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애플, 이민세관단속국(ICE) 추적 앱 일제 퇴출

X 기자

metax@metax.kr | 2025-10-09 07:00:00

안전 우려와 표현 자유 논란 교차

미국에서 이민세관단속국(ICE)의 활동을 알리는 앱들이 애플과 구글 양대 앱스토어에서 일제히 사라지고 있다.

ICE 요원들의 활동 위치를 신고하거나 표시하는 ‘레드닷(Red Dot)’ 앱은 최근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동시에 삭제됐다. 이보다 앞서 애플은 ‘ICEBlock’이라는 유사 앱을 미국 법무부 요청에 따라 퇴출한 바 있다.

이번 조치로 이민 단속 활동을 알리는 앱 생태계 자체가 사실상 막힌 셈이다.

레드닷은 사용자가 주변에서 목격한 ICE 활동을 신고하고, 이를 지도에 표시해 지역사회와 공유할 수 있도록 만든 앱이다. 단순한 익명 제보에 그치지 않고, 여러 신뢰할 만한 출처에서 확인된 정보를 수집·종합해 표시한다는 점을 내세웠다.

개발자 측은 “ICE 요원이나 법 집행관 개인의 움직임을 추적하지 않으며, 괴롭힘이나 위해 행위를 결코 조장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재 앱스토어와 플레이스토어 양쪽에서 모두 내려간 상태다.

애플은 미국 법무장관 팸 본디(Pam Bondi)의 요청을 받은 뒤 ICEBlock을 삭제했다.

본디 장관은 폭스 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ICEBlock은 요원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앱”이라며, “법 집행관에 대한 폭력은 절대 용인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애플도 “법 집행 당국으로부터 전달받은 안전 위험 정보를 근거로 앱을 삭제했다”고 밝혔다.

구글은 별도의 공식 요청을 받지 않았음에도 비슷한 성격의 앱들을 자발적으로 퇴출했다.

구글은 “ICEBlock은 플레이스토어에 올라온 적이 없지만, 유사 앱들이 정책을 위반해 삭제됐다”며, “특히 사용자 생성 콘텐츠의 적절한 관리가 이뤄지지 않았고, 취약 집단의 위치를 공유하는 것은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앱 삭제 결정의 직접적 계기가 된 것은 지난 9월 24일 발생한 댈러스 ICE 수용시설 총격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ICE 수용자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했는데, 범인이 사건 직전 ICE 활동을 추적하는 앱을 사용해온 사실이 밝혀졌다.

FBI 관계자는 뉴욕타임스에 “범인이 ICE 요원 위치 앱을 지속적으로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 사건 이후, 앱이 실제 폭력 행위와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됐다.

이번 사건은 플랫폼 규제와 표현 자유라는 두 축이 충돌하는 지점을 드러낸다.

플랫폼 입장: 애플과 구글은 앱이 ‘공공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삭제를 정당화했다. 특히 사용자 생성 콘텐츠를 다루는 앱은 명확한 가이드라인과 모더레이션 체계를 갖추어야 하지만, 레드닷과 같은 앱은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시민사회 시각: 이민자 인권 단체들은 ICE 단속 활동을 투명하게 알리는 도구가 사라짐으로써, 지역사회 보호 장치가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추방 위기에 놓인 이민자들에게 단속 위치 공유는 생존에 직결된다는 입장이다.

법 집행 관점: 정부는 이러한 앱이 ICE 요원 개인을 위험에 노출시키고,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결국 앱이 가진 ‘정보 공유 도구’라는 기능이 ‘법 집행 방해 수단’으로 해석될 여지가 생긴 셈이다.
 
이번 사건은 빅테크 기업들이 ‘공공 안전 vs 표현의 자유’라는 이중 과제에 어떻게 균형을 잡을 것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앞으로 개발자들이 유사한 앱을 다시 출시하려면 ▲사용자 콘텐츠 관리 체계 강화 ▲정책상 허용 가능한 정보 범위 명확화 ▲폭력 조장과 무관함을 입증할 기술적 장치 등이 필수 요건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장기적으로는 이민·법 집행 활동에 대한 사회적 감시 기능이 어떻게 제도적으로 보완될 것인지가 쟁점이 될 것이다. 시민사회의 정보 접근권을 보장하면서도, 특정 집단이나 공무원의 안전을 해치지 않는 새로운 균형점을 찾는 것이 과제다.

 구글과 애플의 앱 삭제 결정은 단순한 스토어 운영 이슈를 넘어, 디지털 플랫폼이 사회적 갈등의 중재자로 서 있는 오늘날의 현실을 보여준다. ICE 단속 알림 앱은 이민자 인권 보호와 법 집행의 안전이라는 두 가치가 충돌하는 상징적 사례가 되었다. 앞으로 유사 서비스가 다시 등장하더라도, ‘안전’과 ‘자유’라는 두 축을 어떻게 조화시킬지가 핵심 시험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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