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 이후, 다시 쌓는 감각의 건축...전시 《Re-Build》

이든 기자

metax@metax.kr | 2026-04-28 13:57:24

감정·기술·존재를 분해하고 재구성하는 세 작가의 실험
인터랙티브 미디어와 회화, 공간 연출 통한 ‘불안과 해소’의 구조 체험
[MetaX(메타엑스)] 해체 이후, 다시 쌓는 감각의 건축...전시 《Re-Build》

[MetaX(메타엑스)] 전시 《Re-Build》가 감정과 존재의 구조를 해체하고 다시 쌓는 과정을 통해 관람객에게 새로운 감각적 경험을 제시한다. 이번 전시는 세 명의 작가가 각자의 방식으로 감정, 관계, 기억, 그리고 자기 자신을 분해하고, 그 조각들을 재조합하는 과정을 담아낸 것이 특징이다. 해체는 단순한 파괴가 아니라, 기존 구조를 이해하기 위한 과정이라는 점에서 이번 전시는 ‘과정의 전시’로 읽힌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각기 다른 매체와 접근 방식을 통해 인간 내면의 복합적인 감정 구조를 드러낸다. 특히 인터랙티브 미디어와 물리적 설치, 회화, 공간 연출이 결합되며 관람객은 단순한 감상이 아닌 ‘참여’를 통해 작품을 경험하게 된다.

먼저 미디어 아티스트 박수진은 기술과 예술의 융합을 통해 감정의 구조를 시각화한다. 그의 대표작 〈증식〉은 관객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추적해 가상의 의자가 끊임없이 늘어나는 인터랙티브 설치 작품이다. 관람객이 움직이거나 손을 뻗는 순간, 하나의 오브젝트는 둘이 되고 둘은 넷이 되는 방식으로 증식하며, 이러한 구조는 ‘걱정이 걱정을 낳는 과정’을 직관적으로 드러낸다. 작품은 Unity 엔진을 기반으로 구현되어 물리적 공간과 디지털 환경이 중첩되는 경험을 제공한다.

또 다른 작품 〈고민, 불안, 그리고 해소〉에서는 Arduino 기반 인터페이스를 활용해 관람객의 물리적 행위와 감정의 흐름을 연결한다. 관람객이 버튼을 누르면 불안을 상징하는 오브제들이 낙하하고, 일정 수준 이상 쌓이면 다시 상승하며 사라지는 구조를 통해 감정의 표출과 해소 과정을 체험적으로 구현한다. 이어지는 회화 연작 〈무게 I·II·III〉에서는 비어 있는 의자라는 상징을 통해 보이지 않는 감정의 무게와 그 안에서 자라나는 희망을 표현하며, 인터랙티브 작업과 대비되는 정적인 서사를 구축한다.

디자이너이자 미디어 아티스트 곽동준은 개인과 외부의 관계를 탐구하며 감정의 반복 구조를 물리적 시스템으로 드러낸다. 작품 〈Can Turn Off the Lights…or an Urn〉은 버튼을 누르면 빛과 소리가 사라지지만 동시에 다른 반응이 발생하는 구조를 통해 문제 해결의 행위가 실제로는 반복을 지속시키는 과정임을 보여준다. 이 작품은 아두이노 기반 회로를 통해 구현되며, 관람객의 행위가 시스템 내부의 순환을 유지하는 트리거로 작동한다는 점에서 현대인의 감정 구조를 은유한다.

또한 〈천간(The Sky and the Ground)〉에서는 관람객의 생년월일과 시간 데이터를 입력받아 오행의 균형을 시각적으로 재구성한다. 해당 작업은 웹 기반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구현되며, 개인의 데이터가 알고리즘을 거쳐 시각적 형태로 변환되는 과정을 통해 ‘보이지 않는 질서’를 드러낸다. 이는 디지털 기술을 통해 운명과 선택의 관계를 재해석하는 시도로 평가된다.

미술감독으로 활동 중인 새봄은 공간과 조명을 통해 감정의 치유 과정을 시각화한다. 그의 작업은 신체의 움직임과 공간의 흔적을 빛으로 번역하며, 특히 ‘상처’를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형태로 전환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조명은 단순한 연출 요소를 넘어 감정의 흐름을 재구성하는 장치로 작용하며, 관람객은 공간 속에서 빛을 경험하는 과정 자체를 통해 감정의 변화를 체감하게 된다.

《Re-Build》는 이처럼 감정의 증식, 반복, 전환이라는 세 가지 구조를 통해 인간 내면을 다층적으로 탐구한다. 기술 기반 인터랙티브 미디어와 전통적 회화, 그리고 공간 연출이 결합된 이번 전시는 동시대 예술이 감정과 존재를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주목된다.

특히 관람객의 참여를 통해 작품이 완성되는 구조는 예술의 역할을 ‘감상의 대상’에서 ‘경험의 과정’으로 확장시키며, 전시를 하나의 체험적 플랫폼으로 기능하게 만든다. 이는 향후 미디어아트와 인터랙티브 전시 시장에서의 확장 가능성 또한 시사하는 지점이다.

결국 《Re-Build》는 단순한 전시를 넘어, 우리가 가진 감정과 존재의 구조를 다시 질문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 질문은 관람객에게 되돌아온다. 지금 우리는 어떤 구조 위에 서 있으며, 그것을 다시 쌓을 수 있는가라는 물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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