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은 AI가 기후위기 대응을 돕는 기술이라고 말한다. 홍수와 산불을 예측하고, 교통 흐름을 최적화하며, 냉난방 에너지를 줄이고, 태양광 발전에 적합한 지붕을 찾는 데 AI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AI는 동시에 막대한 전력과 데이터센터, 반도체, 냉각시설을 필요로 한다.

구글의 2026 환경보고서는 이 모순을 꽤 솔직하게 보여준다. 보고서에 따르면 구글의 2025년 전력 수요는 전년보다 37% 늘었다. AI와 클라우드, 검색, 유튜브 등 디지털 서비스 확대가 배경이다. 같은 기간 구글의 ‘목표 기준 탄소배출량’은 약 1450만tCO₂e로 전년보다 18% 증가했다.

AI는 구글의 새로운 성장 엔진이지만, 동시에 2030년 넷제로 목표를 더 어렵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있다.

구글은 2021년부터 2030년까지 운영과 공급망 전반에서 넷제로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2019년을 기준으로 스코프1·2·3 배출량을 절대량 기준 50% 줄이고, 남은 배출량은 탄소제거 프로젝트로 상쇄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2025년 기준 구글의 총 배출량은 2019년보다 81% 많다.

이 수치만 보면 구글의 넷제로 전략은 후퇴한 것처럼 보인다. AI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인프라가 빠르게 늘면서 전력 사용과 서버 제조, 건설, 물류, 반도체 공급망에서 배출이 함께 증가했기 때문이다.

특히 구글의 문제는 운영 배출보다 공급망 배출에 더 크게 나타난다.

2025년 구글의 스코프3 배출량은 약 1160만tCO₂e로 전체 탄소발자국의 약 80%를 차지했다. 전년보다 25% 증가한 수치다. 데이터센터 장비 제조, AI 반도체 생산, 서버 운송, 데이터센터 건설이 주요 요인으로 지목됐다.

AI는 화면 속에서 작동하는 소프트웨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거대한 산업 설비 위에서 움직인다.

AI 모델을 학습하고 운영하려면 고성능 GPU와 TPU, 서버랙, 메모리, 네트워크 장비, 변전 설비, 냉각장치, 건축 자재가 필요하다. 생성형 AI의 확산은 결국 더 많은 반도체와 더 많은 데이터센터, 더 많은 전력을 요구한다.

구글은 이를 인정한다.

보고서는 “AI 인프라 구축 속도가 전력망 탈탄소화 속도보다 빨라지고 있다”고 밝힌다. 다시 말해 AI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청정전력과 송전망, 저장장치, 원전, 지열 발전 등은 아직 충분한 속도로 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 지점에서 구글이 강조하는 것은 효율이다.

구글 데이터센터의 2025년 평균 전력사용효율지수(PUE)는 1.09였다. PUE는 데이터센터가 실제 연산 외에 냉각과 조명, 전력 변환 등에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쓰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숫자가 1에 가까울수록 좋다.

구글은 자사 데이터센터가 업계 평균보다 83% 적은 부대 에너지를 쓴다고 설명한다. 2025년에는 TPU 효율 개선과 운영 최적화 덕분에 5년 전보다 같은 전력당 3배 이상의 연산 성능을 제공했다고도 밝혔다.

AI 모델 자체의 효율도 개선하고 있다.

구글은 Gemini Apps의 평균 텍스트 프롬프트가 2024년 5월부터 2025년 5월까지 1년 동안 에너지 사용량은 33분의 1, 탄소발자국은 44분의 1 수준으로 낮아졌다고 설명한다. 중간값 기준 텍스트 프롬프트 하나에 드는 에너지는 0.24Wh, 탄소배출은 0.03gCO₂e, 물 사용은 약 0.26mL라고 추산했다.

이 수치는 AI가 반드시 환경 파괴적인 기술만은 아니라는 구글의 반론이기도 하다.

하지만 효율 개선이 총배출 감소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같은 질문 하나를 처리하는 데 드는 전력은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질문하는 사람이 수억 명으로 늘고, 기업이 AI를 모든 서비스에 붙이고, AI 에이전트가 수많은 작업을 자동으로 수행하기 시작하면 전체 전력 소비량은 오히려 늘어난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반동 효과라고 부른다. 기술 효율이 높아질수록 비용이 낮아지고, 그 결과 사용량이 더 크게 늘어나는 현상이다.

AI가 바로 그런 사례가 될 수 있다.

구글은 2025년 한 해 동안 12GW 이상의 신규 청정에너지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회사 역사상 가장 큰 연간 규모이며, 이전 2년간 계약량을 합친 것보다 많다. 2010년부터 2025년까지 구글이 체결한 청정에너지 계약은 240건 이상, 약 35GW 규모에 달한다.

그러나 청정에너지 계약이 늘어도 AI 수요 증가 속도를 따라잡기는 쉽지 않다.

구글은 2025년 전력 사용량의 100%를 재생에너지 구매로 연간 기준 매칭했다고 밝혔다. 이는 9년 연속 달성한 기록이다. 하지만 구글 스스로도 연간 재생에너지 매칭이 실제 전력 사용의 모든 순간을 설명하지 못한다고 인정한다.

태양광은 해가 있을 때만 발전하고, 풍력은 바람이 불 때만 발전한다. 데이터센터는 24시간 전력을 소비한다. 따라서 연간 총량 기준으로 재생에너지 구매량이 전력 사용량과 같더라도, 밤이나 무풍 시간대에는 화석연료 기반 전력망에 의존할 수 있다.

구글이 최근 ‘연간 100% 재생에너지’보다 ‘24시간·지역 단위 무탄소전력’을 더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제 구글의 과제는 단순히 더 많은 재생에너지 계약을 맺는 것이 아니다. AI 데이터센터가 실제로 전력을 쓰는 시간과 장소에 무탄소전력이 공급되도록 만드는 일이다.

이를 위해 구글은 풍력과 태양광뿐 아니라 원전 재가동, 소형모듈원자로, 지열발전, 수력발전, 장주기 에너지저장장치, 탄소포집 가스발전, 핵융합까지 투자 범위를 넓히고 있다.

AI 시대의 에너지 문제는 결국 소프트웨어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구글이 아무리 효율적인 모델을 만들고, TPU의 전력당 성능을 높이고, 데이터센터의 냉각 효율을 개선해도 전력망이 충분히 깨끗해지지 않으면 탄소중립은 멀어진다.

구글의 2025년 성적표는 그래서 두 가지 사실을 동시에 보여준다.

첫째, AI 인프라는 더 효율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둘째, AI 인프라의 절대 규모가 너무 빠르게 커지고 있다.

AI는 구글의 탄소중립을 돕는 기술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의 속도라면, AI는 구글이 탄소중립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넘어야 할 가장 높은 산이기도 하다.

구글이 풀어야 할 질문은 더 이상 “AI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는가”에 그치지 않는다.

“AI가 늘어나는 속도보다 청정전력을 더 빠르게 늘릴 수 있는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이 구글의 2030 넷제로 목표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