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와 AI의 만남②] 가상세계 몰입 매개체 'NPC의 진화'
김하영
metax@metax.kr | 2025-02-15 19:00:25
메타버스와 AI의 만남: NPC의 진화
메타버스는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의 융합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디지털 공간이다. 이곳에서 사용자들은 현실과 유사한 경험을 하며 상호작용할 수 있다. 이러한 디지털 세계에서 AI(인공지능) 기반 캐릭터, 특히 NPC(논 플레이어 캐릭터)의 역할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가상세계에서 긍정적인 경험과 몰입을 위한 중요한 매개체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이들의 역할 또한 단순한 배경 캐릭터에서 벗어나 사용자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가상 현실에서의 몰입감을 극대화하는 핵심 요소로 진화하고 있다.
AI 기반 NPC의 진화는 메타버스와 가상현실의 미래를 더욱 흥미진진하게 해준다. NPC는 이제 사용자에게 가상세계에서 현실과 유사한 경험을 제공하고 몰입감과 상호작용을 더욱 깊이있게 만들었다. AI기반 NPC는 단순한 엔터테인먼트를 넘어 교육, 헬스케어, 상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NPC란? - NPC의 개념과 분류]
NPC는 Non-Player Character의 약자로 ‘플레이가 불가능한 캐릭터’를 의미한다. 대체적으로 게임에서 많이 사용되며, 사용자가 직접 제어할 수 없는 캐릭터이다. 하지만 NPC의 범위는 게임에 국한되지 않으며, 넓은 의미에서의 NPC는 다음과 같다.
1. 메타버스: 가상 현실 플랫폼에서 NPC는 현실의 사용자처럼 행동하여 몰입감을 더하는 역할을 한다. 가상 공간에서 NPC는 가상의 주민이나 손님 역할을 하여 상호작용을 지원하는데, 심지어 사용자가 제어할 수 없는 가상 환경 내 처치 대상인 ‘몬스터’들도 당연히 NPC로 분류된다.
2. 고객 서비스 챗봇: 온라인 쇼핑몰이나 은행 등에서 사용하는 AI 챗봇 또한, 사용자 입장에서 직접 제어할 수 없는 NPC이다. 이들은 사용자가 실시간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된 행동을 통해 고객 질문에 답변하거나 정보를 제공한다.
3. 교육용 시뮬레이션: 의료나 군사 훈련 같은 시뮬레이션 환경에서도 NPC를 볼 수 있다. 이들은 현실적인 시나리오를 재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며, 가상의 환자나 적군 역할을 수행하여 훈련을 돕는다.
4. 소셜 로봇: 접객 로봇은 호텔에서 손님을 안내하거나 정보를 제공하며 미리 설정된 행동 패턴에 따라 움직이는데, 이들 또한 사용자가 직접 컨트롤하지 못하는 NPC이다. 즉, 인간과 상호작용하는 로봇들도 대부분 NPC라고 할 수 있다.
[게임의 발전으로 알아보는 NPC 역할과 AI 기술]
위에서도 언급했듯 NPC는 게임 환경에서 출발한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NPC의 기능적 발전 또한 게임 발전을 빼고서는 말할 수 없다. 이번엔 게임의 발전을 통해 NPC의 역할과 AI기술의 발전에 대해 알아보자.
초창기 NPC들은 게임 및 가상 환경에서 기본적으로 프로그래밍된 행동과 반응을 보여주도록 설계되었다. 게임을 예로 들면 게임을 만드는 개발자들의 의도에 따라 미션을 전달하고, 정해진 대사를 반복하거나 특정 상황에서만 반응하는 역할을 이행한 것이다. 물론 ‘특정 상황의 설계’에 따라 다양한 역할이 주어질 수 있지만, 이 설계 또한 오롯이 만든 이들의 의도 혹은 노동으로 채워야 했기에, 게임 개발에 있어서 ‘특정 상황의 설계’란 쉽지 않은 과제였다.
메타버스 플랫폼들이 늘어나고(혹은 게임 이용자가 증가하고) 다양해지면서, NPC의 역할도 확대되고 당연히 사용자의 니즈 또한 크게 증가했다. 다행히 AI기술이 발전해 ‘특정 상황의 설계’에 대한 과제를 AI와 함께 해결할 수 있었다.
이번엔 시대 별 NPC의 특징과 AI 기술의 역할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자.
# 1970~1980년대
- 고정된 규칙 기반 시스템: 초기 게임들은 간단한 규칙 기반 AI를 사용했다. 1980년에 출시된 팩맨(Pac-Man)에서 유령들은 정해진 경로를 따라 이동하거나, 플레이어를 추격하도록 설계되었다.
- 전략 기반 AI: 체스, 테트리스(Tetris) 등과 같은 게임은 AI가 특정 규칙을 기반으로 움직이거나 전략을 세워 플레이어와 대결하는 구조로 설계되었다.
# 1990년대, AI 기술의 도약
- 리얼타임 전략(RTS) 게임: 1990년대 초반 출시된 워크래프트(Warcraft)나 스타크래프트(Starcraft) 같은 RTS 게임들은 더 정교한 AI를 사용하여 플레이어가 계획을 세우는 동안 적 NPC들이 자원을 관리하고 공격을 준비할 수 있었다.
- 슈퍼 마리오 64(1996): 3D 그래픽이 본격 도입되면서 AI는 3D 환경에서 플레이어의 움직임에 직접적으로 반응하고, 적 NPC가 좀 더 유기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 2000년대, 상호작용 AI의 등장
- AI NPC의 진화: 엘더스크롤 3: 모로윈드(The Elder Scrolls III: Morrowind, 2002)와 같은 오픈월드 RPG는 NPC가 플레이어의 행동에 반응하며 다양한 퀘스트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NPC들은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행동을 변화시키며, 고유한 행동 패턴과 대화가 가능하도록 설계되었다.
- AI를 통한 적응적 난이도 조절: 2000년대 중반에는 AI가 플레이어의 실력에 맞춰 적응하는 방식이 도입되었다. 2004년에 출시된 하프라이프 2(Half-Life 2, 2004)에서는 플레이어의 전략에 맞춰 AI로 설계된 적들이 서로 협력하는 행동패턴까지 볼 수 있었다.
# 2010년대, 기계 학습과 인공지능
- 기계 학습과 딥러닝 기술의 도입: 2010년대에는 기계 학습과 딥러닝 기술이 게임에 도입되기 시작했다. 노맨즈 스카이(No Man's Sky, 2016)는 절차적 생성(procedural generation)을 통해 방대한 우주를 자동으로 생성하는 AI 기술을 사용해 개발되었으며, 이 기술은 사용자가 메타버스 공간을 더욱 자유롭게 탐험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제공하였다.
-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Detroit: Become Human, 2018)
해당 게임에서, AI NPC들은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스토리의 진행 방향을 변화시키고, 상호작용함으로써 플레이어 경험을 더욱 몰입감있게 만든다. 심지어 AI가 사용자의 행동을 실시간으로 학습하고 반응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덕분에 현재까지도 ‘인터렉티브 무비’ 게임 장르에서 손꼽히는 명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 2020년대, 딥러닝과 AI의 미래
- AI와 메타버스의 결합: 최근의 AI 기술은 메타버스와 결합되어 가상 세계에서 더욱 정교한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한다. 메타(AI-powered metaverse)에서는 NPC나 가상 인간이 플레이어와 더 현실감 있는 상호작용을 할 수 있으며, 이 AI 캐릭터들은 딥러닝 알고리즘을 통해 지속적으로 학습하고 적응한다.
- 사이버 펑크 2077(Cyberpunk 2077, 2020)
도시 내의 NPC들이 사용자와 상호작용 정도, 시간대, 상황 등 여러 조건에 따라 서로 다른 행동을 보여준다. 이는 AI 기술로 상호작용을 하는 정도만 확대된 것이 아니라 자율 행동을 하는 NPC의 출현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렇게 AI 기술의 발전은 게임의 몰입감, 상호작용성, 그리고 플레이어 경험을 크게 향상시켰으며, 몇몇 게임에서는 매출과 직접적으로 연결되기도 했다.
이번엔 특정 게임에서 사용한 AI 기술과 NPC 설계, 그리고 그에 따른 매출 등을 사례를 통해 자세히 알아보자.
# Fortnite(포트나이트)
2017년에 출시한 포트나이트는 플레이어 간 전투에 AI를 도입하여 NPC가 참여하는 퀘스트와 시나리오를 강화했다. AI 기반의 적응형 게임플레이로 다양한 난이도를 제공하며, 사용자 경험을 지속적으로 개선하여 2020년 연 매출 52억 달러(약 6조 5천억 원)를 기록했다. 물론, AI 기능 강화로 인한 매출 증가는 아니겠지만, AI를 통한 더 나은 게임 경험 제공이 꾸준한 사용자 유지율과 높은 매출에 기여한 것은 틀림없다.
# GTA V(그랜드 테프트 오토 V)
2013년에 출시한 GTA의 다섯 번째 시리즈인 GTA 5는 전 세계적으로 성공한 오픈 월드 액션 어드벤처 게임이다. 이 공간 안에서 NPC들은 시간과 환경에 따라 행동하며, 플레이어가 참여하는 이벤트에 실제 사람처럼 동적으로 반응한다. 플레이어가 교통 법규를 무시하면 다른 운전자들은 플레이어를 피해가거나 경적을 울리고, 플레이어가 무기를 꺼내면 NPC들은 도망치거나 경찰에 신고한다. 이후 플레이어를 잡는 경찰 NPC가 등장하기도 하는 등 NPC들의 행동이 플레이어의 다음 행동에도 영향을 미치도록 설계되었다. 이렇게 잘 짜여진 AI가 만들어내는 자유도 높은 상호작용은 GTA V의 몰입감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로 이어졌고, GTA 5는 막대한 예산과 인력, 시간을 투자해 완성된 AAA 게임이라는 평을 얻었다. 덕분에 출시 첫 주에만 8억 달러, 2023년 기준 누적 매출 60억 달러 이상을 기록했다.
# Red Dead Redemption 2(레드 데드 리뎀션 2)
2018년에 출시된 레드 데드 리뎀션 2는 서부 개척 시대의 미국을 배경으로 한 오픈 월드 게임이다. 이 게임의 NPC들은 환경의 변화와 사건에 따라 세밀하게 반응하며, 플레이어가 행동하는 상황에 맞춰 다채로운 반응을 보인다. AI는 각각의 NPC들이 특정한 성격과 행동 패턴을 가지도록 설계하였으며,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NPC들과의 관계가 변화하게 된다. 이러한 정교한 AI 설계 덕분에 레드 데드 리뎀션 2는 게임플레이의 몰입감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하며, 2019년(출시 1년) 기준으로 4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
[AI 기술과 NPC의 지능화]
이렇게 이어진 AI 기술과 NPC의 결합은 현대 메타버스에서의 NPC를 AI 기반의 머신러닝과 자연어 처리(NLP)를 통해 사용자의 행동을 이해하고 예측하며 상호작용할 수 있는 존재로 만들었다.
AI 기술이 접목된 NPC는 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하며, 대규모 멀티플레이어 게임이나 메타버스 환경에서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다. NPC는 사용자의 행동 패턴을 학습하고 전략적인 도움을 주거나 플레이어와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갈 수도 있게 되었다.
40여 년 전, 단순한 답변을 하던 엑스트라에서 이제는 플레이어와 함께 이야기를 꾸려가는 주조연급 배우가 된 것이다.
AI 기반 NPC의 진화는 메타버스와 가상현실의 미래를 더욱 밝게 비춘다. AI 기술의 발전 덕분에 NPC는 이제 사용자에게 가상 세계에서 현실과 유사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이로 인해 단순한 엔터테인먼트를 넘어 교육, 헬스케어, 상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들은 현실과 가상 세계의 경계를 점점 더 흐리게 만들고, 사람들이 가상 세계에서 느낄 수 있는 몰입감과 상호작용의 깊이를 크게 향상시켰다. 덕분에 메타버스 공간 또한 단순한 가상 공간이 아니라, 현실과 같은 깊이와 복잡성을 지닌 새로운 디지털 세계로 변모하고 있다.
결국, AI와 메타버스의 ‘융합’이 우리의 디지털 경험을 재정의하고, 상호작용의 방식, 일상적인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디지털 환경에서의 삶의 방식까지도 새롭게 형성할 것이다. 나아가 단순한 기술의 발전에 그치지 않는, 인간의 삶과 디지털 세계가 더욱 긴밀하게 연결되는 새로운 시대를 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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