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봇이 먼저 공감해 주니까 나도 타인 감정을 더 잘 이해하게 됐다”
“이전에는 몰랐던 내 강점을 챗봇과 이야기하면서 발견했다”
챗봇은 교사의 눈과 귀를 확장해주는 도구
[메타X(MetaX)]이 논문은 인공지능 챗봇을 교육 현장에 도입했다는 사실 자체보다, 학교 상담이 원래 갖고 있던 구조적 한계를 어떻게 보완할 수 있는지에 더 큰 초점을 둔 연구다. 비록 단기적인 개입이었으나 자기 인식 영역에서의 비약적인 향상을 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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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챗봇 기반 학급상담프로그램이 초등학생의 자아존중감 및 사회정서역량에 미치는 영향 양주원, 이재용,2025. |
AI는 교사의 대체물이 아니라 조력자
연구자는 상담 챗봇의 핵심 가치를 학생의 대화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를 통해 교사가 학생의 정서 상태를 더 깊이 이해하도록 돕는 데서 찾는다. 대면 상담에서는 교사가 모든 학생의 미세한 정서 변화를 촘촘히 기록하기 어렵지만, 챗봇은 반복적 대화를 저장하고 추적할 수 있다. 즉, 챗봇은 상담의 주체라기보다 교사의 관찰력과 개입력을 확장하는 보조 장치다. 이 관점은 오늘날 교육기술 담론이 자주 빠지는 “AI가 인간을 대체한다”는 과장과 다르게, 학교라는 제도 안에서 교사의 전문성을 더 강하게 만드는 방향을 택하고 있다.
교육용 플랫폼 '미조우(MIZOU)'의 선택과 의미
연구자는 제타, 상담냥, 미조우를 비교한 뒤, 학교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교육용 플랫폼으로 미조우를 선택한다. 그 이유는 가입이나 설치 없이 웹에서 접근 가능하고, 교사가 직접 맞춤형 챗봇을 만들 수 있으며, 학생이 별도 계정 없이 교사와 연결된 구조 안에서 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COPPA, GDPR 등 데이터 보호 규정을 준수하고 학생 데이터를 자체 보안 서버에서 다룬다는 점은, 초등학생 상담이라는 민감한 맥락에서 매우 현실적인 장점이다. 상담에 필요한 챗봇은 그저 좋은 챗봇이 아니라 “학교에서 관리 가능한 챗봇”임을 지적하며 기술을 교육적으로 번역하고 있다.
상담 효과를 극대화하는 4가지 챗봇 상담 요소
연구자는 챗봇이 단순한 질의응답기에 그치지 않도록, 선행 연구와 상담 이론을 바탕으로 프롬프트 설계에 반영해야 할 4가지 핵심 상담 요소를 도출했다. 첫째는 학생의 감정을 부정하지 않고 수용하는 '경청과 공감'이며, 둘째는 일상적인 짧은 대화를 자주 나눔으로써 형성되는 '빈도 높은 대화'이다. 셋째는 이전의 대화 내용을 기억하여 언급함으로써 대화의 연속성을 부여하는 '대화 데이터 활용'이며, 마지막은 지지와 격려를 통해 학생의 자기 효능감을 자극하는 '긍정적 대화'이다. 이러한 요소들은 챗봇과의 상호작용이 정서적 안정감을 주는 심리적 '안전 공간'으로 기능하게 만드는 핵심 기제로 작용했다.
인공지능을 '상징적 타자'로 인식하는 학생들의 변화
이 연구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질적 발견은 학생들이 인공지능을 단순한 소프트웨어가 아닌, 자신의 감정을 온전히 수용해 주는 '상징적 타자(Significant Other)'로 인식했다는 점이다. 학생들은 인간 교사나 또래에게는 차마 털어놓지 못했던 깊은 고민을 챗봇에게는 더 쉽게 표현했는데, 이는 인공지능이 인간처럼 판단하거나 비난하지 않을 것이라는 비인격적 매개체의 특성이 역설적으로 '심리적 안전감'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특히 프로그램 종료 시점에 한 학생이 챗봇에게 "너 여기서 떠나지 마 알았지?"라고 말하며 정서적 유대감을 표현한 대목은, 인공지능이 초등학생에게 실질적인 정서적 지지 자원이 될 수 있음을 입증하는 사례다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자기인식’
양적 분석 결과 또한 이러한 질적 통찰을 뒷받침한다. C도 소재 초등학교 4학년 학생 96명을 대상으로 5주간 10회기에 걸쳐 프로그램을 적용한 결과, 사후 독립표본 t-검증에서 사회정서역량의 하위 요소 중 '자기 인식' 영역에서 집단 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났다(t=-2.33, p=.02). 또한 실험집단 내의 대응표본 t-검증 결과, 자아존중감 전체(t=-3.11, p=.001)와 사회정서역량 전체(t=-2.86, p=.006) 및 자기 인식, 사회적 인식, 책임 있는 의사결정 등의 하위 요소에서 유의미한 향상이 확인되었다. 반면 통제집단에서는 자기 인식이나 책임 있는 의사결정 영역에서 유의미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는 챗봇과의 대화 과정에서 학생들이 자신의 막연한 감정을 텍스트로 바꾸는 '언어화' 작업을 반복하며, 스스로의 내면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는 성찰의 시간을 가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예전에는 내 기분을 잘 몰랐는데 이제는 알 것 같다"는 학생들의 소감은 챗봇이 인간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 역할을 수행했음을 보여준다. 결국 초등 고학년 시기에는 자신의 감정을 정확히 인지하는 '자기 인식'이 자아존중감 향상의 출발점이 되며, 챗봇이 이 과정을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음을 실증한 것이다.
하이브리드 상담 모델의 미래와 시사점
본 연구는 인공지능 기술이 교육 현장의 침입자가 아니라, 학생들의 정서적 표현을 촉진하고 자기 이해를 돕는 따뜻한 조력자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비록 단기적인 개입이었으나 자기 인식 영역에서의 비약적인 향상을 끌어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향후 담임교사나 전문상담교사가 챗봇의 대화 데이터를 바탕으로 심층 상담을 이어가는 '하이브리드 상담 체계'가 고도화된다면, 학교 상담의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학생 한 명 한 명을 세밀하게 보살피는 개인 맞춤형 정서 지원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METAX = 류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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