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2026년 신년사…“판을 바꿔야 산다”
이든 기자
metax@metax.kr | 2026-01-03 10:06:24
스테이블코인까지 ‘설계자 전략’ 강조
하나금융그룹의 함영주 회장이 2일 2026년 신년사를 통해 인공지능(AI)과 디지털 전환, 자본시장 중심의 구조 변화 속에서 금융 패러다임의 근본적 전환을 촉구했다. 함 회장은 “미봉책으로는 다가오는 변화의 격랑을 견딜 수 없다”며, 기존 틀을 보완하는 수준을 넘어 ‘판 자체를 바꾸는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함 회장은 먼저 금융 환경의 급격한 변화를 짚었다. 빅테크 기업들의 대규모 AI 투자, 예금에서 자본시장 상품으로 이동하는 머니무브, 소비자 보호 규제 강화, 디지털 격차로 인한 금융 접근성 문제 등을 열거하며, 전통적인 은행 중심 모델이 구조적 한계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과거의 성과와 현재의 규모가 내일의 생존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위기의식을 분명히 했다.
신년사 중반부에서는 은행과 비은행 부문 모두를 향한 경고가 이어졌다. 은행 부문에 대해서는 가계대출 성장 여력의 한계, IRP 등 자금의 증권사 이동, 신규 금융상품의 등장으로 경쟁 환경이 한층 복잡해졌다고 지적했다. 비은행 부문에 대해서는 시장 환경이 우호적인데도 성과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며, 보다 강한 실행력과 책임 있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함 회장은 이에 대한 해법으로 자산관리 역량의 질적 고도화, IB·기업금융 부문의 심사와 리스크 관리 혁신을 제시했다. 또한 불완전판매와 보이스피싱을 사전에 차단하는 예방 중심의 소비자 보호 체계 강화, 취약계층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는 포용 금융 확대를 그룹 차원의 핵심 과제로 강조했다.
이번 신년사에서 특히 눈길을 끈 대목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언급이다. 함 회장은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네트워크 효과로 승자독식이 예상되는 영역”으로 규정하며, 단순한 발행 주체나 참여자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발행–유통–사용–환류로 이어지는 완결형 생태계를 주도적으로 설계하고, AI 기술과의 결합, 외환·통화 정책과의 공조, 국내외 파트너십을 통해 디지털 금융의 새로운 규칙을 만드는 주체로 도약해야 한다는 메시지다.
올해 마무리되는 청라 그룹 헤드쿼터 이전 역시 전략적 전환의 축으로 제시됐다. 함 회장은 청라 사옥을 단순한 공간 이전이 아닌, 열린 협업과 디지털 인프라가 결합된 새로운 일하는 방식의 상징으로 규정했다. 동시에 이전 과정에서 내부통제와 리스크 관리, 비용 통제를 철저히 해 영업력 공백이나 사고를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함 회장은 신년사를 마무리하며 “2026년을 하나금융그룹의 새로운 100년을 여는 출발점으로 만들자”고 말했다. AI·디지털 전환을 생존 과제로 인식하고, 은행과 비은행 전반의 근본적 혁신을 실행하며, 스테이블코인과 같은 신시장에서는 ‘설계자’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이번 메시지는, 하나금융이 기존 금융그룹의 틀을 넘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려는지를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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