 계속 마음에 걸린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어느 순간 이렇게 말하게 된다.

“이것도… 나쁘지 않네.”

그리고 그때, 우리는 다음 질문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럼… 더 나은 방향은 뭘까?”

샤워를 마치고 거울을 바라봤다.

미용실을 바꾸며 조금씩 달라진 머리, 그리고 교정을 시작하고 3개월 만에 8킬로그램이 빠진 내 모습이 함께 비쳐 있었다. 

거울 속 나는, 분명 예전과 같으면서도 달라져 있었다. 나는 수건으로 머리를 털며 조용히 말했다.

“변화는… 피하는 게 아니라, 다루는 거구나.”

맑지만 완전히 맑지 않은 오늘의 공기처럼, 우리의 삶도 언제나 완벽한 상태에서 변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적응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 변화는 낯섦을 벗고 ‘원래 내 것’처럼 자리 잡는다.

그러나 지금의 시대는, 그 익숙해지는 속도마저 시험한다. 

지금의 AI 시대는 더 이상 ‘변화를 받아들이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얼마나 빠르게 이해하고, 활용하고, 움직이느냐’의 문제다.

망설이는 순간, 판단을 미루는 순간, 이미 누군가는 AI를 도구가 아닌 경쟁력으로 바꾸고 있다. 그 사이에서 뒤처진다는 것은 단순한 속도의 차이가 아니다. 자리의 문제이고, 생존의 문제다.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제는, 변화보다 한 발 앞서 움직여야 하는 AI시대란 걸 꼭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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