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주, 소셜미디어에 ‘경고문’ 의무화

이든 기자

metax@metax.kr | 2026-01-08 09:00:00

“담배처럼 위험을 알리라”… 알고리즘 책임을 묻는 첫 입법

미국 New York State가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핵심 설계 방식에 대해 처음으로 ‘경고 라벨’을 의무화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Kathy Hochul 주지사는 2025년 12월 26일, 청소년에게 중독적 사용을 유발할 수 있는 소셜미디어 기능에 정신건강 경고 표시를 의무화하는 법안(S4505/A5346)에 서명했다.

이번 입법의 의미는 단순한 이용자 보호 조치를 넘어선다. 뉴욕주는 알고리즘 기반 체류 시간 설계 자체를 공중보건 위험 요소로 규정하며, 플랫폼 설계에 대한 책임을 명시적으로 묻는 길을 택했다. 이는 주 단위 입법으로는 처음 시도되는 접근이다.

이 법이 규제 대상으로 삼는 것은 소셜미디어에 게시되는 콘텐츠가 아니다. 규제의 초점은 플랫폼이 채택해온 기능적 설계다. 뉴욕주는 무한 스크롤, 자동 재생, 중독적 피드와 같이 사용 시간을 자연스럽게 늘리도록 설계된 기능을 ‘청소년에게 해로운 요소’로 명시했다. 이러한 기능을 제공하는 플랫폼은 청소년 이용자가 해당 기능을 처음 사용하거나 일정 시간 이상 지속적으로 사용할 경우, 정신건강 위험을 알리는 경고 문구를 표시해야 한다.

특히 이 경고는 형식적 고지에 그치지 않는다. 사용자가 건너뛸 수 없고, 클릭해 닫을 수도 없으며, 반복 사용 시 주기적으로 다시 노출된다. 즉, 한 번 읽고 지나치는 안내문이 아니라, 사용 경험 자체에 개입하는 장치로 설계됐다.

뉴욕주가 이처럼 강경한 방식을 택한 배경에는 청소년 정신건강에 대한 축적된 연구 결과가 있다. 주 정부가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하루 3시간 이상 소셜미디어를 사용하는 청소년은 불안과 우울 위험이 크게 높아지며, 상당수 청소년이 소셜미디어가 자신의 외모 인식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주목할 점은 뉴욕주의 문제 인식이다. 주 정부는 이를 개인의 자기 통제 실패가 아니라, 오래 머물도록 설계된 환경의 결과로 규정했다. 즉, 청소년이 스스로 멈추지 못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멈추기 어렵게 만든 구조가 문제라는 판단이다. 이 논리는 담배나 알코올, 고당분 식품에 경고 문구를 부착하는 공중보건 논리와 맞닿아 있다.

이번 법은 기존의 소셜미디어 규제와도 결이 다르다. 그동안 규제 논의는 주로 콘텐츠 검열, 연령 확인, 개인정보 보호에 집중돼 왔다. 그러나 뉴욕주는 알고리즘의 내부 작동 방식을 공개하라고 요구하지도, 특정 콘텐츠를 삭제하라고 명령하지도 않았다. 대신 “이 기능이 중독성과 정신건강 위험을 가진다는 사실을 이용자에게 명확히 알렸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는 규제의 초점을 표현의 자유 영역에서 설계 책임 영역으로 이동시킨다. 플랫폼 입장에서는 가장 방어하기 어려운 지점이다. 무엇을 보여주지 말라는 요구가 아니라, 자신들이 만든 구조의 위험성을 인정하라는 요구이기 때문이다.

이번 입법이 산업에 던지는 메시지도 분명하다. 사용자 경험(UX)은 더 이상 중립적인 디자인 선택이 아니라, 법적 책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참여도와 편의성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돼 온 무한 스크롤과 자동 재생은, 뉴욕주 법안에서는 체류 시간 극대화를 위한 ‘포식적 설계’로 규정됐다.

이러한 변화는 다른 주와 국가로 확산될 가능성을 안고 있다. 미국 내 유사 입법 논의, 글로벌 플랫폼의 청소년용 UX 분리 설계, 알고리즘 기반 광고 모델에 대한 재검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 사회에도 이 법은 낯설지 않은 질문을 던진다. 청소년 스마트폰 과의존과 SNS 기반 불안 문제를 논의하면서, 우리는 여전히 사용 시간 제한이나 부모 책임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경우가 많다. 뉴욕주 법은 질문을 바꾼다. 아이들이 왜 스스로 멈추기 어려운지, 그리고 그 구조를 만든 쪽의 책임은 어디까지인지 묻는다.

뉴욕주의 이번 입법은 소셜미디어를 금지하지 않는다. 대신 위험을 위험으로 부르라고 요구한다. 이는 규제의 종착점이 아니라, 새로운 기준의 시작에 가깝다. 담배에 경고 문구가 붙었을 때 산업과 인식이 변했듯, 뉴욕주는 이제 알고리즘에도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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