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AI·반도체·에너지 산업의 지도를 다시 그리다

X 기자

metax@metax.kr | 2025-11-16 21:48:21

 SK그룹의 ‘128조+α’ 국내 투자 전략
울산–전남–구미–용인으로 이어지는 국가 AI·반도체 대전략의 실체

SK그룹이 2028년까지 약 128조 원 규모의 국내 투자를 차질 없이 집행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최태원 회장이 밝힌 이번 계획은 기존 투자 의지를 넘어, AI·반도체·에너지·바이오 등 미래 핵심 산업 전반의 구조를 다시 짜는 수준의 대전략으로 평가된다.

SK텔레콤의 울산 AI 데이터센터 구축부터 SK하이닉스의 용인반도체클러스터 확장, 전남·구미의 AI 인프라 확대에 이르기까지, SK그룹의 투자가 향후 한국 산업 지형 변화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Ⅰ. AI 인프라: 울산–전남–구미를 잇는 ‘국가 AI 데이터센터 벨트’ 구축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는 아마존웹서비스(AWS)와 협력해 울산에 대규모 ‘SK AI 데이터센터’를 건립하고 있다. 이 시설은 2027년 상업 가동 시 약 100MW 규모의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로 운영되며 동북아 AI 허브로 기능할 전망이다. 업계는 울산 데이터센터 단일 프로젝트에만 수조 원대의 투자가 유입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전남과 구미에서도 AI 인프라 구축이 본격화되고 있다. 삼성SDS는 전남 지역에 국가 AI컴퓨팅센터 건립을 추진 중이며, 2028년까지 GPU 1.5만 장을 확보해 학계·스타트업·중소기업에 컴퓨팅 자원을 공급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한 구미 1공장에는 AI 특화 데이터센터가 신설돼 삼성 관계사 중심의 AI 서비스를 지원한다. 이는 구미 전체 산업 구조를 ‘제조–AI 융합 도시’로 재편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더해, OpenAI 역시 한반도 서남권에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외 파트너들과 함께 한국 AI 생태계를 뒷받침하는 인프라 구축에 나설 계획이라는 점에서, 한국이 글로벌 AI 경쟁 구도 속에서 핵심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Ⅱ. 반도체 전략: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총 600조 원 시대 열리나

SK하이닉스의 반도체 투자는 그룹 투자 전략의 핵심 축이다. 가장 주목받는 곳은 용인반도체클러스터다. AI 시대의 핵심 부품인 HBM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공정의 첨단화와 신규 설비 투자 규모가 당초 예상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실제로 업계는 향후 팹 4기 구축이 마무리될 경우 용인 클러스터 전체 투자액이 600조 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또한 SK하이닉스는 정부와 협력해 ‘트리니티 팹(Trinity Fab)’을 구축하고 있다. 이는 국내 반도체 소부장 기업의 제품을 실제 양산 환경과 동일한 12인치 웨이퍼 라인에서 테스트할 수 있도록 만든 개방형 인프라로, 국내 반도체 공급망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핵심 플랫폼으로 평가된다.

투자의 확대는 고용 창출로 이어진다. SK는 매년 8,000명 이상을 신규 채용할 계획이며, 반도체 공장 한 기가 완공될 때마다 최대 2만 명 규모의 직간접 고용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 향후 팹 건설·완공 속도에 따라 수만 명 단위의 고용이 추가로 창출될 가능성도 높다.

Ⅲ. 제조·에너지 전환 투자: 전고체 배터리·OLED·패키지기판 고도화

SK그룹의 제조·에너지 관련 투자는 전고체 배터리, OLED, 반도체 패키지기판 등 첨단 제조 기반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집중되고 있다.

삼성SDI는 전고체 배터리의 국내 대규모 생산 거점 구축을 검토하고 있으며, 울산이 유력 후보지로 꼽힌다. 2027년 양산 목표로 시제품 공급이 이미 진행 중이며 독일 BMW와의 공동 실증 프로젝트를 통해 기술 상용화를 앞당기고 있다.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충남 아산에서 8.6세대 IT용 OLED 양산을 내년 본격화한다. 태블릿·노트북·차량용 패널 시장을 겨냥한 이 생산라인은 글로벌 IT 기기 공급망에서 한국 OLED의 위상을 한 층 끌어올릴 전망이다.

또한 삼성전기는 부산 사업장에 고성능 서버용 패키지기판 생산라인을 확장하고 있다. AI 가속기용 FC-BGA 수요 전반이 급증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패키징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영향력도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Ⅳ. 일자리·상생 전략: 연 8천 명 채용 및 협력사 금융지원 확대

SK그룹은 향후 5년간 연 8,000명 이상을 신규 채용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반도체 공장(Fab) 추가 가동 시마다 2,000명 이상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 고용 규모는 훨씬 더 확대될 전망이다.

협력사 지원도 강화된다. SK는 1~3차 협력사에 대해 저리·무이자 대출을 확대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1,051개사에 총 2조 원 이상을 지원했다. 스마트공장·안전·환경 투자 비용도 무이자로 지원하며, 우수 협력사 임직원에게 지급하는 인센티브는 누적 8,146억 원에 달한다.

Ⅴ. 산업적 의미: 한국은 지금 ‘AI–반도체–에너지’ 3축 대전환 국면
SK의 투자 전략은 단순히 기업의 성장 전략에 그치지 않는다. 한국 제조업 전체가 ‘AI–반도체–에너지’라는 세 축을 중심으로 새로운 산업 패러다임을 구축하는 국가 단위 변화 흐름 속에 있다.

– 울산·전남·구미로 이어지는 AI 데이터센터 벨트
– 용인 중심의 HBM·첨단 반도체 클러스터
– 전고체 배터리와 OLED가 선도하는 미래 제조
– 소부장 기업까지 포함한 공급망 생태계 강화
– 대규모 직접·간접 고용 확대

이 모든 요소들이 결합하면서 한국은 글로벌 미래 산업 경쟁에서 단순한 ‘추격자’의 위치를 벗어나 새로운 산업 시대의 규칙을 설계하는 국가로 이동할 가능성을 확보했다.

Ⅵ. 결론

SK그룹이 제시한 2028년까지의 128조 원 투자 계획은 한국 산업 구조 개편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반도체, 전고체 배터리, OLED, 소부장 생태계 강화까지 이어지는 연쇄 투자는 글로벌 제조 패권이 재편되는 시점에 한국이 전략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결정적 발판이 된다.

특히 울산·전남·구미·용인으로 이어지는 SK 중심 첨단 산업 벨트는 향후 10년간 한국 산업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투자 축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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