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리뷰] 버추얼 아이돌 팬덤의 인정투쟁: <플레이브> 팬덤의 사례를 중심으로

류성훈 기자

ryunow@metax.kr | 2026-04-02 09:00:00

핵심은 “버추얼 혐오”보다 “오타쿠 혐오”에 있다.
팬덤을 태우는 팬덤

 [메타X(MetaX)]버추얼 아이돌 그룹 <플레이브>의 등장은 한국 대중음악계와 팬덤 지형에 작지 않은 균열을 일으켰다. 이들은 2024년 더현대서울 팝업 행사에서 한 달간 10만 명의 방문객과 7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경제적 성공을 증명했지만, 그 이면에는 기존 K-POP 팬덤과의 치열한 '인정투쟁'이 자리하고 있었다. 장서홍과 박지훈의 연구 <버추얼 아이돌 팬덤의 인정투쟁: <플레이브> 팬덤의 사례를 중심으로>는 이들이 겪는 갈등이 취향의 차이를 넘어, 사회적 위계와 정체성 부정에 맞선 투쟁임을 심층 인터뷰와 에스노그래피를 통해 분석한다.


버추얼 아이돌 팬덤의 인정투쟁: <플레이브> 팬덤의 사례를 중심으로

장서홍, 박지훈, 2025


실제와 가상의 경계에서 시작된 '진짜' 논쟁
<플레이브>는 아바타 뒤에 실재하는 연기자(본체)가 존재하는 버추얼 스트리머 유형의 아이돌이다. 팬들은 이들의 외형이 아닌 본체의 음악적 역량과 인간적 매력에 집중하며 이들을 '실제 아이돌'로 인지하지만, 외부의 시선은 차갑다. 특히 2023년 신인상 후보 거론 당시, 기존 아이돌 팬덤은 "화면 속 그림일 뿐"이라며 <플레이브>를 동등한 경쟁 상대로 인정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연구자는 이러한 배척의 근거로 우리 사회에 만연한 '오타쿠 혐오'가 동원되고 있음에 주목한다. 기존 팬덤은 <플레이브> 팬들을 '빠순이'가 아닌 '2D 오타쿠'로 명명함으로써 자신들보다 열등한 위계에 가두고, 주류 K-POP 영역에서 밀어내려 시도했다.

그림. 인터뷰 일부

인정받기 위한 몸부림, K-POP 문법의 이식
무시와 모욕을 경험한 <플레이브> 팬덤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인정받기 위해 강력한 집단적 대응을 시작했다. 이들은 "전기 끊으면 사라지는 존재"라는 조롱에 맞서, 기존 아이돌 팬덤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성적'과 '기록'을 확보하는 것을 공동체의 목적으로 설정했다. 흥미로운 지점은 이 과정에서 2D 팬덤 출신과 3D 아이돌 팬덤 출신이 섞여 있던 팬덤 내부가 급격히 '아이돌 팬덤화'되었다는 사실이다. 초기에는 음원 스트리밍이나 앨범 구매 강요에 반발하던 분위기가 있었으나, 점차 아이돌 팬덤의 행동 강령을 학습하고 실천하며 집단적 정체성을 획득해 나갔다. 이는 외부의 인정을 얻기 위해 스스로를 주류의 틀에 맞추는 전략적 선택이었다.

그림. 인터뷰의 일부

내부로 향한 검열과 진정성의 덫
그러나 인정투쟁이 과열되면서 팬덤 내부는 뜻밖의 위기에 직면했다. 공동체의 목적인 '성적'을 달성하기 위해 구성원 개개인에게 '진정한 팬'임을 증명하라는 압박이 거세진 것이다. 연구자가 포착한 '플리 인증' 문화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유료 플랫폼 가입이나 스트리밍 횟수를 수치로 증명하지 못하는 라이트 팬이나 신입 팬은 연대의 대상에서 배제되기도 했다. 더욱이 '오타쿠 취급'에 대한 트라우마는 내부 검열로 이어져, 코스프레와 같은 2D적 문화실천을 하는 팬들을 사이버 불링하는 사태까지 낳았다. 외부로부터 인정받기 위해 세운 기준이 오히려 내부 구성원을 평가절하하고 소외시키는 백래시로 작용한 셈이다.

그림. 인터뷰 일부

위계화된 팬덤 지형 속의 불완전한 승리
 국내 팬덤 지형은 평등한 수평 구조가 아니라, 장르와 속성에 따른 엄격한 위계 속에 존재한다. <플레이브> 팬덤은 차트 순위와 수상 기록을 통해 '무시할 수 없는 존재'로 자신들을 각인시키는 데 성공하며 대중적 인식의 변화를 일부 이끌어냈다. 하지만 그 승리는 팬덤 내부의 분열과 기존 팬의 이탈이라는 상처를 동반한 것이었다. 논문은 버추얼 아이돌이라는 새로운 기술적 현상이 기존의 가치 질서와 충돌하며 빚어내는 역동을 해부한다. 이들의 투쟁은 '실제 사람의 형태가 아니어도 아이돌로 인정될 수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K-POP의 인정 범위를 확장하려는 현재진행형의 시도로 남는다.

 

[METAX = 류성훈 기자]  

[ⓒ META-X.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