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은 2021년 10월 28일, 사명을 ‘메타(Meta)’로 변경하면서 메타버스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마크 저커버그 CEO는 메타버스를 미래핵심 비즈니스 모델로 설정하고, 이를 위해 매년 100억 달러 이상의 자금을 가상현실(VR) 및 증강현실(AR) 기술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메타는 메타버스가 2030년까지 약 9,36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하며, 게임, 피트니스, 부동산, 리테일 등 다양한 산업에서 메타버스의 활용 가능성을 강조해 왔다.
이에 함께 메타는 2021년부터 VR기기를 생산하는 오큘러스 브랜드를 메타 퀘스트(Meta Quest)라는 이름으로 통합하고, 메타 퀘스트 2, 메타 퀘스트3를 연이어 출시해 왔다.
하지만 최근에 메타는 고급형 MR 헤드셋 출시 계획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기사에서는 메타버스 시장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이던 메타가 왜 하이엔드급 MR 헤드셋 출시를 포기했는지,그리고 앞으로의 전략은 무엇인지 살펴보려 한다.
◆ 메타 고가형 MR헤드셋 개발 포기, 그 배경은?
메타는 그동안 메타버스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 다양한 디바이스 개발에 몰두해왔다. 그중에서도 메타의 차세대 프리미엄 MR 헤드셋 ‘'라 호야'(La Jolla)’는 메타는 애플의 하이엔드 XR 기기 ‘비전 프로’와 직접적인 경쟁을 펼칠 것으로 기대되었다. 메타는 '라 호야'에 고급 마이크로 OLED 디스플레이를 탑재해 기술적인 면에서 비전 프로와 유사한 성능을 목표로 했으며, 2027년 출시를 목표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었다.
하지만, 최근 메타는 '라 호야' 프로젝트를 공식적으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메타가 '라 호야' 개발을 중단하게 된 이유에는 다양한 요인이 있겠지만, 주된 이유는 기기의 가격 경쟁력 때문이다. 메타는 애플 비전 프로와 견줄 수 있는고성능 기기를 출시하면서도, '라 호야'의 가격을 1000달러 이하로 출시하길 바랬지만, 고가의 OLED 기술을 적용하면서 비용을 줄이는 데 한계를 느낀것으로 보인다.
또한, 메타는 앞서 출시했던 VR 헤드셋 “메타 퀘스트 프로”도 소비자들 사이에서 지나치게 높은 가격으로 인해 기대 이하의 판매량과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기 때문에 '라 호야' 역시 비슷한 실패를 반복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즉, 메타는 비슷한 상황이 '라 호야'에서도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를 느끼고 프로젝트 중단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 메타의 메타버스 전략, 과연 실패일까?
메타는 2021년 이래로, 다양한 메타버스 전략을 펼쳐왔다.
먼저, 메타는 하드웨어 부문에서 ‘메타 퀘스트’ 시리즈를 출시하며 VR(가상 현실) 기기의 대중화에 기여했다. 특히 ‘메타 퀘스트 2’는 가격 대비 성능이 뛰어나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고, 이를 통해 메타는 VR 시장에서 상당한 입지를 확보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와 플랫폼 부문에서는 상황이 다소 달랐다. 메타는 ‘호라이즌 월드’라는 메타버스 플랫폼을 선보였지만, 이는 초기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사용자는 아바타를 통해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었지만, 제한적인 콘텐츠, 낮은 그래픽 퀄리티 등으로 인해 큰 비판을 받았다. 이러한 문제로 인해 활성 사용자 수는 기대 이하에 그쳤고, 플랫폼의 지속적인 관심을 끌어내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러한 상황은 메타의 재무 상황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메타가 사명을 바꾼 지 1년이 된 2022년 3분기, 회사는 44억 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이처럼 수익이 급감한 주요 원인 중 하나는 메타버스 관련 사업을 담당하는 ‘리얼리티 랩스’ 부서의 막대한 적자였다. 해당 부서는 40억 달러 규모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메타의 수익 구조에 큰 부담을 안겼다.
이로 인해 메타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할 수밖에 없었다. 2022년 11월, 메타는 1만 1000명의 직원을 해고했고, 불과 4개월 뒤 추가로 1만 명을 더감원했다. 특히, 리얼리티 랩스 부서에서는 작년 10월까지 정리해고를 이어갔다고 한다.
메타의 메타버스 전략은 거듭된 적자와 함께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고, 주주들의 불만은 고조됐다. 주주들은 메타버스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마크 저커버그 CEO를 비판했고, 인터넷에는 그를 조롱하는 밈(meme)*이 넘쳐났다.
(특히, 호라이즌 월드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낮은 그래픽 품질 때문에 미국의 SNS에서는 이를 비웃는 밈이 한때 유행했다)
*밈(meme): 한 개인이나 집단의 생각이나 믿음이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될 때, 그것이 쉽게 따라하거나 모방할 수 있는 사회적인 요소

이러한 상황에서 저커버그 CEO는 지난 4월 1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인공지능(AI)에 관련된 개념을 제시하며 큰 관심을 끌고 있다.
◆ 메타의 새로운 전략, 메타버스 + AI
그렇다면 메타는 메타버스 전략을 포기하는 것일까? 최근 메타의 행보를 보면, 메타버스와 AI기술을 결합한 새로운 전략을 추진중인 것으로 보인다. 저커버그 CEO는 메타버스가 AI와 만나 더 진화할 것이라고 밝혀왔으며, 이는 회사의 미래 비전에도 반영되었다.
지난 4월 1분기 실적 발표에서 메타는 ‘레이밴 메타’라는 웨어러블 AI 스마트 글라스를 발표했다. 북미 지역에서는 4월부터 레이밴 메타에 AI 비서 서비스를 도입해, 사용자들이 스마트글라스를 통해 다양한 기능을 손쉽게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저커버그 CEO는 “AI와 메타버스가 함께 작동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매우 흥미롭다”고 언급하며, 메타버스와 AI가 회사의 장기적인 핵심 전략임을 재확인했다. 특히, 메타는 스마트 안경을 미래의 중요한 플랫폼으로 보고 리얼리티랩스에 지속적으로 투자할 것임을 강조했다.

최근 9월 26일 열린 META CONNECT 2024에서는 레이밴 메타의 최신 기능들이 소개됐다. 먼저, 음성만으로 스포티파이와 아마존 뮤직 등을 사용할수 있고, 별도의 호출 명령 없이 식재료를 보며 레시피를 물어보거나, 주차 위치나 전화번호 등을 기억해달라고 요청하는 등의 기능이 탑재될 예정이다. 또한, 실시간 번역 기능을 통해 상대방이 상대방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등을 말할 때 영어로 번역해 주는 기능(앞으로 언어를 추가해 나갈 것), 비 마이아이즈 기능을 통해 안경을 쓰면 자원봉사자가 시각장애인이나 저시력자와 연결돼 무엇을 보고 있는지 알려주는 기능 등 다양한 기능을 추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메타의 AI 전략은 단지 스마트글라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메타는 작년 2월 처음 공개한 생성형 AI 모델 라마(LLaMA)를 AI의 표준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CONNECT 2024에서는 ‘라마 3.2’를 발표했으며, 이 모델은 멀티모달을 통해 텍스트뿐 아니라 이미지까지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이 모델은 최대 90B 크기의 모델이며, 기기에서 실행 가능한 1B, 3B 크기의 소형 모델도 추가로 출시할 계획이다. 자연어 AI 모델의 경우, 미국 기준 메타의 모든 앱(Facebook, Instagram, Threads etc)에 도입되었으며, OpenAI의 GPT 스토어처럼 누구나 AI를 직접 개발할 수 있는 AI 스튜디오도 출시되었다. 이처럼 메타는 라마를 오픈소스 AI의 리눅스 같은 존재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갖고 있다.
결국 메타의 목표는 AI를 메타버스와 자사 하드웨어, SNS 플랫폼에 통합하는 것이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같은 전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플랫폼에 AI 기능을 접목해 사용자의 경험을 더욱 향상시키고, 레이밴 메타와 메타퀘스트 같은 하드웨어에도 AI를 활용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것이다. 메타버스 자체는 아직 적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메타가 이를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명확하다. 메타버스가 장기적으로 자사 AI 발전의 핵심 축이 될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다. 지금은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메타버스가, 메타의 AI 전략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믿음이 이 전략의 바탕에 깔려 있다는 것이다.
◆ 시사점
메타가 하이엔드급 XR 기기의 출시를 포기한 것은 일시적인 후퇴로 보일 수 있지만, 사실상 이는 메타의 거대한 빅테크 생태계 구축을 위한 장기적인 전략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즉, 더 넓은 시장을 겨냥한 다양한 제품과 기술 개발에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24 CONNECT에서 발표된 메타 퀘스트 3S(299달러)와 홀로그램 안경의 프로토타입인 오라이온(Orion)은 메타가 여전히 XR 및 MR 기술혁신에 주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메타 퀘스트 3S는 이전 기기보다 더 낮은 가격에 출시되어 보다 대중적인 소비자를 겨냥하고 있으며, 이는 메타가 더 많은 사용자 기반을 확보하기위한 노력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보급형 기기의 출시는 메타의 생태계로 더 많은 사용자를 끌어들이고, 이들이 플랫폼에 머무르도록 하려는 의도가 담겨있다.
더불어, 메타는 하드웨어에만 머무르지 않고, AI 분야에서도 강력한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메타는 라마를 AI의 표준으로만들기 위해 개방형, 오픈소스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오픈소스로 데이터를 공개함으로써 더 많은 개발자와 사용자를 끌어 모을 수 있고, 이를 통해 축적된 방대한 사용자 데이터를 AI 훈련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메타는 막대한 주도권을 쥘 수 있게 된다.
종합하자면, 메타는 단순히 기기의 보급에서만 멈추지 않고, 전체적인 기술 생태계를 장악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그리고 AI 기반플랫폼을 통합하고 구축함으로써 메타는 사용자들이 더 깊이 연결된 환경을 제공할 것이다. 이와 같은 노력이 성공한다면, 메타는 빅테크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 관련 논문
<메타버스 서비스 확대를 위한 인공지능 기술의 활용>
요약: 본 논문에서는 확장현실(XR) 기술의 현황과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주요 이슈를 바탕으로 메타버스 산업의 동향을 분석하고, 메타버스 서비스의 주요 특징을 탐구한다. 또한, 메타버스에서 AI 기술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 논의하며, 메타버스 서비스 확장을 위한 AI 기술의 활용 방안과 관련된 서비스 이슈들도 함께 고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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