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리뷰]생성형 AI 교육, 설계와 학습자 반응 사이의 간극
류성훈 기자
ryunow@metax.kr | 2026-01-14 09:00:00
[메타X(MetaX)] 생성형 인공지능을 활용한 교과과정은 초등학교부터 대학교에 이르기까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생성형 인공지능을 교육에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그리고 학습자에게 어떤 방식으로 경험되고 있는지에 대한 실증적 논의는 여전히 축적되는 단계에 있다. 두 편의 연구는 각각 초·중·고등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생성형 AI 교육과 학생들의 실제 학습 요구 사이의 차이, 그리고 대학 교육에서 생성형 AI 활용이 선택과 강제의 문제로 작동하는 양상을 다룬다. 이를 통해 생성형 AI 교육의 설계 의도와 학습자 경험 사이의 간극이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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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AI 활용이 컴퓨팅 사고력과 문제해결력에 미치는 영향 분석, 장은실·오경선,2025. |
이 논문은 생성형 AI가 대학생의 컴퓨팅 사고력과 문제해결력에 미치는 영향을 탐색한다. J 대학의 필수 교양 과목 '컴퓨터 기반 문제해결'을 통해 AI 미사용, 선택적 사용, 필수 사용 세 그룹을 비교하며, 디지털 시대에서 AI가 교육에 어떻게 기여할지 실증적으로 분석한다.
연구 설계: 3학기에 걸친 교육 실험과 학습자 통제
이 연구는 J대학교의 필수 교양 과목인 '컴퓨팅 기반 문제해결' 수업을 수강한 1학년 신입생 579명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다. 연구진은 학습 효과의 공정한 비교를 위해 2023년 1학기부터 2024년 1학기까지 총 세 학기에 걸쳐 수업 방식을 달리하여 데이터를 수집했다. 모든 수업은 온라인 선행 학습 후 오프라인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플립러닝(Flipped Learning)' 구조를 기반으로 했다.
실험 집단은 크게 세 그룹으로 나뉜다. 첫 번째 그룹(2023-1학기)은 생성형 AI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통제되었다. 두 번째 그룹(2023-2학기)은 학습자의 판단에 따라 AI 도구 활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선택적 활용' 집단이었다. 세 번째 그룹(2024-1학기)은 과제 수행 과정에서 반드시 생성형 AI를 사용하고, AI가 제안한 코드와 자신이 작성한 코드를 비교·분석하는 과정을 제출하도록 강제한 '필수적 활용' 집단이었다. 특히 AI 활용 집단에게는 단순히 정답을 얻는 것을 넘어, '초기 코드 작성 → AI 코드 제안 → 비교 및 개선 → 최종 설명'이라는 4단계의 구조화된 과제 수행 프로세스를 적용하여 AI에 대한 무비판적 수용을 방지하고자 했다.
컴퓨팅 사고력의 변화: 논리적 사고와 구현 능력의 미묘한 차이
연구 결과,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학습 방식과 관계없이 모든 집단에서 컴퓨팅 사고력이 유의미하게 향상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는 플립러닝 기반의 문제해결 수업 자체가 AI 도구 유무를 떠나 학습자의 역량 강화에 효과적임을 방증한다. 그러나 세부적인 역량 지표를 뜯어보면 흥미로운 차이가 발견된다. 문제 분해, 추상화, 알고리즘 설계와 같은 '논리적 사고(Factor 1)' 영역에서는 생성형 AI를 선택적으로 활용한 집단(2023-2학기)이 가장 높은 향상 폭(효과 크기 0.56)을 보였다. 이는 학습자가 필요에 따라 AI의 지원을 받되,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때 사고력 확장이 가장 효율적으로 일어남을 시사한다.
반면, 자동화 및 시뮬레이션과 같은 실질적인 '구현 능력(Factor 3)'에서는 생성형 AI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집단(2023-1학기)이 압도적으로 높은 효과 크기(0.96)를 기록했다. AI 활용 집단 역시 이 영역에서 유의미한 성장을 보였으나, 기계의 도움 없이 스스로 코드를 처음부터 끝까지 작성해 보는 '맨땅에 헤딩' 식 학습이 기술적 숙련도를 높이는 데는 가장 강력한 방법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필수적 활용 집단은 논리적 사고 영역에서의 효과 크기가 0.42로 세 집단 중 가장 낮게 나타났는데, 이는 AI 사용의 강제성이 오히려 학습자의 깊이 있는 사고 과정을 일부 저해하거나 의존성을 높였을 가능성을 내포한다.
수업 만족도, 강제적 사용의 심리적 부담
학습 성취도만큼이나 중요한 지표인 '수업 만족도' 분석에서는 자율성의 가치가 더욱 극명하게 드러났다. 생성형 AI를 선택적으로 활용한 집단은 수업의 흥미도, 유익성, 추천 의향 등 전반적인 만족도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상승했다. 학생들의 개방형 응답에서도 "코딩을 쉽게 접할 수 있어 좋았다", "도움이 되었다"는 긍정적 반응이 주를 이뤘다. 학습의 난이도를 낮춰주는 도구로서 AI를 자율적으로 사용할 때 학습 동기가 강화된 것이다.
그러나 생성형 AI 활용을 의무화한 필수적 활용 집단에서는 수업 만족도의 유의미한 향상이 관찰되지 않았다. 특히 "과제가 학습에 도움이 되었다"거나 "수업을 추천하겠다"는 항목에서 유의미한 변화가 없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연구진은 이를 '학습 부담의 증가'로 해석했다. AI를 활용하여 코드를 비교하고 분석 보고서를 작성해야 하는 추가적인 절차가 학습자에게는 도움보다는 수행해야 할 또 다른 과제로 인식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도구의 유용성이 입증되더라도, 그것이 강제되는 순간 학습자는 피로감을 느끼며 학습 경험의 질적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균형 잡힌 AI 활용 교육 전략의 필요성
연구는 교육 현장에 생성형 AI를 도입할 때 정교한 교수 설계가 뒷받침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첫째, 학습자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선택권'의 보장이 중요하다. 연구 결과는 AI 활용을 선택적으로 허용했을 때 논리적 사고력의 향상과 수업 만족도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었다. 학습자 스스로 자신의 수준을 파악하고 AI의 도움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 자체가 메타인지 능력을 키우는 교육적 활동이 될 수 있다. 획일적인 도구 사용 강요는 오히려 학습 동기를 저해할 위험이 있다.
둘째, 학습 목표에 따른 도구 활용의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 만약 교육의 목표가 순수한 코딩 기술과 구현 능력(Hard Skill)의 배양에 있다면, 초기 단계에서는 AI 사용을 제한하고 직접 코드를 작성하게 하는 전통적인 방식이 여전히 유효할 수 있다. 반면, 문제 해결의 프로세스를 이해하고 논리적 구조를 설계하는 고차원적 사고(Soft Skill)를 목표로 한다면, AI를 보조 도구로 적극 도입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따라서 교수자는 수업의 단계와 목표에 맞춰 AI 허용 범위를 유연하게 조절해야 한다.
셋째, 'AI 리터러시' 교육은 기능 습득이 아닌 비판적 사고 훈련이어야 한다. 연구에서 적용한 '코드 비교 및 개선' 단계처럼, AI가 내놓은 결과물을 맹신하지 않고 검증하는 과정을 수업에 필수적으로 포함해야 한다. 다만, 이 과정이 학습자에게 과도한 행정적 부담이 되지 않도록 과제의 양과 난이도를 조절하는 교수법적 배려가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생성형 AI는 교육의 강력한 도구이지만, 그것이 학습자의 주체적인 사고를 대체하지 않도록 '보조적 위치'를 명확히 설정할 때 교육적 가치가 극대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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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AI 활용교육에 대한학생의 인식 및 요구 분석, 김효은·박소현·서무완,2025. |
이 연구는 경기도 지역 학생들의 생성형AI 활용교육 참여 경험과 교육 내용, 학습 요구 항목을 학교급별로 조사·분석하였다.
생성형AI 교육에서 드러난 의외의 불일치
이 연구에서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학교가 제공하는 교육(공급)과 학생들이 실제로 원하는 교육(수요) 사이에 뚜렷한 ‘미스매치(Mismatch)’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학년이 올라갈수록 심화된 기술 교육을 원할 것이라 예상하기 쉽지만, 결과는 의외였다. 고등학교에서는 음악 창작(68.7%)이나 이미지 생성과 같은 고차원적인 창작 교육에 집중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학생들은 ‘개인정보 보호’(44.4%)나 ‘신뢰성 판별’ 같은 가장 기초적이고 안전한 활용법을 배우길 원했다. 반대로, 개인정보 보호 위주의 안전 교육을 집중적으로 받는 초등학생들은 오히려 구체적인 ‘바른 이용 방법’과 ‘소통 예절’을 갈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현재의 교육 과정이 학생들의 실제 활용 패턴이나 내면의 불안감을 정교하게 타격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가장 결정적인 결과다.
학교급별 역할 정체성의 재정의
연구 결과, 생성형 AI를 대하는 학생들의 역할 정체성은 학교급에 따라 ‘안전한 사용자(초등)’, ‘비판적 정보 평가자(중등)’, ‘창의적 생산자(고등)’라는 세 가지 뚜렷한 단계로 구분되었다. 고등학생의 경우 약 76.6%가 이용 경험이 있고 주 1~2회 이상 사용하는 비율도 높아 능숙한 생산자의 면모를 보였다. 반면 중학생은 숙제와 정보 검색을 위해 AI를 비판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단계에 있으며, 초등학생은 이용 경험이 절반 이하(47.6%)로 낮고 주로 취미나 호기심 충족을 위해 AI에 접근하고 있었다. 이러한 데이터는 교육의 방향이 획일적인 툴 사용법 전수가 아니라, 각 발달 단계의 정체성에 맞는 맞춤형 전략으로 수정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초·중학교의 교육 격차와 요구
학교급별 세부 쟁점을 살펴보면, 초등학교는 ‘보호’와 ‘활용’ 사이의 간극이 문제다. 학교 현장에서는 학생을 보호 대상으로만 인식하여 개인정보 보호(69.2%) 교육에 치중하고 있다. 그러나 학생들은 AI를 친구처럼 인식하며 ‘어떻게 말을 걸어야 하는지(소통 예절)’와 같은 구체적인 상호작용 방법을 원하고 있어, 안전을 전제로 한 실습 교육의 부재가 확인되었다 . 중학교에서는 정보의 신뢰성을 판단하는 비판적 사고 교육이 주를 이루는데 , 학생들은 윤리적 판단 능력을 바탕으로 음악 창작이나 이미지 생성 등 더 창의적인 도구로서 AI를 활용해보고 싶어 하는 욕구가 강했다. 이는 중학생들에게 윤리적 규제뿐만 아니라 창작의 기회를 열어주는 교육이 병행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고등학교의 ‘기본으로의 회귀’ 현상
고등학교는 입시와 진로 탐색을 위해 AI 활용도가 가장 높고, 학교 교육 역시 창작 활동 위주로 진행되어 왔다 . 그러나 고수준의 활용을 경험한 학생일수록 역설적으로 ‘내 데이터가 안전한가?’, ‘이 정보가 진짜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품게 되는 것으로 보인다. 고등학생들이 개인정보 보호 교육을 강력하게 요구(44.4%)한다는 점은, 기술적 활용 능력이 고도화될수록 그에 수반되는 리스크 관리 역량과 윤리적 기준에 대한 갈증도 함께 커진다는 것을 시사한다.
생성형AI 교육을 다시 생각해야 하는 이유
결론적으로 이 연구는 "학생들은 무엇을 원하는가?"에 대한 답을 통해 현재의 AI 교육 과정을 재설계할 것을 제안한다. 전체 학교급을 통틀어 교육 현황과 학습 요구 사이의 불일치를 해소하는 것이 급선무다. 초등학생에게는 친근한 상호작용 훈련과 기초 예절을, 중학생에게는 검증 역량과 창작 경험의 조화를, 고등학생에게는 고도화된 활용 기술과 더불어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법적·윤리적 안전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METAX = 류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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