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리뷰] 모바일 시대의 시민 역량은 어떻게 달라지는가
이든 기자
metax@metax.kr | 2026-03-20 09:00:59
저자:
김경희 (한림대학교 미디어스쿨 교수)
김광재 (한양사이버대학교 광고미디어학과 교수)
이숙정 (중앙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부교수)
연구 분야: 미디어 리터러시, 디지털 사회, 커뮤니케이션 연구
[메타X(MetaX)] 스마트폰이 일상적 생활 도구가 된 이후, 미디어 환경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변화했다. 뉴스 소비, 사회적 소통, 정치 참여, 문화 소비까지 대부분의 활동이 모바일 플랫폼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시민에게 요구되는 능력 역시 달라지고 있다. 김경희, 김광재, 이숙정이 수행한 연구 「모바일 환경에서의 미디어 리터러시 구성 요소와 세대 간 미디어 리터러시 격차」는 이러한 변화 속에서 현대 시민에게 필요한 미디어 역량이 무엇인지 체계적으로 분석한 연구다. 이 논문은 단순히 스마트폰 사용 능력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모바일 중심 사회에서 시민이 갖추어야 할 미디어 리터러시의 구조와 세대 간 격차를 실증적으로 분석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연구는 전문가 델파이 조사와 이용자 설문조사, 탐색적 요인분석(EFA), 확인적 요인분석(CFA) 등을 결합한 방법론을 사용했다. 이를 통해 연구진은 모바일 환경에서 요구되는 미디어 리터러시의 핵심 구성 요소를 도출하고, 실제 사회에서 세대 간 차이가 존재하는지를 분석했다. 이러한 방법은 단순한 개념 논의에 그치지 않고 측정 가능한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학술적 가치가 높다.
이 연구가 등장한 배경에는 한국 사회의 미디어 환경 변화가 있다. 한국의 디지털 미디어 환경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단계적으로 진화해 왔다. 1990년대 후반 인터넷 보급이 시작되면서 정보 접근 방식이 크게 바뀌었고, 2000년대 초반에는 포털 중심의 온라인 미디어가 등장했다. 이후 2000년대 중반에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확산되며 이용자 참여가 중요한 미디어 활동으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2010년대 이후 스마트폰과 SNS, 유튜브 중심의 모바일 미디어 환경이 구축되면서 미디어 이용 방식은 단순한 정보 소비에서 참여와 생산 중심으로 변화했다.
이러한 변화는 시민에게 요구되는 능력 역시 바꾸었다. 과거에는 정보를 찾을 수 있는 능력만으로도 충분했지만, 모바일 환경에서는 정보의 신뢰성을 판단하고, 플랫폼에서 소통하며, 디지털 윤리를 이해하는 능력까지 요구된다. 이러한 복합적인 역량을 설명하는 개념이 바로 미디어 리터러시다.
연구진은 두 가지 핵심 질문을 제시했다. 첫 번째는 모바일 환경에서 시민이 갖추어야 할 미디어 리터러시의 구성 요소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이다. 두 번째는 세대 간 미디어 리터러시 능력에 실제로 차이가 존재하는지에 대한 질문이다. 이 두 질문은 단순한 교육 문제가 아니라 디지털 사회에서 시민 참여와 민주주의의 질을 결정할 수 있는 중요한 문제와 연결된다.
연구 결과, 미디어 리터러시는 네 가지 핵심 구성 요소로 정리됐다. 첫 번째는 접근과 통제(Access & Control)이다. 이는 미디어를 사용할 수 있는 능력뿐 아니라 정보 흐름을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플랫폼 사용 능력, 정보 검색 능력, 개인정보 관리 능력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 영역은 전통적으로 디지털 리터러시라고 불리던 기술적 능력과 가장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두 번째 요소는 비판적 이해(Critical Understanding)다. 이는 정보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분석하고 평가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뉴스의 사실 여부를 판단하거나 알고리즘 편향을 이해하고 광고와 정보 콘텐츠를 구분하는 능력이 여기에 포함된다. 특히 가짜 뉴스와 정보 왜곡이 확산되는 현대 미디어 환경에서 비판적 이해 능력은 중요한 시민 역량으로 평가된다.
세 번째 요소는 사회적 소통(Social Communication)이다. 이는 미디어를 통해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SNS를 통한 커뮤니케이션, 온라인 토론 참여, 디지털 공동체 활동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현대 사회에서 정치 참여나 사회적 의견 형성이 온라인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러한 능력은 시민 참여와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네 번째 요소는 책임과 권리(Responsibility & Rights)다. 이는 미디어 이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윤리적 책임과 시민의 권리를 이해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저작권에 대한 이해, 온라인 윤리, 표현의 자유와 책임의 균형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 요소는 미디어 리터러시가 단순한 기술 능력이 아니라 사회적 규범과 윤리를 포함하는 시민 역량임을 보여준다.
결국 연구가 제시한 미디어 리터러시의 구조는 기술 능력, 비판적 사고, 사회적 소통, 윤리적 책임이 결합된 시민 역량 모델로 정리된다. 이는 미디어 리터러시를 단순한 정보 이용 능력이 아니라 디지털 사회에서 시민으로서 기능하기 위한 핵심 능력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연구의 또 다른 중요한 발견은 세대 간 미디어 리터러시 격차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분석 결과 50대 이상 연령층은 미디어 접근 능력, 사회적 소통 능력, 비판적 이해 능력 등 여러 영역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을 보였다. 이러한 차이는 단순한 기술 사용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디지털 사회에서 시민 참여의 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기존의 디지털 격차 연구는 주로 접근(access)의 문제에 집중해 왔다. 즉 인터넷 사용 여부나 디지털 기기 보유 여부 같은 물리적 접근성의 차이를 분석하는 것이 중심이었다. 그러나 이 연구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이제 중요한 문제는 접근 격차가 아니라 이해와 활용의 격차라는 것이다. 동일한 기술을 사용하더라도 정보를 분석하고 활용하는 능력에 따라 시민 참여의 수준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연구는 오늘날 인공지능 시대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현재 미디어 환경은 다시 한번 변화하고 있다. 과거 미디어 환경이 신문에서 방송, 인터넷, SNS로 확장되었다면, 오늘날에는 SNS 중심 환경에서 생성형 AI와 알고리즘 미디어 중심 환경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미디어 리터러시의 개념을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AI 시대에는 새로운 능력이 요구된다. 예를 들어 AI가 생성한 콘텐츠를 구별하는 능력, 알고리즘이 정보를 어떻게 추천하는지 이해하는 능력, 정보의 신뢰성을 판단하는 능력 등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기존 미디어 리터러시 개념이 AI 리터러시(AI Literacy)로 확장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디지털 사회에서 기술 발전은 시민 역량을 강화할 수도 있지만 동시에 새로운 격차를 만들 수도 있다.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에는 단순한 기술 격차를 넘어 지식 격차와 사회 참여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격차는 정치 참여나 정보 접근, 사회적 영향력에서도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다.
결국 이 연구가 전달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디지털 사회에서 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능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필요한 것은 기술을 이해하는 능력, 정보를 비판적으로 판단하는 능력, 온라인 공간에서 소통하는 능력, 그리고 미디어 이용에 따른 책임을 인식하는 능력이다. 이러한 능력의 결합이 바로 디지털 시민성(digital citizenship)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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