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는 왜 팟캐스트에 베팅하는가
이든 기자
metax@metax.kr | 2025-12-26 09:00:12
‘영상이 필수인가’라는 근본적 질문
[메타X(MetaX)] “낮 시간대 TV 토크쇼의 자리를 노린다”
사람들이 팟캐스트를 들을 때 가장 먼저 켜는 앱은 아직까지 넷플릭스가 아니다. 그러나 이 공식은 머지않아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Netflix가 팟캐스트를 차세대 핵심 콘텐츠로 삼고 본격적인 공세에 나섰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최근 iHeartMedia, Barstool Sports와 계약을 체결해 일부 인기 팟캐스트의 비디오 독점 권리를 확보했다. 여기에 더해 Spotify와도 유사한 계약을 맺었으며, SiriusXM과의 협상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포맷 확장이 아니라, 넷플릭스의 콘텐츠 전략 전환으로 읽힌다. 업계에서는 이번 움직임의 1차적 겨냥점이 YouTube라는 데 큰 이견이 없다.
유튜브가 장악한 ‘거실의 시간’
유튜브가 공개한 수치는 넷플릭스의 위기감을 설명해준다. 2025년 기준, TV와 같은 거실 기기에서 소비된 팟캐스트 시청 시간은 월 7억 시간에 달한다. 이는 전년 대비 약 75% 증가한 수치다.
엔터테인먼트 전문 변호사이자 전 스포티파이 팟캐스트 사업 총괄이었던 매튜 다이사트는 “사람들이 전통적인 TV 시청에 쓰는 시간이 줄고, 유튜브에서 저비용·저제작 콘텐츠를 소비하는 시간이 늘고 있다”며 “이는 장기적으로 넷플릭스에 구조적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즉, 넷플릭스가 팟캐스트를 끌어안는 이유는 명확하다. 사람들이 TV를 켜 놓는 ‘배경 시간’을 되찾기 위해서다.
팟캐스터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그러나 창작자들의 시선은 복잡하다. 일부 팟캐스터들은 넷플릭스의 전략을 이해하면서도, 비디오 팟캐스트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보인다. 또 다른 이들은 이번 움직임이 새로운 ‘팟캐스트 버블’을 만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팟캐스터 로널드 영 주니어는 “넷플릭스는 결국 ‘콘텐츠의 왕’이 되기 위해 유튜브를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다”며 “사람들은 이미 비디오 팟캐스트를 적극적으로 ‘본다기보다 틀어놓고 듣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소비 방식이 과거 ESPN이 스포츠 토크쇼로 구축해온 모델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영상이 필수인가’라는 근본적 질문
독립 팟캐스터 마이크 슈버트와 세쿼이아 시몬은 올해 새 팟캐스트 〈Professional Talkers〉를 시작하며, 업계 분위기에 맞춰 영상 중심 제작을 시도했다. 그러나 결과는 기대와 달랐다.
슈버트는 “오디오만 공개한 에피소드와 조회 수 차이가 거의 없었다”며 “굳이 영상에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입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다. 오랜 기간 오디오 중심으로 형성된 청취자층은 영상에 큰 가치를 두지 않았다는 것이다.
영 주니어 역시 비슷한 결론에 도달했다. 그는 “내가 방향을 바꾼다면, 그건 청취자가 아니라 광고주나 플랫폼을 위한 선택”이라며 “모두가 영상이 미래라고 말하지만, 정작 그 미래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했다.
그럼에도 ‘보는 팟캐스트’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영상 팟캐스트를 원하는 소비층은 분명 존재한다. 특히 ‘배경 콘텐츠’로서의 수요는 꾸준히 증가 중이다.
TWiT.tv에서 15년 이상 비디오 팟캐스트를 제작해온 미카 서전트는 “많은 청취자들이 힘든 시기나 이동 중에 우리 방송을 틀어놓았다고 말한다”며 “팟캐스트는 시간을 채워주는 콘텐츠”라고 설명했다.
그는 “넷플릭스 입장에서는 전통 드라마보다 더 오랜 시간 스트리밍을 차지하는 콘텐츠를 확보할 기회”라며 “그 시간을 팟캐스트가 대신할 수 있다면 충분히 매력적인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팟캐스트’라는 말의 의미는 이미 흐려졌다
이 논쟁의 중심에는 하나의 질문이 있다. 팟캐스트란 무엇인가.
팟캐스터 에릭 실버는 “지금의 팟캐스트는 너무 포괄적인 단어가 됐다”며 “대화형 쇼부터 NPR 스타일의 정교한 오디오 다큐멘터리까지 모두 팟캐스트라 불린다”고 말했다. NPR식 오디오 스토리텔링은 영상으로 쉽게 대체될 수 없는 영역이라는 점도 지적된다.
독립 창작자들이 넷플릭스와 스포티파이의 행보를 경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과거 스포티파이가 대규모 인수로 산업을 급격히 키웠다가, 이후 구조조정과 스튜디오 폐쇄로 ‘팟캐스트 침체론’을 불러온 기억이 아직 생생하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의 계산된 접근
다만 넷플릭스의 행보는 스포티파이와는 다르다는 평가도 있다. 스포티파이는 조 로건과 같은 최상위 크리에이터에게 수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안기며 시장 가격을 왜곡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비해 넷플릭스는 현재까지 개별 크리에이터가 아닌 미디어 기업 중심으로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영 주니어는 이를 두고 “넷플릭스는 훨씬 계산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매튜 다이사트는 “넷플릭스와 스포티파이 모두 글로벌 플랫폼의 입장에서는 감당 가능한 비용으로 새로운 가치 제안을 실험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그 돈은 창작자 생태계에서는 산업 전체를 흔들 만큼 큰 신호”라고 말했다.
그는 넷플릭스가 결국 9자리 수(억 달러 단위) 계약을 체결할 유명 팟캐스터를 찾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낮 시간대 TV의 자리를 대체할 것인가
넷플릭스의 전략이 성공한다면, 문화적 변화도 뒤따를 수 있다. 과거 낮 시간대 TV에서는 토크쇼와 소프 오페라가 흘러나왔고, 이후에는 시트콤 재방송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이제 그 빈자리를 팟캐스트가 채울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카 서전트는 “예전에는 어머니가 집안일을 하며 드라마를 틀어두셨고, 나는 〈The Office〉를 배경처럼 틀어놓곤 했다”며 “이제 사람들은 팟캐스트를 그렇게 소비한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그 공간을 넷플릭스가 차지할 수 있다면, 넷플릭스에겐 분명한 승리”라고 덧붙였다.
팟캐스트를 둘러싼 넷플릭스의 베팅은 아직 진행 중이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넷플릭스는 더 이상 ‘밤에 집중해 보는 드라마 플랫폼’에 머무르려 하지 않는다. 그들이 노리는 것은, 하루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흘러가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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