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리뷰] 문화예술 종사자의 인공지능 수용

류성훈 기자

ryunow@metax.kr | 2025-12-24 15:16:35

지각된 위험성은 사용 의도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유희성은 혁신저항을 낮추거나 수용의도를 직접 높이지는 못했다.

[메타X(MetaX)] 인공지능은 문화예술 분야에서 창작의 한계를 넓히고 혁신적 영감을 불어넣는 강력한 도구인 동시에, 저작권 문제나 인간 고유의 영역 침범이라는 윤리적 우려와 심리적 불안감을 야기하는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소개하는 논문들은 이러한 이중적 딜레마에 놓인 문화예술 종사자들이 인공지능 기술을 어떻게 인식하고 수용하는지에 대해 심도 있는 이론적 틀과 실증적 통찰을 제공한다. 특히 기술수용모델(TAM)을 확장하여 창작 과정에서의 유희성과 정서적 신뢰가 기술 수용을 촉진하는 반면, 혁신저항과 같은 심리적 장벽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규명함으로써, 예술과 기술의 공존을 위한 실질적인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문화예술 종사자의 인공지능 기술 수용 의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에 대한 연구, 박상욱·조희영, 2024.


예술 현장의 우려와 정책적 지원의 필요성

본 연구는 인공지능이 예술 작품을 생성하거나 조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저작권 문제와 윤리적 이슈가 중요한 쟁점으로 부상하면서 시작되었다. 이러한 문제들로 인해 다수의 관련 산업 종사자들과 예술가들은 인공지능의 발전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견지하고 있으며, 이는 문화예술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논의되는 핵심 문제이다. 그러나 금융, 농업, 교통 등 전 산업 분야로 인공지능 기술이 빠르게 확산하며 기회와 위험이 공존하는 현 상황에서, 예술가와 문화기관 등 이해관계자들이 인공지능을 어떻게 수용하고 변화를 겪는지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가 시급해졌다. 따라서 본 연구는 문화산업 종사자들과 예술가들이 인공지능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는지를 실증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인공지능이 만든 문화생태계 속에서 인간 예술가의 역할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며 구체적인 지원 및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기초 자료를 확보하고자 수행되었다. 즉,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종사자들의 인식과 태도를 파악함으로써 실효성 있는 정책 수립의 근거를 마련하고자 하는 것이다.

기술수용모형(TAM)과 통합기술수용이론(UTAUT)의 적용

그림. 연구모형

연구진은 문화예술 종사자들의 인공지능 수용 태도를 규명하기 위해 기술수용모형(TAM)과 통합기술수용이론(UTAUT)을 이론적 틀로 선택하였다. TAM은 지각된 유용성과 사용 용이성이라는 개념을 통해 사용자가 새로운 기술을 수용하려는 태도와 행동 의도를 설명하는 데 유용한 모델이며, UTAUT는 정보기술 수용과 관련된 여러 이론을 통합하여 높은 설득력을 지닌 모델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본 연구는 이러한 이론적 배경을 바탕으로 선행연구들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기존 연구들이 인공지능 스피커, 스마트폰, 핀테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소비자의 혁신성, 신뢰도, 쾌락적 동기 등이 기술 수용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온 흐름을 이어받아, 이를 문화예술 분야로 확장 적용했다. 특히 선행 연구에서 개인적 특성(혁신적 성향, 자기효능감)과 서비스 특성이 지각된 용이성 및 유용성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 착안하여, 문화예술 종사자들에게도 동일한 메커니즘이 작용하는지를 검증하고자 연구 모형을 설계하였다.

인공지능 수용의 핵심 요인과 정책적 함의

그림. 주요 변인간 상관관계 기반한 연구가설 검증 결과


그림. 지각된 용이성 기반 개인 특성과 사용의도 사이 매개효과

데이터 수집은 수도권 거주 문화예술 및 콘텐츠 분야 창작자와 관련 산업 종사자 125명을 대상으로 진행되었으며, 응답자의 81.6%가 인공지능 사용 경험이 있고 주로 30~50대의 연령층으로 구성되었다. 연구 분석 결과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지점은 '지각된 용이성'과 '지각된 유용성'의 매개 효과이다. 분석 결과, 인공지능 서비스가 쉽고(용이성) 쓸모 있다(유용성)고 느껴질 때, 혁신적이고 효능감이 높은 개인적 특성을 가진 종사자일수록 사용 의도가 강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흥미롭게도 지각된 위험성은 사용 의도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아 가설이 기각되었다. 이는 문화예술 종사자들이 인공지능의 위험성보다는 유용성과 편리함을 느낄 때 사용 의도가 촉진된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 논문은 그동안 논의만 무성했던 문화예술인의 인공지능 수용 태도를 100명 이상의 실증 데이터를 통해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연극인들의 인공지능 기술 채택에서 유희성과 혁신저항간의 상호작용 연구, 신보현·전종우,2025.



유희성과 예술인의 인공지능 태도 형성 배경

이 논문은 연극인을 중심으로 예술 종사자가 인공지능 기술을 어떻게 인식하고 받아들이는지를 유희성이라는 감성적 요인을 통해 탐색한다. 공연예술 분야에서 인공지능은 무대 연출, 디자인, 데이터 분석 등 창작의 효율을 높이는 도구로 확장되어 왔지만, 동시에 예술의 본질과 인간 창의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불안도 함께 생성해 왔다. 이러한 맥락에서 유희성은 기술을 ‘효율적인 도구’ 이전에 ‘즐거운 경험’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핵심 요인으로 자리한다. 논문은 예술인이 인공지능을 놀이적·실험적 대상으로 경험할 때 기술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이 줄어들고, 태도 형성 과정에서 보다 개방적인 시각이 가능해진다는 점에 주목한다. 즉 유희성은 예술인의 인공지능 태도에서 기술과 감성, 도구성과 창작성이 만나는 접점에 위치한다 .

 혁신저항과 기술수용 이론 속 유희성의 위치

연구는 기술수용모형(TAM)을 확장해 혁신저항, 기술 태도, 유희성을 핵심 이론 변수로 설정한다. 혁신저항은 기존 창작 관행과 가치 체계를 유지하려는 심리적·기능적 장벽으로, 공연예술처럼 인간의 감성과 전통이 중시되는 영역에서 특히 강하게 나타난다. 기존 TAM이 유용성과 사용 용이성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 논문은 예술 분야의 특수성을 고려해 감성적 변수인 유희성을 도입한다. 유희성은 기술 사용 과정에서 느끼는 즐거움과 만족감으로 정의되며, 기술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해보고 싶은 것’으로 전환시키는 역할을 한다. 다만 연구 결과를 전제로 볼 때, 유희성은 혁신저항 자체를 직접적으로 약화시키기보다는 기술에 대한 태도를 우회적으로 개선하는 변수로 기능한다는 점에서, 감성 요인의 역할을 보다 정교하게 재위치시킨다.

  유희성: 혁신저항을 낮추지 못하지만 기술태도를 향상. 

그림. 최종모델 그림. 측정항목과 통계치.

본 연구는 배우와 제작 스태프를 포함한 연극 종사자 197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하고 구조방정식모형을 통해 분석을 진행했다. 분석 결과에서 가장 주목할 지점은 혁신저항이 기술 태도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만 수용의도에는 직접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점이다. 반면 기술 태도는 수용의도에 강한 긍정적 영향을 미쳤고, 유희성은 기술 태도를 유의미하게 향상시키는 변수로 작동했다. 그러나 유희성은 혁신저항을 낮추거나 수용의도를 직접 높이지는 못했다. 이는 예술인의 인공지능 수용에서 ‘재미있다’는 감각만으로 기술 채택이 이루어지지 않으며, 실질적 유용성과 창작 환경과의 조화가 함께 요구된다는 것을 시사한다. 

[METAX = 류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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