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니지 클래식이 던진 질문, '자동 사냥은 편의인가 게임의 종말인가'
김하영 기자
hashe@metax.kr | 2026-02-23 11:00:00
리니지 클래식이 마주한 편의성과 정체성의 충돌
[메타X(MetaX)] 리니지 클래식은 엔씨소프트의 대표 MMORPG인 리니지를, 2000년대 초반의 설계와 감성에 최대한 가깝게 복원하겠다는 목표로 기획된 프로젝트다. 그래픽과 인터페이스뿐 아니라, 당시의 느린 성장 속도와 직접 조작 중심의 플레이 경험까지 되살리겠다는 점을 핵심 가치로 내세웠다.
그 상징적인 선언이 바로 “그 시절 그대로, 100% 수동 플레이”였다.
리니지 클래식은 2월 7일 프리 오픈과 함께, 자동 사냥이나 편의 기능에 의존하지 않는 직접 조작의 MMORPG를 약속했다. 몬스터를 직접 찾고, 이동하고, 클릭하며 쌓아 올리는 경험 자체가 이 게임의 정체성이라는 메시지였다.
그러나 불과 하루 뒤인 2월 8일, 공식 입장은 달라졌다.
엔씨소프트는 “수동 플레이로 인한 피로도가 높다”는 점을 인정하며, 자동 플레이 시스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동 사냥이란 무엇인가
자동 사냥은 전투, 이동, 자원 수집처럼 반복적으로 수행되는 플레이 행위를 시스템이 대신 처리해주는 기능을 의미한다. 다만 자동 사냥은 흔히 하나의 기능처럼 이야기되지만, 실제로는 성격이 다른 여러 방식의 자동화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먼저, 게임 외부에서 작동하는 불법 매크로나 봇이 있다. 이는 제작사가 의도하지 않은 방식으로 플레이를 자동화하는 수단이며, 대부분의 게임에서 제재 대상이 된다.
반면 공식 자동 사냥은 게임 내 시스템으로 설계되고 허용된 자동화다.
플레이어는 특정 조건을 설정하고, 캐릭터는 그 범위 안에서 전투와 성장을 반복한다.
그 중간 지점에는 반자동 시스템이 존재한다.
반복 명령을 큐에 넣거나, 단축키를 통해 행동을 순환시키는 방식처럼, 조작 부담을 줄이되 완전한 방치는 허용하지 않는 형태다.
이러한 공식 자동 사냥 시스템은 플랫폼 환경의 변화와 함께 빠르게 진화해왔다.
PC 온라인 게임에서도 이미 오래전부터 다양한 형태의 자동화가 도입되어 왔고, 모바일 게임 환경에 이르러서는 ‘방치형 성장’이 하나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자동 사냥은 더 이상 선택적 편의 기능이 아니라, 설계의 출발점이 된 것이다.
리니지M의 자동 사냥 이용권, 검은사막의 반복·순환 퀘스트 시스템은 이러한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자동 사냥은 점진적으로 게임 플레이의 주변부에서 중심으로 이동해 왔다.
자동 사냥의 등장은 기술이 갑자기 가능해졌기 때문이라기보다, 게임을 둘러싼 환경이 더 이상 기존의 플레이 방식을 감당하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에 가깝다. 즉, 자동 사냥은 진보의 결과라기보다 조정의 결과다.
가장 먼저 변화한 것은 모바일 게임이 만들어낸 플레이 문화다. 화면을 직접 바라보고 조작하지 않아도 캐릭터가 성장하는 경험은, ‘접속해 있다’는 상태와 ‘실제로 플레이한다’는 행위를 분리시켰다. 이 문화는 곧 표준이 되었고, 유저들은 점차 “켜두기만 해도 성장하는 것”을 자연스러운 게임 경험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이와 맞물려 MMORPG의 주 이용자층 역시 변화했다. 한때 MMORPG는 20대 학생층을 중심으로, 장시간 접속과 반복 플레이를 전제로 설계되었다. 그러나 현재의 핵심 이용자는 3~40대 직장인과 부모 세대다. 하루 10시간 이상의 수동 플레이를 요구하는 구조는 더 이상 현실적인 선택지가 아니다. 때문에 이들에게 자동 사냥은 편의라기보다, 게임을 계속할 수 있게 만드는 최소 조건에 가까워졌다.
여기에 불법 매크로 문제까지 겹쳤다.
게임사는 오랫동안 외부 자동화 프로그램과의 싸움을 이어왔지만, 완전한 차단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결국 선택지는 두 가지였다.
통제할 수 없는 자동화를 방치하느냐, 아니면 시스템 안으로 끌어들여 관리하느냐.
많은 게임이 후자를 택했다.
공식 자동 사냥의 도입은 불법 매크로를 몰아내기 위한 현실적인 대응이었고, 동시에 게임 설계 전반을 다시 짜는 출발점이 되었다. 이 순간부터 자동 사냥은 단순한 편의 기능이 아니라, 게임 구조를 전제로 삼는 요소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유저의 시선, '자동 사냥 찬성'의 논리
자동 사냥을 옹호하는 논리에서 가장 설득력 있는 요소는 시간이다. “퇴근하고 와서 클릭질 할 게 못 된다”는 표현은 과장이 아니다. 직장인, 부모, 학업을 병행하는 유저에게 MMORPG의 전통적인 성장 구조는 이미 현실과 충돌하고 있다.
이 격차는 숫자로 환산되는 순간 더욱 분명해진다.
예컨대 30대 직장인 A가 주말에 3시간씩 플레이하는 경우와, 하루 12시간 이상 접속이 가능한 유저를 비교해보자. 한 달이 지나면 레벨은 20 이상 벌어지고, 주요 아이템의 가치 차이는 10배 이상으로 확대된다. 이 구조 속에서 자동 사냥은 편의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게임에 참여하기 위한 최소 조건으로 인식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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