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은 시장인가, 성벽인가... 영국 플레이스테이션 스토어 소송이 묻는 것
김하영 기자
hashe@metax.kr | 2026-04-03 07:00:00
플레이스테이션 스토어 소송의 핵심 쟁점
[메타X(MetaX)] 2026년 3월, 런던 경쟁항소재판소(CAT)에서 소니를 상대로 한 집단소송 심리가 시작됐다. 영국 플레이스테이션 이용자 1,220만 명을 대표해 제기된 이 소송의 청구액은 약 £20억, 한화로 약 3조 6천억 원에 달한다. 재판은 약 10주간 진행될 예정이며, 판결은 심리 종료 후 수개월 뒤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원고 측 수석 대리인 로버트 팔머(Robert Palmer KC)는 개정 첫날 이렇게 밝혔다. 소니는 경쟁 없이 디지털 게임의 소매 가격을 직접 결정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고, 그 구조 위에서 독점적 이익을 취해왔다고. 소니 측은 자사 플랫폼 모델이 업계 표준을 따른 것이며, 수년간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 구축한 생태계라고 맞섰다.
겉으로 보면 디지털 게임 가격이 비싸다는 소비자 분쟁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소송이 실제로 묻는 것은 가격이 아니라 구조다. PlayStation Store가 사실상 유일한 디지털 유통 경로로 고착된 구조에서, 해당 플랫폼 사업자는 어디까지 시장을 통제할 수 있는가.
사건 개요: 누가, 무엇을, 얼마나
대표 원고는 소비자권리 활동가 알렉스 닐(Alex Neill)이다. 2022년 8월 소송을 제기한 뒤 2024년 1월 CAT의 집단소송 인증을 받았고, 소니가 신청한 항소는 같은 해 4월 기각됐다. 이로써 사건은 본 심리로 넘어왔다.
청구액은 최초 50억 달러에서 출발해 수차례 조정됐으며, 현재는 £14.9억에 연 8% 이자를 더해 총 약 £19.71억을 청구하고 있다. 대상 기간은 2016년 8월 19일부터 2026년 2월 12일까지로, 이 기간 중 PlayStation Store에서 디지털 게임이나 DLC를 구매한 영국 이용자는 원칙적으로 자동 포함된다. 소송이 인용될 경우 이용자 1인당 약 £100~162를 보상받을 수 있다. 재판은 5월 8일까지 약 10주간 진행될 예정이며, 판결은 심리 종료 후 수개월이 지나야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원고 측 수석 대리인 로버트 팔머(Robert Palmer KC)는 개정 변론에서 소니가 경쟁 없이 소매 가격을 직접 결정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고, 그 구조 위에서 디지털 유통의 독점적 이익을 취해왔다고 주장했다. 반면 소니는 수년간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 구축한 통합 게임 플랫폼이 소비자에게 실질적인 이익을 제공하고 있으며, 닌텐도나 Xbox도 유사한 구조로 운영된다고 맞섰다. 수수료 수준이 과도하지 않으며, 소송이 회사의 비용과 브랜드 가치를 무시하고 있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콘솔 플랫폼은 원래 닫힌 시장인가
콘솔 산업은 오랫동안 하드웨어, 운영체제, 결제, 콘텐츠 심사를 하나의 사업자가 통제하는 폐쇄형 구조를 유지해 왔다. 이 구조는 보안과 품질 관리, 사용자 경험의 일관성이라는 장점을 낳았고, 업계에서는 오랫동안 자연스러운 질서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이 논리는 패키지 판매 중심의 시대에 확립된 것이다. 소비자가 오프라인 매장에서 디스크를 구매하든, 온라인 쇼핑몰에서 타이틀 코드를 받든, 플랫폼 사업자는 유통 경로 전체를 통제하지 않아도 됐다. 디지털 다운로드가 게임 유통의 중심으로 이동한 지금, 상황은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유통 경로가 스토어 하나로 수렴되는 순간, 과거의 폐쇄성과 지금의 폐쇄성은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다.
이번 소송이 던지는 질문은 콘솔의 폐쇄성 자체가 정당한가가 아니다. 그 폐쇄성이 디지털 유통 독점까지 자동으로 정당화하는가다. 하드웨어를 통제하는 권한과 유통을 독점하는 권한은 같은 것이 아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경쟁법의 시선이 시작된다.
스토어 지배력은 어디서 '독점'이 되는가
이 소송의 법적 핵심 중 하나는 관련 시장을 어떻게 획정하느냐에 달려 있다. '플레이스테이션 콘솔 내 디지털 유통'을 독립된 시장으로 볼 것인지, PC·모바일을 포함한 '게임 유통 전체'로 볼 것인지에 따라 소니의 지배적 지위 여부가 근본적으로 달라진다. 소니는 당연하게도 후자를 주장하고, 원고 측은 전자를 주장한다.
원고 측 논리는 단순하다. 플레이스테이션 콘솔을 구매한 소비자는 이미 해당 생태계에 묶여 있다. 하드웨어에 이미 투자했고, 게임 라이브러리도 그 플랫폼에 쌓여 있다. 이 상황에서 디지털 게임을 사려면 PlayStation Store 외에 선택지가 없다. 스마트폰 사용자는 일부 국가에서 웹 기반 대안을 활용할 수 있지만, 콘솔 이용자에게는 사실상 우회 수단이 존재하지 않는다. 콘솔을 바꾸는 것은 스토어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그간 구매한 게임 전체를 포기하는 것에 가깝다.
이런 상황에서 수수료 정책, 노출 우선순위, 할인 구조, 심사 기준까지 모두 단일 사업자가 결정하게 되면, 스토어는 단순한 유통 창구가 아니라 시장 그 자체가 된다. 그리고 그 시장의 규칙을 설계하는 권한도 모두 그 한 사업자가 쥐게 된다.
원고 측이 법정에 제출한 소니 내부 문서는 이 구조가 우연히 형성된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소니는 2009년부터 Ubisoft와 EA 같은 주요 퍼블리셔들로부터 자체 디지털 스토어 운영 요청을 받았지만, 지속적으로 거절하거나 제한적 조건을 부과했다. 당시 내부 커뮤니케이션이 명시적으로 우려한 것은 기술적 가능성이 아니라 가격 결정권과 수익 마진이었다.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사실을 소니 스스로 인지하면서도 경쟁을 차단했다는 뜻이다. 2019년 PS5 출시 직전 작성된 내부 문서에서는 디지털 유통이 외부에 개방되는 시나리오를 '최악의 경우'로 명시적으로 분류했다.
30% 수수료가 '진짜' 문제인가
PlayStation Store는 디지털 판매 수익의 30%를 수수료로 부과한다. Steam, 닌텐도 eShop과 같은 수준이다. 소니는 이것이 업계 표준이라 주장한다. 그 주장 자체는 사실에 가깝다.
그러나 원고 측은 수수료 수치보다 구조에 주목한다. PC 환경에서는 Epic Games Store와 Microsoft Store가 12%의 수수료를 적용한다. 경쟁이 작동할 때 수수료는 실질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는 근거다. Steam도 게임 누적 매출이 1천만 달러를 넘으면 25%, 5천만 달러 초과 시 20%로 단계적으로 낮아진다. PC 생태계에는 적어도 협상과 경쟁의 가능성이 존재한다.
플레이스테이션에는 그 가능성이 없다. 개발사는 소니의 조건을 수락하지 않으면 콘솔 이용자에게 게임을 팔 방법이 없다. 소비자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30% 수수료는 시작일 뿐이다. 보도에 따르면 PlayStation Store 내 노출 및 홍보를 원하는 개발사는 별도로 수만 달러에서 수십만 달러에 달하는 프로모션 비용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유통 독점 위에 노출까지 통제하는 구조다.
이 구조에서 30%가 '업계 표준'이라는 주장은 비교 대상 자체가 모두 유사하게 폐쇄된 플랫폼들이라는 사실을 전제한다. 경쟁이 없는 곳에서 형성된 수수료는 시장이 만든 가격이 아니라 사업자가 설계한 가격이다. 경쟁이 있었다면 그 수수료가 지금과 같았을지는 아무도 증명할 수 없고, 바로 그것이 이 소송이 다투는 핵심이다.
Apple UK 판례가 말해주는 것
이번 소송을 이해하는 데 결정적으로 중요한 선례가 하나 있다. 바로 영국 경쟁항소재판소(Competition Appeal Tribunal, CAT)가 Apple을 상대로 내린 판결이다.
2025년 10월, 영국 경쟁항소재판소(CAT)는 Apple이 앱 유통 시장에서 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개발자들에게 최대 30% 수수료를 부과했다고 판결했다. 개발자들은 Apple의 인앱 결제 시스템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 소비자들은 더 높은 가격을 부담하게 됐다. CAT은 총 배상액을 약 £15억으로 추산했으며, 수수료 적정 수준을 앱 판매의 경우 17.5%, 인앱 구매의 경우 10%로 제시했다. 현행 30%가 경쟁 시장에서라면 성립하지 않았을 수준이라는 판단이었다.
이 판결이 확립한 원칙은 플레이스테이션 소송에 직접적인 함의를 갖는다. CAT은 폐쇄적 생태계를 운영하는 플랫폼이 보안이나 품질 관리를 이유로 경쟁 배제나 과도한 수수료를 정당화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소니가 제3자 스토어 허용 시 보안 위험이 생긴다고 주장하는 것은 Apple이 같은 법정에서 패배했던 바로 그 논리와 거의 동일하다. Apple은 항소를 신청했으나 CAT은 이를 기각했고, 현재 영국 항소법원에 재차 항소한 상태다.
다만 콘솔과 모바일을 완전히 동일선상에 놓기는 어렵다. 콘솔은 소비자가 특정 생태계를 선택해 진입하는 성격이 모바일보다 강하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통합도도 다르다. Apple 판결이 이번 재판의 결과를 자동으로 결정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CAT이 이미 동일한 구조적 문제를 한 차례 심판했고, 플랫폼의 보안·품질 논리를 정면으로 기각한 경험이 있다는 사실은 무시하기 어렵다. 플레이스테이션 소송이 Apple 판결이 나온 지 불과 5개월 만에 본 심리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폐쇄형 구조는 왜 유지되어 왔는가
다만 폐쇄형 콘솔 구조가 무조건 부당하다는 접근 또한 지나친 단순화일 수 있다.
소니는 수년간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 통합 게임 플랫폼을 구축했으며, 닌텐도와 Xbox도 본질적으로 유사한 구조 위에서 운영된다고 주장한다. 보안 위협 대응, 불법 복제 방지, 결제 안정성, 인증 시스템, 퍼스트파티·서드파티 생태계 조율에는 실질적인 비용과 기술이 들어간다. 플랫폼이 이러한 비용을 수수료로 회수하려는 것 자체를 위법으로 보기는 어렵다. 실제로 콘솔 플랫폼의 폐쇄형 구조는 수십 년간 규제 당국의 별다른 문제 제기 없이 유지돼 왔다.
또한 콘솔은 PC나 스마트폰과 구조적으로 다르다. 소비자는 특정 생태계를 선택해 진입하며, 그 선택에는 플랫폼 독점성에 대한 인식이 이미 어느 정도 포함되어 있다. 완전한 개방이 곧바로 소비자에게 유리한 결과를 낳는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검증되지 않은 제3자 스토어가 허용될 경우 보안·품질 기준이 무너질 수 있고, 그 피해는 결국 이용자에게 돌아올 수 있다.
그래서 이 소송의 진짜 의미는 "폐쇄형이냐 개방형이냐"의 이분법이 아니다. 폐쇄형 구조를 유지하더라도 그 안에서 경쟁법이 허용하는 한계선은 어디인가를 묻는 것이다. 그리고 그 질문은 소니 한 회사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소니만의 문제가 아닌 이유
이번 사건은 플레이스테이션만의 특수한 사례가 아니다.
닌텐도 eShop과 Microsoft Xbox Store 역시 기본적으로 유사한 폐쇄형 스토어 구조 위에서 운영된다. 같은 30% 수수료 체계를 적용하고, 소비자가 플랫폼 안에서 대안을 선택하기 어렵다는 구조도 동일하다. CAT이 원고 측 손을 들어준다면, 소니에 대한 직접적 압박을 넘어 마이크로소프트와 닌텐도도 유사한 소송에 직면할 수 있으며, 디지털 콘솔 스토어 전체의 경제 모델이 지속적인 법적·정치적 압박에 놓일 수 있다. 콘솔 업계 전체가 이 재판의 방청객인 셈이다.
물론 이번 소송의 파급 효과를 과도하게 확대 해석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모바일 앱스토어나 PC 런처는 콘솔과 구조적 차이가 있고, CAT의 판결은 어디까지나 영국 경쟁법의 테두리 안에서 나온다. 그러나 결제·유통·노출을 동시에 통제하는 수직 통합 구조에 대한 규제 당국의 시선이 전 세계적으로 날카로워지고 있다는 흐름 자체는 부인하기 어렵다.
더불어 이번 소송은 영국 집단소송 체계의 성숙도를 시험하는 사례이기도 하다. 2025년 Apple 판결은 영국의 옵트아웃 방식 집단소송 제도 아래 진행된 분쟁이 처음으로 본안에서 승소한 사례였으며, 향후 대형 플랫폼을 상대로 한 소송에 자금과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플레이스테이션 소송은 그 흐름 위에서 진행되고 있다. Apple 판결 이후 영국에서 대형 테크 기업을 상대로 본 심리에 들어간 세 번째 집단소송이라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법정에 오른 것은 '플랫폼의 권한'이다
이 소송의 결과는 크게 두 방향으로 나뉜다.
CAT이 원고 측 손을 들어준다면, 30% 수수료 자체를 당장 직접 규제하지는 않더라도 '경쟁이 차단된 구조에서의 수수료 설계'가 경쟁법 위반이 될 수 있다는 선례가 만들어진다. Apple 판결과 맞물려 콘솔 플랫폼 전반의 유통 구조를 재설계하라는 압력이 본격화될 것이며, 동일한 구조 위에 서 있는 닌텐도와 Xbox에 대한 유사 소송도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개발사와 소비자 모두에게 실질적인 변화가 시작되는 기점이 될 수 있다.
반면 소니가 승소한다면, 하드웨어-스토어 수직 통합 구조는 현행 경쟁법 아래에서 정당하다는 근거가 강화된다.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현재의 콘솔 유통 질서가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게 된다. 다만 이 경우에도 동적 가격 책정 논란이나 유통 독점에 대한 사회적·정치적 압력 자체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법원의 판단과 시장의 판단은 별개로 진행된다.
판결이 어느 쪽으로 나든, 지금 법정에 오른 것은 개별 게임의 가격표가 아니다. 디지털 시대에 콘솔 플랫폼이 자기 생태계 안에서 어디까지 시장을 통제할 수 있는가 — 그 권한의 범위다.
판결은 수개월 뒤 나올 것이다. 그러나 이 소송이 던진 질문은 판결 이전에 이미 충분히 유효하다.
플랫폼은 유통의 장인가, 아니면 통제의 경계인가.
[METAX = 김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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