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는 AI 기업이 아니라 ‘AI 시대의 IP 기업’이 되려 한다
이든 기자
metax@metax.kr | 2026-05-15 11:00:00
AI는 창작자를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IP 확장과 제작 효율을 높이는 ‘창의성 증폭기’로 정의
[메타X(MetaX)] 소니가 2026년 경영전략 설명회에서 AI 시대의 엔터테인먼트 전략을 공개했다. 핵심은 분명하다. 소니는 AI를 단순한 비용 절감 도구로 보지 않는다. 게임, 음악, 영화, 애니메이션, 이미지센서, 스포츠 기술을 하나의 창작 생태계로 묶고, AI를 그 생태계의 생산성과 표현력을 확장하는 기술로 배치하고 있다.
소니그룹 CEO 히로키 토토키는 이번 발표에서 장기 비전인 Creative Entertainment Vision을 다시 강조했다. 이 비전은 물리적 현실과 가상 현실이 겹치는 다층적 세계를 매끄럽게 연결하고, 창의성과 기술을 통해 무한한 감동을 전달한다는 방향성을 담고 있다.
이번 발표의 가장 중요한 문장은 따로 있다. “Human creativity must remain at the center.” 즉, 인간의 창의성이 중심에 남아야 한다는 선언이다. 소니는 AI를 예술가나 창작자의 대체물이 아니라, 인간 상상력을 증폭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촉매로 규정했다.
소니의 2026 경영전략, 중심축은 엔터테인먼트와 AI
소니는 2026년 5월 8일 ‘Corporate Strategy & Earnings Announcement Presentation’을 통해 현재 중기계획의 마지막 해를 맞아 사업 방향과 우선순위를 설명했다. 발표자는 소니그룹 CEO 히로키 토토키와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 CEO 히데아키 니시노였다.
이번 발표에서 소니는 자신들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엔터테인먼트, IP, 콘텐츠 제작 기술 중심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게임&네트워크서비스, 음악, 영화·TV, 애니메이션, 이미지센서, 스포츠 기술이 하나의 전략적 구조 안에서 연결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수치도 의미 있다. 소니는 게임, 음악, 영화 등 엔터테인먼트 사업이 그룹 연결 매출의 약 67%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FY2012 당시 약 30% 수준이었던 엔터테인먼트 비중이 크게 확대된 것이다.
즉 소니는 더 이상 전통적인 전자제품 기업으로만 설명하기 어렵다. 지금의 소니는 하드웨어, 콘텐츠, IP, 플랫폼, 제작기술을 함께 보유한 종합 엔터테인먼트 테크 기업에 가깝다.
PlayStation: 1억2500만 월간 이용자를 가진 엔터테인먼트 플랫폼
소니 전략의 첫 번째 축은 PlayStation이다. 발표 자료에 따르면 PlayStation 플랫폼은 2026년 3월 말 기준 전 세계 월간 활성 이용자 1억2500만 명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PlayStation이 단순한 게임 콘솔이 아니라 거대한 네트워크 플랫폼이 됐다는 의미다. 사용자는 특정 기기를 사는 데 그치지 않고, 온라인 서비스, 게임 커뮤니티, 구독, 디지털 상점, IP 기반 콘텐츠 생태계 안에 머문다.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 CEO 히데아키 니시노는 PlayStation의 목표를 “최고의 놀이 공간이자 최고의 퍼블리싱 파트너”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AI는 이 목표를 강화하는 도구로 제시됐다. 이용자에게는 더 몰입감 있는 경험을 제공하고, 퍼블리셔에게는 더 효율적인 제작 환경과 더 나은 발견 경험을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여기서 핵심은 발견이다. AI가 콘텐츠 제작 장벽을 낮추면 게임의 양과 다양성은 늘어난다. 하지만 콘텐츠가 많아질수록 이용자는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더 어려워진다. 소니는 이 상황에서 플랫폼의 역할이 더 중요해진다고 본다. 좋은 콘텐츠를 적절한 이용자에게 연결하는 추천과 개인화가 플랫폼 가치의 핵심이 된다는 판단이다.
AI와 게임 제작: 반복 작업은 줄이고, 세계관 창작에 집중한다
소니가 제시한 AI 활용 사례 중 가장 구체적인 영역은 게임 제작이다.
소니는 게임 개발 현장에서 반복적인 워크플로를 자동화하고,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생산성을 높이며, QA, 3D 모델링, 애니메이션을 가속화하는 AI 도구를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표 사례로는 Mockingbird라는 내부 도구가 언급됐다. 이 도구는 퍼포먼스 캡처 데이터를 바탕으로 3D 얼굴 모델을 빠르게 애니메이션화한다. 기존에는 몇 시간이 걸리던 작업을 초 단위보다 더 짧은 시간에 처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사례는 머리카락 애니메이션이다. 머리카락은 수많은 가닥을 만들어야 해 노동집약적인 작업이다. 소니는 실제 헤어스타일 영상을 바탕으로 AI 도구가 수백 개의 머리카락 가닥이 모델링된 3D 결과물을 출력하도록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사례들은 AI가 창작자의 자리를 빼앗는 방식이 아니라, 창작자가 반복적이고 소모적인 작업에서 벗어나 더 큰 세계관과 게임 경험에 집중하도록 돕는 방식으로 설계됐다는 점을 보여준다.
즉 소니의 AI 전략은 “AI가 게임을 만든다”가 아니다. 보다 정확히는 “AI가 창작자의 손을 덜어주고, 인간이 세계와 감정을 설계한다”에 가깝다.
Gran Turismo Sophy와 AI NPC: 게임 경험 자체도 바뀐다
AI는 제작 과정만 바꾸는 것이 아니다. 게임 경험 자체도 바꾼다.
소니는 Gran Turismo Sophy를 예로 들었다. GT Sophy는 딥러닝 강화학습으로 훈련된 AI 레이싱 에이전트로, 최상위 드라이버와 경쟁하며 게임플레이 수준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또한 소니는 각자의 성격을 가진 NPC가 살아 있는 동적 세계를 만드는 프로토타입도 언급했다. 이는 게임 속 캐릭터가 고정된 대사와 스크립트에 묶이지 않고, 플레이어와 상호작용하며 더 풍부한 세계를 구성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만 소니는 이 지점에서도 인간 창작자의 역할이 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게임의 비전, 디자인, 감정적 충격은 여전히 스튜디오와 퍼포머의 재능에서 나온다는 입장이다. AI는 이를 보조하고 확장하는 도구로 자리매김한다.
플랫폼 비즈니스: AI는 추천뿐 아니라 매출 최적화에도 쓰인다
소니는 AI가 이미 PlayStation 플랫폼 비즈니스 안에서 실질적 성과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발표에 따르면 지난 3년 동안 AI 기반 도구가 결제 네트워크에서 거래를 효율적으로 라우팅해 7억 달러 이상의 증분 매출을 창출했다.
이는 매우 중요한 대목이다. AI가 단순히 창작 보조나 콘텐츠 추천에만 쓰이는 것이 아니라, 플랫폼의 상거래 구조 자체를 최적화하고 있다는 뜻이다.
소니는 앞으로 AI가 이용자에게 다음에 즐길 게임뿐 아니라, 다음 게임플레이 순간, 구독, 액세서리, 머천다이즈까지 개인의 열정과 취향에 맞게 제안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PlayStation은 게임 콘솔이 아니라, 이용자별로 최적화된 커머스와 콘텐츠 경험을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AI는 그 플랫폼의 보이지 않는 운영체제 역할을 하게 된다.
음악과 AI: 권리 보호와 AI 콘텐츠 라벨링이 핵심
소니뮤직의 AI 전략은 창작 지원과 함께 지식재산권 보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소니는 음악 영역에서 AI 기업들이 지식재산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으며, 새로운 제품을 위해 라이선스 협상을 원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파트너십은 소비자와 창작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사업 확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소니뮤직은 소비자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AI 콘텐츠 라벨링에 대한 산업 표준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AI 시대 콘텐츠 산업의 핵심 쟁점을 정확히 짚는다. AI 생성물이 늘어날수록 이용자는 무엇이 인간 창작물이고, 무엇이 AI 생성 또는 AI 보조 콘텐츠인지 알고 싶어 한다. 동시에 창작자는 자신의 작품이 AI 학습과 생성 과정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통제하고 보상받기를 원한다.
소니의 입장은 분명하다. AI는 활용하되, IP 권리는 보호해야 한다. 창작은 확장하되, 출처와 권리는 투명해야 한다.
애니메이션: 소니의 글로벌 IP 확장 전략
이번 발표에서 애니메이션은 소니의 핵심 성장 영역으로 명확히 제시됐다. 소니는 애니메이션이 여러 사업을 가로지르는 분야이며, Creative Entertainment Vision의 중요한 축이라고 밝혔다.
Crunchyroll의 성장도 구체적으로 언급됐다. 2026년 3월 말 기준 Crunchyroll은 전 세계 유료 가입자 2,100만 명 이상을 확보했고, 5만 편 이상의 에피소드 라이브러리를 보유하고 있으며, 13개 언어 자막 및 더빙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소니는 Bandai Namco Holdings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애니메이션 분야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애니메이션은 단순 영상 콘텐츠가 아니라 게임, 음악, 영화, 팬 커뮤니티, 굿즈, 이벤트, 글로벌 배급을 연결하는 IP 허브가 된다.
이는 소니가 왜 IP 기업으로 자신을 재정의하는지 보여준다. 하나의 애니메이션 IP는 영화가 되고, 게임이 되고, 음악이 되고, 팬 이벤트가 되고, 플랫폼 구독으로 확장된다. AI는 이 확장 과정에서 제작 속도, 번역·더빙, 팬 참여, 추천, 마케팅을 모두 가속할 수 있다.
이미지센서와 물리 AI: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넘어 ‘감각 기술’ 기업으로
소니 전략에서 흥미로운 또 하나의 축은 이미지센서다. 소니는 이미지센서를 현실 세계를 정확히 포착하는 “전자적 눈”으로 설명했다.
특히 소니는 TSMC와 차세대 이미지센서 개발 및 제조를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양사는 구마모토현 고시시에 새로 건설된 소니 팹에 개발 및 생산 라인을 구축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소니는 이 파트너십을 통해 자동차, 로보틱스 등 피지컬 AI 응용 영역의 새로운 기회를 탐색하겠다고 설명했다.
이 대목은 소니의 AI 전략이 콘텐츠 제작에만 머물지 않음을 보여준다. 현실 세계를 감지하는 센서, 그 데이터를 처리하는 AI, 그 결과를 엔터테인먼트·모빌리티·로보틱스 경험으로 연결하는 구조가 가능해진다.
즉 소니의 AI 전략은 가상공간과 현실공간을 함께 겨냥한다. 게임과 영화는 가상 세계를 만들고, 이미지센서는 현실 세계를 읽고, AI는 두 세계를 연결한다.
이는 소니가 말한 “물리적 현실과 가상 현실이 겹치는 다층적 세계”라는 비전과 맞닿아 있다.
Pixomondo, Bungie, Afeela의 의미
이번 발표는 낙관적 성장 이야기만 담고 있지 않다. 소니는 몇 가지 전략적 방향 전환도 공개했다.
첫째, Pixomondo 시각효과 사업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새로운 기술에 집중하기로 했다.
둘째, Bungie의 장기자산에 대해 손상차손을 인식하고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셋째, Honda의 EV 전략 재검토에 따라 Sony Honda Mobility의 Afeela 모델 개발 및 생산을 중단했다.
이 세 가지는 소니가 단순히 모든 영역을 확장하려는 것이 아니라, 성장성과 전략적 적합성을 기준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Afeela 중단은 상징적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소니의 모빌리티 진출은 큰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이번 발표에서 소니는 EV 자체보다 엔터테인먼트, IP, 제작기술, 이미지센서, AI 중심의 방향을 더 분명히 택한 것으로 보인다.
소니는 자동차를 직접 만드는 기업이 되기보다, 콘텐츠와 감각 기술, AI를 통해 미래 경험을 설계하는 기업으로 남으려는 선택을 한 셈이다.
AI 인프라 수요가 만든 메모리 부족과 공급망 불확실성
소니는 기술적·지정학적 혼란도 중요한 리스크로 언급했다. 특히 AI 인프라 수요 급증이 메모리 부족을 일으키고 있으며, 이 현상이 게임, 스마트폰, 노트북, 메모리카드 등 여러 산업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소니는 PlayStation을 담당하는 SIE가 현 회계연도 내 메모리 비용 증가의 부정적 영향을 통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후 수요 대응을 위해 공급업체와 협상 중이라고 밝혔다. I&SS 사업에서는 저가 스마트폰 시장이 메모리 비용 상승의 영향을 받지만, 고급 스마트폰 고객 기반과 수요는 견조하다고 설명했다.
이는 AI가 소니에게 기회이면서 동시에 비용 압력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AI는 콘텐츠 제작과 플랫폼 개인화를 강화하지만, AI 인프라 수요는 메모리 가격과 공급망을 압박한다. AI 시대의 기술기업은 AI를 활용하는 동시에 AI가 만든 공급망 충격도 관리해야 한다.
소니의 AI 철학은 ‘대체’가 아니라 ‘증폭’이다
이번 발표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AI에 대한 철학이다.
소니는 위대한 콘텐츠가 깊은 개인적 경험, 고유한 관점, 의미 있는 표현을 향한 강한 내적 동기에서 나온다고 설명했다. 팬들은 그런 이야기, 캐릭터, 세계관에서 깊은 감정적 연결을 느낀다. 그리고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은 언제나 인간이 만들고 사람이 즐길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AI 시대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반드시 답해야 할 질문에 대한 소니식 답변이다. AI가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만들고, 영상을 생성하고, 게임 캐릭터를 움직일 수 있다면 인간 창작자의 위치는 어디인가.
소니의 답은 명확하다. 창작의 중심은 인간이다. AI는 효율화 도구이자 상상력의 증폭기다. IP와 감정, 팬과의 연결은 여전히 인간 창작에서 출발한다.
이 관점은 메타X가 지속적으로 다뤄온 AI-인간 공동창작, 즉 AHCC 논의와도 맞닿아 있다. 앞으로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쟁점은 “AI가 창작자인가”가 아니라, “인간 창작자와 AI 도구가 어떤 협업 구조를 만들 것인가”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소니는 AI 기업이 아니라 ‘AI 시대의 IP 기업’이 되려 한다
소니의 2026년 전략 발표는 하나의 방향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소니는 AI 모델 기업이 되려는 것이 아니다. 클라우드 AI 인프라 기업이 되려는 것도 아니다. 소니가 겨냥하는 위치는 AI 시대의 IP·엔터테인먼트 플랫폼 기업이다.
게임에서는 PlayStation과 1억2500만 월간 이용자를 기반으로 AI 추천과 제작 효율을 강화한다. 음악에서는 IP 권리 보호와 AI 콘텐츠 라벨링 표준을 추진한다. 영화와 영상 제작에서는 AI로 제작 기간과 비용의 제약을 낮춘다. 애니메이션에서는 Crunchyroll과 글로벌 팬덤을 기반으로 IP 확장을 가속한다. 이미지센서에서는 현실 세계를 읽어내는 감각 기술을 바탕으로 피지컬 AI 시대를 준비한다.
소니의 전략은 결국 하나의 문장으로 압축된다.
AI는 창작자를 대체하지 않는다. 창작자가 더 큰 세계를 만들 수 있도록 돕는다.
이 선언은 단순한 윤리적 수사만은 아니다. 소니의 사업 구조와도 맞물린다. 소니가 가진 가장 강한 자산은 IP, 창작자, 팬덤, 플랫폼, 감각 기술이다. AI는 이 자산들을 더 빠르게 연결하고, 더 넓게 확장하고, 더 정교하게 개인화하는 도구가 된다.
따라서 이번 발표의 의미는 분명하다. AI 시대 엔터테인먼트의 승자는 AI만 잘 쓰는 기업이 아닐 수 있다. 오히려 인간 창의성, 강력한 IP, 글로벌 팬덤, 기술 인프라를 함께 가진 기업이 더 강해질 수 있다.
소니는 그 자리에 자신을 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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