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파이 탓 아니었다… 메타 CTO가 밝힌 ‘데모 참사’의 진짜 이유

X 기자

metax@metax.kr | 2025-09-25 11:00:00

2025년 9월, 캘리포니아 멘로파크에서 열린 메타 커넥트 2025 후기

2025년 9월, 캘리포니아 멘로파크. 수천 명의 개발자와 기자, 투자자들이 한자리에 모인 메타 커넥트 2025 무대는 기대와 긴장으로 가득 차 있었다.

마크 저커버그가 직접 소개한 세 가지 신형 스마트 글래스, 즉 업그레이드된 레이밴 메타, 손목 컨트롤러가 결합된 레이밴 디스플레이, 그리고 스포츠 전용 오클리 메타 뱅가드는 메타가 준비해온 포스트-스마트폰 시대의 비전을 상징했다. 

그러나 무대 위에서 벌어진 장면은 기대와는 달리 자꾸만 삐걱거렸다.

요리 콘텐츠 크리에이터 잭 만쿠소가 등장해 글래스를 쓰고 시연을 시작했을 때, 관객들은 숨을 죽이고 지켜봤다. 그는 자연스럽게 글래스를 향해 물었다.

“이 소스를 만들려면, 뭘 먼저 해야 하죠?” 

그러나 글래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다시 물었지만, 이번에는 뜬금없이 레시피 중간 단계로 건너뛰어 버렸다. 흐름이 끊기자 만쿠소는 어쩔 수 없이 멈춰 서서 “와이파이가 문제인 것 같다”며 상황을 넘겼다. 관객들 사이에서 어색한 웃음이 퍼졌고, 이내 무대는 마치 얼어붙은 듯 정적에 잠겼다.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어진 보스워스 CTO와 저커버그 간의 왓츠앱 영상 통화 시연 역시 실패로 돌아갔다. 통화 알림은 왔지만 화면은 반응하지 않았고, 저커버그는 끝내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보스워스가 무대에 올라와 “와이파이가 너무 잔인하다”고 농담을 던지며 분위기를 가볍게 풀었지만, 행사 전체가 삐걱거리는 인상을 남기기에는 충분했다. 무대 위에서 기술이 멈추는 순간, 아무리 큰 비전과 포부를 내세워도 현장은 금세 긴장과 실망으로 물들었다.

행사가 끝난 뒤, 사람들은 “정말 와이파이가 문제였을까?”라는 의문을 품었다. 그 궁금증을 풀어준 건 메타 CTO 앤드류 보스워스였다.

그는 다음 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서 Q&A 세션을 열고, 실제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더 기술적인 배경을 직접 설명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만쿠소의 글래스가 말을 듣지 않은 이유는 단순한 네트워크 문제가 아니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셰프가 ‘헤이 메타, 라이브 AI 시작’이라고 말했을 때, 단지 시연용 글래스만 반응한 게 아니었어요. 그 순간 건물 안에 있던 모든 레이밴 메타 글래스가 동시에 AI 기능을 켠 겁니다.”

리허설에서는 몇 대의 기기만 있었기에 이런 현상이 전혀 나타나지 않았지만, 본 행사장에는 수백 대의 글래스가 한꺼번에 명령을 받아들이면서 서버가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게다가 메타는 안정성을 위해 AI 트래픽을 일반 서버가 아닌 개발 서버로 우회시켰다.

하지만 이 결정이 오히려 문제를 키웠다. 모든 기기의 요청이 개발 서버로 몰리면서 서버가 버티지 못하고 느려졌고, 결국 시연 자체가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

보스워스는 이 상황을 두고 “우리가 우리 자신에게 디도스 공격을 한 셈”이라고 표현했다. 디도스 공격이란 대량의 트래픽으로 서버를 마비시키는 공격인데, 메타는 본의 아니게 스스로 그런 상황을 만들어버린 셈이었다.

왓츠앱 영상 통화 데모의 실패는 또 다른 이유에서 비롯됐다. 이번에는 서버가 아니라 소프트웨어 버그였다. 정확히 말해 레이스 컨디션이라는 상황이었다.

영상 통화 알림이 들어오는 순간, 글래스의 디스플레이가 하필 절전 모드로 전환됐고, 저커버그가 화면을 다시 깨웠을 때는 이미 알림이 사라져 있었다.

두 프로세스가 엇갈리며 벌어진 일이었고, 개발 단계에서도 한 번도 보지 못한 버그였다고 보스워스는 털어놨다. 그는 “그런 버그가 하필 그 자리에서 처음 나타난 건 최악이었다. 하지만 이미 수정했고, 우리가 영상 통화를 못하는 회사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사실 메타에게 이번 데모 실패는 단순한 기술적 문제 이상의 상징성을 가진다. 메타버스 사업으로 이미 700억 달러가 넘는 누적 적자를 기록한 메타는 ‘실패의 아이콘’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다. 이번 시연에서 연이어 벌어진 문제들은 메타가 또다시 불안정한 미래에 투자하고 있다는 우려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보스워스는 담담했다.

그는 “물론 기분 좋은 일은 아니지만, 제품 자체의 문제는 아니다. 시연이 실패한 것뿐이지, 제품이 실패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즉, 실제 제품은 안정적으로 작동하며, 단지 무대 위에서의 돌발 상황이 문제였다는 설명이다.

결국 이번 사건은 두 가지 메시지를 동시에 던진다.

하나는 메타가 여전히 기술적 난관을 헤쳐 나가야 한다는 현실이고, 또 하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타가 포스트-스마트폰 시대를 향해 거대한 내기를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무대 위에서 멈춘 글래스는 단순한 기술적 사고가 아니라, 새로운 미래를 열기 위해 감수해야 할 시행착오의 한 장면이었다.

스마트폰 이후의 세상을 꿈꾸는 저커버그와 메타. 그들의 길은 여전히 험난하고, 실수와 오류가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의 작은 실패가 언젠가 당연한 일상으로 자리 잡을 혁신의 초석이 될지도 모른다.

포스트-스마트폰 시대는 여전히 불완전하지만, 바로 그 불완전함 속에서 미래는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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