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톡' 다음은 '게임'인가... 라이엇·에픽 지분 논쟁의 의미

김하영 기자

hashe@metax.kr | 2026-03-19 11:00:00

미국 정부가 겨눈 중국 자본의 게임 지분
텐센트·라이엇·에픽, 미국의 안보 심사 대상이 되다

[메타X(MetaX)] 미국 정부가 중국 기업 텐센트(Tencent)의 해외 게임 투자 지분을 국가안보 관점에서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논의 대상에는 텐센트가 소유하거나 지분을 보유한 주요 게임 기업, 즉 라이엇 게임즈(Riot Games), 에픽게임즈(Epic Games), 슈퍼셀(Supercell) 등이 거론된다. 아직 구체적인 정책 결정이나 규제 조치가 내려진 것은 아니다. 그러나 미국 행정부 내부에서 “안보 리스크 검토”라는 표현이 공식적으로 등장했다는 사실 자체는 하나의 변화로 받아들여진다.

https://www.tencent.com/en-us/media/library.html

그동안 게임 산업은 대체로 문화 콘텐츠 산업의 범주에 속해 왔다. 영화나 음악과 마찬가지로 글로벌 시장에서 유통되는 엔터테인먼트 상품으로 이해되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게임 서비스는 단순한 콘텐츠를 넘어 대규모 이용자 데이터를 축적하고, 결제 시스템과 커뮤니티 네트워크를 운영하는 디지털 플랫폼의 성격을 점점 더 강하게 띠게 되었다.

그렇다면 질문이 생긴다.
게임 회사의 지분 구조가 왜 국가안보 문제로까지 이어지는 것일까.

이 질문은 자연스럽게 한 사례를 떠올리게 만든다. 바로 틱톡(TikTok) 논쟁이다.


플랫폼이 안보 문제가 된 선례
TikTok은 중국 기업 바이트댄스(ByteDance)가 운영하는 글로벌 숏폼 플랫폼이다. 미국 내 이용자 수만 약 1억 7천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서비스는 단순한 소셜 미디어를 넘어 콘텐츠 유통, 광고, 커뮤니티, 알고리즘 추천이 결합된 거대한 디지털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그리고 바로 그 규모와 구조가 문제가 되었다.

미국 정부의 우려는 세 가지로 압축된다. 대규모 이용자 데이터가 중국 정부에 접근될 가능성, 추천 알고리즘이 여론 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플랫폼이 정보 환경에 전략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문제였다.

https://www.tiktok.com/about?lang=en

이 논쟁은 몇 년에 걸쳐 정치적 쟁점으로 확대되었다. 2023년에는 바이트댄스 CEO가 미 의회 청문회에 출석했고, 2024년에는 TikTok의 미국 사업을 매각하거나 금지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의회를 통과했다. 이후 2025년과 2026년에도 TikTok의 미국 사업 구조를 둘러싼 법적·정치적 논쟁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 논쟁은 하나의 선례를 만들었다.
대규모 디지털 플랫폼은 더 이상 단순한 서비스가 아니라 국가안보의 문제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이다.


왜 게임 회사가 떠오르는가
게임은 더 이상 단순한 콘텐츠 산업으로만 보기 어렵다. 오늘날의 게임 서비스는 대규모 이용자 데이터를 축적하고, 결제 시스템과 친구 네트워크를 운영하며, 실시간 채팅과 음성 커뮤니케이션, 라이브 서비스 인프라까지 결합한 하나의 디지털 플랫폼으로 발전했다.

대표적인 사례만 보더라도, 라이엇 게임즈(Riot Games)의 리그 오브 레전드는 전 세계 수억 명의 이용자를 보유한 장기 서비스 플랫폼이며, 에픽게임즈(Epic Games)의 포트나이트는 게임을 넘어 콘서트와 브랜드 협업, 가상 이벤트까지 이루어지는 거대한 온라인 공간으로 확장되었다. 이러한 서비스는 단순한 게임 타이틀이라기보다 지속적으로 운영되는 디지털 생태계에 가깝다.

https://www.riotgames.com/en/press?category=hq-photos#assets

구조만 놓고 보면 이는 소셜 미디어 플랫폼과 크게 다르지 않다. 수억 명의 이용자, 상시 접속 환경, 글로벌 커뮤니티, 그리고 서비스 안에서 축적되는 데이터와 경제 활동까지. 게임은 이미 거대한 온라인 플랫폼의 성격을 갖게 되었고, 그 플랫폼의 소유 구조와 지분 관계가 정책 논의의 대상이 되기 시작했다.


글로벌 게임 산업의 투자 네트워크
이 지점에서 등장하는 기업이 바로 텐센트(Tencent)다. 텐센트는 현재 세계 게임 산업에서 가장 넓은 투자 네트워크를 가진 기업 가운데 하나로 평가된다. 단순한 퍼블리셔가 아니라 글로벌 게임 산업 전반에 걸쳐 지분 투자로 연결된 기업이다.

텐센트는 2015년 라이엇 게임즈(Riot Games)를 완전히 인수했으며, 에픽게임즈(Epic Games)에는 약 30% 안팎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핀란드의 모바일 게임 회사 슈퍼셀(Supercell)을 2016년 약 86억 달러 규모로 인수해 최대 주주가 되었다. 이 세 회사만 보더라도 텐센트의 투자망이 PC 온라인 게임, 콘솔·엔진 생태계, 모바일 게임 산업까지 광범위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 외에도 텐센트는 유비소프트(Ubisoft), 크래프톤(Krafton), 레메디 엔터테인먼트(Remedy Entertainment) 등 여러 글로벌 게임 기업에 소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텐센트의 게임 부문 매출은 연간 약 400억 달러 규모로 평가된다. 그러나 텐센트의 영향력은 단순한 매출 규모만으로 설명되기 어렵다. 텐센트는 퍼블리셔이자 플랫폼 운영자일 뿐 아니라, 글로벌 게임 산업 곳곳에 연결된 투자 네트워크의 중심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텐센트의 지분 문제는 단순한 투자 이슈가 아니다. 그것은 이미 깊이 얽혀 있는 글로벌 게임 산업의 자본 구조를 건드리는 문제이기도 하다.


국경 없는 산업의 균열
게임 산업은 오랫동안 국경 없는 산업으로 여겨져 왔다. 개발 스튜디오는 세계 곳곳에 분포했고, 투자와 퍼블리싱 역시 국가 경계를 크게 의식하지 않았다. 미국 기업이 한국 스튜디오에 투자하고, 중국 자본이 유럽 개발사를 인수하는 일은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산업의 일상적인 풍경에 가까웠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기술 산업을 둘러싼 지정학 경쟁이 심화되면서 이 풍경이 서서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반도체와 통신, 인공지능에 이어 디지털 플랫폼 자체가 전략 자산으로 인식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자본의 출처와 기업의 국적은 다시 정치적 의미를 갖기 시작했다.

글로벌 게임 산업과 지정학적 경쟁; @ChatGPT

게임 산업이 이 흐름의 예외가 되기는 어렵다. 실제로 미국의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는 전통적으로 반도체나 통신 같은 전략 산업을 중심으로 외국 자본의 인수를 심사해 왔지만, 최근에는 데이터와 디지털 플랫폼을 포함한 서비스 산업까지 심사 범위를 넓히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24년 TikTok의 미국 사업 매각을 요구하는 법안이 의회를 통과한 사건은 그 변화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였다.

이 흐름이 이어진다면, 게임 산업에서도 앞으로는 어떤 게임을 만드는가뿐 아니라 누가 지분을 가지고 있는가라는 질문이 점점 더 중요해질 수 있다.


틱톡 다음은 게임인가
이번 논의가 실제 규제로 이어질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텐센트(Tencent)의 게임 지분이 정책적으로 문제 삼아질지, 혹은 외교적 논쟁에 그칠지도 아직은 단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한 가지 변화는 이미 분명해졌다. 게임 산업 역시 더 이상 지정학적 경쟁의 바깥에 있는 영역이 아니라는 점이다.

TikTok 논쟁은 대규모 디지털 플랫폼이 국가안보의 언어로 해석될 수 있다는 선례를 만들었다.
그리고 지금, 그 논리가 게임 산업에도 적용되기 시작하고 있다.


[METAX = 김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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