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서버 수요에 메모리 가격 600% 급등…브로드밴드 장비 공급망 ‘비상’
이든 기자
metax@metax.kr | 2026-03-05 11:00:00
라우터 BOM 내 메모리 비중 3%→20% 급등, 통신사 CAPEX 압박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1년 사이 600% 이상 급등하면서 통신사들의 브로드밴드 장비 조달 전략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라우터·게이트웨이·셋톱박스 등 소비자용 네트워크 장비가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Counterpoint Research가 2월 발간한 ‘Memory Price Tracker’에 따르면, AI 서버 수요 급증으로 DRAM과 NAND 생산 역량이 고수익 서버용으로 집중되면서 소비자용 메모리 가격이 최근 1년간 600% 이상 상승했다.
2025년 1월 이후 소비자용 DRAM·NAND 가격은 6배 이상 뛰었으며, 2025년 4분기 대비 2026년 1분기에도 약 90% 추가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보고서는 가격 상승세가 2026년 6월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고대역폭 메모리(HBM)와 서버 DRAM 수요 폭증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제조사들이 수익성이 높은 서버 제품에 생산 역량을 우선 배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충격을 받은 분야는 브로드밴드 라우터다. 스마트폰용 메모리 가격이 최근 9개월간 약 3배 오른 반면, 소비자 메모리를 사용하는 브로드밴드 장비는 7배 가까이 상승했다. 광섬유용 라우터, 고정형 무선접속(FWA) CPE, 셋톱박스가 대표적이다.
특히 문제는 BOM(부품원가구성) 구조의 변화다. 라우터 내 메모리 비용 비중은 1년 전 3% 수준에서 현재 20% 이상으로 급등했다. 이는 단순한 부품 가격 인상을 넘어 장비 원가 구조 자체가 재편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선제적으로 물량을 확보하지 못한 OEM이나 협상력이 낮은 중소 장비업체는 더욱 취약한 위치에 놓였다.
2026년은 글로벌 통신사들이 광대역 인프라 확대를 가속화하려는 해다. FTTH(광가입자망) 확대, FWA 기반 농촌·외곽 지역 커버리지 확장, AI 연산 기능을 내장한 고성능 CPE 도입이 주요 계획이다. 그러나 메모리 가격 급등은 조달 비용 상승과 납기 지연, AI CPE 전략 차질이라는 복합 리스크를 야기하고 있다. 특히 AI 기능이 추가될수록 메모리 요구량이 늘어나 비용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보고서는 2026년 상반기 중 가격이 정점을 찍을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도, 생산라인 전환과 투자 확충이 단기간에 이뤄지기 어렵다는 점에서 수급 불균형이 구조적으로 지속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단기 가격 피크 이후에도 공급 제약이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통신사들은 대응 전략 재정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OEM 공급망 확보 여부 점검, 장기 구매 계약 재협상, 저용량 메모리 기반 장비 설계로의 BOM 재설계, AI 기능 단계적 도입 조정 등이 거론된다. 대형 통신사는 물량 우선권 확보가 가능하지만, 중소·신흥 통신사는 비용 상승 압박에 더 취약하다.
이번 사태는 AI 수요가 반도체 산업의 자원 배분을 어떻게 재편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고마진 AI 서버용 메모리가 우선 배정되면서 소비자 전자·통신 장비는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 AI 인프라 확장이 다른 산업의 공급망을 압박하는 ‘연쇄 효과’가 현실화되고 있는 셈이다.
2026년 통신 산업의 경쟁력은 네트워크 기술력만이 아니라 부품 조달 역량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커졌다. 메모리는 더 이상 단순 부품이 아니라 브로드밴드 확장의 속도를 결정하는 전략 자산으로 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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