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 기술도 징벌적 배상 대상…ADAS 책임 지형 재편
[메타X(MetaX)]테슬라의 주행 보조 시스템 ‘오토파일럿(Autopilot)’을 둘러싼 법적 공방이 중대한 분기점을 맞았다. 미국 연방법원이 배심원의 징벌적 손해배상 평결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자율주행 보조 기술에 대한 제조사의 책임 범위가 한층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2026년 2월 19일(현지시간) 플로리다 남부지방법원 베스 블룸 판사는 테슬라가 제기한 ‘법률상 판결에 관한 갱신 신청(RJMOL)’과 새 재판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이미 재판 과정에서 검토·기각된 주장의 반복에 불과하다”며, 배심 평결을 변경할 법리적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2억 달러(약 2,650억 원)에 달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이다. 미국 법체계에서 징벌적 배상은 단순 과실이 아닌 ‘비난 가능성이 높은 행위(reprehensible conduct)’가 인정될 때 부과된다. 법원은 배심원이 테슬라의 행위를 중대한 과실 수준으로 판단한 것이 적법하다고 보았다. 또한 보상적 손해배상 대비 징벌적 배상 비율(약 1.4:1)이 헌법상 과도하지 않다고 판시했다.
원고 측은 재판에서 세 가지를 집중적으로 주장했다. 첫째, 오토파일럿의 설계 결함과 과거 유사 사고에 대한 대응 미흡. 둘째, 운전자 오용을 충분히 방지하지 못한 경고 체계의 한계. 셋째, 최고경영진의 발언과 마케팅이 소비자에게 시스템 능력에 대한 과도한 신뢰를 형성했다는 점이다. 재판부는 배심원이 이러한 증거를 종합해 판단한 결론을 존중했다.
이번 판결은 자율주행 기술의 법적 지형에 세 가지 신호를 보낸다.
첫째, ‘보조 시스템’이라는 명칭만으로 책임을 제한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기술 등급이 2단계(Level 2)로 운전자 개입을 전제로 하더라도, 사용자 경험과 홍보가 사실상 ‘자동화’ 기대를 형성했다면 제조사는 기대 관리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다.
둘째, 내부 리스크 관리 문서와 사고 데이터의 중요성이다. 향후 소송에서 제조사가 위험을 사전에 인지했는지, 대응 조치를 충분히 취했는지가 핵심 증거가 된다.
셋째, 징벌적 배상이 현실적 리스크로 부상했다는 점이다. 기업이 기술적 한계를 인지하고도 경제적·마케팅적 이유로 개선을 지연했다는 판단이 내려질 경우, 대규모 배상 책임이 부과될 수 있다.
테슬라는 항소할 가능성이 있다. 항소심에서는 징벌적 배상의 적정성, 플로리다 주법 적용 범위, 증거 채택의 적법성 등이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1심이 사실관계와 배심 평결을 강하게 지지한 만큼, 판결을 뒤집기 쉽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결국 이번 판례는 기술 발전과 법적 책임의 간극을 드러낸다. 자율주행 보조 기술이 완전 자율 단계에 이르지 않았더라도, 소비자 기대와 실제 성능 사이의 괴리가 크다면 제조사의 책임은 확대될 수 있다는 메시지다.
자율주행 경쟁은 이제 단순한 알고리즘 성능을 넘어, 위험 고지와 기대 관리, 내부 통제 체계의 투명성까지 포함하는 ‘책임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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