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택시에 ‘말하는 AI’가 온다면

이든 기자

metax@metax.kr | 2026-01-15 09:00:00

앱 코드서 1,200줄 ‘AI 비서 시스템 프롬프트’ 포착
공조·조명·음악 제어까지 설계
“운전은 ‘웨이모 드라이버’, 대화는 ‘제미나이’로 철저 분리

구글의 자율주행 자회사 Waymo가 로보택시 탑승 경험에 생성형 AI를 결합하는 실험을 진행 중인 정황이 포착됐다. 보안·리버스엔지니어링 분야로 알려진 Jane Manchun Wong은 웨이모 모바일 앱 코드를 분석한 결과, 내부 문서로 보이는 ‘Waymo Ride Assistant Meta-Prompt’ 전문을 확인했다고 공개했다. 문서는 1,200줄이 넘는 분량으로, 차량 내 AI가 무엇을 말할 수 있고 무엇을 절대 말해서는 안 되는지를 극도로 세밀하게 규정하고 있었다.

이번 정황은 아직 UI나 상용화 일정이 확인되지 않은 단계에서 드러난 것이다. 그럼에도 업계의 관심이 쏠린 이유는 명확하다. 이 문서가 다루는 핵심은 기능 확장이 아니라, 로보택시 환경에서 AI의 언어가 책임과 어떻게 연결되는가라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문서에서 가장 강하게 반복되는 원칙은 ‘책임의 분리’다. 운전과 관련된 모든 판단과 주행 행위는 자율주행 시스템인 Waymo Driver가 전담하며, 생성형 AI인 Gemini는 어디까지나 동승자 보조(co-passenger assistant)로 정의된다. 제미나이는 결코 ‘운전의 주체’로 말해서는 안 되며, “내가 속도를 줄일게”나 “경로를 바꿔볼게” 같은 표현은 언어 차원에서 명시적으로 금지된다.

이는 말투를 다듬는 수준의 문제가 아니다. 사고 발생 시 책임 주체가 누구인지 혼동될 여지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설계다. 자율주행 논쟁의 중심이 기술 성능에서 법적·사회적 책임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상징하는 대목이다.

흥미로운 점은 제미나이의 허용 기능이 생각보다 좁다는 것이다. 문서에 따르면 AI는 공조(HVAC), 실내 조명, 음악 재생, 목적지·위치 정보 안내, 고객지원 연결 등 탑승 편의에 한정된 역할만 수행할 수 있다. 반대로 주행 경로 변경, 속도 조절, 주행 스타일 조언, 결제·구매 처리, 민감 개인정보 수집, 안전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발언은 모두 금지 대상이다.

이 문서에서 더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것은 ‘할 수 있는 일’보다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이는 차량 내 AI가 친절해질수록 사용자가 그 권한을 과대 해석할 위험이 커진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웨이모는 편의성보다 오해 방지를 우선하는 쪽을 선택한 셈이다.

로보택시 환경에 대한 현실 인식도 곳곳에 반영돼 있다. 프롬프트는 차량 내 상호작용을 “오디오 중심”으로 규정하며, 응답 길이를 1~3문장으로 제한한다. 불안이나 흥분을 유발할 수 있는 표현은 피하도록 강제되고, 모호한 요청이 들어올 경우 장황한 설명 대신 의도를 추정한 뒤 닫힌 질문으로 확인(guess & confirm)하는 방식을 권장한다. 이동 중 상황에서는 길고 복잡한 대화가 오히려 신뢰를 해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 문서가 주목받는 진짜 이유는 제미나이의 언어 능력이 아니다. 핵심은 모델의 행동을 얼마나 촘촘하게 통제하고 있는가에 있다. 이는 차량 내 AI가 더 이상 단순한 인터페이스가 아니라, 공공 공간에서 작동하는 준공공 시스템으로 인식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로보택시 경쟁의 다음 단계는 더 잘 달리는 기술이 아니라, 얼마나 오해 없이 말하고 책임선을 명확히 유지하는가로 이동하고 있다.

현재 웨이모는 이 코드 분석에 대해 “탑승 경험을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기능을 실험 중”이라는 원론적 입장만을 내놓았다. 공개 빌드에 UI가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상용화 여부를 단정하기는 이르다. 그럼에도 분명한 방향성은 읽힌다. 웨이모가 준비하는 차량 내 AI는 ‘똑똑한 비서’가 아니라, 책임을 아는 동승자라는 점이다.

자율주행의 신뢰는 더 이상 센서와 알고리즘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무엇을 말하지 않는지까지 설계하는 것, 바로 그 언어의 경계가 이제 로보택시의 핵심 스펙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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