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 게임 어워드, '클레르 옵스퀴르' 전격 실격... 생성형 AI '무관용 원칙' 파장

류성훈 기자

ryunow@metax.kr | 2025-12-31 12:00:00

클레르 웁스큐어: 익스페디션 33, 프리프로덕션 인공지능 활용으로 수상자격 박탈

[메타X(MetaX)] 올해 인디 게임계의 최대 기대작으로 꼽히던 '클레르 웁스큐어: 익스페디션 33(Clair Obscur: Expedition 33, 이하 익스페디션 33)'이 '인디 게임 어워드(Indie Game Awards, 이하 IGA)'에서 수상 자격을 박탈당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수상식 당일 개발사의 생성형 인공지능(AI) 사용 사실이 확인되면서, 주최 측은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즉각적인 실격 처리를 단행했다. 이번 사건은 게임 산업 내 AI 도입과 창작 윤리에 대한 뜨거운 논쟁에 다시 불을 지피고 있다.

엄격해진 'AI 청정 구역', 수상작 전격 교체

IGA 주최 측인 식스 원 인디(Six One Indie)는 20일(현지 시간) 성명을 통해 "익스페디션 33의 '올해의 게임(GOTY)' 및 데뷔 게임 부문 수상을 취소하고 후보 자격을 박탈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IGA는 후보 등록 및 심사 과정에서 생성형 AI 사용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예외 없이 실격 처리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이번 결정으로 인해 수상의 영예는 차순위 작품들에게 돌아갔다. 공석이 된 올해의 게임 부문은 블루 프린스(Blue Prince)가, 데뷔 게임 부문은 쏘리 위 아 클로즈드(Sorry We're Closed)가 각각 승계하게 되었다. 주최 측은 "우리는 후보 선정 및 시상식 전 과정에 걸쳐 생성형 AI 사용에 대해 확고한 반대 입장을 고수한다"며 이번 조치가 인디 게임의 순수성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임을 강조했다.

'임시 애셋' 해명에도 발목 잡힌 신뢰성

논란의 핵심은 개발사인 샌드폴 인터랙티브(Sandfall Interactive)의 AI 사용 내역과 제출 서류 간의 불일치다. 개발사 측은 당초 IGA 출품 당시 "생성형 AI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시상식 당일, 프랑수아 뫼리스 프로듀서가 과거 인터뷰 등을 통해 "제작 초기 단계에서 일부 AI를 활용했다"고 인정한 사실이 재조명되며 상황이 반전되었다.

개발사 측은 "2022년 개발 초기 단계에서 텍스처 작업을 위해 AI를 일시적으로 실험하거나 임시 애셋(Placeholder)으로 활용했을 뿐, 최종 결과물에는 포함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실제 게임 내 AI 생성물은 패치를 통해 수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IGA 측은 "최종 결과물에 남아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제작 과정에 AI를 사용했음에도 이를 숨기고 출품한 것은 규정 위반이자 신뢰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이는 AI의 비중보다 투명한 공개와 규정 준수를 더 중요한 가치로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게임 업계 'AI 포비아'와 창작의 정의 재정립

이번 사건은 인디 게임 업계가 대형 자본이 투입되는 AAA급 게임 시장보다 훨씬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적용받고 있음을 시사한다. 효율성을 위해 AI 도입을 서두르는 대형 개발사들과 달리, 인디 게임씬에서는 '인간의 손으로 직접 만든 창작물'이라는 가치가 핵심 경쟁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실격 사태가 향후 개발자들에게 강력한 경고 메시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단순히 AI 결과물을 최종본에 쓰지 않는 것을 넘어, 브레인스토밍이나 초기 프로토타이핑 단계에서의 AI 활용조차 '창작의 순수성'을 훼손하는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는 선례가 남았기 때문이다. 게이머들 사이에서도 "창작의 편의성을 위한 도구일 뿐"이라는 옹호론과 "저작권 및 예술성 훼손의 시발점"이라는 비판론이 팽팽히 맞서며, 게임 개발 파이프라인에서의 AI 허용 범위에 대한 논의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METAX = 류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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