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글을 써주는 시대가 되면서 오래된 질문 하나가 다시 떠올랐다. 글을 쓴 사람은 누구인가. 문장을 직접 입력한 사람인가. 아이디어를 제공한 사람인가. AI에게 지시한 사람인가. 아니면 실제 문장을 생성한 AI인가. Draxler 등 연구진의 논문 The AI Ghostwriter Effect는 이 질문을 인간-인공지능 상호작용의 관점에서 실험적으로 다룬다.

이 논문의 핵심 발견은 명확하다. 사용자는 AI가 생성한 텍스트에 대해 자신이 진정한 소유자나 저자라고 강하게 느끼지 않는다. 그러나 막상 그 글을 공개할 때는 AI를 저자로 표시하지 않고 자신의 이름을 올리는 경향을 보인다. 연구진은 이 불일치를 “AI 고스트라이터 효과”라고 명명한다. 쉽게 말해 AI가 대필 작가처럼 글을 써주지만, 사용자는 그 AI를 공개적으로 드러내지 않는 현상이다.

이 논문이 중요한 이유는 AI 글쓰기 논쟁을 법적·윤리적 규범의 차원에만 가두지 않고, 사용자의 실제 인식과 행동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는 데 있다. 지금까지 생성형 AI 저자성 논의는 주로 “AI를 저자로 인정할 수 있는가”, “AI 생성물을 어떻게 표시해야 하는가”, “저작권은 누구에게 있는가”에 집중돼왔다. 그러나 이 논문은 조금 다른 질문을 던진다. 사람들은 AI와 함께 쓴 글을 실제로 어떻게 느끼고, 어떻게 공개하는가.

연구진은 이 문제를 설명하기 위해 소유감과 저자 표기를 구분한다. 소유감은 주관적 판단이다. 사용자가 그 텍스트를 자신의 것이라고 느끼는가, 아니면 AI의 것이라고 느끼는가의 문제다. 반면 저자 표기는 공개적 행위다. 블로그나 게시물의 작성자 칸에 누구의 이름을 올리는가의 문제다. 논문은 바로 이 두 층위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AI 시대 이전에도 고스트라이팅은 존재했다. 정치인의 연설문, 유명인의 자서전, 기업인의 칼럼, 의학 논문 일부에서 실제 작성자와 공개 저자가 다른 경우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고스트라이팅은 누군가가 글을 쓰지만, 최종 공개물에서는 다른 사람의 이름이 올라가는 관행이다. 이 논문은 생성형 AI가 이 구조를 대중화할 가능성에 주목한다. 과거에는 전문 대필자가 필요했지만, 이제는 누구나 AI에게 글을 맡길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두 개의 실증 연구를 수행했다. 첫 번째 연구는 30명을 대상으로 했다. 참가자들은 뉴욕 여행을 마무리하며 친구에게 보낼 엽서를 작성한다는 시나리오를 받았다. 연구진은 네 가지 상호작용 방식을 제시했다. 첫째, 참가자가 직접 글을 쓰는 방식이다. 둘째, AI가 생성한 글을 참가자가 일부 편집하는 방식이다. 셋째, AI가 생성한 세 개의 글 중 하나를 선택하는 방식이다. 넷째, AI가 생성한 하나의 글을 그대로 받는 방식이다.

이 네 가지 방식은 사용자의 영향력 수준을 다르게 설계한 것이다. 직접 쓰기는 사용자가 완전히 통제하는 조건이고, 그대로 받기는 AI가 거의 전적으로 통제하는 조건이다. 편집하기와 선택하기는 그 사이에 있다. 연구진은 각 조건에서 참가자가 글의 소유권을 누구에게 있다고 느끼는지, 글을 공개할 때 누구를 저자로 표시하는지, 그리고 자신이 얼마나 통제감과 주도권을 느끼는지를 측정했다.

첫 번째 연구의 결과는 흥미롭다. 참가자들은 AI가 관여한 글에 대해 자신보다 AI에게 소유감이 더 있다고 느끼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AI가 글을 생성하고 사용자가 거의 손대지 않은 조건에서는 텍스트가 AI의 것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공개 단계에서는 달랐다. 블로그형 웹사이트에 엽서를 올릴 때, 참가자 다수는 여전히 자신의 이름을 저자로 적었다. AI를 저자로 언급한 참가자는 AI 관련 조건마다 6~7명 수준에 그쳤다.

이 불일치가 바로 AI 고스트라이터 효과다. 사용자는 속으로는 “이 글은 내가 쓴 것이 아니다”라고 느끼면서도, 밖으로는 “내가 쓴 글”처럼 표시한다. 논문의 의미는 이 지점에 있다. AI 글쓰기의 핵심 문제는 사람들이 AI를 어떻게 평가하는가만이 아니다. 사람들이 자신의 내적 판단과 공개적 행동을 어떻게 다르게 구성하는가가 더 중요한 문제다.

연구진은 개인화된 AI가 이 효과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도 살폈다. 참가자 일부에게는 실제로 개인의 글쓰기 스타일을 반영하도록 조정한 AI를 제공했고, 다른 참가자에게는 실제 개인화는 하지 않았지만 개인화됐다고 설명한 AI를 제공했다. 결과적으로 개인화 여부는 소유감과 저자 표기에 큰 차이를 만들지 않았다. 즉, AI 고스트라이터 효과는 AI가 실제로 얼마나 개인화됐는가보다, 사용자가 AI 생성 텍스트를 자신의 의도와 연결할 수 있는지와 더 관련이 있었다.

그러나 통제감은 달랐다. 사용자가 글에 더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느낄수록 소유감은 높아졌다. AI가 쓴 글을 그대로 받는 것보다, 일부라도 편집하거나 선택하는 과정이 있을 때 사용자는 더 큰 통제감과 주도권을 느꼈다. 이는 심리적 소유감 이론과도 연결된다. 사람은 어떤 대상에 자신의 노력, 선택, 통제, 판단이 들어갔다고 느낄 때 그 대상을 더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인다.

두 번째 연구는 96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여기서 연구진은 AI 고스트라이터와 인간 고스트라이터를 비교했다. 참가자들은 동일한 엽서 텍스트를 받았지만, 어떤 경우에는 그 글이 AI가 쓴 것이라고 안내받고, 다른 경우에는 “Sasha”라는 인간 고스트라이터가 쓴 것이라고 안내받았다. 연구진은 사람들이 AI와 인간 대필자를 어떻게 다르게 취급하는지 살폈다.

결과는 분명했다. 참가자들은 인간 고스트라이터가 쓴 글보다 AI가 쓴 글에 대해 자신에게 더 많은 소유감이 있다고 느꼈다. 다시 말해 인간이 대신 쓴 글은 “내 것이 아니다”라는 감각이 더 강했지만, AI가 쓴 글은 상대적으로 “내가 써도 되는 글”처럼 받아들였다. 이는 사람들이 AI를 독립적 저자라기보다 도구로 인식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저자 표기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참가자들은 인간 고스트라이터를 AI보다 더 자주 저자로 언급했다. 두 번째 연구에서는 선택지 형태로 저자 표시 옵션을 제공했기 때문에 AI 언급 비율이 첫 번째 연구보다 높아졌지만, 그래도 인간 고스트라이터가 AI보다 더 많이 인정됐다. 사람들은 인간에게는 감정, 노력, 지식재산, 인정받을 권리가 있다고 느끼는 반면, AI는 워드프로세서나 자동완성처럼 사용자가 활용하는 도구에 가깝다고 보는 경향을 보였다.

이 결과는 생성형 AI 시대의 저자성 논쟁에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사람들은 AI가 실제 문장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고도, AI를 인간 저자와 같은 방식으로 대우하지 않는다. AI가 기여했지만, 그 기여는 “저자”의 기여라기보다 “도구”의 기능처럼 해석된다. 그래서 사용자는 AI가 쓴 글에 대해 온전한 소유감을 느끼지는 않으면서도, 공개적으로는 자신의 이름을 올리는 데 큰 저항을 느끼지 않을 수 있다.

논문은 이 지점을 “알고리즘 착취”의 문제와도 연결한다. 사람들은 인간보다 AI를 더 쉽게 이용할 수 있다고 느낀다. 인간 대필자를 숨기는 일에는 윤리적 부담이 따르지만, AI를 숨기는 일에는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다. AI가 감정을 갖고 있지 않고, 저작권을 요구하지 않으며, 사회적 인정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태도는 새로운 윤리적 공백을 만든다. AI의 기여를 숨기는 것이 언제 정당하고, 언제 기만이 되는지에 대한 사회적 기준이 아직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논문은 인터페이스 설계의 중요성도 보여준다. 첫 번째 연구에서 자유 입력 방식으로 저자명을 쓰게 했을 때 AI를 언급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반면 두 번째 연구에서 AI, GPT-3, 인간, 본인 이름 등 선택지를 명시적으로 제공하자 AI를 언급하는 비율이 크게 높아졌다. 이는 저자 표시가 단순히 사용자의 윤리의식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플랫폼이 어떤 선택지를 제공하는지, AI 기여 표시를 얼마나 쉽게 만드는지가 실제 공개 행동에 영향을 준다.

따라서 AI 글쓰기 도구와 게시 플랫폼은 저자성 표기를 설계 요소로 다뤄야 한다. 예를 들어 “AI와 함께 작성됨”, “초안은 AI가 생성하고 사용자가 편집함”, “사용자 입력을 바탕으로 AI가 작성함”처럼 기여 수준을 세분화해 표시할 수 있다. 지금처럼 AI 사용 여부를 단순히 표시하거나 숨기는 이분법은 인간-AI 공동 글쓰기의 복잡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

논문은 CRediT taxonomy와 같은 기여도 분류 체계를 AI 시대에 맞게 확장할 필요도 제기한다. 학술 출판에서는 연구 설계, 데이터 분석, 초안 작성, 검토, 감독 등 기여 유형을 나눠 표시하는 방식이 확산되고 있다. 생성형 AI가 글쓰기 과정에 들어오면 AI의 역할도 유사하게 분류할 수 있다. AI가 아이디어를 제안했는지, 문장을 생성했는지, 문체를 바꿨는지, 요약했는지, 번역했는지, 최종 편집에 관여했는지를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논문은 심리적 소유감 연구와도 깊게 연결된다. 사람은 자신이 만든 것, 통제한 것, 수정한 것, 선택한 것에 대해 더 강한 소유감을 느낀다. AI가 글을 쓰더라도 사용자가 프롬프트를 제공하고, 결과물을 고르고, 수정하고, 최종 승인했다면 어느 정도 소유감을 느낄 수 있다. 반대로 AI가 완성된 글을 그대로 제공하면 사용자의 소유감은 낮아진다. 이는 AI 공동창작 연구에서 매우 중요한 변수다. 핵심은 AI 사용 여부가 아니라 사용자가 과정에 얼마나 실질적으로 개입했는가다.

이 연구는 AI 윤리 논의에도 현실적인 균형감을 제공한다. 많은 제도 논의는 “AI 생성물은 반드시 표시해야 한다”거나 “AI는 저자가 될 수 없다”는 식의 규범적 판단으로 흐른다. 그러나 실제 사용자의 판단은 더 복잡하다. 사용자는 AI를 도구로 보면서도, AI가 쓴 글에 대해 자신이 완전히 썼다고 느끼지는 않는다. 또 AI 기여를 공개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구체적 상황에서는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 윤리 규범은 이런 심리적 모순을 이해한 상태에서 설계돼야 한다.

논문의 한계도 있다. 첫째, 연구 상황은 엽서 쓰기라는 비교적 가벼운 개인적 글쓰기 과제였다. 학술논문, 기사, 자기소개서, 업무 보고서, 문학 작품처럼 책임과 평가가 더 큰 글쓰기 상황에서는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둘째, 첫 번째 연구의 표본은 30명으로 크지 않다. 둘째 연구에서 96명으로 확장했지만, 문화권과 언어권이 제한돼 있다. 셋째, 실제로 개인화된 AI의 품질은 오늘날 최신 생성형 AI 수준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2022년 실험 환경에서 사용된 GPT-3 기반 개인화 경험은 현재의 대화형 AI와는 사용감이 다를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이 논문의 가치는 크다. 이 연구는 AI 생성 텍스트의 저자성 문제를 추상적 논쟁이 아니라 사용자의 실제 행동으로 보여줬다. 사용자는 AI가 썼다고 느끼지만 AI를 밝히지 않는다. AI를 독립적 저자라기보다 도구로 간주한다. 통제감과 주도권이 커질수록 소유감은 높아진다. 그리고 저자 표기 인터페이스가 AI 기여 공개 여부를 바꿀 수 있다. 이 네 가지 발견은 생성형 AI 시대의 글쓰기 정책과 서비스 설계에 직접적인 함의를 갖는다.

언론, 출판, 학술, 교육 현장에서도 이 논문의 메시지는 중요하다. 앞으로 AI 사용 여부를 단순히 금지하거나 허용하는 방식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어떤 단계에서 AI가 사용됐는지, 사용자가 어느 정도 개입했는지, 최종 책임을 누가 지는지, 독자나 평가자가 알아야 할 정보가 무엇인지를 세분화해야 한다. AI 글쓰기의 투명성은 “AI 사용함”이라는 한 줄 표시로 끝나기 어렵다.

특히 교육 현장에서 이 논문은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학생이 AI가 쓴 글을 제출하면서 자신의 이름을 올리는 것은 부정행위인가. 만약 학생이 주제를 정하고, 자료를 제공하고, AI 초안을 편집하고, 최종 논리를 구성했다면 그것은 어디까지 학생의 글인가. 반대로 AI가 거의 전부 작성했지만 학생이 제출만 했다면 그것은 고스트라이팅인가. 이 질문에 답하려면 결과물만 볼 것이 아니라 과정과 통제 수준을 함께 봐야 한다.

AI 공동창작 연구에도 시사점이 크다. 인간과 AI가 함께 만든 결과물에서 자기귀속감은 단순히 결과물의 품질로 결정되지 않는다. 사용자가 얼마나 통제했는지, 얼마나 편집했는지, 자신의 의도가 얼마나 반영됐다고 느끼는지가 중요하다. 따라서 AI 창작 도구는 사용자가 과정에 개입하고, 선택하고, 수정하고, 책임질 수 있는 구조를 제공해야 한다. 그래야 사용자는 결과물을 더 자신의 것으로 느낄 수 있다.

결국 이 논문이 남긴 핵심 메시지는 분명하다. 생성형 AI 시대의 저자성 문제는 법적 권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심리적 소유감, 사회적 인정, 공개적 표시, 인터페이스 설계가 얽힌 문제다. 사람은 AI가 글을 썼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AI를 사람처럼 저자로 대우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틈에서 AI는 새로운 고스트라이터가 된다.

앞으로의 과제는 AI를 저자로 세울 것인가 말 것인가의 단순한 선택이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AI가 어떤 방식으로 기여했는지, 인간이 어떤 통제와 책임을 가졌는지, 독자에게 어떤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지를 정교하게 설계하는 일이다. 글쓰기의 미래는 인간과 AI의 협업으로 이동하고 있다. 그 미래에서 “누가 썼는가”라는 질문은 더 이상 이름 한 줄로 답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