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산 ZKYC·오프체인 데이터 관리로 개인정보 노출 없이 보안 강화
실시간 증명 생성·회로 투명성 확보로 ZKP 프레임워크 표준화 가속
글로벌 블록체인 업계는 생체 인증 기반의 디지털 신분증 'Orb(오브)'를 주목하고 있다. 이 기술은 사람의 눈 홍채를 이용해 개인을 인증하며, 이를 통해 Web 3.0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영지식증명(ZKP, Zero-Knowledge Proof)' 기술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Orb의 공식 출시에 따라 미국 전역에 약 7,500대의 홍채 인식 장치가 설치될 예정이다. 사용자는 단 한 번의 홍채 스캔으로 'World ID'라는 디지털 신분증을 발급받을 수 있다. 이는 기존에 익명성을 강조했던 Web 3.0 환경에서 실제 신원을 기반으로 한 증명 방식을 확대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전망이다.
영지식증명(ZKP)이란 무엇인가?
'영지식증명'이라는 개념은 쉽게 설명하면 '어떤 정보의 구체적인 내용을 전혀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그 정보가 사실임을 증명할 수 있는 기술'이다. 예를 들어, 내가 은행에 충분한 돈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할 때 실제 계좌 잔액이나 거래 내역을 공개하지 않고도 이를 입증할 수 있게 한다.
이러한 ZKP 기술은 Web 3.0 환경에서 다음과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
첫째, 개인정보 노출 없이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익명 인증'에 사용된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특정 나이를 넘었다는 것을 증명할 때 신분증의 모든 정보를 보여주지 않고도 '성인임'만 증명할 수 있다.
둘째, 많은 양의 데이터를 블록체인에 직접 저장하지 않고도, 그 데이터가 조작되지 않았음을 안전하게 검증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한다. 투표 결과나 거래 기록 등을 축약된 형태(해시)로만 저장하고 원본 데이터의 무결성(데이터가 변조되지 않았다는 사실)만 검증하면 블록체인의 저장 공간 부담도 줄어든다.
셋째, 금융기관 등에서 법적으로 요구되는 고객 확인(Know Your Customer, KYC) 절차를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돕는다. 예컨대, 고객의 민감한 개인정보를 직접 보관하지 않고도 'KYC를 통과했다'는 증명만으로 거래를 승인할 수 있다.
이처럼 ZKP는 사용자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면서도 신뢰할 수 있는 인증 절차를 제공하는 중요한 기술이다.
Orb 기술이 ZKP 영역을 확장하다 – 익명 인증에서 선택적·신원 기반 증명으로
지금까지 Web 3.0에서 ZKP는 익명을 유지한 채 조건만 증명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Orb의 등장으로 ZKP의 활용 범위가 한층 확장된다. 사용자는 홍채 스캔을 통해 발급된 디지털 ID(예: World ID)를 단 한 번만 생성하면, 이 신원 기반 ID를 ZKP 프로토콜 위에서 다양한 속성 증명에 재활용할 수 있다. 예컨대 “성인임” “KYC 통과자” “특정 지역 거주자” 등 서비스마다 필요한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그리고 익명성과 프라이버시를 유지하면서 증명할 수 있게 된다.
또한 기존의 금융기관은 매번 고객의 이름, 주소, 생년월일과 같은 민감 정보를 저장하고 확인해야 했다. 하지만 Orb 기반 ZKP를 이용하면 한 번의 신분 확인으로 발급된 디지털 ID만 블록체인에 등록하면 된다. 이후 거래 때는 민감한 개인정보 없이도 KYC 통과 여부만을 암호학적으로 안전하게 증명할 수 있어 정보 유출의 위험을 크게 낮춘다.
이러한 시스템이 일반화되면 휴대폰이나 공공 단말기, 사물인터넷(IoT) 기기에서도 몇 초 내로 간편하게 신원을 인증할 수 있게 된다. 또한 글로벌 개인정보 보호 법률(GDPR, CCPA 등)을 충족시키기 위해 보다 빠르고 효율적인 증명 알고리즘의 개발과 표준화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앞으로의 전략적 시사점
Orb 기술의 확대는 ZKP가 단순히 익명을 지키는 도구를 넘어, 현실에서 활용 가능한 신뢰 높은 인증 수단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다만, Orb 시스템 자체의 신뢰성 유지가 매우 중요하다. 디지털 신분증을 발급하고 관리하는 기관이 신뢰받지 못하면 전체 시스템의 신뢰도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서비스 기획자와 개발자들은 Orb와 연동된 신뢰 모델 및 운영 감시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동시에 규제기관은 개인정보 보호 법률에 맞춰 Orb 기반 시스템의 표준화와 운영 감시 제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결국 Orb 기술의 성공은 신뢰할 수 있는 운영 체계와 성능 높은 증명 알고리즘(ZK-SNARK, ZK-STARK 등)이 결합될 때 가능하다. 업계는 이 기술을 지원하고 표준화하여 보다 안전하고 신뢰받는 Web 3.0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야 할 중요한 시점이다.
[저작권자ⓒ META-X.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