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AI, Statsig 인수

김하영 기자

hashe@metax.kr | 2025-09-08 07:00:25

‘AI 연구소’를 넘어 제품 기업으로

9월 2일, OpenAI는 A/B 테스트와 제품 최적화 분야의 선도 스타트업인 Statsig를 약 11억 달러 상당의 주식 거래로 인수했다. 이 전략적 결정은 단순한 스타트업 인수가 아니라, “AI 연구실”이 아닌, 사용자 경험을 설계·검증하는 ‘제품 기업’으로의 전환이라는 변화의 신호탄이다.

SStatsig의 창업자인 비제이 라지(Vijaye Raji)를 Applications 부문의 CTO로 영입한 것은, 제품 조직을 더욱 강력하게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https://www.statsig.com/blog/openai-acquisition

ChatGPT의 성공은 OpenAI가 세계적 주목을 받는 계기가 되었지만, 이제 경쟁의 초점은 단순히 “최신 모델을 선보였는가”가 아니라 “그 모델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를 얼마나 정교하게 개선하고 전달하는가”로 이동하고 있다. 생성형 AI 시장에는 구글, 메타, 앤트로픽 같은 강력한 경쟁자가 늘어섰고, 사용자들은 단순한 성능보다 안정적인 경험·지속적 개선·맞춤형 기능을 요구한다.

이 지점에서 Statsig의 역할이 뚜렷하다. Statsig가 제공하는 A/B 테스트, 피처 플래깅, 실시간 의사결정 플랫폼은 이미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 빅테크가 수억 명 규모의 이용자를 상대로 기능을 검증할 때 사용한 방식이다. 예를 들어, 버튼 색상 하나를 바꾸거나, 새로운 추천 알고리즘을 시험할 때조차 A/B 테스트는 서비스의 채택률과 이탈률을 가르는 핵심 도구가 된다. OpenAI 역시 이러한 실험 역량을 일찍부터 내재화해왔다. 실제로 ChatGPT의 인터페이스 개선, 프롬프트 힌트 기능, 멀티모달 기능 공개 과정에서 Statsig 플랫폼을 내부적으로 활용해 수많은 사용자 집단을 상대로 즉각적인 피드백을 수집하고, 빠른 롤백·배포를 반복해왔다. 따라서 이번 인수는 단순한 외부 도구 의존을 넘어서, 제품 개선 사이클을 OpenAI 인프라 속에 완전히 고정(內在化) 하려는 전략적 선택이다.

즉, OpenAI는 이제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한 ‘기술 기업’에서, 사용자 행동 데이터를 근거로 서비스 경험을 최적화하는 데이터 중심의 제품 기업으로 확실히 방향타를 돌리고 있다. 이는 AI 모델 경쟁에서 “성능”을 넘어 “제품 완성도”가 승부를 가르는 시대가 왔음을 방증한다.

AI 모델의 성능은 초기 진입장벽일 뿐, 시장에서의 성패는 결국 사용자 행동 데이터가 결정한다. 아무리 정교한 모델이라도, 이용자가 체감하는 응답 속도·편의성·기능 채택률이 낮다면 곧바로 경쟁에서 뒤처진다. 이 때문에 구글, 메타, 아마존 같은 빅테크들은 수년 전부터 실험 플랫폼(A/B Testing Infrastructure) 을 전략적 자산으로 삼아왔다. OpenAI 역시 Statsig 인수를 통해 이 역량을 직접 품게 된다. 실시간 A/B 테스트를 기반으로 신기능의 반응을 빠르게 검증하고, 사용자 유지율(리텐션)·만족도를 정량적으로 측정하며, 기능별 성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된다. 단순히 “좋은 모델을 만들었다”는 추상적 평가가 아니라, 데이터로 증명되는 제품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다.이 변화는 특히 기업 고객(Enterprise) 시장에서 중요하다. 엔터프라이즈 고객은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중시하기 때문에, OpenAI가 Statsig를 통해 “제품이 계속 진화하고 개선된다”는 신뢰를 제공할 수 있다면, 단순 공급자가 아닌 장기 파트너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Statsig는 OpenAI가 연구에서 비즈니스로 이동하는 전환점을 완성하는 도구이자, 데이터 기반 경쟁력을 상징하는 인프라가 된다.

https://www.statsig.com/blog/author/vijaye-raji

또한 이번 인수는 기술 플랫폼을 사들인 것이자, 동시에 핵심 인재 확보형 M&A라는 성격이 강하다. Statsig의 창업자이자 CEO였던 비자예 라지(Vijaye Raji) 는 페이스북(메타)에서 10년 이상 재직하며 세계 최대 규모의 실험 인프라를 구축한 인물이다. 그는 페이스북에서 뉴스피드, 광고 추천, 사용자 인터페이스 변경과 같은 거대한 실험을 총괄했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제품을 설계하는 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전문가다. OpenAI는 이번 인수를 통해 그를 Applications CTO로 영입하며, 단순 연구 중심 조직에서 제품 최적화 중심 조직으로의 전환을 공식화했다. 연구자 출신 경영진이 아닌, 제품 최적화 전문가가 경영 핵심에 합류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이는 OpenAI가 앞으로 사용자 경험, 기능 개선, 서비스 최적화에 얼마나 무게를 두려는지를 분명히 보여준다.

더 나아가, 이는 OpenAI가 글로벌 경쟁 구도에서 내리는 선언과도 같다. “AI 모델 경쟁은 끝났고, 이제는 사용자가 체감하는 서비스 품질 경쟁이 시작됐다”는 메시지다. 비제이 라지의 합류는 OpenAI가 이 경쟁에서 제품 문화(product culture) 를 정착시키려는 구체적 의지를 대변한다.

OpenAI의 Statsig 인수는 단순한 M&A 발표를 넘어 업계 전반에 분명한 신호를 던진다. 

우선, AI 기업의 경쟁 축이 모델 성능에서 제품 경험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시켜 준다. GPT-4, Claude, Gemini 등 대형 모델의 격차가 점차 좁혀지는 상황에서, 사용자들은 더 이상 “누가 더 똑똑한 모델을 가졌는가”보다는 “누가 더 편리하고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가”에 주목한다.

두 번째, 데이터 기반 실험과 최적화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 역량이 되었다는 것이다.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이 수년간 쌓아온 A/B 테스트·실험 문화는 이제 AI 기업에게도 동일하게 요구된다. OpenAI가 Statsig를 흡수한 것은 “AI의 미래는 실험을 통한 끊임없는 개선 위에서만 살아남는다”는 업계의 공통 인식을 공식화한 셈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인수는 OpenAI가 더 이상 연구소에 머물지 않고, 애플·메타·구글처럼 명실상부한 제품 기업의 길을 걷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단순히 조직 구조의 변화가 아니라, OpenAI가 스스로를 “AI 연구소”가 아닌 “글로벌 소비자·기업용 플랫폼”으로 정의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https://openai.com/index/vijaye-raji-to-become-cto-of-applications-with-acquisition-of-statsig/

이번 Statsig 인수는 OpenAI가 AI 연구소라는 껍질을 벗고, 본격적으로 글로벌 제품 기업으로 변신하는 과정임을 분명히 했다. 앞으로의 핵심 질문은 더 이상 “OpenAI가 어떤 모델을 만들었는가”가 아니다. 진짜 승부처는 “얼마나 빠르고 정교하게 사용자 경험을 설계하고 개선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결국 AI 산업의 미래는 코드나 알고리즘에만 있지 않다. 그것은 사용자가 체감하는 서비스 경험, 즉 “손 끝에서 검증되는 품질”로 결정된다. Statsig 인수는 이 명제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었고, OpenAI가 이제 그 무대에서 본격적으로 경쟁하겠다는 선언과도 같다.



[METAX = 김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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