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리뷰] 유아도 ‘디지털 시민’이다… 한국 교육의 구조적 공백

이든 기자

metax@metax.kr | 2026-04-06 09:00:03

핀란드·캐나다·호주, 유아부터 시민 역량 교육
한국은 여전히 ‘기기 사용 교육’에 머물러
강은진, 김아미, 이지은. (2022). 핀란드·캐나다·호주 유아교육과정의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 요소 탐색. 한국아동학회지, 43(4), 525–537.

[메타X(MetaX)]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는 더 이상 선택적 역량이 아니라 민주 시민성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강은진·김아미·이지은(2022)의 연구에 따르면, 핀란드, 캐나다, 호주 등 주요 국가는 유아기부터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를 체계적으로 교육하고 있는 반면, 한국의 누리과정은 해당 개념 자체가 구조적으로 부재한 상태로 분석됐다.

본 연구는 핀란드, 캐나다(온타리오), 호주의 유아교육과정을 비교 분석하여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의 교육 기대, 구조, 내용 요소를 도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 교육과정 개편 방향을 제시한다. 연구는 실험이나 설문이 아닌 국가 수준 교육과정 문서를 기반으로 한 구조 분석 접근을 취했으며, 전 생애 미디어 리터러시 정책을 운영하는 국가들을 대상으로 삼았다. 핵심 연구 질문은 유아를 어떤 존재로 전제하는지, 그리고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가 어떤 구성 요소로 설계되어 있는지에 집중된다.

연구가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전환은 리터러시 개념의 변화다. 기존의 리터러시가 읽기와 쓰기 중심의 기능적 능력이었다면, 현재의 리터러시는 비판, 생산, 참여, 윤리를 포함하는 행위 기반 역량으로 확장된다. 이는 디지털 리터러시를 단순한 기술 활용 능력이 아닌 사회적 상호작용 능력으로 재정의하는 흐름이다.

해외 사례는 이 전환을 명확히 반영하고 있다. 세 국가 모두 유아를 디지털 환경의 보호 대상이 아닌 ‘참여자’로 정의하며, 디지털·미디어 리터러시를 핵심 교육 역량으로 설정하고 있다. 또한 안전 교육 역시 단순한 규범 전달이 아니라 참여 기반 능력으로 확장되어 있으며, 다양한 미디어 경험을 통해 능동적 학습을 유도하고 있다.

국가별 접근 방식에는 차이가 있지만 방향성은 일치한다. 핀란드는 전 사회를 대상으로 하는 미디어 리터러시 체계를 구축하고 유아기부터 이를 포함시키며 시민성 중심 교육을 강조한다. 캐나다는 미디어 리터러시를 일상적 역량으로 정의하고 비판적 사고 능력 함양에 초점을 맞춘다. 호주는 ICT 활용과 표현을 중심으로 실천적 역량을 강화하는 데 집중한다. 이들 국가는 공통적으로 유아에게 ‘능동적 디지털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교육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구조적 공백이 확인된다. 연구에 따르면 한국 누리과정에는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 요소가 명시적으로 포함되어 있지 않으며, 개념·구조·역량 설계 모두에서 부재 상태를 보인다. 이는 단순한 교육 내용 부족을 넘어, 디지털 리터러시 자체가 교육과정에 반영되지 않은 ‘리터러시 없는 디지털 교육’ 상태로 해석된다.

이러한 격차의 본질은 기술이 아니라 교육 철학의 차이에 있다. 해외는 유아를 ‘참여하는 시민’으로 전제하고 역량 중심 교육을 설계하는 반면, 한국은 ‘보호 대상 사용자’로 규정하고 내용 중심 접근을 유지하고 있다. 디지털을 사회적 환경으로 인식하는가, 단순 도구로 보는가에 따라 교육의 방향이 근본적으로 달라진다.

학술적으로 이 연구는 유아 디지털 리터러시를 정책 수준에서 구조적으로 분석하고, ‘교육 기대–구조–내용’이라는 분석 틀을 제시함으로써 향후 연구의 기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다만 실증적 효과 검증이 부족하고, 비교 대상 국가가 제한적이며, 문화적 맥락에 대한 분석이 충분하지 않다는 한계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가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디지털 리터러시는 초등교육 이후에 형성되는 부가 역량이 아니라, 유아기부터 구축되어야 하는 핵심 기반 역량이다. AI 시대에는 정보의 진위를 판단하고, 비판적으로 사고하며, 디지털 환경에서 윤리적으로 참여하는 능력이 필수로 요구된다.

결국 이 연구는 교육의 본질에 대한 질문으로 귀결된다. 우리는 아이를 단순한 사용자로 키울 것인가, 아니면 디지털 사회를 살아가는 시민으로 키울 것인가. 한국 교육이 여전히 ‘바르게 사용하라’는 규범에 머무르는 동안, 세계는 이미 ‘함께 살아가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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