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메타버스 법정 초읽기, 한국은?

정수연

jsy020224@naver.com | 2025-02-16 19:37:22

일본에서 메타버스 법정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며 디지털 시대에 걸맞는 사법 환경을 구축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아직 이 분야에서 구체적인 논의가 부족한 실정이다. 

이번 기사에서는 일본의 메타버스 법정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고, 한국의 메타버스 법정 관련 움직임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한다.

◆ 일본의 메타버스 법정이란?

일본의 사단법인 ‘형사사법미래’는 2023년 9월부터 10월까지 메타버스 법정 솔루션 ‘메타버스 모의 재판’ 개발을 위한 클라우드 펀딩을 진행 중이다. 이프로젝트는 국민의 법적 리터러시(legal literacy)를 높이고 형사재판에 시민들이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목적으로 추진됐다. 일본의 재판원제도가 15년간 운영되면서 재판원들의 심리적 부담과 사퇴율이 높아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메타버스 법정을 도입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진 것이다.

즉, 일본의 메타버스 법정 도입은 가상 현실 기술을 기반으로 시민들이 법적 절차를 체험하고 재판에 참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 한국은 메타버스 법정에 대한 논의, 관련 가이드라인의 유무

한국은 메타버스 법정에 대한 논의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비대면 재판을 위한 법적 환경은 어느 정도 갖춰진 상태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비대면 회의와 강의 방식이 일상화되면서 형사소송법 개정을 통해 비대면 방식의 영상재판 대상을 확대한 것이다.

2003년 성폭력범죄 피해자에 대한 비디오 중계장치 증인신문이 가능해진 것을 시작으로, 2007년에는 이를 다른 범죄 피해자에게도 확대했다. 2021년에는 피고인 출석이 필요 없는 공판준비기일을 비디오 중계장치나 인터넷 화상장치를 통해 진행할 수 있도록 개정했으며, 증인의 건강 상태나 거주지 문제 등으로 법정 출석이 어려울 경우 중계시설을 통한 증인신문도 허용됐다.

즉, 비록 메타버스 법정에 대한 논의는 아직 활발하지 않지만, 관련 제도적 기반은 마련된 것으로 평가된다.

◆ 메타버스 법정의 장점

메타버스 법정은 기존 원격영상재판의 장점을 계승하면서도 차별화된 장점으로 사법 절차의 공정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대안으로 생각된다.

구체적인 장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메타버스 법정은 사법 접근성 향상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소송 참여자들이 물리적으로 법정에 출석할 필요가 없으므로, 출석을 위한 시간적·경제적 비용이 대폭 절감된다. 예를 들어, 해외에 거주하는 증인이 재판에 출석하지 못해 발생하는 증언 부족 문제나, 보복을 우려한 증인의 불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또한, 구금시설에 있는 피고인을 법정으로 이동시키는 데 필요한 경비와 도주 위험성도 줄일 수 있다. 나아가 법원의 관할 구분이 불필요해져사건을 전국 단위에서 고르게 처리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법관의 업무 부담을 줄여 법원의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둘째, 메타버스 플랫폼에서는 아바타를 활용해 소송 참여자들의 정체성이 외모나 체형 등의 물리적 특성에 의해 노출되지 않도록 할 수 있다. 이는 재판에서 배심원이나 판사들이 피고인의 인종, 성별, 외모에 의해 부당한 편견을 가질 가능성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 실제로 기존 재판에서 흑인 남성이나 뚱뚱한 여성 등 특정 외모를 가진 사람들이 불리한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지만, 메타버스 법정에서는 이러한 부당한 영향을 줄일수 있다는 것이다.

셋째, 메타버스 법정은 ‘전관예우*’ 문제를 약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한국에서는 퇴임한 전직 판사나 검사 출신 변호사들이 재판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는 전관예우 문제가 오랫동안 논란이 되어왔다. 하지만 메타버스 법정에서는 소송 당사자들이 아바타로 참여해 익명성이 보장되기 때문에, 전관예우의가능성이 줄어들고 공정한 재판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 행정기관이나 법원 같은 공공기관에서 일하다가 퇴직한 공직자, 특히 고위직 출신이 퇴직 후에도 이전 동료나 후배들로부터 존중 받고, 그로 인해 여전히 공공기관의 업무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

넷째, 메타버스 플랫폼은 재판 참가자들의 몰입도를 높일 수 있다. 일반 원격영상재판에서도 피고인이나 변호인의 얼굴이 노출되지 않음으로써 편견을 차단할 수 있지만, 메타버스는 가상공간에서 아바타로 서로 상호작용하는 특징이 있어 참가자들의 집중도를 높일 수 있다. 예를 들어, 메타버스에서 구현된가상 학습 환경에서 학생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하는 것처럼, 메타버스 법정에서도 판사, 검사, 배심원 등이 실제 재판에 참여하는 것과 유사한긴장감을 느끼며 재판에 몰입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메타버스 법정은 변호인의 조력권을 보다 원활하게 보장할 수 있다. 원격영상재판에서는 피고인과 변호인이 다른 공간에 위치할 경우 채팅을 통해 의사소통을 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메타버스 법정에서는 아바타들이 동일한 가상 공간에 존재하므로 보다 현실감 있게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피고인과 변호인이 실시간으로 가까이 앉아 의논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변호인의 조력을 더욱 효과적으로 받을 수 있다.

◆ 파급 효과 전망 (시사점)

메타버스 법정의 도입은 법적 시스템 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파급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먼저, 재판의 투명성과 민주적 참여가 확대될 것이다.

메타버스 법정에서는 물리적 공간의 제약이 없으므로, 더 많은 방청객이 재판을 참관할 수 있다. 또한, 방청객 역시 아바타로 참여해 오프라인 법정과 유사한 경험을 제공받으며, 소송 참여자들에게 방청객의 존재감을 확실히 전달할 수 있다.

이는 공개재판 원칙의 구현을 통해 국민의 사법 참여를 높이고 재판에 대한 신뢰를 증진시킬 것이다.

◆ 관련논문

<공정한 재판을 위한 메타버스 형사법정의 구현 가능성, 그 의의 및 한계>

요약: 본 논문은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형사법정이 열릴 경우, 그 공정성 제고 가능성에 주목하여 분석하고 있다. 메타버스에서의 형사 재판은 기존 온라인재판의 장점을 더욱 발전시킬 뿐만 아니라, 재판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편견의 개입을 줄이고, 전관예우와 같은 관행의 약화를 촉진하며, 재판에 대한집중도를 높일 가능성이 있다. 또한, 메타버스 플랫폼은 공개 재판 원칙의 원활한 구현을 돕고,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가 재판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논문링크

◆ 참고문헌

Ju, S. H. (2023). Foresight approach to the pros and cons of the criminal trial in the metaverse. The Justice, 194(3), 552–576. https://doi.org/10.29305/tj.2023.2.194.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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