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OP아이돌그룹을 중심으로-, 이하나·김민정, 2024.
K-Pop의 세계관과 확장하는 서사의 가능성, 김민선, 2024.
두 논문은 오늘날 K-POP 산업에서 ‘세계관’이 아이돌 그룹의 정체성과 팬덤 문화를 형성하는 핵심 장치로 자리 잡았다는 점에 주목한다. 첫 번째 연구는 아이돌 20개 팀의 사례를 비교하여 세계관이 어떻게 캐릭터·시공간·연속성·팬덤 상호작용 등 다양한 요소로 구조화되고, 이를 통해 브랜드의 확장성과 산업적 가치를 창출하는지를 분석한다. 두 번째 연구는 K-POP이 축적해온 서사적 전통과 서사 확장의 가능성을 이론적으로 검토하며, 세계관이 단순한 콘셉트를 넘어 콘텐츠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서사적 플랫폼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강조한다. 두 연구 모두 세계관이 K-POP의 글로벌 영향력 확대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향후 아이돌 콘텐츠 전략의 중심 축이 될 것이라는 공통된 결론에 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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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세계관 활용 사례 현황 분석 연구 -K-POP아이돌그룹을 중심으로-, 이하나·김민정, 2024. |
세계관이 왜 중요한가
이 논문은 세계관(Universe)이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어떤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특히 K-POP 아이돌 그룹의 정체성·팬덤 형성·IP 확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실증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기존 세계관 연구가 종교적·철학적 의미에 머물러 있었던 데 비해, 오늘날 세계관은 콘텐츠 산업의 핵심 구조로 자리 잡았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는 RPG 게임, 가상공간, SNS 멀티 페르소나 등 세계관 기반 구조에 익숙하며, 이는 아이돌 산업에도 자연스럽게 수용된다.
문헌 연구와 전문가 심층 인터뷰, 그리고 브랜드평판 20개 아이돌 그룹 사례 분석을 결합한 본 연구는, 한국 아이돌 산업이 어떻게 세계관을 구축하고 어떤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는지를 비교적 체계적으로 제시한다.
아이돌 산업의 진화와 세계관 수용의 맥락
논문은 1세대부터 5세대까지 아이돌 산업의 변화를 정리하며, 세계관이 단순한 콘셉트 수준을 넘어 산업 구조 전체의 변동 요인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강조한다.
1세대가 TV·라디오 중심의 단방향 소통 속에서 ‘우상’으로 자리 잡았다면, 2세대 이후 인터넷 커뮤니티, 3세대에서는 SNS 기반의 실시간 소통이 등장했다. 4세대와 5세대에서는 팬덤이 직접 콘텐츠를 생산·확장하며, 아이돌 브랜드는 뮤직비디오·웹툰·게임·NFT·버추얼 아바타로 확장되는 거대 IP가 되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세계관은 “팬덤 몰입 장치”이자 “비즈니스 확장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SM·HYBE 등 대형 기획사는 데뷔 전 세계관 설계 → 다매체 확장 → 팬덤 인터랙션 구조화라는 공통된 전략을 구축하고 있다.
최근 아이돌 세대가 짧아지면서, 팬덤을 장기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세계관 기반 장기 스토리텔링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점도 연구는 지적한다.
세계관 구축 요소 분석: 20개 아이돌 그룹의 패턴
논문은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아이돌 세계관을 구성하는 6가지 요소를 도출한다.
캐릭터성 / 시공간 구조 / 연속성 / 설정 / 팬덤 상호작용 / 톤앤매너
이 기준으로 브랜드평판 상위 20개 그룹을 분석한 결과, 6개 그룹이 6가지 요소를 모두 갖춘 ‘완성형 세계관’을 구축하고 있었다. 바로 에스파, BTS, 엔하이픈, 르세라핌, 오마이걸, NCT이다.
에스파는 “현실세계–가상세계–AI 조력자”가 연결된 메타버스 세계관을 중심으로 드라마·게임·SNS를 통합했다.
BTS는 ‘타임 루프’와 화양연화 3부작을 중심으로 전 세대가 해석하는 대형 서사 구조를 만들었으며 드라마까지 확장했다.
엔하이픈은 뱀파이어라는 캐릭터 서사를 웹툰·웹소설·뮤직비디오로 확장하는 전형적 IP 기반 세계관을 구축했다.
반면 세븐틴·투어스·키스오브라이프 등은 스토리보다는 톤앤매너 중심의 콘셉추얼 세계관을 갖추고 있으며, 트리플에스는 블록체인 기반 팬 참여 세계관처럼 메타구조적 실험을 추구한다.
세계관 요소 중 가장 강하게 나타난 것은 팬덤 상호작용과 톤앤매너, 그 다음은 연속성이었다. 이는 오늘날 세계관 구축에서 복잡한 문학적 서사보다, 그룹 아이덴티티의 일관성·매체 확장성·팬덤 참여성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준다.
세계관의 장점과 한계
연구는 세계관의 효과를 두 가지 측면에서 설명한다.
첫째, 세계관은 지속적 팬덤 유지 장치이다. 다매체 확장을 통해 팬이 해석하고 참여하며, 음악 외 수많은 부가 사업으로 연결되는 경제적 효과를 창출한다.
둘째, 세계관은 브랜딩의 정체성 확보 장치이다. 유사 콘셉트가 범람하는 아이돌 시장에서, 세계관은 독자적 메시지를 구축하고 IP의 깊이를 만드는 핵심 전략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복잡한 세계관은 새로운 팬의 진입 장벽을 높이고, 기존 팬의 피로도를 증가시킬 수 있다는 전문가 의견도 인용된다. 실제 연구에서도 유사한 서사 구조가 여러 그룹에서 반복되면서 ‘세계관의 차별성 약화’라는 문제가 발견되었다.
또한 세계관 자체가 목적화되면, 콘텐츠가 서사를 따라가기 위해 과도하게 구조적 설명을 요구하게 되어 음악 본연의 매력을 희석할 가능성도 지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는 세계관이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할 중요한 기반이라고 결론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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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의 세계관과 확장하는 서사의 가능성, 김민선, 2024. |
트랜스미디어를 가로지르는 K-Pop 세계관의 작동 방식
김민선은 K-Pop 아이돌 그룹의 세계관이 단순히 기획사에 의해 제공되는 설정을 넘어, 팬덤의 해석과 전유가 결합해 확장되는 하나의 ‘서사의 도서관’으로 작동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팬들은 뮤직비디오, 공연, SNS 등 다양한 플랫폼을 이동하며 콘텐츠를 해석하고 서로 공유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개별 콘텐츠는 데이터베이스화되며, 팬덤은 이를 조합해 새로운 의미망과 ‘공통의 세계관’을 구축한다.
특히 에스파(SMCU), BTS(BU), 엔하이픈·앤팀(다크 문) 사례를 분석하면서, 기획된 정본(canon)과 팬덤 해석 사이에서 긴장이 어떻게 발생하고, 어떻게 또 다른 서사를 낳는지를 탐색한다.
즉, K-Pop의 세계관은 위로부터 내려오는 설정이 아니라, 기획-아티스트-팬덤이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재해석·증식되는 개방적 구조임을 논문은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정본을 제시하는 기획의 힘과 팬덤 해석의 장력
에스파 사례는 기획사가 주도하는 세계관의 전형을 보여준다. 데뷔 이전부터 세계관이 기획되어 있었고, 각 음반 간에는 시차가 존재하며, 그 사이 팬덤은 의미 해석과 토론을 통해 ‘가능한 서사’를 풍부하게 만든다. 그러나 스토리 무비가 등장하면 다수의 해석은 하나의 정본으로 수렴되고, 팬덤은 기획력의 완결성을 인정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팬덤은 능동적으로 해석하면서도 동시에 기획사가 제시한 흐름을 따라가도록 조정되는 구조적 양면성이 드러난다.
이와 대조적으로 BTS의 BU 세계관이나 웹툰·웹소설 기반의 ‘착호’ 프로젝트는 팬덤과의 충돌을 경험한다. 팬덤은 오랜 시간 스스로 구축해온 세계관과 관계 서사를 보호하려 하고, 기획사가 상업적 의도로 새 세계관을 제시한다고 인식될 때 강한 거부감을 보였다. 이는 K-Pop 세계관이 일방적 제공이 아니라, 팬덤과의 신뢰 관계 속에서만 유효하게 작동한다는 점을 드러낸다.
충돌하는 서사와 공존하는 서사: ‘착호’와 ‘다크 문’의 상반된 사례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슈퍼캐스팅’ 프로젝트 내에서 착호는 거부되었지만 다크 문은열렬히 지지되었다는 대비다.
착호는 팬덤이 쌓아올린 BTS의 세계관과 충돌했고, 상업적 이용이라는 불신을 키우며 팬덤의 보이콧을 촉발했다. 김민선은 이를 기획사가 팬덤이 쌓아온 서사의 위계와 윤리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결과라고 분석한다.
반면 엔하이픈·앤팀의 ‘다크 문’은 뱀파이어·늑대인간이라는 익숙한 장르 문법을 활용하여 팬덤의 상상력을 자극했고, 콘서트·콜라보 이벤트 등을 통해 세계관 놀이가 가능한 열린 구조를 제공했다. 팬들은 이를 기점으로 서사를 재구성하고 캐릭터를 확장하며 적극적으로 세계관 형성에 참여했다. 이 차이는 팬덤이 스스로 확장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하느냐가 세계관 성공의 핵심 요소임을 보여준다.
K-pop 세계관과 '서사의 도서관'
이 논문은 K-Pop 세계관을 둘러싼 기획사와 팬덤의 관계를 단순 소비자의 차원을 넘어 공동 창작자적 관계로 분석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세계관은 기획사의 기획력만으로 구축되는 것이 아니라, 팬덤이 해석·전유·재조합을 반복하며 만들어내는 거대한 텍스트 군이며, 때로는 기획사의 의도와 충돌하기도 한다.
특히 K-Pop 세계관을 '서사의 도서관’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하면서, 텍스트 간의 위계를 무너뜨리고 증식하는 서사의 특성을 포착한다. 이는 현대 K-Pop 산업에서 팬덤 문화가 어떤 방식으로 콘텐츠 생산 권력과 관계를 맺는지 설명하는 이론적 틀을 제공한다.
[METAX = 류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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