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트럼프 행정부, ‘온실가스 위해성 판단’ 폐기 선언

이든 기자

metax@metax.kr | 2026-02-19 07:00:00

규제 철폐인가, 또 하나의 법정 공방인가

[메타X(MetaX)]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2009년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확정한 ‘온실가스 위해성 판단(Endangerment Finding)’을 폐기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현지 시각 2026년 2월 12일, 트럼프 대통령은 리 젤딘 EPA 청장과 함께 백악관에서 해당 방침을 발표하며 이를 “미 역사상 최대 규모의 규제 완화”라고 규정했다.

다만 이번 발표가 즉시 법적 효력을 갖는 최종 폐기 조치인지, 아니면 규칙제정 절차 개시를 알리는 정치적 선언인지는 향후 연방관보(Federal Register) 공고와 행정 절차에 따라 판단될 사안이다.

이른바 ‘위해성 판단’은 2009년 오바마 행정부 시절 EPA가 내린 과학적·행정적 결론이다. 당시 EPA는 이산화탄소(CO₂), 메탄(CH₄), 아산화질소(N₂O), HFCs, PFCs, SF₆ 등 6개 온실가스의 현재 및 미래 농도가 공중보건과 복지를 위협한다고 판단했고, 신규 자동차 및 엔진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해당 오염에 기여한다고 확정했다.

이 판단은 「청정대기법(Clean Air Act)」 제202(a)조에 근거하며, 직접적인 규제를 부과한 조치는 아니었다. 그러나 이 결론이 존재했기 때문에 자동차 온실가스 배출 기준과 연비 기준(CAFE), 발전소 규제 등 연방 차원의 기후 정책이 법적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말하자면, 미국 기후 규제 체계의 ‘법적 기둥’에 해당한다.

이번에 트럼프 행정부가 제시한 논리는 세 갈래로 정리된다.

첫째는 경제적 부담 완화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판단이 자동차 산업을 위축시키고 소비자 가격을 상승시켰다고 주장하며, 규제 폐기를 통해 약 1조3천억 달러 규모의 규제 비용 절감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둘째는 법 해석의 전환이다. EPA는 새 해석에서 「청정대기법」이 본래 지역적·국소적 대기오염을 다루기 위한 법이며, 전 지구적 기후 변화 문제까지 포괄하도록 확장 해석한 것은 입법 취지를 벗어난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는 2007년 연방대법원의 Massachusetts v. EPA 판결이 인정한 온실가스의 ‘대기오염물질’ 지위를 사실상 재해석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셋째는 후속 규제 철회다. 행정부는 2012년 이후 적용된 차량 온실가스 기준과 연비 규제를 종료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이 역시 별도의 행정 절차와 소송을 거쳐야 실제 효력이 발생한다.

핵심 쟁점은 ‘정치적 선언’과 ‘법적 효력’의 구분이다.

대통령 발표가 곧바로 법적 효력을 발생시키는 것은 아니다. 위해성 판단은 2012년 D.C. 항소법원에서 유지 판결을 받았고, 2022년 재심 청구도 기각됐다. 연방 법원이 이미 과학적 근거와 행정 절차의 적법성을 확인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행정부가 이를 일방적으로 뒤집을 경우 또 다른 대규모 행정·사법 공방이 불가피하다. 실제로 캘리포니아를 포함한 다수 주 정부와 환경단체는 즉각 소송 제기를 예고하고 있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환경 규제 완화 논쟁을 넘어선다. 이는 기후 정책의 법적 권한이 어디까지 행정부에 위임돼 있는지, 그리고 기존 대법원 판례를 행정부 해석만으로 재구성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과학적 합의의 문제라기보다는 권한의 범위와 해석을 둘러싼 헌법적 갈등에 가깝다. 지지론자들은 이를 산업 경쟁력 회복과 에너지 주권 강화의 조치로 평가하는 반면, 비판론자들은 과학적 합의에 대한 정치적 개입이자 국제 기후 책임의 후퇴로 본다.

국제적 파장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은 세계 2위 온실가스 배출국이며, 연방 규제 방향은 글로벌 자동차·에너지 산업의 투자 전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위해성 판단이 실제로 철회되거나 효력이 약화될 경우, 전기차 전환 속도와 탄소중립 투자 흐름, 파리협정 체제 내 미국의 신뢰도에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반대로 법원이 기존 판단을 재확인할 경우, 행정부와 사법부 간 갈등이 재점화될 가능성도 있다.

결국 이번 발표는 기후 규제의 즉각적 종결을 의미하기보다는, 또 하나의 중대한 법정 공방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에 가깝다. 위해성 판단은 대법원 판례, 과학적 기록, 행정 절차가 얽혀 있는 구조적 토대다. 그것이 실제로 무너질 것인지, 아니면 정치적 선언에 그칠 것인지는 연방법원의 판단에 달려 있다. 미국 기후정책의 향방은 다시 한 번 사법부의 손에 넘어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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