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리뷰]디지털 격차는 ‘행복 격차’로 이어진다
류성훈 기자
ryunow@metax.kr | 2026-02-26 09:00:00
[메타X(MetaX)]이 논문은 AI 기술을 그저 '도구'가 아닌 '삶의 태도를 결정짓는 환경'으로 바라보았다. 특히 부정적 인식이 행복감을 저해하지 않는다는 결과는, 기술 발전에 따른 대중의 심리적 기제가 '막연한 공포'보다는 '합리적 기대'에 근거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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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기술 인식이 삶의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 표수언,2025. |
‘수용’이 아니라 ‘행복’을 묻다
기존의 인공지능 관련 선행연구들이 주로 새로운 기술을 얼마나 잘 받아들이고 활용하는가라는 '기술 수용도'에 매몰되어 있었다면, 본 연구는 기술에 대한 인식이 인간의 전체적인 행복인 '삶의 만족도'를 어떻게 변화시키는가로 질문의 초점을 옮겼다. 특히 청소년이나 노인 등 특정 계층에 국한되었던 기존 연구들과 달리, 2023년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 데이터를 활용하여 전국의 일반 국민 7,000명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한국 사회의 보편적인 AI 인식 지형을 그려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일시적인 활동에 대한 '생활 만족도'를 넘어 개인이 자신의 삶 전반에 대해 느끼는 '총체적 삶의 만족도'를 종속변수로 설정함으로써 AI 기술의 영향력을 보다 거시적이고 심층적인 범위에서 해석하고자 노력했다.
부정적 인식은 삶을 훼손하지 않는다
연구 결과에서 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AI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현재의 삶의 만족도를 저해하지 않는다는 발견이다. 가설 1-2(부정적 인식이 높을수록 삶의 만족도가 낮아질 것)는 기각되었으며, 오히려 회귀계수상으로는 정(+)의 방향성을 보이기도 했다. 이는 일자리 감소나 프라이버시 침해와 같은 우려가 실질적인 삶의 질 저하로 직결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저자는 이를 두고 사람들이 부정적 이슈를 향후 법제도적 개선으로 해결 가능한 문제로 간주하거나, 이를 현실의 즉각적인 위협보다는 '잠재적 우려'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즉, AI에 대한 우려는 단순한 공포가 아니라 미래의 위험을 분석하고 대비하려는 인지적 거리두기 혹은 성찰적 태도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디지털 격차에서 ‘행복 격차’로
이 논문은 AI 기술이 모두에게 평등한 혜택을 주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사회경제적 지위와 결합하여 만족도의 격차를 심화시킬 수 있음을 경고한다. 분석 결과, 가구 소득과 학력이 높을수록 AI 기술에 대해 더 긍정적으로 인식하며, 이것이 다시 높은 삶의 만족도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가 확인되었다. 이는 단순한 디지털 기기 접근성의 문제를 넘어, 기술을 기회로 읽어내는 '해석 능력'의 차이가 삶의 정서적 평가와 직결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기술을 긍정적인 도구로 인식하는 집단은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통해 현재의 만족도를 높이지만, 그렇지 못한 집단은 기술 혁신의 혜택에서 소외될 뿐만 아니라 심리적 복지에서도 뒤처질 수 있다는 것이다.
디지털 리터러시의 재정의
연구는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긍정적 기대가 삶의 질 향상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실증했다. 인공지능이 삶을 편리하게 만들고 경제적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는 기대감은 회귀분석에서 다른 변수들에 비해 상당히 큰 효과(회귀계수 0.273)를 나타내며 삶의 만족도를 견인했다. 이에 따라 저자는 단순히 기술을 보급하는 차원을 넘어, 국민 전체의 '디지털 리터러시'를 강화하여 기술에 대한 긍정적 경험과 신뢰를 높여야 한다고 제안한다.
[METAX = 류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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