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 오브 브랜드’에서 ‘핵심 집중’ 전략 수정 신호
[메타X(MetaX)] 글로벌 이커머스 기업 eBay가 패션 리세일 플랫폼 Depop을 약 12억 달러(현금)에 인수하기로 했다. 매도자는 Etsy다. 이번 거래는 단순한 자산 매각을 넘어, 리커머스(recommerce) 시장의 세대 교체와 플랫폼 전략 재정렬을 상징하는 사건으로 해석된다.
2021년 Etsy는 Depop을 16억2,500만 달러에 인수했다. 5년 만에 약 4억 달러 이상 낮은 가격으로 매각하는 셈이지만, 이를 단순 손실 거래로 보기는 어렵다. Depop은 2025년 기준 연간 GMS(총거래액) 약 10억 달러를 기록했고, 미국 시장에서는 전년 대비 60% 성장했다. 활성 구매자 700만 명, 판매자 300만 명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용자의 90%가 34세 미만이다. 성장성은 유지됐지만, Etsy의 포트폴리오 전략과의 적합성은 재평가 대상이 됐다.
Etsy는 2021년 당시 ‘하우스 오브 브랜드’ 전략을 내세웠다. Etsy·Reverb·Depop을 묶어 비(非)범용 이커머스 집합체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이후 고금리 환경과 이커머스 성장 둔화, 수익성 압박, 주주 환원 요구가 겹치면서 전략의 우선순위가 바뀌었다. 2026년 발표에서 Etsy는 “핵심 마켓플레이스의 지속 가능한 성장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포트폴리오 확장보다 마진과 현금흐름 안정화에 방점을 찍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반면 eBay는 이번 인수를 “C2C 전략 가속”으로 규정했다. eBay의 연간 GMV는 약 800억 달러이며, 패션 카테고리만 100억 달러 이상을 차지한다. 미국 내 패션 GMV는 2025년 10% 성장했다. Depop은 여기에 Z세대 유입 통로, 모바일·소셜 중심 UX, 순환 패션(리커머스) 정체성을 더한다. eBay는 기존의 검색형 중고 마켓 이미지를 Depop을 통해 커뮤니티 기반 소셜 리세일 모델로 확장하려는 계산이다.
전략적 시너지도 명확하다. eBay는 금융 서비스 통합, 글로벌 배송 네트워크 활용, ‘Authenticity Guarantee’ 확대, 교차 리스팅(cross-listing)을 제시했다. 특히 교차 리스팅은 Depop 판매자가 eBay 글로벌 네트워크에 자동 노출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미국 중심 거래를 국제 수요로 확장하는 구조가 가능해진다. 이는 리커머스 플랫폼이 지니는 지역 한계를 완화하는 장치가 될 수 있다.
시장 맥락 역시 우호적이다. 미국 중고 패션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지속가능성 인식 확대와 가격 민감도 증가, 개성 소비 강화가 핵심 동력으로 꼽힌다. Depop은 단순 중고 거래 플랫폼이 아니라 문화와 취향, 커뮤니티 기반의 소셜 마켓으로 자리 잡았다. eBay는 이 문화적 자산을 흡수하면서도 규모의 경제를 더하려 한다.
위험 요인도 존재한다. Depop의 브랜드 정체성은 반(反)대기업 감성에 기반해 있다. 과도한 통합은 이용자 이탈을 초래할 수 있다. 수수료와 광고 수익화 강화 역시 Z세대 이용자의 민감도를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 Poshmark, Vinted, The RealReal 등 경쟁 플랫폼과의 격화된 경쟁도 변수다.
이번 거래는 리커머스의 방향성을 둘러싼 질문을 던진다. 리커머스는 독립 브랜드로 성장해야 하는가, 아니면 대형 플랫폼 네트워크 위에서 확장해야 하는가. Etsy는 독립 운영과 핵심 집중을 택했고, eBay는 네트워크 통합 확장을 선택했다. 전략의 차이가 뚜렷하다.
단기적으로는 규제 승인 후 2026년 2분기 내 거래 마무리가 예상된다. 중기적으로는 교차 노출 확대와 글로벌 판매자 증가, AI 기반 추천·검색 통합이 관전 포인트다. 장기적으로는 eBay가 리커머스 슈퍼앱으로 재정의될 가능성, Etsy가 프리미엄·핸드메이드 특화로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을지가 핵심 변수다.
Depop은 2021년 ‘미래 성장 자산’으로 인수됐고, 2026년에는 ‘전략 재배치 자산’으로 이동했다. 이는 실패라기보다 전략 수정에 가깝다. 리커머스는 단순 중고 시장이 아니라 플랫폼 구조, 세대 취향, ESG 흐름이 교차하는 차세대 이커머스 전장이다. eBay는 그 전장에 다시 한 번 베팅했다.
[저작권자ⓒ META-X.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