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리뷰] 디지털 시대 양육의 결정 변수는?
이든 기자
metax@metax.kr | 2026-04-07 09:00:15
단순 통제가 아닌 ‘리터러시 수준’이 유아 발달을 좌우한다는 실증 연구
강승옥, 김남숙. (2023). 부모의 미디어리터러시가 유아의 사회적 유능감에 미치는 영향에서 자기조절력의 매개효과. 열린유아교육연구, 28(5), 545–564.
[메타X(MetaX)]
디지털 환경에서 유아의 미디어 노출이 급격히 증가하는 가운데, 문제의 본질이 ‘미디어 자체’가 아니라 ‘부모의 이해 수준’에 있다는 연구 결과가 제시됐다. 강승옥·김남숙(2023)의 연구에 따르면 부모의 미디어리터러시 수준이 유아의 사회적 유능감에 직접적이고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유아의 미디어 사용 환경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스마트폰 첫 사용 연령은 1세 수준까지 낮아졌으며, 3~4세 유아의 하루 평균 사용 시간은 4시간 이상으로 보고된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1시간 이하 기준을 크게 초과하는 수준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연구는 “유아의 사회성 문제는 미디어 때문인가, 부모 때문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한다.
본 연구는 서울·경기 지역 부모 30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상관분석, 다중회귀분석, 그리고 PROCESS macro를 활용한 3단계 매개분석을 통해 구조적 관계를 검증했다. 연구모형은 부모의 미디어리터러시가 유아의 자기조절력을 거쳐 사회적 유능감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를 설정했다.
분석 결과, 부모의 미디어리터러시는 유아의 사회적 유능감에 유의한 정(+)의 영향을 미쳤다(β = .479, p < .001). 이는 부모가 미디어를 더 잘 이해할수록 아이가 또래와의 관계 형성, 협력, 의사소통 등 사회적 기능을 보다 원활하게 수행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존에 제기되어온 “미디어 사용이 사회성을 저해한다”는 단순한 인식과는 다른 결과다.
더 주목할 점은 자기조절력의 역할이다. 부모의 미디어리터러시는 유아의 자기조절력에도 강한 영향을 미쳤으며(β = .505, p < .001), 자기조절력은 다시 사회적 유능감에 높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β = .670, p < .001). 즉, 부모의 이해 수준이 아이의 행동 통제 능력을 형성하고, 이 능력이 사회성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확인된 것이다.
매개분석 결과에서도 이러한 구조는 명확하게 드러난다. 자기조절력을 포함했을 때 부모 미디어리터러시의 직접 효과는 감소했으며(β = .479 → .188), 전체 설명력은 크게 증가했다(R² = .245 → .491). 이는 자기조절력이 부모 리터러시와 사회성 간 관계에서 부분 매개 변수로 작동함을 의미하며, 단순 영향이 아닌 심리적 메커니즘을 통한 구조적 영향임을 보여준다.
이러한 결과는 기존의 ‘통제 중심 양육’ 접근의 한계를 드러낸다. 그동안 유아 미디어 교육은 사용 시간 제한, 콘텐츠 차단, 기기 통제 등 관리 중심 방식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연구는 미디어를 막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도록 돕는 것이 더 중요한 교육 전략임을 시사한다. 즉, 부모가 미디어를 어떻게 해석하고 설명하느냐가 아이의 인지와 행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연구는 부모를 ‘미디어 해석 모델’로 규정한다. 유아는 미디어를 독립적으로 이해하기보다 부모의 설명과 반응을 통해 의미를 학습한다. 따라서 미디어 경험은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사회화 과정이며, 이 과정에서 형성된 자기조절 능력이 결국 사회성으로 이어진다. 이는 ‘부모 → 인지 → 행동 → 사회성’으로 이어지는 발달 구조를 실증적으로 확인한 결과다.
학술적으로 본 연구는 미디어리터러시를 단순 교육 개념에서 벗어나 발달 및 심리 변수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또한 부모 변인의 영향을 매개모형을 통해 구조적으로 검증하고, 유아 연구에 정량적 분석 모델을 적용함으로써 연구 영역을 확장했다. 특히 자기조절력을 중심으로 한 매개 구조는 향후 관련 연구에서 중요한 이론적 기반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연구는 서울·경기 지역에 편중된 표본을 사용했으며, 자기보고식 설문 방식으로 인해 실제 행동과의 차이가 존재할 수 있다. 또한 횡단 연구 설계로 인해 인과관계를 완전히 확정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향후 종단 연구와 실험 연구를 통한 추가 검증이 요구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가 제시하는 방향은 분명하다. 디지털 시대의 핵심 교육 대상은 더 이상 아이만이 아니라 부모라는 점이다. 부모의 미디어 이해 수준이 곧 아이의 발달 환경을 결정하며, 이는 향후 교육 정책과 산업의 방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인공지능 시대에는 부모가 아이에게 정보를 필터링하고 해석하는 ‘첫 번째 알고리즘’으로 기능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이 연구는 하나의 구조적 메시지를 전달한다. 부모의 이해 수준이 아이의 행동을 형성하고, 그 행동이 사회성을 만든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한 양육 방식의 문제가 아니라, 디지털 시대 인간 발달의 핵심 메커니즘에 대한 설명이다. 따라서 질문은 명확해진다. 부모는 아이의 미디어를 통제하고 있는가, 아니면 이해하도록 돕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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