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센티브 문화와 기대의 충돌
2025년 6월 25일, 네오플 노동조합(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노조 넥슨지회 네오플분회)은 국내 게임업계 최초로 3일간 전면 파업에 돌입했으며, 서울지사는 6월 25일부터, 제주 본사는 6월 26일부터 각각 3일간 전면 파업을 실시했다.
전면 파업이 끝난 뒤에는 조직(부서 또는 팀)별로 일정 기간씩 돌아가며 파업하는 순차(순환) 파업에 들어간다. 서울지사의 경우, 6월 27일까지 전면 파업을 마친 후, 6월 30일 이후부터 조직별 순차 파업으로 전환한다. 제주 본사는 6월 26일부터 3일간(근무일 기준, 실제로는 26일, 27일, 30일) 전면 파업을 실시한 후, 7월 1일 이후부터 조직별로 일정 기간씩 돌아가며 파업한다.
노조는 사측이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파업을 장기화하거나, 추가 투쟁 수위를 높일 가능성이 있으며 성과급(GI) 지급의 불투명성, 근로환경 개선, 평균 연봉 논란 등 주요 쟁점을 놓고 사측과의 교섭을 지속할 계획이다.

파업 이유: “성과는 최대, 보상은 축소”
촉발의 핵심은 바로 ‘신규개발 성과급(GI)’의 임의 축소다.
노조 측은 “중국에서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이 사상 최대 매출(1조 3,783억 원)과 영업이익(9,824억 원)을 달성했는데도 성과급이 종전 대비 3분의 2로 줄었다”며 반발했다. 특히, 영업이익의 4%에 해당하는 약 393억 원의 수익분배금(PS) 지급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첫 번째 쟁점은 성과급 축소이다. “역대 최고 실적인데도 보상이 줄었다”는 노조와 "프로젝트 특수성에 따른 규정 변경"이라는 회사의 주장이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 두 번째 쟁점은 '부족한 근로 환경'이다. 장시간·고강도 노동은 네오플이 지닌 구조적 문제이며, 여러 직군에서 근로시간 과다 및 피로 누적 사실이 확인됐다. 또 다른 쟁점은 보상 체계의 투명성이다. 노조는 사측이 일방적으로 기준을 변경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회사는 “성과 기반 합리적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맞선다.
경영의 ‘합리’와 현장의 ‘체감’ 충돌
네오플의 파업은 단순한 금전적 불만을 넘어, 회사와 직원 간 인식 차이의 골이 얼마나 깊은지를 보여준다. 사측은 “성과에 기반한 합리적 보상 체계”를 강조한다. 실제로 2024년 영업이익의 약 15%를 성과급으로 환원했으며, 1인당 최대 3,300만 원 규모의 스팟 보너스도 지급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경영 입장에서는 이미 상당한 수준의 성과 공유를 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그러나 직원들의 체감은 전혀 다르다.
2024년 네오플은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의 중국 흥행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정작 성과급은 이전 대비 3분의 2 수준으로 줄었다는 점에서 납득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특히, 노조는 “성과가 역대급이었는데도 보상은 후퇴했다”며 ‘기대 불일치’에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외부에서 보도된 “평균 연봉 2억 원”이라는 수치 또한 이 갈등에 불을 지폈다. 노조는 이에 대해 “실제 계약 연봉은 6,000만 원대이며, 성과급을 반영한 일시적 평균치가 과장돼 알려졌다”고 반박하고 있다. 일부 임원이나 특정 팀의 고액 보상이 전체 직원의 처우를 대변하는 것처럼 보도되는 현실도 내부 갈등을 키우는 요인이다.
결국, 사측의 ‘절차와 수치상 합리성’과 직원들의 ‘성과에 비례한 체감 공정성’이 충돌한 것이며, 이는 단순한 성과급 문제가 아니라 ‘신뢰’와 ‘기대’의 균열로까지 번지고 있다. 파업은 그 불균형이 임계점을 넘었다는 신호다.
인센티브 문화와 기대의 충돌
네오플 파업의 본질은 단순한 보상의 크기가 아니라, 게임 산업 내부에 고착된 보상 문화와 조직 경영 전략 간의 충돌에 가깝다.
게임 산업은 프로젝트 중심의 개발 구조와 시장 반응 중심의 성과 평가로 인해, 수익과 보상이 밀접하게 연동되는 문화를 갖고 있다. 흥행작이 나올 경우, 그 성과가 보너스나 성과급으로 환산되어야 한다는 기대가 사실상 업계의 암묵적 룰처럼 굳어져 있다. 특히 대규모 온라인 게임처럼 개발 기간이 길고 노동 강도가 높은 분야에서는, “고생한 만큼 돌려받는다”는 보상 기대 심리가 강하게 작동한다.
이러한 배경에서 2024년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의 중국 흥행 성과(사상 최고 매출 1조 3,783억 원, 영업이익 9,824억 원)는 자연히 고액 성과급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회사는 전통적인 기대와는 다른 입장을 고수한다.
넥슨 및 네오플 측은 “성과가 아무리 좋아도, 프로젝트의 시장 특성과 개발 주기, 조직 전략에 따라 보상 구조는 조정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해외 시장에서의 성공은 국내 인력의 직접 기여도, 환율 문제, 세금 구조 등을 고려해야 하며, 단순한 수익 기반 인센티브는 경영적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성과와 보상의 인과관계를 수치로 단순 환산할 수 없다는 경영적 유연성이 강조된 셈이다.
이 충돌의 한 축은 사회적 인식의 차이에서도 비롯된다. 외부에서는 “게임 회사는 평균 연봉 1억, 2억 받는 고연봉자들의 세계”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이는 각종 기업 공개자료와 언론 보도로 형성된 ‘평균 연봉’ 수치로, 내부 직원들, 특히 일반 실무진(신입부터 과장급 까지)은 “계약 연봉은 6,000만 원대”라며, 일부 임원 고연봉자가 평균을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로 인해, 회사의 성과 발표가 있을 때마다 “외부엔 화려하게 포장된 성과, 내부엔 기대에 못 미치는 보상”이라는 체감 불만이 고조된다.
첫 총파업의 파장과 구조적 진단
2025년 6월, 네오플 노조가 단행한 전면 파업은 한국 게임 산업 역사상 최초의 총파업이라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가 크다. 단지 한 회사의 보상 문제를 넘어, 게임 산업 전반에 걸친 노동 환경, 성과 문화, 조직 구조의 지속 가능성을 재조명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과거 게임업계는 장시간 노동, 크런치 문화, 불투명한 평가 시스템 등으로 오랜 기간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었지만, 산업 외부에서는 “고연봉+창의직군”이라는 인식이 이를 덮어왔다. 그러나 이번 파업은 내부 구성원의 불만이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신호이자, 산업 내 ‘노동권’ 담론의 본격적 시작을 알리는 사건이다.
네오플 사태 이후, 넥슨 노조를 포함한 주요 게임사 노조들이 연대 성명과 지지 입장을 내며 조직적 대응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다른 대형 게임사나 IT기업에서도 유사한 갈등이 표면화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성과급 지급 체계나 장시간 노동 문제가 타사에도 유사하게 존재한다는 점에서, 네오플 파업은 단발적 사건이 아닌, 업계 전반의 보상·환경 재점검 촉발제가 될 수 있다.
이번 파업은 결국 한 기업의 이슈를 넘어, “디지털 산업 노동은 어떻게 평가되고 보상받아야 하는가?”라는 사회적 질문을 던진다. 정부와 산업계는 그동안 게임을 ‘창의적 콘텐츠 산업’으로 육성하면서도, 그 기반이 되는 노동 구조나 권리 체계에 대한 제도적 논의는 미흡했다. 이번 사태는 “성과 없는 장시간 노동 구조를 언제까지 용인할 것인가?”, “성과 평가 기준과 보상은 어떻게 정당화될 수 있는가?” 등 보다 근본적인 구조 개편의 필요성을 드러낸다.
회사와 직원, 서로의 ‘합리’를 이해해야 할 때
회사 입장에서는 지속 가능한 경영과 비용 구조를 위해, 성과급의 정량적 예측 가능성 확보가 중요하다. 불확실한 시장에 따라 매년 인센티브 구조가 출렁이면, 내부 거버넌스가 불안정해질 수 있다.
반면, 직원은 성과에 비례한 보상을 당연한 권리로 인식한다. 특히 “역대 최대 실적에도 성과급이 줄었다”는 체감은, 회사가 신뢰를 저버렸다는 인식을 강화한다. 이처럼 양측 모두 자신만의 합리성을 가지고 있으며, 핵심은 ‘합리의 방향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요구되는 구조적 변화는 다음과 같다. 우선 보상 체계의 투명성과 규칙의 일관성 확보이다. 누가, 언제, 어떤 기준으로 성과급이 지급되는지를 사전에 명확히 고지하고, 예외 규정은 조직 내 신뢰를 해치지 않도록 세부 운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또 장시간 노동 해소 및 실질적 휴식권 확보가 필요하다. 야근, 크런치 등의 고강도 노동이 일상화된 게임업계 특유의 문화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워라밸(Work-Life Balance) 문화를 설계해야 할 때이다.
이번 파업은 단순한 임금 분쟁이 아니라, 게임 산업 구조 전체의 체질 개선을 촉진하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
성과 중심의 보상 문화가 어떻게 지속 가능하게 정비되어야 할까?
창의성과 고강도 노동이 공존하는 산업에서 무엇이 공정한 평가인가?
노동자 권리와 기업의 유연성은 어떻게 균형을 이뤄야 하는 것인가?
이러한 질문은 이제 모든 게임 회사와 IT 기업, 그리고 정책 입안자들이 함께 고민해야 할 산업적 과제가 되었다.
네오플의 총파업은 ‘한 회사의 내부 갈등’이 아닌, 한국 게임 산업의 근본적 변곡점을 알리는 사건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투명하고 지속 가능한 보상 시스템, 정당한 근로환경, 신뢰를 기반으로 한 협력 구조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이 변화가 시작될 때, 게임 산업은 더 성숙하고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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