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리뷰]4세대 K-POP 팬덤, 진화하는 ‘밈(Meme)’의 생존 전략

류성훈 기자

ryunow@metax.kr | 2026-04-01 09:00:00

팬덤은 원본을 지키는 집단이 아니라 원본을 바꾸는 집단이다
굿즈와 챌린지는 유행이 아니라 산업의 구조가 되었다

[메타X(MetaX)]K-POP은 이제 단순한 음악 장르를 넘어 하나의 거대한 산업 생태계로 자리 잡았다. 2020년 기준 팬덤 경제 시장 규모가 약 7조 9천억 원에 달한다는 수치는 이를 뒷받침하는 강력한 증거다. 송미진과 박범근의 연구인 ‘4세대 K-POP 팬덤의 소비 문화에 대한 고찰’은 이러한 현상을 리처드 도킨스의 ‘밈(Meme)’ 이론 렌즈로 분석한다. 이 논문은 K-POP 콘텐츠가 디지털 환경 속에서 어떻게 스스로를 복제하고 변형하며, 변화하는 사회에 적응하여 살아남는지에 대한 진화론적 통찰을 제공한다. 

그림. 리차드 고킨슨의 연구에서 나타나는 밈의 특성


4세대 K-POP 팬덤의 소비 문화에 대한 고찰 - 리처드 도킨슨의 밈 이론을 중심으로-

송미진, 박법근, 2025


굿즈와 생일카페는 왜 단순한 소비가 아닌가
리처드 도킨스가 말한 밈의 핵심은 복제력이다. 연구자는 4세대 팬덤의 소비 문화 중 굿즈와 생일 카페, 포토카드를 이 복제력의 대표 사례로 꼽는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굿즈가 팬덤 내부의 전유물을 넘어 일반 대중의 일상으로 침투하며 생명력을 확장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NCT나 블랙핑크가 스타벅스와 협업한 사례나 뉴진스의 LG 그램 에디션이 출시 6분 만에 200대 완판된 사례는 아이돌 IP(지식재산권)가 실용적인 생활용품과 결합해 얼마나 강력한 복제력을 발휘하는지 보여준다.

그림. 생일 카페 내부의 모습

팬들이 자발적으로 여는 생일 카페와 ‘예절샷’ 문화 역시 밈적 복제의 전형이다. 팬들은 아이돌의 사진과 로고를 활용해 카페 공간을 재구성하고, 이를 다시 SNS에 공유하며 디지털 콘텐츠로 무한 복제한다. 특히 포토카드를 음식과 함께 찍는 ‘예절샷’은 단순한 인증을 넘어 팬들 사이의 놀이이자 규칙으로 정착되었으며, 이는 밈이 본래의 의미를 유지하면서도 다양한 맥락으로 확산되는 과정을 실증한다. 팬들은 이제 콘텐츠의 수용자를 넘어 아이돌 이미지를 자율적으로 확산시키는 전파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림. 예절샷의 실제 모습

변이와 창조, 플랫폼 앨범과 응원봉의 재구성
밈은 환경에 맞춰 자신을 변형시키는 ‘변이력’을 가질 때 더 오래 살아남는다. 연구자는 4세대 팬덤이 기존 콘텐츠를 어떻게 창의적으로 변조하는지에 주목한다. 가장 눈에 띄는 수치는 앨범 소비 방식의 변화다. 예스24의 매출 자료에 따르면, 플랫폼 기반 앨범 판매 비중은 2021년 4.2%에서 2022년 64.2%로 단 1년 만에 폭발적으로 급증했다. 이는 CD라는 물리적 매체가 사라지는 환경에서 QR 코드나 NFC 키링 형태의 ‘플랫폼 앨범’으로 밈이 성공적으로 변이했음을 의미한다.

그림. 에스파 CD플레이어 앨범

응원봉의 용도 변화 역시 독특한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본래 공연용 도구였던 응원봉은 팬들의 개성에 따라 인형으로 꾸며지거나 외관이 변형되며 ‘커스텀 굿즈’로 재탄생한다. 더 나아가 2024년 12월 집회 현장에서 응원봉이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연대의 도구로 사용된 사례는 밈이 정치적·사회적 맥락과 결합해 전혀 다른 차원으로 진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오해원의 "외모체크" 발언처럼 영상 콘텐츠의 특정 장면이 탈맥락화되어 일상의 유희적 밈으로 소비되는 현상은 팬들이 원본 콘텐츠의 의미를 재창조하는 ‘공동 제작자’임을 시사한다.

적응과 생존, 챌린지의 제도화와 세대 간 융합
마지막으로 밈의 ‘적응력’은 K-POP 산업이 변화하는 기술 환경에 대처하는 방식에서 극명하게 나타난다. 연구자는 챌린지 문화의 변화 과정을 통해 이를 설명한다. 초기 챌린지가 팬들의 자발적인 변형 놀이였다면, 현재는 기획 단계부터 챌린지 형식을 고려하는 마케팅 전략으로 제도화되었다. 2024년 멜론 연간 차트 상위 20위 곡 중 절반인 10곡이 챌린지를 통해 확산되었다는 분석은 챌린지가 이제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적응 기제가 되었음을 증명한다. 로제의 ‘APT.’가 한국의 술자리 게임을 모티브로 글로벌 챌린지 열풍을 일으키며 빌보드 차트 2위에 오른 것은 밈의 적응력이 극대화된 사례다.

흥미로운 발견 중 하나는 팬덤의 연령층이 확대되며 나타나는 ‘세대 간 문화 공유’다. 과거의 팬 활동이 특정 세대의 전유물이었다면, 이제는 초등학생 자녀와 부모가 함께 콘서트에 참여하며 동일한 문화를 소비한다. SM엔터테인먼트가 H.O.T의 강타와 NCT DREAM을 연결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X세대와 MZ세대를 융합한 사례는 K-POP이라는 밈이 세대를 넘나들며 생존력을 강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4세대 팬덤 문화는 기술적 진보와 사회적 변화 속에서 스스로를 복제, 변형, 적응시키며 끊임없이 진화하는 ‘살아있는 생태계’인 셈이다.

이 연구는 K-POP 팬덤을 단순한 소비 집단이 아닌, 문화적 생명력을 유지하고 진화시키는 주체적 동력으로 바라보게 한다. 팬덤의 모든 활동은 곧 K-POP이라는 밈이 글로벌 시장에서 도태되지 않고 살아남기 위한 고도의 생존 전략이다. K-POP의 지속 가능한 영향력은 바로 이러한 팬덤의 능동적인 밈적 실천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이 논문은 제시하고 있다

[METAX = 류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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