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AI의 시작과 끝, 모든 길은 대만으로 통한다.”

X 기자

metax@metax.kr | 2025-05-20 17:22:01

'엔비디아 콘스텔레이션'發 신기술질서의 서막

[대만 타이베이=X] “이제 AI의 시작과 끝, 그리고 모든 길은 대만으로 통한다.”

COMPUTEX 2025 현장에서 포착된 기술 생태계의 흐름은 분명했다. AI 칩부터 데이터센터, 로봇 운영체제, 슈퍼컴퓨터 연결망까지. 핵심 기술은 이미 엔비디아의 손에 들어갔고, 전 세계 1,400개 기업이 모인 이 무대에서 ‘누구와 함께할 것인가’라는 질문은 사실상 “어떻게 엔비디아와 연결될 것인가”로 바뀌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대만이 있었다.

엔비디아는 더 이상 ‘칩 회사’가 아니다. 젠슨 황은 올해도 다시 한 번 컴퓨텍스의 주인공이 됐다. 그는 Grace Blackwell 슈퍼칩과 NVLink Fusion, 로봇 운영 플랫폼 Isaac Groot를 공개하며 AI 팩토리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하지만 진짜 핵심은 기술이 아니었다.

“대만 타이베이에 ‘엔비디아 콘스텔레이션(별자리)’이라는 신사옥을 짓겠습니다.”

그가 연설 마지막에 발표한 대만 신사옥 ‘엔비디아 콘스텔레이션(NVIDIA Constellation)’. 이것이 진정한 메시지였다.

‘별자리’라는 이름이 붙은 이 캠퍼스는 상징이었다. 대만 타이베이 베이터우에 세워질 이 거대한 신사옥은 단순한 연구개발센터가 아니다. 엔비디아는 전 세계에서 모인 수천 개의 기업, 스타트업, 학계, 고객사, 파운드리, 시스템 파트너를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하는 AI 시대의 헤드쿼터, 즉 ‘기술 패권의 별자리’를 그리겠다는 선언을 던진 것이다.

‘별자리’라는 은유는 정확했다. 이번 전시회에 참가한 1,400개 기업은 각자의 기술을 가진 ‘별’이다. 그 별들을 하나의 궤도 위에 올려 하나의 기술 생태계로 연결한 것이 바로 ‘엔비디아 콘스텔레이션’이다.

TSMC는 GPU 생산의 심장이고, 폭스콘과 콴타는 서버와 AI 하드웨어를 맡는다. 기가바이트, 와이슨, 에이수스는 엔비디아 아키텍처에 맞춰 직접 호환되는 설계를 채택 중이다. 이들은 단순한 공급사가 아니다. 이미 ‘엔비디아 호환 생태계’라는 기술적, 정책적 동맹으로 정렬되고 있는 것이다.

퀄컴 역시 그 별자리 속으로 진입했다. 퀄컴의 합류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으로 보인다.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는 이날 AI 데이터센터 CPU 시장으로의 복귀를 선언하며, “우리는 엔비디아 랙 스케일 아키텍처에 연결되는 맞춤형 칩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한마디는 퀄컴이 ‘엔비디아 중심 표준’을 받아들였다는 뜻이다. 과거 ARM 기반 서버 CPU 시장에서 독립 생태계를 꿈꾸던 퀄컴은 이제, 생존을 위해 엔비디아에 연결되는 것을 택한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AI 시대의 본질을 꿰뚫은 것은 아닐까.

성능이 아니라 연결성. 독립이 아니라 정렬. 엔비디아와 연결되지 않으면, 산업 내부에 진입할 수 없다는 위기감. 이제 AI 시대의 진입장벽은 스펙이 아니라 ‘호환성’이다.

이번 COMPUTEX 2025를 통해, 엔비디아는 단순한 반도체 회사가 아니라, AI 시대의 ‘정치적 연합체’를 구축하고 있다는 사실이 더욱 선명해졌다.

즉, 엔비디아가 대만 내 협력사들과 맺고 있는 관계는 공급망 이상의 수준이며, 이는 사실상 AI 시대의 블록형 동맹이자 기술 기반의 외교 네트워크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 네트워크는 미국의 고율 관세, 중국의 내수 봉쇄, 글로벌 공급망 단절 가능성이라는 지정학적 리스크를 우회할 수 있는 전략적 안전지대 역할도 겸한다.

다시말해, 미국의 고율 관세, 미중 기술 갈등, 반도체 공급망 불안정이라는 삼중의 압박 속에서, 엔비디아는 이제 미국과 중국 사이가 아닌 대만이라는 중립적이면서도 전략적인 ‘생산국가’를 선택지로 삼은 것이다.

젠슨 황이 ‘콘스텔레이션(별자리)’이라는 이름을 택한 이유는 단순한 상징이 아니다. 각 기업은 하나의 별이고, 그 별들이 기술적으로, 정책적으로, 생산적으로 연결된 하늘이 바로 대만이다. 그리고 엔비디아는 그 별자리를 그리는 중심축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콘스텔레이션’은 초대장이자, 경고장이다. AI 산업은 이제 새로운 질서를 갖는다. '누가 기술을 잘 만들 것인가가 아니라, 누가 기술을 중심으로 생태계를 구축할 것인가'다. 젠슨 황은 대만을 선택했다. 그리고 전 세계 1,400개 기업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별자리에 당신은 들어올 것인가, 아닐 것인가.”

이제 중요한 것은, 이 별자리 지도에 누가 포함되어 있는가다. 대만은 더 이상 칩만 생산하는 나라가 아니다. 이제는 AI가 설계되고, 모델이 훈련되고, 산업이 연결되는 ‘AI팩토리 국가’가 되고 있다. Grace Blackwell이 대만에서 만들어지고, NVLink Fusion으로 연결되고, Isaac Groot가 로봇을 움직이는 생태계는 지금 대만에서 현실이 되고 있다.

젠슨 황은 그 별자리를 대만 하늘에 먼저 그렸다. 그리고 전 세계에 물었다.

“AI는 어디에서 만들어질 것인가?”
“누구와 연결될 것인가?”

이제 그 답을 할 차례는, 우리에게 있다.

COMPUTEX 2025는 보여줬다. AI는 더 이상 기술의 경쟁이 아니다. 국가, 기업, 인프라, 공급망, 생태계가 한 몸처럼 연결된 구조의 전쟁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엔비디아가 있었고, 그 무대는 대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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