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율 관세·무역 긴장 속 디지털 콘텐츠가 제시하는 새로운 생존 전략
세계 경제의 구조적 전환: 고율 관세와 무역 긴장이 불러온 성장 둔화
2025년 4월, 국제통화기금(IMF)은 최신 '세계경제전망(World Economic Outlook)'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경제의 성장률 전망을 3.3%에서 2.8%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팬데믹 이후 회복세가 둔화된 상황에서, 국제 정치·경제 질서가 다시 한 번 구조적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4년 재선에 성공한 이후 본격적으로 강화된 미국의 고율 관세 정책은 이번 조정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된다.
IMF는 보고서에서 “글로벌 교역 흐름에 대한 불확실성이 과거 어느 때보다 크다”며 “무역 질서가 다시 국경 중심주의로 회귀하고 있으며, 이는 제조업 공급망과 금융 시장 모두에 부정적 파급효과를 유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미국은 2025년 초부터 중국, 유럽연합, 한국, 베트남 등 주요 교역 대상국에 대해 기본 관세 10% 이상의 초과 수입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이는 WTO 체제를 우회하는 양자주의적 보호무역 기조로 평가된다.
이러한 관세 정책은 미국 내 일자리를 보호하고 자국 산업을 재활성화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글로벌 공급망의 비용을 증가시키고, 세계적인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중국과 한국, 독일 등 수출 의존도가 높은 제조업 기반 국가들은 직격탄을 맞고 있으며, 이에 따라 아시아 및 유럽 주요국의 성장률 전망도 일제히 하향 조정되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2025년 성장률은 당초 예상치인 4.5%에서 4.0%로 하락했고, 일본은 0.9%에서 0.6%로, 독일은 0.7%에서 사실상 0%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단순히 지역 경제의 문제를 넘어, 글로벌 경제 질서의 '탈세계화(deglobalization)' 흐름이 실제 수치로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을 “신냉전형 경제블록화의 서막”으로 해석하고 있으며, 향후 미국-중국-유럽 중심의 다극적 교역 구조가 세계 경제의 지속성장을 제약할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또한, 금융시장에서의 긴축적 통화 정책과 결합될 경우, 저성장-고금리-고물가의 3중고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처럼, IMF가 제시한 2.8%의 글로벌 성장률은 단순한 수치 하향이 아니라, 지난 80여 년간 유지되어 온 국제 무역 질서와 경제 성장의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결정적 신호일 수 있다. 향후 국가별 정책 대응과 산업 전략은 이 전환기의 방향성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이다.

고금리-고물가-저성장 3중고의 현실화와 정책 대응의 결정적 분기점
국제통화기금(IMF)이 지적한 바와 같이, 현재 글로벌 경제는 ‘저성장-고금리-고물가’라는 고전적 3중고(trilemma)의 위험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무역 긴장 심화, 통화정책의 불확실성, 지정학적 리스크가 결합되면서 세계 각국의 거시경제 전략은 더 이상 ‘성장 중심’만을 추구할 수 없는 현실적 제약 속에 놓이게 되었다.
■ 글로벌 금융시장의 긴축기조 강화
IMF는 2025년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금융 조건이 지속적으로 긴축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민간 투자와 소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최근 1년 기준금리를 4.5~5.5%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으며, 유럽중앙은행(ECB) 역시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완화적 기조 전환을 보류 중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자본시장은 위험자산 회피 현상이 심화되며, 신흥국을 중심으로 자본 유출 압력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2.75~3.5% 수준으로 고수하면서 수출 부진과 내수 위축 사이에서 통화정책적 딜레마를 겪고 있다.
이는 단순히 한 국가의 선택이 아니라, 글로벌 고금리 기조가 세계 경제의 구조적 저성장을 고착화시키는 연쇄적 인과구조의 일부로 해석된다.
■ 공급망과 투자 위축에 따른 구조적 성장 제한
미국의 고율 관세 정책은 단지 수입품 가격을 상승시키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는 글로벌 공급망 전체에 ‘불확실성 비용’을 발생시키며, 기업의 중장기 투자 계획에도 중대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제조업 기반의 수출국, 즉 중국, 한국, 독일, 베트남 등은 수요 둔화와 생산 전환 비용이 동시에 가중되면서 성장률 하향 조정 압박을 받고 있다.
중국의 2025년 성장률은 4.0%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4%대 초반까지 하락했다. 일본과 독일은 0%대 경제성장 예측을 기록함으로써 ‘성장 정체국’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있다. 수치만 놓고 보면 단기적 경기순환으로 오해할 수 있지만, IMF는 이번 성장률 하향 조정을 “국제경제 질서의 구조적 변이”로 규정하고 있다.

■ ‘탈세계화’의 실체화: 다자무역에서 경제블록화로
글로벌 경제질서의 근간이던 다자주의(multilateralism)는 빠르게 약화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은 WTO를 통한 분쟁 해결이 아닌, 양자 협상 및 자국 우선주의를 기반으로 한 블록 경제화(regional bloc economy)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중국-러시아 중심의 SCO 확장 등은 모두 이러한 구조적 지형 재편의 사례다. IMF는 이러한 흐름이 장기화될 경우, 중립적 무역 질서의 약화는 물론이고, 개발도상국의 성장 사다리가 붕괴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경고하고 있다.
■ 구조적 전환 속 ‘정책 대응’의 결정적 분기점
IMF는 보고서 말미에서 “정책 대응이 글로벌 경제의 방향성을 결정할 가장 중요한 변수”라고 강조했다. 이는 단순한 재정지출이나 금리 조정의 문제를 넘어, 산업 구조의 재편, 무역 파트너 다변화, 그리고 내수 활성화 전략의 정합성 여부가 향후 국가별 성장 경로를 갈라놓을 것이라는 의미다.
2024년 기준으로, 한국무역협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수출의존도는 국내총생산(GDP)의 약 36.6%를 차지하였다. 이는 주요 경제국 중에서도 높은 수출 의존도를 나타내며, 한국 경제가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반도체, 자동차, 디스플레이 등 제조업 중심의 수출 구조는 미국의 고율 관세 정책과 같은 외부 충격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그 외에도 유럽은 에너지 수입 구조 변화에 따른 산업 전환이 늦어지고 있으며, 미국은 자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으로 인해 내외부 균형 이슈에 시달리고 있다.
결과적으로, 지금은 단순히 거시변수를 조절하는 경기 대응의 시대가 아니라, 국가 경제의 ‘복원력(resilience)’과 ‘적응력’이 정책의 핵심 프레임으로 이동한 시기라고 해석된다. IMF가 제시한 2.8%라는 수치는 바로 그 전환의 ‘기술적 상징’이라 할 수 있다.
구조적 저성장 시대, 디지털 콘텐츠가 제안하는 새로운 성장 곡선
세계 경제가 고금리, 저성장, 탈세계화라는 구조적 변화 속에 진입하면서, 전통적인 수출 중심 산업 전략만으로는 한계에 봉착하고 있다. 제조업 기반 국가들이 미국의 고율 관세 정책과 공급망 분절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가운데, 한국 또한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주력 품목의 수출 둔화로 경기 회복의 모멘텀이 흔들린 상태다. 이러한 국면에서, 디지털 콘텐츠 산업은 새로운 성장 곡선의 출발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K-팝, 웹툰, 게임, 드라마, 메타버스 등으로 대표되는 한국의 디지털 콘텐츠는 물리적 국경을 초월한 소비구조와 비선형적 수익창출 구조를 동시에 갖추고 있다. 예컨대, 2024 게임 백서에 따르면 수출액은 83억 9,400만 달러(한화 10조 9,785억 원)를 기록했다. BTS, 블랙핑크, 뉴진스로 대표되는 K-팝은 유럽·남미 시장까지 확장되고 있다. 제 8차 콘텐츠산업진흥위원회에서 한국 정부는 2027년까지 K-콘텐츠 수출액을 250억 달러(한화 34조 4,975억 원)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IMF가 경고한 무역 리스크와 수출 둔화 속에서도 디지털 콘텐츠 산업은 ‘비관세 산업’으로, 공급망이나 물류비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전통 산업과 차별화된다. 특히 메타버스 기반의 콘텐츠 유통 플랫폼은 콘텐츠의 글로벌화와 자산화라는 이중 구조를 실현하며, 향후 플랫폼 경제의 중심으로 떠오를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한국 정부와 콘텐츠 산업계도 디지털 기반 산업 육성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5년 3월 24일, 최소 400억 원 규모의 '가상융합세계 기금(메타버스 펀드)'를 조성하여 인공지능 융합 및 해외 진출 기업을 지원할 계획을 발표했다. 이 펀드는 정부 재투자금 230억 원과 민간 투자금 170억 원으로 구성되며, 메타버스 핵심 기술을 개발하는 중소기업에 대한 투자를 목표로 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가상융합세계(메타버스) 기금의 운용사 선정 조건으로, 전체 투자금의 60% 이상을 XR, AI, 디지털 트윈, 블록체인 등 핵심 기술을 보유한 중소기업에 투자하도록 명시했다. 인공지능 융합 및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AI 융합 기술을 보유하거나 해외시장 진출을 추진 중인 기업에 전체 투자금의 최소 50% 이상을 배정하는 조건도 명시했다. 이는 메타버스 산업의 기술 고도화와 수출 확장을 동시에 견인하려는 전략적 조치로 해석된다.
궁극적으로 디지털 콘텐츠는 단순한 문화소비재가 아닌, 한국 경제의 새로운 전략자산이자 외연 확장형 무역자산이다. 이는 글로벌 성장률이 2.8%에 머무르고, 미국-중국 중심의 교역 구조가 차단되며, 글로벌 소비가 '경험 중심'으로 재편되는 이 시점에서 더욱 주목할 만하다.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기술과 문화가 결합되는 초경쟁 시대, 디지털 콘텐츠는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확장 가능한 경제 성장 엔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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