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tGPT, ‘그룹챗 시대’ 열다
X 기자
metax@metax.kr | 2025-11-18 09:00:00
오픈AI가 새로운 기능 ‘Group Chat(그룹챗)’을 공개하며, 생성형 AI를 개인 비서가 아닌 ‘공동 작업 공간’으로 확장하는 첫 단계를 내딛는다. 이번 업데이트는 단순한 편의 기능이 아니라, AI가 인간 사이의 소통·결정·협업 과정 속으로 직접 들어오는 구조적 변화를 예고한다.
ChatGPT가 ‘1대1 상담형 AI’에서 벗어나다
그동안 ChatGPT는 철저히 ‘나와 AI의 1:1 공간’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도입된 그룹챗 기능은 AI를 여러 사람과 동시에 공유하는 새로운 대화 구조를 만든다.
핵심 변화는 다음과 같다.
최대 20명까지 한 방에서 ChatGPT와 함께 대화 링크로 초대하면 누구든 참여 가능 기존 대화에 사람을 추가하면 그 시점에서 복사본이 생성되어 원래 대화는 유지 모바일·웹 모두 지원, 일본·뉴질랜드·한국·대만에서 우선 시범 운영 Free·Go·Plus·Pro 모든 요금제에 개방즉, AI가 단순히 “한 사람을 위해 대답하는 존재”에서,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지능형 참여자”로 확장된 것이다.
‘대화 구조’가 바뀌면 시장이 바뀐다
① AI가 사람들 사이의 의사결정 과정에 들어온다
예를 들어 친구들과 여행 계획을 짤 때, 동료와 프로젝트 브레인스토밍을 할 때, 가족끼리 저녁 메뉴를 정할 때, 이제 ChatGPT는 한 사람의 비서가 아니라, 공동 의사결정의 일원으로 참여한다.
따라서 AI의 역할은 “나를 돕는 도구”에서 → “우리의 논의를 정리하고, 중재하고, 제안하는 존재”로 바뀐다.
이는 일종의 AI 기반 ‘협업 OS’가 등장하는 첫 신호다.
② AI가 ‘사람을 대신하는 의견자’가 된다
오픈AI는 ChatGPT에 새로운 사회적 행동 규칙을 넣었다. 대화 흐름을 눈치 보고, 필요할 때만 개입하고, 불필요하면 조용히 있고, 사용자가 “ChatGPT”라고 부르면 즉시 반응하는 구조. 즉, ChatGPT가 ‘말할 때와 참을 때를 구분하는 존재’로 설계된 것이다.
AI가 사회적 맥락을 읽고, “언제 개입할지”를 다루기 시작한 것은 매우 큰 변화다. 이는 앞으로 AI가 단순한 지식 제공자가 아니라 대화의 규범과 질서를 함께 만드는 존재가 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③ 개인의 데이터는 철저히 분리된다
그룹챗은 개인 대화와 분리된 공간이며, 개인 ChatGPT 계정의 ‘메모리 기능’은 공유되지 않고, 그룹챗에서 생성된 대화 역시 개인 메모리에 저장되지 않는다. 18세 미만 사용자 등장 시 자동으로 ‘민감 콘텐츠 필터’가 강화됐다. AI의 협업 기능을 확장하면서도, 프라이버시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상당히 보수적으로 설계된 셈이다.
GPT-5.1 Auto가 대화 흐름을 선택적으로 처리
그룹챗의 두뇌는 GPT-5.1 Auto다. 이는 사용자 상황에 맞춰: GPT-5.1, GPT-4.1, 무료 사용자 모델 중 최적의 모델을 자동으로 선택해 응답하도록 설계됐다.
이때 주목할 점은 요금제별 “응답 할당량” 적용 기준이다. AI가 답변할 때만 할당량이 차감되며 사람들끼리 하는 대화는 무제한으로 허용된다. 즉, ChatGPT의 답변은 “누구에게 답하느냐” 기준으로 그 사람의 할당량에서 빠지게 되는 것이다. 이는 “AI 리소스를 어떻게 공정하게 배분할 것인가”라는 앞으로의 AI 협업 생태계에서 매우 중요한 설계 방향을 보여준다.
'툴(tool)'이 아니라 '참여자(participant)'가 된다
오픈AI는 그룹챗을 단순 기능이 아니라 “Shared Experience 기술의 출발점”으로 보고 있다. 실제 활용 장면을 보면 변화가 더 분명해진다.
① 여행 계획·식사 결정 같은 일상적 협업
목적지를 비교해주고, 일정도 짜주고, 예산·시간·취향을 반영해 조율한다. 이 모든 과정을 여러 사람이 실시간으로 지켜보며 함께 결정하게 된다. ChatGPT는 이제 “일상적 의사결정 파트너”가 된다.
② 집 꾸미기·DIY·취향 정리 같은 라이프스타일 협업
룸메이트끼리 인테리어 아이디어 모으기, 커플이 신혼집 가구 고르기, 함께 ‘AI 생성 이미지’로 디자인 실험 등 AI는 더 이상 도구라기보다는 “취향 조율을 도와주는 3번째 사용자”가 된다.
③ 직장·학교에서의 공동 작업
보고서 초안 작성, 연구 주제 정리, 기사·에세이 공동 집필, 회의록 정리 및 스레드 요약 등 이 부분은 사실상 ‘미니 슬랙(Slack) + AI 요약기 + 회의 비서’가 하나로 합쳐진 형태다. 향후 기업용 제품 출시의 첫 포석으로 해석된다.
오픈AI는 왜 ‘그룹챗’부터 열었나
이 기능이 중요한 이유는 다음 네 가지다.
① “AI의 사회적 자격” 실험이 시작됐다
AI가 여러 사람과 동시에 대화하고, 말할 때/말하지 않을 때를 구분하는 기능은 “AI가 사회적 규칙을 학습·적용하는 실험” 그 자체다.
과거 AI가 대답하는 기계였다면, 이제는 AI가 대화에 ‘적절히 참여하는 존재’로 거듭나고자 함이다. 이는 장기적으로 AI의 사회적 권한(Social Agency)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에 대한 실험이 된다.
② AI가 ‘협업 플랫폼’을 대체할 가능성
현재 회사·단체는 슬랙, 노션, 팀즈, 지라, 잼보드 등 다양한 협업 툴을 쓴다. 그러나 그룹챗 기반의 ChatGPT는 “문서, 요약, 회의정리, 의견조율, 자료탐색, 이미지 생성” 모든 기능을 한 공간에서 처리하도록 만드는 구조다. 협업 시장 질서가 바뀔 가능성이 매우 크다.
③ 네트워크 효과 — 사용자가 늘수록 ChatGPT는 더 강해진다
개인 사용자 기반에서 이제 친구/가족/직장 동료까지 확장된다. 그룹챗은 사실상 ChatGPT의 ‘사용자 증식 장치’다.
④ 프라이버시와 통제 중심의 설계 — “기업용 모델”의 예고편
메모리 미사용, 사용자 프로필 분리, 초대 기반 접근, 18세 이하 보호 장치 등 이 모든 요소는 향후 기업·교육 기관용 “팀 기반 ChatGPT” 출시를 위한 사전 준비 단계다.
AI는 드디어 '대화의 참여자'가 된다
이번 업데이트는 기술적인 기능 추가라기보다 대화의 본질을 바꾸는 변화다.
지금까지 AI는 우리가 질문하면 답하는 ‘도구’였다면, 앞으로 AI는 여러 사람이 함께 사용하는 대화형 ‘참여자’이자 ‘조율자’가 된다.
이것은 단순한 UX 변화가 아니라, AI가 인간 커뮤니케이션의 구조에 본격적으로 개입하는 첫 지점이다.
오픈AI는 이를 “첫 번째 파일럿”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이 실험이 성공한다면, 우리는 머지않아 AI가 중심이 되는 협업 생태계를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변화는 우리의 일·시간·의사결정·관계 방식까지 재정의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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