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box, '프로젝트 헬릭스(Project Helix)' 콘솔의 '귀환'인가, '해체'인가..
김하영 기자
hashe@metax.kr | 2026-03-16 11:00:00
폐쇄형 콘솔 모델에서 플랫폼 중심 구조로...
[메타X(MetaX)] 2026년 3월 5일, 새로 취임한 Xbox CEO 아샤 샤르마(Asha Sharma)가 X(구 트위터)에 짧은 글을 올렸다.
"프로젝트 헬릭스는 성능에서 앞서며, Xbox와 PC 게임을 모두 실행합니다(Project Helix will lead in performance and play your Xbox and PC games)." — Asha Sharma, X, March 5, 2026
취임 2주 만의 첫 번째 공식 발표로 메시지는 단순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여러 겹의 의미가 담겨 있다.
Xbox는 오랫동안 콘솔 하드웨어에 대해 다소 모호한 태도를 유지해 왔다.
"모든 스크린이 Xbox다(Every screen is an Xbox)."라는 슬로건 아래 Game Pass, 클라우드 게임, PC 동시 출시를 확대하면서 Xbox의 전략 중심은 점차 콘솔 기기에서 플랫폼으로 이동했다.
사실, 이 변화는 의도적인 것이었다. Xbox 게임은 더 이상 콘솔에서만 플레이되는 것이 아니라 PC와 클라우드, 모바일을 포함한 여러 환경에서 접근 가능한 서비스로 확장되었다. Xbox가 강조한 것은 특정 하드웨어가 아니라 Xbox라는 플레이 경험 자체였다.
그러나 이 전략에는 역설이 있다. 게임이 어디에서나 플레이될 수 있을수록, 플레이어가 Xbox 콘솔을 구매해야 할 이유는 더욱 줄어들기 때문이다. Xbox Series X와 Series S 콘솔 하드웨어 매출은 최근 몇 년 동안 감소세를 보였고, 북미 시장에서의 판매 속도 또한 이전 세대인 Xbox One에 비해 뒤처진 것으로 분석된다.
그런 흐름 속에서 “차세대 콘솔”이라는 표현이 다시 등장한 것이다. 때문에 이번 발표에서 더 눈에 띄는 문장은 따로 있다.
“Xbox와 PC 게임을 모두 실행한다(play your Xbox and PC games).”
이 문장은 단순한 성능 과시가 아니다.
오히려 Xbox가 지난 몇 년 동안 추진해 온 전략을 다시 묻는 질문처럼 들린다.
그렇다면 이것은 Xbox 콘솔 전략의 귀환인가, 아니면 콘솔이라는 개념 자체의 해체인가.
콘솔의 폐쇄 구조는 왜 수익 모델의 핵심이 되었는가
콘솔 산업의 수익 구조를 이해하려면 하나의 전제를 먼저 알아야 한다. 콘솔 본체는 대부분 큰 이익을 남기지 않는다. 경우에 따라서는 원가에 가까운 가격으로 판매되기도 한다. 실제 수익은 다른 곳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소프트웨어 유통 수수료다.
Sony, Microsoft, Nintendo는 자사 플랫폼에서 판매되는 모든 게임에 일정 비율의 수수료를 부과한다. 개발사가 PlayStation이나 Xbox에서 게임을 판매하려면 플랫폼 홀더의 인증을 받아야 하며, 이 과정에서 유통 수익의 상당 부분이 플랫폼 운영사에게 돌아간다.
하지만, 이 구조가 작동하려면 하나의 조건이 필요하다.
플랫폼이 닫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PlayStation 게임은 PlayStation에서만, Xbox 게임은 Xbox에서만 플레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플레이어가 특정 하드웨어 생태계 안에 머물게 되고, 그 안에서 게임을 구매하게 된다. 때문에, 독점 타이틀은 이 구조를 강화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다. 특정 게임을 플레이하고 싶다면 플레이 가능한 콘솔을 사야만 하는 구조라는 뜻이다.
즉, 콘솔은 단순히 게임을 실행하는 기기가 아니라, 플레이어를 특정 생태계 안에 묶어두는 장치였다.
그리고 이 전략을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해온 기업이 Sony다. PlayStation 독점 타이틀은 지금도 하드웨어 판매의 핵심 동력으로 작동하고 있다. Nintendo 역시 마찬가지다. 마리오, 젤다, 포켓몬 같은 IP는 닌텐도 하드웨어를 구매해야만 플레이할 수 있다.
이 구조 속에서 Xbox는 다른 선택을 했다.
“모든 스크린이 Xbox다.”라는 슬로건 아래 플랫폼 확장 전략을 택한 것이다.
그러나 콘솔 산업의 규칙이 여전히 폐쇄적 생태계 위에서 작동하고 있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 전략은 처음부터 불리한 싸움이 될 수밖에 없었다.
Xbox는 왜 이 전략을 선택했나
Xbox의 전략 변화는 갑작스러운 결정이 아니었다. 콘솔 경쟁에서 PlayStation에 지속적으로 밀리는 상황 속에서 2017년 이후 단계적으로 형성된 방향이었다.
전환점으로 자주 언급되는 사건은 2017년 출시된 Xbox Game Pass다. 월정액 구독으로 수백 개의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는 이 서비스는 기존 콘솔 산업의 핵심이었던 하드웨어 판매 중심 모델과 다른 구조를 제시했다. 당시 Xbox 책임자 Phil Spencer는 “게임은 어디서든 플레이할 수 있어야 한다”는 비전을 공개적으로 강조했다.
이후 전략은 몇 년에 걸쳐 확대됐다. Xbox 퍼스트파티 게임의 PC 동시 출시가 늘어났고,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가 확장되면서 Xbox 게임은 콘솔 밖으로 점점 더 넓은 환경으로 퍼져 나갔다. 최근에는 더 큰 변화도 나타났다. 일부 Xbox 퍼스트파티 게임이 PlayStation 플랫폼으로 출시되면서, 콘솔 산업의 핵심 규칙이었던 플랫폼 독점 전략 자체가 완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Xbox가 직면한 문제도 분명해졌다.
게임을 더 많은 플랫폼에서 제공할수록 Xbox 하드웨어의 필요성은 상대적으로 약해진다.
결국 Xbox는 하나의 질문 앞에 서게 되었다.
Xbox는 콘솔 회사인가, 아니면 게임 플랫폼 회사인가.
프로젝트 헬릭스(Project Helix)
새로 취임한 Xbox CEO 아샤 샤르마가 Project Helix를 언급한 것은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 콘솔의 역할을 둘러싼 질문이 커지는 시점에서 등장한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Helix는 단순한 차세대 콘솔 발표라기보다, Xbox 전략 변화가 어떤 형태로 구현될지를 보여주는 첫 번째 단서에 가깝다.
다만 현재까지 알려진 정보에 따르면 Project Helix는 전통적인 콘솔과는 다른 성격의 기기로 보인다. 업계 보도에 따르면 Helix는 AMD의 반커스텀 x86 아키텍처 SoC를 기반으로 한 시스템으로 개발되고 있으며, 내부적으로는 Windows 기반 환경 위에 Xbox 인터페이스가 결합된 형태가 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목표 성능은 4K 120fps 수준으로 알려져 있고, 출시 시점은 2027년 전후가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유출된 사양을 토대로 한 가격 추정 역시 900달러에서 1,400달러 사이로 거론되는데, 이는 전통적인 콘솔 가격대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수준이다.
그러나 이 기기의 진짜 특징은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 구조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 다수의 보도에 따르면 Project Helix는 Xbox 스토어뿐 아니라 Steam, Epic Games Store, GOG, Battle.net 등 주요 PC 게임 스토어와의 호환성을 염두에 둔 구조로 개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Xbox 경험을 전면 인터페이스로 제공하면서도 PC와 유사한 유연성을 갖춘 장치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게임 전문 매체들 역시 Project Helix를 “역대 가장 개방적인 Xbox가 될 가능성이 있는 하드웨어”로 평가하고 있다. Xbox Full Screen Experience가 전면 인터페이스로 작동하지만, 필요할 경우 Windows 데스크톱 환경으로 전환할 수 있는 구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만약 이 방향이 사실이라면 Project Helix는 단순한 차세대 콘솔이 아니다. 콘솔 산업의 핵심이었던 폐쇄형 플랫폼 구조를 약화시키는 하드웨어가 될 가능성이 있다. 독점 스토어도, 인증된 소프트웨어만 실행되는 폐쇄 생태계도 아닌, PC와 콘솔의 경계 어딘가에 위치한 새로운 형태의 게임 기기인 셈이다.
귀환인가, 해체인가
Project Helix를 두고는 두 가지 해석이 동시에 가능하다.
첫 번째는 귀환의 해석이다. Xbox가 다시 하드웨어를 전략의 전면에 세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아샤 샤르마는 취임 직후 Helix를 "차세대 Xbox 콘솔"로 직접 언급했고, 이후 Microsoft는 GDC 2026에서 Project Helix를 자사의 "next generation Xbox console"로 다시 확인했다. 적어도 이 수준에서는 Xbox가 콘솔 하드웨어를 더 이상 주변적 장치로만 두지 않겠다는 신호로 읽을 수 있다.
이 해석에 힘을 싣는 배경도 있다. 차세대 PlayStation 공개 일정이 2028년 또는 2029년으로 밀릴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Xbox가 상대적으로 먼저 다음 세대 하드웨어 구도를 선점할 수 있다는 관측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아직 업계 보도 수준의 전망이지만, 만약 사실이라면 Helix는 Xbox에게 드물게 주어진 시간 상의 우위가 될 수 있다.
두 번째는 해체의 해석이다. Helix는 콘솔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구조적으로는 전통적인 콘솔과 거리가 멀다. Microsoft는 이 기기가 Xbox 콘솔 게임과 PC 게임을 모두 실행한다고 밝혔고, 동시에 Xbox 경험을 Windows 쪽으로 확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Windows Central 역시 Helix를 “본질적으로는 게이밍 PC”이며 “역대 가장 개방적인 Xbox”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경우 Helix의 의미는 단순한 차세대 콘솔 출시가 아니다. 콘솔의 핵심이었던 폐쇄형 하드웨어와 독점 스토어 중심 구조를 약화시키는 장치가 된다. 다시 말해, Xbox가 콘솔로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콘솔이라는 형식 자체를 다른 방향으로 해석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이 두 해석이 완전히 배타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Xbox는 하드웨어의 존재감을 복원하려 하면서도, 그 하드웨어를 더 이상 과거와 같은 폐쇄형 콘솔로 만들지는 않으려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Project Helix는 콘솔의 귀환이면서 동시에 콘솔의 재구성일 수 있다.
완성 혹은 시작
Project Helix의 의미는 Xbox 내부 전략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최근 몇 년 사이 게임 하드웨어의 경계 자체가 빠르게 흐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Valve의 Steam Deck이다. 이 기기는 구조적으로는 PC지만, 콘솔처럼 TV나 휴대 환경에서 게임패드로 플레이하도록 설계되었다. Windows 기반 휴대형 PC인 ASUS ROG Ally 역시 같은 흐름에 있다. 콘솔형 PC, PC형 콘솔, 그리고 그 사이 어딘가에 위치한 하드웨어들이 동시에 시장에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 변화는 단순한 기기 형태의 문제가 아니다. 콘솔 산업이 오랫동안 유지해 온 폐쇄형 플랫폼 구조가 기술적으로 더 이상 필수 조건이 아니게 되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PC 기반 운영체제와 범용 아키텍처가 보편화되면서, 하나의 하드웨어가 여러 스토어와 여러 플랫폼을 동시에 지원하는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 흐름 속에서 Project Helix는 두 가지 방식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하나는 완성이다. Game Pass, 클라우드, 멀티플랫폼 전략으로 이어진 Xbox의 변화가 결국 Helix라는 하드웨어 형태로 구현되었다는 시각이다. “모든 스크린이 Xbox다”라는 비전이 물리적 기기로 나타난 결과라는 해석이다.
다른 하나는 시작이다. 콘솔과 PC의 경계가 무너지기 시작한 게임 하드웨어 산업의 새로운 국면이 열리고 있으며, Project Helix는 그 변화를 공식적으로 선언한 첫 번째 장치라는 시각이다.
어느 쪽이든 질문은 결국 하나로 돌아온다.
Xbox는 콘솔을 만들고 있는가, 아니면 새로운 게임 플랫폼을 만들고 있는가.
그리고 그 답이 무엇이든, Project Helix의 등장 자체는 하나의 신호다.
콘솔 산업이 오랫동안 당연하게 여겨왔던 폐쇄적 플랫폼 구조가 더욱 빠르게 변화할 것이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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