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창작을 예술 실천으로 승인한 제도적 전환
[메타X(MetaX)] 2006년 3월 13일, 파리 문화통신부 청사에서 이례적인 수여식이 열렸다. 문화부 장관 르노 도네디외 드 바브르는 세 명의 게임 창작자에게 예술문화훈장(Ordre des Arts et des Lettres)을 수여했다. '마리오'와 '젤다'를 만든 미야모토 시게루, '레이맨'과 '비욘드 굿 앤 이블'의 미셸 앙셀, '얼론 인 더 다크'의 프레데릭 레이날. 이들은 게임 분야에서 이 훈장을 받은 첫 번째 인물들로 기록되었다. 장관은 당시 연설에서 게임을 "우리의 꿈과 상상력을 형성하고, 세계를 재현하는 새로운 방식을 발명하는" 매체라고 규정했다.
그로부터 약 20년이 지난 2026년 2월 6일, 같은 훈장이 다시 게임 창작자들에게 수여되었다. 이번에는 'Clair Obscur: Expedition 33'를 개발한 Sandfall Interactive의 팀원 28명이 동시에 슈발리에(기사) 칭호를 받았다. 문화부 장관 라시다 다티는 이를 "예외적인 성공에 대한 예외적인 훈장"이라 칭했다. 그렇다면 2006년과 2026년 사이에 무엇이 달라졌는가. 게임이 문화로 승인된 것은 이미 2006년의 일이다. 그렇다면 이번 사례가 던지는 진짜 질문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게임이 언제 문화가 되었는가"가 아니라, "그 승인이 어떻게 확장되고 있는가"이다.
2006년, 개인 천재의 시대
2006년 수상자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세 사람 모두 자신의 이름과 특정 작품이 거의 동의어처럼 연결되는 인물들이었다. 미야모토는 마리오와 젤다의 '아버지'로, 앙셀은 레이맨의 '창조자'로, 레이날은 서바이벌 호러 장르의 '개척자'로 호명되었다. 이러한 호명 방식은 전통 예술에서 익숙한 것이다. 영화에는 감독이 있고, 소설에는 작가가 있으며, 그림에는 화가가 있다. 제도는 작품의 대표 창작자를 특정하고, 그에게 공적 인정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작동해왔다.
2006년의 훈장 수여는 이 문법을 게임에 적용한 사례였다. 게임이라는 새로운 매체를 기존 예술 제도 안에 편입시키되, 그 방식은 전통적이었다. '저자'를 특정할 수 있는 개인, 그것도 이미 전설적 지위를 확보한 개인들을 선택함으로써, 국가는 게임을 문화로 승인하면서도 제도적 관행을 크게 변경할 필요가 없었다. 미야모토가 수상 소감에서 프랑스 인상파 화가들에 대한 존경을 표했을 때, 그 발언은 게임 창작자가 전통 예술의 계보 안에 자리 잡았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 방식에는 한계가 있었다. 게임은 본질적으로 집단 창작물이다. 한 편의 게임이 완성되기까지는 기획, 프로그래밍, 아트, 사운드, 내러티브 등 수십에서 수백 명의 창작자가 참여한다. 2006년의 훈장은 게임을 문화로 승인했지만, 게임이 만들어지는 '방식' 자체를 승인한 것은 아니었다. 제도는 여전히 개인 단위로 작동했고, 게임의 협업적 본질은 제도적 언어로 포착되지 않았다.
프랑스라는 조건, 문화예외주의와 제도적 경로
게임이 국가 훈장 체계 안에서 '문화'로 승인될 수 있었던 것은 프랑스라는 특수한 맥락과 무관하지 않다. 프랑스는 오랫동안 '문화예외주의'를 국가 정책의 원칙으로 삼아왔다. 이 원칙의 핵심은 문화 상품을 일반 상품과 동일하게 취급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영화, 음악, 출판물은 단순한 소비재가 아니라 국가 정체성과 언어적 다양성을 담지하는 매체이며, 따라서 시장 논리만으로 그 운명을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게임 역시 이 흐름 안에서 점진적으로 제도권에 편입되었다. 첫 단계는 세제 혜택이었다. 프랑스 정부는 2008년 1월 1일부터 비디오 게임 제작에 대한 세액공제 제도(CIJV)를 시행했다. 개발 비용의 30%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이 제도는 게임을 '창작 산업'의 범주 안에 공식적으로 위치시킨 첫 번째 조치였다. 제도 시행 이후 2021년까지 150개 이상의 스튜디오가 혜택을 받았고, 370개 이상의 프로젝트가 지원되었다. 2017년 이후에만 2억 2천만 유로 이상이 이 제도를 통해 프랑스 게임 산업에 투입되었다.
세제 혜택은 경제적 지원이지만, 그 전제는 문화적이다. CIJV의 수혜 자격을 얻으려면 게임이 '문화적 기여'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서사의 독창성, 시각적·음악적 창작성, 유럽 문화유산과의 연관성 등이 평가 항목에 포함된다. 이러한 구조는 게임을 단순한 오락물이 아니라 문화적 가치를 담지할 수 있는 창작물로 전제한다.
세제 혜택 이후에는 예술적 가치에 대한 공적 담론이 형성되었다. 게임이 서사와 미학을 갖춘 창작물이라는 인식이 비평계와 학계에서 확산되었고, 이는 정책 담당자들의 언어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마지막 단계가 훈장 체계로의 진입이다. 2006년의 첫 수상 이후, 피터 몰리뉴(2006년), 아오누마 에이지(2023년) 등 게임 창작자들이 추가로 훈장을 받았다. 예술문화훈장에 게임 창작자가 반복적으로 포함되었다는 것은, 게임이 일회성 예외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문화로 인정받는 영역이 되었음을 뜻한다.
이 지점에서 비교가 유효하다. 한국과 일본은 세계 게임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국가들이다. 두 나라 모두 게임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해왔고, 글로벌 시장에서 상업적 성공을 거둔 타이틀도 다수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게임 창작자가 국가 훈장 체계 안에서 '예술가'로 호명된 사례는 찾기 어렵다. 이는 게임에 대한 제도적 인식의 차이를 보여준다. 프랑스에서 게임이 문화로 승인될 수 있었던 것은 단지 좋은 게임이 만들어졌기 때문이 아니라, 문화를 정의하고 분류하는 국가적 체계가 그러한 승인을 가능하게 하는 구조를 이미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2026년의 전환, '집단 창작의 가시화'
2026년 2월의 훈장 수여식은 한 가지 점에서 이전과 결정적으로 달랐다. 훈장이 개인이 아니라 팀 전체에게 수여되었다는 사실이다. Sandfall Interactive의 공동창립자 기욤 브로슈, 톰 기예르맹, 프랑수아 뫼리스를 비롯한 28명의 팀원이 동시에 슈발리에 칭호를 받았다. 이는 예술문화훈장 역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전통적인 훈장 체계는 개인을 단위로 설계되어 있다. 문학상은 작가에게, 영화상은 감독에게 수여되는 것이 관례다. 물론 영화에도 수많은 협업자가 존재하지만, 제도는 그중 한 명을 '대표 창작자'로 호명하는 방식으로 작동해왔다. 이러한 구조에서 게임의 집단 창작성은 제도적 인정의 장애물이 될 수 있었다. 누구에게 훈장을 줄 것인가라는 질문에 명확히 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 사례가 주목할 만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화부 장관 라시다 다티는 수여식에서 이 훈장이 "한 집단의 놀라운 성공"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도가 '대표 저자'를 특정하지 않고, 협업 구조 자체를 인정한 것이다. 이는 단순히 더 많은 사람이 상을 받았다는 양적 변화가 아니다. 제도가 게임의 생산 방식 자체를 인정했다는 질적 전환이다.
Sandfall Interactive는 2020년 몽펠리에에서 설립된 독립 스튜디오다. 창립 당시 핵심 멤버는 6명에 불과했고, 이후 퍼블리셔 Kepler Interactive와 계약을 체결한 뒤 약 30명 규모로 성장했다. 공동창립자 기욤 브로슈는 유비소프트 출신으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에서 영감을 받아 프로젝트를 구상했다. 작곡가 로리앙 테스타르는 브로슈가 프랑스 인디 게임 포럼에서 발견한 인물이고, 내러티브 디자이너 제니퍼 스베드베리-옌은 레딧 모집 공고를 통해 합류했다. 이처럼 스튜디오의 형성 과정 자체가 디지털 시대의 협업 방식을 보여준다.
집단 창작을 '문화'로 승인한다는 것은, 협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창작적 기여를 예술적 실천으로 인정한다는 의미다. 2006년이 "게임도 예술이다"의 선언이었다면, 2026년은 "게임이 만들어지는 방식도 예술이다"의 선언이다. 문화 제도는 이로써 디지털 시대의 협업 예술을 수용하는 새로운 방식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왜 지금, 왜 '클레르 옵스퀴르: 33 원정대' 인가
제도적 조건이 갖춰져 있다 해도, 모든 게임이 훈장을 받는 것은 아니다. 'Clair Obscur: Expedition 33'가 이 시점에 선택된 데에는 이 작품만의 조건이 작용했다.
첫째, 이 게임은 프랑스 스튜디오의 작품이다. Sandfall Interactive는 몽펠리에에 본사를 둔 독립 스튜디오로, 프랑스 게임 산업의 창작 역량을 대표한다. 프랑스 문화정책이 자국 창작물의 가치를 강조해온 맥락에서, 프랑스 스튜디오가 세계적 수준의 작품을 만들어냈다는 사실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둘째, 이 게임은 역사적인 비평적·상업적 성공을 거두었다. 2025년 4월 출시 후 24시간 만에 50만 장, 3일 만에 100만 장, 10월까지 500만 장 이상이 판매되었다. 더 게임 어워드 2025에서는 13개 부문 노미네이트로 역대 최다 후보 기록을 세웠고, 9개 부문을 수상하며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2(2020년, 7개 수상)의 기록을 넘어섰다. 올해의 게임, 최우수 내러티브, 최우수 아트 디렉션, 최우수 음악, 최우수 게임 디렉션, 최우수 퍼포먼스(제니퍼 잉글리시), 최우수 인디 게임, 최우수 데뷔 인디 게임, 최우수 RPG를 휩쓸었다.
셋째, 이 성공은 국가적 성취로 호명되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게임 출시 직후 인스타그램을 통해 "100만 장 판매, 역대 최고 평점 게임 중 하나. 그리고 이것은 프랑스 작품입니다"라고 축하했고, "프랑스의 대담함과 창의성을 보여주는 빛나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더 게임 어워드 수상 후에는 다시 한 번 공식 축하 메시지를 남기며 "프랑스 타이틀 최초의 역사적 순간"이라고 선언했다. 몽펠리에 시장 미카엘 들라포스 역시 이 게임이 "비디오 게임 국제 역사의 레퍼런스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러한 조건들이 수렴한 결과, '팀 단위 훈장 수여'라는 전례 없는 결정이 가능해졌다. 이 게임의 성공 규모가 개인 귀속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국가가 이 성취를 인정하려면, 팀 전체를 호명할 수밖에 없었다. 훈장은 단지 좋은 게임에 대한 보상이 아니라, 프랑스 게임이 국가 문화 자산으로 호명될 수 있는 조건을 실현한 사례에 대한 제도적 응답이었다.
승인의 심화, 그리고 이후의 질문
"게임은 언제 문화가 되었는가"라는 질문은 이제 다르게 물어야 한다. 적어도 프랑스에서, 게임은 이미 2006년에 문화로 승인되었다. 그러나 그 승인의 방식과 범위는 변화해왔다. 2006년에는 개인 천재가 예술가로 인정받았고, 2026년에는 협업 팀이 예술 집단으로 인정받았다. 세제 혜택의 대상에서 훈장의 대상으로, 개인 창작자에서 집단 창작 구조로, 승인의 언어는 점진적으로 확장되어왔다.
이 변화는 문화 제도가 디지털 협업 예술의 본질에 한 걸음 더 가까워졌음을 보여준다. 게임은 처음부터 협업의 산물이었지만, 제도가 그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전통 예술의 '저자' 모델을 게임에 적용하는 단계에서, 게임 고유의 생산 방식을 인정하는 단계로 이행한 것이다.
그러나 승인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제도적 인정은 언제나 기대와 규범을 동반한다. 영화가 예술로 인정받은 이후 '좋은 영화'에 대한 공적 기준이 형성되었듯, 게임에 대해서도 유사한 과정이 시작될 수 있다.
결국 승인은 단순한 선물이 아니라, 기대를 동반한 명명이다. 프랑스 정부가 그 이름을 공식적으로 호명한 순간, 게임은 더 이상 시장의 성과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판매량과 평점 위에 또 하나의 기준이 더해진다는 뜻이다.
때문에, 다음 작품은 성공을 반복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 칭호가 전제하는 문화적 가치와 공적 의미까지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그리고 그 책임은 한 스튜디오에 머물지 않는다.
이제 프랑스 게임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창작하는 이들 모두가, 그 기대의 무게를 감당해야만 할 것이다.
[METAX = 김하영 기자]
[저작권자ⓒ META-X.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