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는 왜 빌보드를 떠났나
이든 기자
metax@metax.kr | 2025-12-30 09:00:57
음악 가치 산정의 분기점
[메타X(MetaX)] YouTube가 미국 Billboard 차트에서 자사 데이터를 철수하기로 한 결정은 단순한 항의나 협상 결렬이 아니다. 이는 스트리밍 시대에 음악의 가치를 무엇으로 측정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양측이 전혀 다른 답을 내놓았기 때문에 발생한 구조적 충돌이다.
유튜브는 2026년 1월 16일 이후 빌보드의 미국 음악 차트에 더 이상 재생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는다. 이 결정의 직접적인 배경에는 빌보드가 최근 단행한 차트 산정 공식 변경이 있다. 빌보드는 스트리밍이 음악 산업 수익의 중심이 된 현실을 반영하기 위해, 유료 구독 기반 온디맨드 스트리밍에 더 높은 가중치를 부여하고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은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빌보드의 논리는 분명하다. 차트는 단순한 인기 순위가 아니라, 음악 산업의 경제적 현실을 반영해야 하며, 실제로 돈이 흐르는 소비 형태에 더 큰 비중을 두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주장이다. 스트리밍이 주된 수익원이 된 상황에서, 유료 구독은 음악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그러나 유튜브는 이 논리에 정면으로 반발했다. 유튜브의 시각에서 보면, 스트리밍이라는 동일한 소비 행위를 다시 유료와 무료로 나눠 위계를 매기는 것 자체가 오늘날의 음악 소비 현실을 왜곡한다. 음악을 듣는 방식은 이미 구독 여부와 무관하게 스트리밍으로 수렴했고, 팬의 참여는 결제 방식이 아니라 재생이라는 행동 자체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유튜브는 특히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이 많은 글로벌 시장과 신흥 아티스트, 젊은 이용자층의 소비 패턴이 구조적으로 저평가될 위험을 지적한다. 빌보드가 ‘스트리밍 시대’를 말하면서도, 그 안에서 다시 ‘더 가치 있는 스트리밍’과 ‘덜 가치 있는 스트리밍’을 구분하는 순간, 음악 소비의 다양성과 확산력을 제대로 포착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이다.
흥미로운 점은 양측 모두 같은 현실 변화를 근거로 삼고 있다는 사실이다. 빌보드는 스트리밍 수익의 중요성을 이유로 유료 스트리밍에 무게를 두고, 유튜브는 스트리밍의 보편화를 이유로 무료와 유료를 구분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같은 변화를 보고도, 한쪽은 ‘수익’을 기준으로 삼았고 다른 한쪽은 ‘참여’를 기준으로 삼았다. 이 기준의 차이가 결국 결별로 이어졌다.
유튜브가 ‘조정’이 아니라 ‘이탈’을 선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유튜브는 빌보드와의 협력이 단기간의 관계가 아니었으며, 오랜 기간 차트 산정 방식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져 왔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유튜브가 요구한 수준의 공식 변화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판단했고, 불리한 기준 안에 머무르기보다는 그 기준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는 길을 택했다.
이번 결정으로 빌보드 차트는 세계 최대 음악 소비 플랫폼 중 하나의 데이터를 잃게 됐다. 이는 차트가 포착하는 음악 소비의 범위가 그만큼 좁아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공식 뮤직비디오, 라이브 스트리밍, 팬 기반 영상 콘텐츠 등 영상 중심의 음악 소비가 차트 밖으로 밀려나면서, 빌보드는 점점 구독형 오디오 스트리밍 중심 지표로 성격이 고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결국 이번 충돌은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유튜브의 데이터 철수는 협상 전략이 아니라 가치 선언에 가깝다. 음악의 인기는 돈의 크기가 아니라,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얼마나 자주 참여했는지로 측정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대로 빌보드는 차트가 음악 산업의 경제적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는 기존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유튜브가 빠진 자리는 비어 있지만, 그 질문은 이제 음악 산업 전체에 남아 있다. 스트리밍 시대의 차트는 수익을 대표해야 하는가, 아니면 참여를 대표해야 하는가. 이 충돌은 당분간 쉽게 봉합되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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