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브라우저 전쟁'이 시작됐다.

김하영 기자

hashe@metax.kr | 2025-10-14 07:00:00

퍼플렉시티, 프리미엄 브라우저 코멧(Comet) 무료화 선언

AI 검색 스타트업 퍼플렉시티(Perplexity)가 파격적인 결정을 내렸다. 월 200달러라는 높은 가격에 제공되던 AI 브라우저 ‘코멧(Comet)’을 전면 무료화한 것이다. 숫자만 보면 가격 인하지만, 시장의 시선은 다르다. 인터넷 브라우저라는 일상의 무대 위에서 AI 경쟁의 새로운 라운드가 시작됐다는 신호로 읽히고 있다.

https://www.perplexity.ai/ko/hub/blog/comet-is-now-available-to-everyone-worldwide

코멧(Comet)은 어떤 브라우저일까?

코멧은 흔히 떠올리는 일반 브라우저와는 성격이 다르다. 단순히 검색어를 입력해 결과를 나열하는 수준을 넘어, 사용자가 웹페이지를 열면 그 내용을 실시간으로 요약해 주고, 필요한 경우 관련 정보까지 자연스럽게 이어 보여준다. 긴 글을 빠르게 정리해 주거나 복잡한 상품을 비교해 주고, 여행 일정을 자동으로 짜주는 것도 가능하다.

이런 경험은 기존 브라우저와 뚜렷하게 구분된다. 검색, 이해, 실행이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진다는 점 때문이다. 퍼플렉시티가 내세우는 핵심 매력도 여기에 있다. 우선, 사용자들은 광고 없는 탐색으로 상업적 노출에 방해받지 않고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또한, 사용자가 보고 있는 내용을 기반으로 이어지는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단순히 한 번의 답변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재 페이지에 맞춰 “그럼 이건 어떨까?” 하고 질문을 던지면 그 맥락에 맞는 답이 이어진다. 게다가, 문서 요약을 해주는 데서 멈추지 않고 실제로 일을 대신 처리해 준다. 예를 들어 항공권을 비교해 예약 일정을 짜주거나, 쇼핑 목록을 정리해 주고, 긴 문서를 깔끔하게 정리해 주는 식이다. 결국 코멧은 ‘검색창에서 답을 찾는 도구’가 아니라, 사용자의 맥락을 이해하고 일을 함께 처리하는 AI 에이전트에 가까운 브라우저라고 할 수 있다.

왜 무료화를 선택했나...

퍼플렉시티가 코멧을 무료로 전환한 데에는 여러 계산이 깔려 있다. 무엇보다 점유율 확보가 시급했다. 브라우저는 인터넷에 접속하는 관문이자 플랫폼이기 때문에, 사용자가 몰리지 않으면 어떤 혁신적 기능도 힘을 발휘하기 어렵다. 초기에 높은 가격 장벽을 두었던 전략을 버리고, 빠른 확산을 택한 이유다.

https://www.perplexity.ai/comet

또 하나는 AI 슬롭(AI Slop) 문제다. 저품질 생성 콘텐츠가 쏟아지면서 검색과 탐색 자체가 피로한 환경이 됐다. 퍼플렉시티는 코멧을 통해 “필터링된 정확한 탐색 경험”을 제공하며, 혼탁해진 온라인 정보 생태계 속에서 자신들의 차별성을 강조하려 한다. 이와 동시에 새로운 수익 모델도 염두에 두고 있다. 브라우저 자체는 무료지만, ‘코멧 플러스(Comet Plus)’라는 구독 서비스를 붙여 언론사 프리미엄 콘텐츠 같은 유료 영역에서 수익을 낸다는 구상이다. 전통적인 광고 기반 모델에 기대는 구글과는 다른 길을 택한 셈이다. 마지막으로 생태계 락인(lock-in) 전략도 분명하다. 브라우저 속에 AI 에이전트를 심어 두면, 사용자는 검색부터 업무 처리까지 자연스럽게 코멧을 떠나지 않게 된다. 결국 무료화는 단순한 가격 인하가 아니라, 사용자를 생태계 안에 오래 붙잡아 두기 위한 투자에 가깝다.

이런 맥락에서 코멧의 무료화는 업계 전체에 던지는 메시지가 있다. 지금 AI 브라우저 시장은 이미 치열한 경쟁 구도 속에 있다. 구글은 여전히 광고 기반 모델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방향성을 두고 고민하고 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코파일럿을 엣지와 오피스에 붙여 생산성 중심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브레이브와 오페라 같은 중견 브라우저들도 AI 요약 기능을 앞세워 틈새 시장을 노린다. 이런 흐름 속에서 코멧은 무료화를 앞세워 “브라우저 자체를 AI 에이전트처럼 재설계하겠다”는 도전장을 내민 셈이다.

코멧(Comet)의 과제

코멧의 무료화가 기대를 모으는 만큼, 풀어야 할 숙제도 만만치 않다. 보안 업체들은 이미 코멧이 피싱, 악성 코드 삽입, 프롬프트 인젝션 같은 공격에 취약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구조적으로 웹 콘텐츠를 AI가 직접 해석하고 실행하기 때문에, 작은 취약점 하나가 곧바로 심각한 보안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더불어 사용자의 데이터가 어디까지 활용되는지, AI의 판단을 어디까지 신뢰할 수 있는지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결국 코멧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능의 편리함 못지않게 보안과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럼에도 이번 무료화가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브라우저는 더 이상 단순히 인터넷을 보여주는 창이 아니다. 사용자의 곁에서 일까지 처리하는 AI 에이전트형 도구로 변모하고 있으며, 이 변화는 단순한 기능 업그레이드를 넘어 온라인 경험 전체를 재편할 수 있는 힘을 가진다. 앞으로 경쟁의 무게중심은 누가 더 많은 기능을 넣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환경 속에서 사용자와 생태계를 구축하느냐에 달려 있다. 퍼플렉시티의 이번 선택은 작은 가격 조정이 아니라, 인터넷 경험을 새롭게 다시 쓰려는 거대한 실험의 시작으로 읽힌다.

결국, 퍼플렉시티의 이번 결정은 단순한 가격 정책이 아니라, 인터넷 사용 방식을 근본부터 뒤흔들려는 대담한 실험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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