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성훈련환경(STE)의 개념과 발전
메타버스 기반 훈련의 필요성과 이점
가상훈련 시대의 도래와 중요성
오늘날 메타버스라는 개념은 국방 분야에서도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가상 현실(VR)과 증강 현실(AR) 등 가상훈련 기술의 발달로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가 융합된 훈련 환경, 이른바 합성훈련환경이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과거에도 군은 시뮬레이션과 네트워크를 활용한 가상훈련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왔습니다. 예컨대 미군은 1980년대 세계 최초의 대규모 네트워크 모의훈련 체계인 SIMNET을 도입했고, 1990년대에는 분산형 시뮬레이션(DIS)이나 상위 아키텍처(HLA) 등의 표준을 통해 이종 훈련 시뮬레이터들을 연결하려는 시도를 했습니다. 이러한 노력으로 LVC(Live-Virtual-Constructive) 통합 훈련이 가능해졌지만, 여전히 각 시스템이 고립적으로 개발되어 완전한 상호운용성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제 메타버스 개념의 부상과 함께 군사훈련 분야는 가상훈련 시대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민간에서는 2020년 이후 교육, 공연, 업무 등 다양한 분야에서 메타버스 기술이 폭넓게 활용되고 있지만, 정작 국방 분야에서는 이에 대한 견해 차이와 회의론도 일부 존재합니다. 실제로 현재 우리 군에서는 메타버스라는 거창한 용어보다는 각 군별로 증강현실 기반의 훈련 시스템을 개별적으로 추진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메타버스의 국방 적용에 대한 통일된 개념과 인식 부재가 지적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가상훈련환경의 잠재력은 단순한 유행어 이상의 가치를 지니며, 미래 전장 대비에 필수적인 요소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훈련은 전투력 향상의 핵심 구성 요소이므로, 메타버스 기반 훈련환경은 미래 전투 효과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열쇠가 될 수 있습니다. 나아가 이런 가상환경은 단순 훈련을 넘어 군 교육, 인력 모집, 전력 실험 등 국방의 다양한 영역에 혁신을 가져올 잠재력도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미 국방부도 메타버스 기술이 가져올 군사적 파급효과에 주목하며, 기존의 무기 획득 및 교육·훈련 체계를 재검토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국가 안보와 군사력 건설 측면에서 가상훈련 시대에 대한 전략적 대비가 요구되고 있습니다.
합성훈련환경(STE)의 개념과 발전
합성훈련환경(Synthetic Training Environment, STE)은 전통적인 LVC 훈련체계를 한 단계 발전시킨 차세대 통합 가상훈련 플랫폼입니다. 쉽게 말해, 하나의 거대한 가상 세계 안에 실제 병력의 실기동 훈련(Live), 컴퓨터 가상훈련(Virtual), 모의 모델훈련(Constructive), 그리고 게이미피케이션(Game) 요소를 모두 통합하는 개념입니다. 이를 통해 과거에는 별도의 시스템이나 장소에서 이루어지던 다양한 훈련 활동을 하나의 연결된 3차원 가상공간에서 구현할 수 있게 됩니다. “메타버스 기반의 군사훈련”이라고도 할 수 있는 STE는 가상세계와 현실세계의 전장 환경이 실시간으로 융합되어, 병사와 무기, 센서 등이 가상공간에서 상호작용하며 실제 전투와 유사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는 곧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해 전 세계 지형을 데이터베이스화하고, AR/XR 기술로 현실감을 높인 훈련 시나리오를 구축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합성훈련환경 개념의 등장은 4차 산업혁명 기술 발전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클라우드 컴퓨팅, IoT, 5G/6G 통신, AI, 블록체인 등의 기술이 발전하면서, 대용량 3D 지형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여러 종류의 시뮬레이터를 하나로 묶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선진 각국은 1990년대 이후로 이미 LVC 통합 합성전장환경을 추진해왔고, 최근 들어 완전한 3차원 통합 가상환경인 STE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습니다. 미 육군은 2017년경부터 STE 프로그램을 본격화하여, One World Terrain이라 불리는 전 지구 디지털 지형과 통합 시뮬레이션 플랫폼 개발에 나섰습니다. 그 결과 2023년까지 Reconfigurable Virtual Collective Trainer (RVCT)와 같은 시스템을 시범적으로 완성하여 전차, 헬기 등 육해공 플랫폼의 합동 훈련을 혼합현실 환경에서 실시할 수 있게 했습니다. 2025년 현재 미 육군은 박격포 부대의 실사격 훈련과 가상 교전 시뮬레이션을 결합한 STE 1단계를 전력화했다고 밝혔으며, “모든 제대, 모든 장소에서, 언제든지” 고품질의 실전적 훈련을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선언했습니다. 이를 위해 미군은 훈련용 소프트웨어 아키텍처의 통합과 데이터 상호운용성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추진 중입니다. 다시 말해, 다양한 군사 훈련시스템들을 하나로 컨버전스하여 표준화된 데이터와 인터페이스로 연결함으로써, 마치 엔더의 게임처럼 부대원들이 한 가상세계에 접속해 함께 훈련할 수 있는 미래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합성훈련환경 STE의 도입 배경에는 현대 전장의 복잡성과 불확실성이 있습니다. 과거와 달리 다영역 통합작전(MDO), 초연결성, 사이버·우주 영역의 부상 등으로 전투 양상이 복잡해지면서, 더 이상 단순한 야외기동이나 모의 전투만으로는 충분한 대비훈련을 하기 어렵습니다. 가상훈련환경은 이런 미래전을 대비하여 현실에서는 위험하거나 비용이 너무 큰 상황까지도 안전하게 반복 숙달할 수 있게 해줍니다. 예컨대 대규모 합동 상륙작전이나 도시지역 교전, 사이버전 대응 등도 가상환경에서 무한히 시도해볼 수 있고, AI 기반 적군을 설정해 예측불가능한 상황을 경험할 수도 있습니다. 이는 병사들의 생존성 향상과 전투기술 숙련에 크게 기여하여 전투준비태세 강화로 이어집니다.
메타버스 기반 훈련의 필요성과 이점
메타버스 훈련환경의 도입 필요성은 크게 몇 가지 측면에서 설명될 수 있습니다. 첫째, 효과적인 전투경험 축적입니다. 실제 전투를 겪지 않고도 다양한 가상 전투 시나리오를 반복 체험함으로써 병사들은 짧은 기간에 풍부한 간접전투 경험을 쌓을 수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의무복무 기간이 짧아지는 추세에서는 제한된 복무기간 내에 충분한 숙련도를 확보하는 것이 과제가 되는데, 가상훈련을 통해 이를 보완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군 복무기간 단축으로 장병 숙련도 저하 우려가 커지자, 우리 육군은 첨단 기술 중심의 교육훈련 혁신을 추진하기 시작했습니다. 야외 훈련이 민원이나 안전상의 문제로 제한될 때도, 메타버스 훈련은 시간·장소의 제약 없이 실전과 유사한 경험을 제공하여 훈련 공백을 메워줄 수 있습니다.
둘째, 비용 효율성과 현실적 제약 극복입니다. 실병기와 실탄을 동원한 대규모 훈련은 막대한 비용이 들고, 지리적·기후적 제약도 큽니다. 반면 가상훈련은 초기 구축 비용은 들어도 반복 사용으로 비용 대비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전차나 항공기 모의 훈련을 가상현실로 수행하면 연료나 장비 손모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거의 유사한 훈련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또한 기상 악화나 장소 부족으로 훈련을 못하는 경우를 줄이고, 야간이나 악천후 전투도 가상 환경에서 안전하게 연습할 수 있습니다. 미군은 가상훈련 시스템을 활용해 부대 이동 없이 분산된 장소의 부대들이 한 시뮬레이션에 참여하는 훈련도 시행하고 있는데, 이는 시간과 자원의 낭비를 줄이고 훈련생산성을 높이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셋째, 젊은 세대 병사의 학습 특성 부합입니다. 디지털 세대 장병들은 게임과 가상환경에 익숙하며, 전통적인 주입식 교육보다 인터랙티브한 학습 환경에서 뛰어난 몰입과 이해를 보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메타버스 기반 훈련은 게임화 요소를 통해 재미와 동기부여를 제공함으로써 훈련 효과를 증대시킬 수 있습니다. 미 육군이 e스포츠 팀을 운영하고, 미국 육군 개발 게임(America’s Army)으로 모집 홍보를 했던 것처럼, 가상훈련환경은 군대 이미지 제고와 모집에도 활용될 수 있습니다. 나아가 장병들은 메타버스 공간에서 동료들과 소통하며 협동 임무를 수행함으로써 팀워크와 의사소통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넷째, 교육훈련 데이터의 축적과 활용입니다. 가상환경은 모든 훈련 과정을 디지털 데이터로 기록하기 때문에, 누가 언제 어떤 실수를 했고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까지 분석 가능합니다. 이러한 빅데이터를 활용하면 개별 병사의 약점을 보완하는 맞춤형 교육이 가능해지고, 전군의 훈련 패턴을 분석하여 훈련 교리를 개선할 수도 있습니다. AI 교관이나 가상 지원참모를 도입해 실시간으로 훈련 피드백을 주거나 최적 전술을 제시하는 것도 미래에는 가능할 전망입니다. 실제로 2021년 우리 군 학술행사에서도 메타버스상의 AI 참모가 복잡한 전장정보를 분석해 지휘관에게 최적 해법을 줄 수 있다는 제안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데이터 중심의 과학적 훈련으로 나아가는 토대가 메타버스 훈련환경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이점들에도 불구하고, 메타버스 군사훈련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여러 과제들을 해결해야 합니다. 기술적 완성도, 부대의 수용성, 그리고 현실과의 균형 잡힌 훈련 등이 그것입니다. 가상훈련이 늘어난다고 해서 실제 병기가 주는 체감이나 심리적 압박까지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으므로, 가상과 실제 훈련의 최적 배합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지나친 메타버스 환상에 경계해야 합니다. War on the Rocks 등의 분석에 따르면, 메타버스는 분명 군사훈련에 혁신을 가져올 수 있지만 과도한 기대나 무분별한 도입은 오히려 혼선을 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메타버스 훈련은 점진적 시험과 실증을 거쳐 효과가 입증된 분야부터 확대해야 하며, 장병들과 지휘관들의 인식 개선도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주요국의 가상훈련 추진 동향
가상훈련환경을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나라는 단연 미국입니다. 미 국방부는 메타버스 기술이 방위산업과 군사력 건설에 큰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판단하여, 기존 훈련체계를 혁신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에 착수했습니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앞서 언급한 합성훈련환경(STE) 프로그램으로, 미 육군이 주도하여 전군 공동 활용을 목표로 개발 중입니다. 미 육군은 STE를 2017년 육군미래사령부 산하 교훈통합국(CFT)의 핵심 과제로 선정했고, 2021년에는 초기 구성요소인 RVCT(가상전투훈련 장비)를 병사들에게 선보였습니다. 2023~2024년에 걸쳐 박격포부대 통합훈련 모듈 등 일부 기능을 야전 부대에 배치하여 실용 시험을 마쳤으며, 2025년 현재 첫 번째 STE 능력을 공식 fielding(전력화) 했음을 발표했습니다. 미군의 STE Increment 1에서는 실병기 사격 훈련과 가상 교전 시뮬레이션을 연동하여, 예컨대 실제 박격포 사격을 하면 가상 적군 표적에 효과가 나타나고, 가상 적의 반격이 다시 현실 훈련에 피드백되는 식의 통합이 이루어졌습니다. 또한 미군은 사이버훈련용 메타버스인 지속 사이버훈련환경(PCTE)을 운영하여 사이버 부대의 교육에도 활용하고 있고, 다영역작전(MDO) 훈련을 위한 가상 환경 테스트베드를 구축해 다양한 전장 요소를 통합 실험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미국은 전략, 전술, 기술 모든 면에서 메타버스 훈련환경을 선도적으로 탐색하고 있습니다.
미군 외에도 나토(NATO) 동맹국들과 선진 군사강국들이 가상훈련 도입에 적극적입니다. 영국은 해군에 VR 기반 훈련을 도입하고 육군은 VR 전투실습 프로그램을 시범 운용하는 등, 병사들의 현실감 있는 체험을 늘리고 있습니다. 호주, 캐나다 등도 미군과 연동 가능한 시뮬레이션 표준을 연구하며 다자간 합동 가상훈련 개념을 추진 중입니다. 중국 역시 공식적으로 메타버스라는 용어를 쓰진 않지만, AI 시뮬레이터와 VR을 활용한 훈련 시스템 개발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글로벌 추세에 비추어 볼 때, 가상훈련환경을 활용한 전투준비 태세 제고는 국제 군사 경쟁에서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합성훈련환경으로의 급속 전환”은 이제 선진 군대의 공통된 방향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상호운용성에 대한 국제적 협력입니다. 메타버스 훈련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동맹국 간 훈련 시스템 연동도 가능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다국적 군사훈련을 가상환경에서 실시하려면, 각 국이 보유한 시뮬레이터들이 공통 표준으로 연결되어야 합니다. 미국 주도로 NATO에서 DIVE(Distributed Virtual Training Environment) 같은 개념이 논의되고 있고, SISO(Simulation Interoperability Standards Organization) 등을 통한 시뮬레이션 표준화 작업도 진행 중입니다. 우리 군도 한미 연합훈련의 가상화 가능성을 대비하여, 미군 STE와의 연동성 확보를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컨대 지형 데이터나 통신 프로토콜을 미군과 공유하거나, 공동 시뮬레이션 연습을 할 수 있는 메타버스 연합훈련장을 구상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군의 현황과 도전과제
우리 군에서는 오래전부터 과학화훈련체계라는 이름으로 가상/모의훈련을 활용해 왔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KCTC(과학화전투훈련단)로, 레이저 교전 장비와 MILES 시스템을 이용해 여단급 야외전투를 모의하는 훈련장입니다. 그러나 KCTC를 비롯한 현재의 과학화훈련은 각 군 종별로 분절된 체계로 운영되고 있어, 전군 통합 가상훈련환경으로 발전시키는 데에는 몇 가지 장벽이 존재합니다. 2023년 국방부가 발표한 국방혁신 4.0 기본계획에서도 STE 플랫폼 개발이 강조되었지만, “각 군별 상이한 시뮬레이터 및 지형정보체계 활용 등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고 평가되었습니다. 실제로 현재 육군, 해군, 공군은 각자 별도의 시뮬레이션 및 지리정보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를 하나로 융합하려면 표준 통일과 기술적 통합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공군의 비행 시뮬레이터와 육군의 전장 시뮬레이터가 함께 작동하려면 공통 데이터 형식과 상호 통신 프로토콜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또한 현실감 있는 3D 지형을 구축하는 문제도 있습니다. 우리 군은 한반도 주요 지역의 지형 모의에 치중해왔으나, 글로벌 임무나 원정작전 대비를 위해서는 전 세계 지형정보 데이터베이스가 필요하며, 이를 3차원 화상으로 구현하는 데는 상당한 투자와 노하우가 요구됩니다. 미군은 One World Terrain이라는 프로그램으로 전 세계 3D 지형을 수집·갱신하고 있는데, 우리도 이와 유사한 디지털 지구본 지형도를 구축하거나 미군 자료를 공유받을 방안을 고민해야 합니다.
현재 한국군의 메타버스 활용 수준은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변화의 움직임이 있습니다. 육군은 2021년부터 장병 대상 VR 사격훈련 체계를 시험하고 있으며, 일부 부대에 AR 고글을 도입해 분대전투 훈련에 활용했습니다. 해군은 가상현실로 함정 손상통제(drill) 훈련을 구현하는 연구를 진행했고, 공군도 가상 비행훈련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여 조종사 훈련에 접목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시도들이 개별 사업 단위로 산발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국방부 차원의 종합적 전략 아래 통합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홍유 교수에 따르면 현재 각 군이 저마다 생각하는 메타버스 개념이 달라 추진 방향도 제각각이므로, 국방부에서 통일된 메타버스 추진 전략과 로드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즉, “어떤 분야에 어떻게 메타버스를 활용할지”를 범국방 차원에서 결정하고, 기술과 예산을 집중하는 노력이 요구됩니다.
한국군이 직면한 또 하나의 과제는 사회적 환경 변화입니다. 인구 감소로 병력 규모가 줄어드는 현실에서, 과거처럼 수적으로 우세한 병력에 의존할 수 없습니다. 이에 따라 첨단 기술 중심의 전력으로 전환하는 국방혁신이 추진 중이며, 메타버스 훈련환경 역시 ‘인력 감소를 첨단기술로 보완’하는 해결책의 하나로 부상합니다. 신세대 장병들의 IT 활용 능력을 훈련 혁신에 연결하여, 줄어든 인원으로도 효율적으로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병력이 줄어들면 대규모 기동훈련이 어려워질 수 있는데, 가상훈련으로 다수 병력이 투입된 전투를 시뮬레이션함으로써 실제 부족한 병력 규모를 가상으로 메꾸는 훈련도 구상해볼 수 있습니다.
사이버 보안과 정보 보호도 중요한 도전과제입니다. 메타버스 훈련환경은 기본적으로 네트워크를 통해 연결되므로, 해킹이나 정보유출 위험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가상훈련 시스템이 공격당하면 훈련 시나리오가 교란되거나, 훈련 데이터(우리 군의 전술, 교리 정보 등)가 적에게 탈취될 위험이 있습니다. 따라서 군사용 메타버스 플랫폼에 대한 보안 규정과 사이버 방어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예컨대 가상훈련망은 외부 인터넷과 철저히 분리하고, 블록체인 기술 등으로 데이터 위변조를 방지하는 방안도 고려되고 있습니다. 또한 훈련 콘텐츠의 진위성 검증도 필요합니다. 가상환경에서는 디지털 객체나 상황이 얼마든지 조작될 수 있으므로, AI를 활용한 위협 탐지와 이상행동 모니터링 체계를 통해 훈련 중 발생하는 비정상적인 현상을 실시간 식별해야 합니다. 요컨대, “메타버스 세계에서 군사정보나 콘텐츠가 위·변조 또는 탈취되지 않도록 보안대책을 강구”하고 이에 따른 제도와 교육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마지막으로, 예산 및 전문인력 확보 문제를 들 수 있습니다. 첨단 가상훈련 기술을 개발·도입하려면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고, 이를 운용할 전문 인력이 필요합니다. 현재까지는 일부 국방 연구기관과 방산업체가 시제품을 선보이는 수준이지만, 향후 전군 단위의 메타버스 훈련체계를 구축하려면 안정적 예산 지원과 산·학·연 협력이 필수적입니다. 다행히 국방부는 2026년까지 소부대 과학화훈련체계와 STE 등을 시범 적용하고, 2028년까지 확장 계획을 수립한 뒤 2030년대 초까지 전군에 단계적으로 구축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습니다. 이 로드맵이 차질 없이 진행되려면 지금부터 관련 기술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 증대와 함께, 군내 VR/AR 전문요원 양성, 민간 XR 산업과의 협업 등이 뒷받침돼야 할 것입니다.
미래 전망과 정책적 시사점
가상훈련 시대의 도래는 우리 군에 위기이자 기회입니다. 과거와 다른 디지털 전장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훈련 방식도 근본적으로 혁신해야 합니다. 메타버스 기반 합성훈련환경은 이러한 혁신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으며, 언젠가 실전 훈련을 상당 부분 대체하거나 보완하는 핵심 수단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첫째, 국방 메타버스 분야의 선도적 표준 마련이 시급합니다. 메타버스 훈련을 효과적으로 구현하려면 앞서 언급한 상호운용성 문제가 해결되어야 하며, 이는 곧 표준화된 플랫폼과 프로토콜을 의미합니다. 누가 먼저 군사훈련 메타버스의 표준을 만드느냐에 따라 향후 국제 안보환경에서 주도권이 결정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관련 표준을 선도한다면, 동맹 및 우방국과의 훈련 호환성을 높이고 방위산업 수출 경쟁력도 강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반대로 표준 경쟁에서 뒤처지면 남이 만든 플랫폼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국방부와 국방과학연구기관들은 국내 산업표준 및 NATO 표준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국방 메타버스 기술표준 TF 등을 운영해 나가야 합니다.
둘째, 민·군 협력 강화가 중요합니다. 메타버스와 VR/AR 기술은 군사 분야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민간 ICT 업계에서 주도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영역입니다. 국내에도 우수한 게임 엔진, 그래픽, 클라우드 역량을 가진 기업들과 스타트업이 많습니다. 이들과의 협업을 통해 군사용 메타버스 플랫폼을 개발하면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민간 기술의 최신 혁신을 군이 빠르게 흡수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마이크로소프트의 Hololens를 군용으로 개조하는 프로젝트나, 게임엔진 회사와 협력한 훈련 시뮬레이션 개발 사례 등이 좋은 본보기입니다. 우리도 방위사업청 주관으로 민간 XR 기업 컨소시엄을 구성하거나, 국방 메타버스 해커톤/공모전 등을 개최하여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대학 및 연구소와 연계한 전문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통해, 향후 메타버스 훈련체계를 운용·유지할 인재 풀을 미리 확보해야 합니다.
셋째, 제도적 뒷받침과 예산 확보입니다. 가상훈련환경을 공식적으로 교범과 교리에 통합하려면 관련 규정 정비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현재의 훈련평가 체계에 가상훈련 결과를 반영하는 방법, 가상훈련 시 발생한 사고나 오류의 책임소재 등에 관한 규범도 마련되어야 합니다. 나아가 훈련 교리도 메타버스 시대에 맞게 업데이트되어야 합니다. 언제, 어느 수준의 훈련에 가상을 도입하고, 어떤 부분은 실병기를 사용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지침과 매뉴얼 개정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변화는 군사훈련 문화와 관행의 변화를 의미하므로, 상부의 강력한 의지가 요구됩니다. 그리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재원 확보 전략도 중요합니다. 새로운 훈련체계를 구축하는 데 초기 투자비가 크게 들기 때문에, 국방 예산 편성에서 우선순위를 높게 두고 꾸준히 투자해야 합니다. 비용 대비 효과 분석을 통해 장기적으로 가상훈련 도입이 훈련경비를 절감하거나 전투력 향상에 기여한다는 점을 입증한다면, 예산 당국과 국민의 지원도 얻기 쉬울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가상훈련 시대는 이미 성큼 다가와 있으며, 우리 군이 피할 수 없는 변화의 흐름입니다. 이제 국가 안보 차원에서 메타버스 훈련 표준을 선도적으로 마련하고 민·군 협력을 통한 기술력 확보에 나서야 할 때입니다. 동시에 보안 대비 태세와 제도 정비, 인재 육성 등의 다방면에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2020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전 세계 군대는 훈련 메타버스 경쟁에 돌입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 흐름에 능동적으로 대응한다면, 첨단 가상훈련 기술을 효과적으로 전력화하여 미래 전장의 승리를 준비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가상훈련 시대의 전략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지금 얼마나 지혜롭게 준비하느냐에 국가 안보의 향방이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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