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 순유출 가속화 메커니즘
OECD 최하위 수준의 이동성 지표
IV. 한국의 AI 인재 전쟁 실태 심층 진단: '두뇌 엑소더스'의 경제적 비용
4.1. 정량적 인력 수급 불균형 분석
한국은 AI 인재 수급에서 심각한 구조적 불균형을 겪고 있다. 2023년 기준으로 산업 수요 대비 부족한 AI 개발자 수는 5,257명으로, 이는 전체 부족 인력의 61.23%를 차지하는 압도적인 수치다. 이러한 인력 부족 현상은 단기적으로 해결되기 어려우며,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산하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의 조사에 따르면 향후 5년간 AI 분야에서 1만 2,800명의 인력이 추가로 부족할 것으로 예측된다. 당장 3,000명의 전문 인력을 추가로 양성한다 해도 시장의 급증하는 수요를 따라잡기 어려운 상황이다.
4.2. 인재 순유출 가속화 메커니즘: OECD 최하위 수준의 이동성 지표
한국의 인재 유출 위기는 OECD 최하위권 수준의 이동성 지표로 확인된다. 2024년 인구 1만 명당 AI 인재 순유출 규모 -0.36명은 인재를 대거 유입하고 있는 룩셈부르크(8.92명), 독일(2.13명), 미국(1.07명)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며 , 한국이 글로벌 경쟁의 외곽으로 밀려나고 있다는 지적을 뒷받침한다.
대한상공회의소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2년간 국내 유입된 외국인 전문인력(4.5만 명)에 비해 해외로 유출된 전문인력(12.9만 명)이 훨씬 많아, 총 8.4만 명의 두뇌수지 적자가 발생했다. 이는 국가 연구개발 역량 약화 및 산업 경쟁력 저하로 직결될 수 있는 심각한 문제로 인식된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AI 인재 유출 가속화가 국내 민간 투자 규모의 급격한 위축과 궤를 같이 한다는 사실이다. 2022년 $31억 달러(약 4조 3,400억 원)로 6위를 기록했던 한국의 AI 민간 투자액이 2023년 $13.9억 달러(약 1조 9,460억 원)로 9위까지 하락했는데 , 이는 빅테크의 초고액 경쟁에 대응할 국내 자본력이 부족해지면서, 인재들이 최신 연구를 지속할 환경이 열악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4.3. 내부 인재 양성 시스템의 취약점
인재 유출은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국가가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양성한 과학 장학생들이 의학계열 등 비이공계 분야로 진로를 변경하거나 학업을 중도 포기하는 사례가 2020년 29명에서 2023년 73명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이는 국가가 투자한 고급 인력이 국내 STEM 분야에 남아 연구를 지속할 매력이 부족하다는 구조적 문제의 심각성을 드러낸다.
또한, KAIST, GIST, DGIST, UNIST 등 4대 과학기술원에 개설된 반도체 계약학과에서조차 중도탈락률이 10%를 넘는 사례가 발견되는 것은 , 첨단 분야의 인재 양성 체계가 근본적으로 취약하며, 단순한 인재 숫자 채우기 양성에서 벗어나 현장과 연계된 지원과 인센티브가 시급함을 보여준다.
4.4. 한국의 AI 인프라 및 연구 경쟁력 평가
한국은 인구 10만 명당 AI 특허 수가 10.26으로 조사 대상국 중 가장 많아 , 응용 기술 분야에서는 양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높은 특허 수는 혁신의 기초가 되는 최첨단 기술 개발 역량의 부재와 극명하게 대비된다. 한국은 2023년 기준으로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건수가 '0개'를 기록했다. 이는 미국(109개)을 필두로 글로벌 기술 패권을 다투는 분야에서 한국이 기술 자주권을 확보하는 데 현저히 뒤처지고 있음을 드러낸다. 논문 평균 인용 횟수가 7위에 그치는 질적 지표의 미흡함 과 함께, 이 데이터는 한국의 AI 개발 접근 방식이 혁신적 기초 연구보다는 응용 및 특허 출원 중심으로 치우쳐 있으며, 세계적 수준의 인재가 매력을 느낄 만한 프론티어 R&D 프로젝트와 대규모 인프라가 부족함을 의미한다.
이러한 약점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와 부산시 등 지자체는 AI 허브 도시 육성에 나서고 있다. 서울시는 '글로벌 AI 혁신도시' 비전을 제시했으며 , 부산시는 향후 5년간 487억 원 투입과 7,587억 원 민간 투자를 유치하는 '글로벌 AI 허브도시' 도약을 선언했다. 이러한 지역 거점 육성 노력은 중요하지만, 국가 차원의 구조적 인재 유출과 핵심 역량 부재라는 근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그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
V. 위기 극복을 위한 전략적 제언 및 로드맵
한국은 AI 인재 순유출 가속화와 핵심 기술 역량(파운데이션 모델) 부재라는 이중적 위기에 직면했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고 글로벌 AI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자본력으로 빅테크를 직접 상대하기보다 정책적 민첩성, 압도적인 연구 환경, 그리고 전략적 자원 집중을 통해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
5.1. 초격차 확보를 위한 정책 혁신 (Policy Levers)
'AI 슈퍼 에이전트' 인력에 대한 파격적인 유인책 마련:
글로벌 빅테크가 핵심 AI 연구자에게 $50만 달러(약 7억 원) 이상의 연봉을 제시하는 현실에 , 국내 정부나 기업은 직접적인 금전 경쟁이 어렵다. 따라서 국가 지정 핵심 연구기관 및 대학 내 AI 연구 책임자/선임 연구원에 대해 파격적인 소득세 감면 및 주택/교육 인센티브를 즉각 적용해야 한다. 이는 인재들이 국내에 남아 연구를 지속할 수 있는 경제적 안정성을 제공하는 '방파제' 역할을 할 것이다.
해외 고급 인력 유치 및 정착 지원을 위한 이민 제도 개혁:
미국의 경직된 이민 정책이 다른 국가에 기회를 제공하듯이 , 한국은 정책적 민첩성을 확보해야 한다. 캐나다(2주 처리) 나 싱가포르 의 사례를 참고하여, AI/STEM 분야 고급 인력에게는 '글로벌 AI 탤런트 비자' (Golden Visa)를 신설하여 영주권 또는 시민권 취득 절차를 혁신적으로 간소화해야 한다. 또한, 이민 인재가 국내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배우자 취업 허가, 자녀 교육 지원 등 행정적 장벽 제거를 최우선 과제로 설정해야 한다.
5.2. 고급 인력 양성 체계 고도화 (Education & R&D)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에 자원 집중 및 AI 대학원 역할 강화:
한국이 2023년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건수가 0개라는 사실 은 기술 자주권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다. KAIST 등 AI 대학원 에 대한 정부의 예산 지원을 대폭 확대하고, 특히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과 같은 고위험-고수익(High-Risk, High-Return) 도전적 연구에 자금을 집중 투입하여 세계적 연구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이공계 내부 유출 방지를 위한 커리어 패스 매력도 증진:
과학 장학생이 의학계열로 이탈하는 현상 을 막기 위해, 국내 출연연 및 과학기술 대학 교원 임용 시 산업 연계 연구 성과에 대한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초기 연구자에게 충분한 연구 자금과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 또한, 단순한 인재 숫자 채우기 교육에서 벗어나 , 현장과 연계된 실습 기반 교육 및 산업체 펠로우십 프로그램을 의무화하여 인재의 실무 가치와 연봉을 높여야 한다.
5.3. 산업 생태계의 질적 성장 유도 (Ecosystem Maturation)
AI 인프라 주권 확보를 위한 국가 주도 투자:
국내 연구자와 기업이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에 필요한 고성능 컴퓨팅 및 데이터에 안정적이고 저렴하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이 부재하다. EU가 AI 팩토리를 통해 컴퓨팅 역량을 3배 확대하려는 계획 처럼, 한국도 국가 주도로 대규모 컴퓨팅 인프라(K-AI 팩토리)를 구축하여, 국내 연구 생태계를 활성화하고 기술 자주권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AI 융합 인력의 재교육(Reskilling/Upskilling) 의무화 및 지원:
생성형 AI가 노동 시장의 40%에 영향을 미치고 , AI 역량의 70%가 인력 지원 및 프로세스 적응에 쓰이는 점 을 고려할 때, 기업들이 기존 인력을 AI 친화적인 역할(Augmented Roles)로 전환하는 대규모 재교육 프로그램에 투자할 경우 세제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 이는 인력 부족 문제를 완화하고 산업 전반의 AI 도입 및 생산성 향상(Adoption)을 가속화하는 핵심 전략이다.
민간 투자 활성화 및 규제 간소화:
급격히 위축된 민간 AI 투자 규모 를 회복시키기 위해 AI 스타트업에 대한 벤처캐피탈 투자 세액 공제를 확대하고, 혁신적인 R&D를 저해하는 행정적 규제 부담을 완화함으로써 (EU의 AI 법 서비스 데스크와 같이) 국내 AI 생태계의 자생력을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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