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 라이선스 전면 개정으로 통제 기준 재정립한 애플

이든 기자

metax@metax.kr | 2025-12-24 11:00:03

음성 AI·프라이버시·대체 유통까지

[메타X(MetaX)] Apple이 자사 개발자 생태계의 근간이 되는 Apple Developer Program License Agreement를 개정했다. 애플은 12월 17일(현지시간), 새로운 기능 도입과 정책 변화, 해석상의 혼선을 줄이기 위한 목적에서 라이선스 약관을 수정했다고 공지했다.

이번 개정은 단순한 문구 수정이 아니다. 음성 기반 AI 앱, 개인정보 처리, 네트워크 인프라 접근, 일본 시장의 대체 유통·결제, 그리고 수수료 및 소비자 보호 규정까지 포함하면서, 애플이 앞으로 어떤 앱을 허용하고 어떤 영역을 엄격히 관리할 것인지를 비교적 명확히 드러낸다.

① 음성 AI 앱, ‘기술’보다 ‘통제 방식’을 먼저 규정하다

개정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섹션 3.3.3(J)다. 이 조항은 아이폰의 사이드 버튼을 활용한 음성 기반 대화형 앱의 출시 요건을 명시했다.

이는 음성 AI와 대화형 인터페이스가 빠르게 확산되는 상황에서, 애플이 iOS의 물리적 입력 수단(버튼)을 사용하는 앱에 대해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설정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동안 음성 앱은 Siri와 서드파티 앱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번 조항은 애플이 OS 핵심 인터페이스와 유사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앱에 대해, 기능뿐 아니라 접근 방식까지 관리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② 녹음·프라이버시 조항 명문화… “AI 학습”을 둘러싼 경계선

섹션 3.3.3(A)에서는 녹음과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요구사항이 보다 구체적으로 명시됐다. 이는 음성 AI, 상담형 앱, 헬스·교육 앱 등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음성 데이터 수집과 활용을 염두에 둔 조치다.

애플은 기존에도 개인정보 보호를 핵심 가치로 내세워 왔지만, 이번 개정은 “녹음이 언제, 어떤 조건에서 허용되는가”를 라이선스 차원에서 보다 명확히 한 점이 특징이다. 이는 단순한 사용자 동의 문제를 넘어, AI 모델 학습과 데이터 저장 방식까지 포함하는 해석 여지를 남긴다.

③ 연령·주제 API 명확화… 콘텐츠 분류의 기준을 고도화하다

정의(Definitions)와 섹션 3.3.3(P)에서는 Declared Age Range API, Significant App Topic Update API에 대한 사용 조건이 구체화됐다.

이는 앱이 다루는 연령대와 주요 주제 변경을 애플이 보다 정교하게 추적·관리하겠다는 의미다. 특히 아동·청소년 대상 콘텐츠, 민감 주제 앱, AI 기반 추천 서비스 등에서 콘텐츠의 성격 변화가 발생할 경우, 이를 명확히 선언하도록 요구하는 구조다.

애플이 앱을 단순한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사회적 영향력을 갖는 미디어 단위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④ Wi-Fi 인프라 접근 요건 명시… 플랫폼 권한의 재확인

섹션 3.3.8(J)에서는 Wi-Fi Infrastructure Framework 사용 요건이 명확히 규정됐다. 이 프레임워크는 네트워크 설정, 디바이스 간 연결 등 OS 핵심 영역과 맞닿아 있는 기능이다. 애플은 이 영역에 접근하는 앱에 대해 기술적 필요성과 사용 목적을 보다 엄격히 요구하고 있다. 이는 보안과 안정성을 이유로 한 조치이지만, 동시에 플랫폼 레벨 기능에 대한 접근 권한은 애플이 통제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⑤ 일본 시장 특례 조항… ‘대체 유통’의 조건을 분명히 하다

이번 개정에서 가장 지역적으로 중요한 변화는 첨부 문서 12(Attachment 12)다. 이 조항은 일본 iOS 앱을 대상으로 대체 앱 배포, 대체 결제 수단, 앱 외부 오퍼(out-of-app offers), Core Technology Commission(핵심 기술 수수료) 등에 대한 조건을 명시한다.

이는 일본 공정거래 당국의 압박과 규제 환경 변화에 대응한 조치로, 애플이 지역별로 다른 규칙을 공식 문서에 반영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다만 ‘대체’를 허용하되, 그 전제와 비용 구조를 명확히 규정함으로써 플랫폼 주도권은 유지하겠다는 애플의 태도 역시 분명히 드러난다.

⑥ 수수료 상계·환수 권한 명시… 재무 통제 강화

Schedules 2·3의 섹션 3.4에서는 애플이 개발자에게 지급하거나 청구할 금액에 대해 상계(offset) 또는 환수(recoup)할 수 있는 권리를 명확히 했다.

이는 단순한 회계 조항처럼 보이지만 환불, 벌금, 규정 위반에 따른 금액 조정 등이 발생했을 때 애플이 보다 적극적으로 재무적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⑦ 소비자 보호 조항 정비… 책임은 개발자에게 있다

마지막으로 Schedules 2·3의 섹션 5.4에서는 소비자 보호 관련 요구사항이 보다 명확히 정리됐다. 환불, 고지, 오해 소지 있는 표현 등에 대한 책임이 개발자에게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는 앱을 단순한 기능 제공물이 아니라, 소비자 거래의 주체로 명확히 규정하려는 흐름으로 해석된다.

애플은 ‘허용’보다 ‘조건’을 정교화하고 있다

이번 라이선스 개정에서 애플은 새로운 기능을 대대적으로 개방하지 않았다. 대신, 무엇을 할 수 있는지보다 어떤 조건에서만 가능한지를 촘촘히 규정했다. 음성 AI, 개인정보, 네트워크, 결제, 유통, 소비자 보호까지 이번 개정은 애플이 플랫폼을 느슨하게 풀기보다는, 규칙을 세분화해 통제력을 유지하는 방향을 선택했음을 보여준다.

개발자에게 이번 개정은 선택이 아니다. 업데이트된 약관을 검토하고 동의하지 않으면, 애플 생태계에 남을 수 없다. 이 점에서 이번 라이선스 개정은 단순한 공지가 아니라, 애플 플랫폼의 다음 단계를 예고하는 정책 문서라고 할 수 있다.

[ⓒ META-X.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