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AI·반도체·양자컴퓨팅을 하나로 묶다
이든 기자
metax@metax.kr | 2025-12-30 13:00:12
[메타X(MetaX)] Amazon이 인공지능(AI), 맞춤형 반도체, 양자컴퓨팅을 하나의 리더십 아래 통합하는 대규모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Andy Jassy 최고경영자(CEO)는 2025년 12월 17일 임직원에게 공유한 메시지를 통해, 이들 기술이 “미래 고객 경험의 분기점(inflection point)에 도달했다”고 평가하며 통합 조직 신설을 공식화했다.
이번 개편은 연구 조직의 단순한 합병이 아니다. 아마존이 AI 경쟁을 개별 모델의 성능 경쟁이 아니라, 플랫폼 전체를 어떻게 최적화하느냐의 문제로 재정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기술 단위가 아니라 고객 경험 단위로 조직과 전략을 재편하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새 조직은 아마존의 대규모 AI 파운데이션 모델인 Nova와 AGI 연구, 클라우드 전용 실리콘인 Graviton·Trainium·Nitro, 그리고 장기 연구 영역인 양자컴퓨팅까지 포괄한다. 지금까지 각 기술은 서로 다른 조직과 목표 아래 발전해 왔지만, 이제는 하나의 설계 철학과 의사결정 체계로 묶이게 된다.
재시 CEO가 강조한 핵심은 ‘통합’이다. 그는 AI 모델의 발전 속도, 전용 칩의 성숙도, 양자컴퓨팅의 연구 진전이 더 이상 분리된 궤도로 움직이지 않는 시점에 도달했다고 판단했다. 모델을 따로 만들고, 칩을 따로 설계한 뒤 인프라를 맞추는 방식으로는 더 이상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인식이다. 아마존은 이 세 요소를 동시에 설계·운영함으로써 성능 대비 비용(price-performance)에서 구조적 우위를 확보하려 한다.
통합 조직의 수장으로 낙점된 인물은 Peter DeSantis다. 데산티스는 27년 이상 아마존에 몸담아온 베테랑으로, AWS 인프라의 기초를 사실상 설계한 인물로 평가된다. 그는 2006년 EC2 출범을 주도했고, 이후 스토리지·네트워킹·로드밸런싱 등 클라우드의 기본 구성 요소를 구축했다. 특히 2015년 아나푸르나 랩스 인수를 통해 AWS의 맞춤형 실리콘 전략을 본격화한 장본인이다. 오늘날 Graviton과 Trainium으로 이어지는 칩 전략은 외부 반도체 의존도를 낮추고 비용 구조를 재설계하는 핵심 자산이 됐다.
현재 AWS 인프라는 전 세계 38개 리전과 120개 가용영역(AZ)으로 확장돼 있다. 재시 CEO가 데산티스를 직속으로 두겠다고 밝힌 것은, 이 통합 조직이 단순한 연구 부문이 아니라 아마존의 차세대 핵심 엔진임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AGI 내 프런티어 모델 연구는 Pieter Abbeel이 이끈다. 아비엘은 로보틱스와 강화학습 분야의 세계적 연구자로, 로보틱스 파운데이션 모델을 상용화한 코버리언트의 공동창업자이기도 하다. 이는 아마존이 텍스트·이미지 생성에 머무르지 않고, 로보틱스와 물리적 세계로 확장되는 AI를 염두에 두고 있음을 시사한다. 물류와 창고 자동화, 로봇 운영 경험과 프런티어 모델 연구가 결합될 경우, AI의 적용 범위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넘어 실물 경제 전반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개편으로 기존 AWS 운영 조직이 해체되는 것은 아니다. 유틸리티 컴퓨팅과 서비스 운영을 담당하던 리더십은 유지되며, 세부 구조는 Matt Garman이 후속 공지를 통해 설명할 예정이다. 다만 전략적 무게중심은 분명히 이동했다. 아마존은 이제 AI를 수많은 서비스 중 하나가 아니라, 칩 설계부터 데이터센터 운영, 장기 연구까지 관통하는 중심축으로 재정의하고 있다.
지난 2년간 아마존 노바 및 AGI 조직을 이끌어온 Rohit Prasad의 연말 퇴임 역시 상징적이다. 프라사드는 알렉사 초기부터 참여해 다수의 파운데이션 모델을 구축하고 기업 고객 기반을 확장하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이번 조직 개편은 모델 중심 리더십에서 플랫폼 통합 리더십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개별 모델 성과보다, 모델·칩·인프라를 동시에 이해하고 운영할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해졌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이번 개편은 아마존이 정의한 AI 경쟁의 본질을 명확히 보여준다. 아마존에게 AI 주도권이란 가장 뛰어난 모델을 가장 먼저 공개하는 것이 아니다. 전용 칩으로 비용을 통제하고, 클라우드 인프라로 확장성을 확보하며, 장기 연구로 다음 세대를 준비하는 수직 통합형 플랫폼 최적화가 핵심이다. 이는 GPU 의존도가 높은 경쟁사들과는 다른 선택이다.
재시 CEO가 언급한 ‘분기점’은 과장이 아니다. AI, 반도체, 양자컴퓨팅이 각자의 트랙으로 존재하던 시대는 저물고 있다. 아마존은 이 세 가지를 하나의 엔진으로 묶어, 향후 10년의 고객 경험을 설계하려 한다. 이번 조직 개편은 인사 뉴스가 아니라, 아마존이 미래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에 대한 방향 선언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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