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화의 필요성과 범주
국내외 국방 표준화 정책 및 사례
주요 국제 표준과 협력 방향
정책 기반 표준화 전략 방향 제언
1. 국방교육훈련 메타버스의 정의 및 필요성
메타버스(Metaverse)는 현실과 가상이 융합된 ‘초월(space)+세계(universe)’로서, 흔히 “지각 가능한 가상세계들이 영구적인 3차원 공간으로 연결된 진보된 인터넷”으로 정의된다. 쉽게 말해, 사용자가 아바타 등을 통해 몰입형 가상공간에서 상호작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의미한다. 이러한 메타버스 개념을 국방교육훈련에 적용한 것이 국방교육훈련 메타버스이다. 전투 현장과 유사한 가상 환경을 구축해 장병들이 언제 어디서나 훈련받을 수 있게 함으로써, 미래형 군사 교육훈련의 패러다임 변화를 이끌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국방 분야에서 메타버스를 도입해야 할 필요성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현실 훈련의 한계 극복이다. 병력 감축과 훈련장 확보 어려움, 안전사고 위험 등으로 실병훈련 기회가 제한되는 상황에서, 가상훈련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는 대안이 된다. 둘째, 교육 효과 증진이다. 메타버스 환경은 게임 세대 장병들의 몰입도를 높여 훈련 참여 의지를 고취시킨다. 실제로 “국방 메타버스는 군 교육훈련에서 교육 대상자의 몰입감과 자발적 참여의지를 높일 수 있는 유용한 대안”으로 평가된다. 가상세계에서 실패해도 즉각 재도전할 수 있는 반복학습과 피드백을 제공하여, 숙달도를 향상시키고 학습 곡선을 단축시킨다. 또한 위험한 실전 상황을 안전하게 모의 경험해 볼 수 있어, 병력 손실 없이도 전투 스트레스 환경에 대비할 수 있다.
그림1. 메타버스 기반 합성훈련체계 개념도(출처 피엔씨솔루션)
국방교육훈련에서 메타버스 활용 사례
국내외 군에서는 메타버스를 다양한 교육훈련 분야에 적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활용 사례들은 다음과 같다.
- 군사학 이론교육: 가상 전쟁사 박물관이나 3D 지형 시뮬레이션을 통해 병기사용법, 전술교리를 생동감 있게 교육함. 예를 들어 미군은 메타버스형 전장 시뮬레이션으로 장병들의 상황 인지능력을 키우고 있다.
- 간부 양성과정: 장교·부사관 후보생들이 VR로 전술지도 제작, 가상전투 지휘연습 등을 수행. 한국군은 과학화훈련단(KCTC)에서 AR 고글을 활용한 전장지휘훈련을 도입하여 실전적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 사이버전 교육: 가상 사이버 범죄현장이나 네트워크망을 재현한 사이버 메타버스에서 사이버 공격·방어 연습을 실시. 실습형 시나리오로 사이버전에 대한 대응역량을 키움과 동시에 실제 국가기간망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고 훈련 가능.
- 외국어 학습: 가상 국제회의나 현지 마을 등을 메타버스로 구현하여, 군인들이 외국어로 현지 주민과 대화하거나 협상하는 상황을 연습. 해외 파병이나 연합훈련 대비 언어·문화 적응훈련으로 활용됨.
- 작전 리허설: 중요한 군사작전을 VR 시뮬레이션으로 리허설하여, 지휘관과 참모들이 작전 지역 지형과 위협요소를 사전에 경험. 미군은 실제 출동 전 가상현실에서 임무 리허설을 수행해 작전 성공률을 높이고 위험요소를 식별하고 있다.
메타버스 기반 학습의 주요 장점
이렇듯 메타버스는 몰입감을 통해 학습 효율을 높이고, 반복학습과 상황별 맞춤훈련을 가능하게 하여 교육 품질을 향상시킨다. 또한 물리적 제약을 뛰어넘는 공간 유연성을 제공한다. 예컨대 세계 각지에 흩어진 부대가 동일 가상공간에 접속해 협동훈련을 할 수 있으며, 날씨나 지리 조건에 구애받지 않는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메타버스 기반 국방 교육훈련은 기존 방식의 보완을 넘어, 새로운 학습경험과 성과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2. 표준화의 필요성과 범주
메타버스 교육훈련의 활성화와 효과 극대화를 위해서는 표준화가 필수적이다. 각 군이 메타버스 기술을 도입하더라도 공통 기준이 없으면 상호운용이 어렵고, 교육 효과도 제각각일 수 있다. 실제 NATO 전문가들도 “훈련에는 표준이 필요하다(training needs standards)”며 개별 국가별로 산발적으로 도입된 VR/시뮬레이터 장비들이 스톡파이프(사일로)화되지 않고 함께 연동되려면 개방형 표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 군 역시 오래전부터 각 군사 교육기관마다 다른 시뮬레이션 시스템을 사용해 부대 간 연합훈련 연계에 어려움을 겪어왔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표준화된 네트워크 플랫폼 부재 문제를 지적해왔다. 요컨대, 국방 교육 메타버스의 품질과 상호운용성을 담보하려면 콘텐츠부터 기술, 데이터까지 아우르는 표준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
표준화의 범주는 크게 다음과 같이 구분할 수 있다.
- 메타버스 교육 콘텐츠 품질 기준: 가상훈련 콘텐츠의 교육적 완성도를 보장하는 기준이다. 시나리오의 현실성, 정확한 군사교리 반영, 그래픽 및 물리엔진의 사실성, 사용자 몰입도 평가 등이 포함된다. 이는 단순한 게임이 아니라 교육훈련이기 때문에 학습 목표 달성도와 훈련 효과성이 검증된 콘텐츠만 사용되도록 하는 장치다. 예를 들어, 훈련용 시뮬레이션이 지나치게 게임화되어 교육 목적을 흐리지 않도록 교범 기반 시나리오 준수 기준을 마련하는 식이다.
- 디지털 휴먼 교관 및 AI 튜터 표준: 메타버스 훈련에서 활용될 가상 교관(디지털 휴먼)이나 AI 교관 시스템의 기술적 표준이다. 음성 및 동작의 자연스러움, 군사 전문지식 베이스, 학습자 대응 AI 알고리즘의 신뢰성 등이 기준이 된다. 예컨대 AI가 학습자의 수준을 진단해 맞춤 피드백을 주는 튜터 역할을 할 경우, 그 의사결정 로직의 투명성과 오류율 등에 대한 표준이 필요하다. 또한 시나리오 자동 생성 모듈에 대해서도 어떤 규칙과 데이터에 기반해 상황을 생성할지 표준을 정해 두면, 각 군별로 다른 AI 시나리오 툴이라도 결과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다.
- 학습 데이터 형식 및 기록 표준: 가상훈련을 통해 생성되는 방대한 훈련 데이터의 형식과 관리 기준이다. 훈련 결과 로그, 평가지, 행동 트래킹 데이터 등을 공통 포맷으로 저장해야 여러 시스템 간 데이터를 주고받고 통합 분석이 가능하다. 국제 e러닝 표준인 SCORM이나 xAPI처럼, 메타버스 훈련에도 학습 이력과 성과를 기술하는 JSON/XML 기반 데이터 표준을 마련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한 부대에서 축적한 훈련 결과를 다른 부대나 상위기관이 손쉽게 활용하고, 나아가 AI 분석을 통해 훈련 효과를 정량 평가하는 지표로 삼을 수 있다. 훈련 효과 측정 지표도 표준화가 필요한 부분인데, 예를 들어 사격훈련 메타버스의 경우 명중률, 반응속도, 상황판단 점수 등 공통 지표를 정해 두면 부대 간, 연도 간 성과 비교와 피드백이 체계화될 것이다.
- 훈련 플랫폼 간 상호운용성: 가장 중요한 범주로, 메타버스 훈련 플랫폼들 사이의 호환성과 연동 표준이다. 육·해·공군 또는 동맹국 등이 각기 다른 업체의 VR/시뮬레이터를 쓰더라도 함께 연결해 합동훈련(LVC 통합)을 할 수 있으려면, 통신 프로토콜, 데이터 교환 인터페이스 등이 표준화되어야 한다. 대표적인 예가 IEEE의 HLA(High Level Architecture)와 DIS(Distributed Interactive Simulation) 같은 시뮬레이션 상호운용 표준이다. HLA는 시뮬레이션 구성요소 간 객체 모델과 실행 규칙을 정의한 국제 표준으로, NATO 표준으로도 채택되어 각국이 이를 따르고 있다. 이러한 프로토콜 표준을 따르면 서로 다른 시뮬레이터도 공통 인프라(RTI)를 통해 실시간 상호작용할 수 있다. 우리 군도 앞으로 개발될 새로운 훈련 플랫폼들은 표준 네트워크 인터페이스와 데이터 형식을 갖추어야 다른 훈련체계와 유기적으로 연동될 수 있다.
요약하면, 콘텐츠 – 기술 – 데이터 – 인터페이스의 모든 계층에서 표준화를 추진함으로써 국방 메타버스 교육의 품질관리 체계를 확립하고, 나아가 통합된 훈련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목표다.
3. 국내외 국방 표준화 정책 및 사례
메타버스 기반 군사훈련의 중요성을 인식한 각국의 국방기관은 관련 정책 수립과 표준정립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 및 국제기구(NATO 등)의 동향과 사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대한민국: 국방혁신 4.0과 교육 메타버스 추진
한국은 ‘국방혁신 4.0’ 이니셔티브하에 AI, 메타버스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의 국방분야 도입을 가속화하고 있다. 국방부는 군 교육훈련에 메타버스를 활용하기 위한 개념 연구와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며, 방위사업청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유관 부처 간 협업을 통해 기술 표준화도 모색하고 있다. 2023년에는 과기정통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이 지원하는 메타버스 선도 프로젝트 일환으로, 민간 기업 컨소시엄이 참여하는 “국방 메타버스 합성훈련환경 시범체계” 개발 사업이 시작되었다. 이 사업은 AR/XR 기반의 통합훈련 플랫폼을 구축하여, 기존 육군 합성훈련체계와의 연동성까지 검증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통해 폐쇄적이고 단절되었던 군 훈련시스템들을 개방형 연결 환경으로 전환하고, 향후 메타버스 훈련 플랫폼의 국방 표준 모델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현재 국내에는 메타버스 관련 범산업 차원의 표준화 움직임도 활발하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 주도로 메타버스 산업 표준화 포럼이 운영되면서, 용어 정의부터 기술 사양까지 국제표준 선점을 노리고 있다. 특히 메타버스 훈련과 직접 연관된 분야로 “모의훈련 장비” 표준과 “시스템 호환성” 표준이 2030년까지 신규 제안 36종에 포함되어 있으며, 국방부와 방사청도 이러한 표준화 로드맵 작업에 자문 및 참여를 하고 있다. 향후 한국군 내부에도 “국방 메타버스 표준 가이드”와 같은 지침을 제정하여, 군에서 개발·도입하는 모든 가상훈련 콘텐츠와 시스템이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과 표준규격을 따르도록 관리할 예정이다.
미국: TRADOC의 디지털 훈련 지침과 공군 SCARS 프로그램
미국은 오랫동안 군사훈련에 시뮬레이션을 활용해 왔으며, 최근 메타버스 트렌드에 맞춰 디지털 훈련 표준을 더욱 체계화하고 있다. 미 육군은 TRADOC(훈련교리사령부)를 중심으로 분산학습 지침(TR 350-70시리즈) 등을 통해 e러닝 및 시뮬레이션 콘텐츠 개발에 일련의 기술표준을 적용하고 있다. 모든 군 교육기관이 교재를 개발할 때 공통 규격의 파일 형식(SCORM 등)과 인터페이스 기준을 준수하도록 하고, 학습효과 분석을 위해 데이터 표준(DID 문서)도 활용하고 있다. 이는 미국 내 수천 개의 군 교육 과정들이 다른 플랫폼에서도 일관되게 운영되도록 하기 위함이며, AR/VR을 활용한 군사훈련 앱 개발에도 동일한 표준이 적용된다.
공군과 해군 등 다른 군도 각 군 특성에 맞는 메타버스 훈련체계 표준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 공군은 2020년대 들어 SCARS(Simulator Common Architecture Requirements and Standards) 프로그램을 도입하여, 과거 기종별로 제각각이던 비행 시뮬레이터들을 통합하는 거대한 표준화 프로젝트를 시행 중이다. SCARS는 모든 공군 훈련 시뮬레이터에 적용될 공통 개방형 아키텍처를 구축하는 10개년 사업으로, 사이버 보안 요건을 강화하면서도 네트워크를 통해 분산 시뮬레이터를 연동하고 원격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가능케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표준 아키텍처가 완성되면 미 공군은 약 2,400여 개에 달하는 시뮬레이터를 한데 연결해 대규모 합성훈련 환경을 구현하고, 공통 소프트웨어로 훈련 콘텐츠를 신속 배포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더불어 여러 조종사 훈련장비를 실시간 네트워크로 묶어 가상 공중전이나 연합 공습훈련을 실시함으로써, 다영역 통합훈련도 가능해진다. 이러한 SCARS의 시도는 전 군종에 걸친 훈련 공통화라는 점에서 미국의 메타버스 훈련 표준화 의지를 보여준다.
미 해군의 경우, AI와 메타버스를 접목한 훈련체계 향상에 주력하고 있다. 예를 들어 NAWCTSD(Naval Air Warfare Center Training Systems Division)는 NAUTICAL이라는 새로운 AI 기반 시스템을 개발 중인데, 거대언어모델(LLM)을 활용해 방대한 교범과 매뉴얼을 분석하고 맞춤형 훈련 컨텐츠를 자동 생성함으로써 훈련 설계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키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해군 훈련 프로그램을 데이터 기반으로 최적화하면서도, AI 출력물의 품질 검증 기준을 함께 마련하고 있다. 나아가 미 해군은 AI 튜터가 개입된 시뮬레이션 훈련의 품질 관리 체계를 연구하고 있으며, 훈련 효과성 평가에 머신러닝을 도입하는 등 새로운 지표 정의 작업도 진행 중이다. 또한 미 해병대 등은 메타버스 기술을 활용한 소부대 전술훈련, 원격 협동훈련 실험을 거듭하며, 그 결과를 토대로 공인된 훈련 시나리오 세트와 기술 사양서를 수립하고 있다. 이렇듯 미국은 각 군별 사례를 통해 쌓은 노하우를 DoD 차원의 표준으로 승격시키는 한편, 민간 빅테크 기업들과 협력하여 메타버스 훈련의 상용 기술 표준도 적극적으로 채택하는 양상을 보인다.
NATO: M&S 표준화 전략과 MSaaS 추진
나토(NATO)는 회원국 간 모델링 & 시뮬레이션(M&S) 상호운용을 오랫동안 중시해 왔고, 이를 위한 다층적인 표준과 정책을 운용하고 있다. NATO 산하 모델링시뮬레이션 그룹(MSG)은 M&S 마스터플랜을 수립하여 연합훈련, 실험, 군수지원 등 여러 분야에 걸쳐 공통 활용될 시뮬레이션 표준 프레임워크를 제시한다. 앞서 언급한 HLA 표준은 NATO에서 STANAG 4603으로 채택되어 회원국에 권고되고 있으며, NATO는 HLA 상에서 연합훈련에 필요한 공통 객체모델을 정의한 NETN(NATO Education and Training Network) 프레임워크를 운용한다. NETN은 NATO 표준 참고모델(AMSP-04)로서, 동맹국들이 각자 개발한 시뮬레이션이 NETN 표준 객체/상호작용 규칙에 따라 만들어질 경우 연합훈련망에 쉽게 통합될 수 있도록 해준다. 이를 통해 NATO 주관 다국적 합동훈련에서 각국의 가상부대, 장비 시뮬레이터들이 plug-and-play 방식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NATO는 또한 MSaaS(Modelling & Simulation as a Service) 개념을 도입해 클라우드 기반 시뮬레이션 서비스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 이는 필요한 훈련 시나리오나 연산을 서비스 형태로 불러와 쓸 수 있게 하려는 것으로, 표준화된 시뮬레이션 마이크로서비스들이 NATO Reference Architecture에 따라 개발되고 있다. 예를 들어, NATO MSG-164 연구에서 MSaaS 기술참조 구조를 정의하여 온디맨드 시뮬레이션 배포와 다국적 연동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으며, 유럽 여러 나라가 공동으로 이를 시험하는 중이다. 이러한 MSaaS 추진은 미래에 동맹국 간 훈련 자원의 공유와 비용 효율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정책적으로, NATO 본부 차원에서는 각 회원국의 훈련시스템 도입 시 국제 표준 준수를 독려하고 있다. NATO는 강제 규정은 없지만, 연합훈련 참여 시에는 상호운용 가능한 장비만 가져올 것을 요구함으로써 사실상 표준을 준수하도록 유도한다. 예컨대 NATO 합동훈련센터(JFTC) 관계자는 “각국이 최신 VR장비를 속속 도입하고 있지만, 연결성과 활용 방안을 사전에 고민해야 한다”고 언급하며, NATO는 개방형 표준을 통한 통합을 지원하고 조율자 역할을 할 뿐이라고 설명한다. 다시 말해, NATO 훈련환경에 참여하려면 HLA/DIS 준수, C2시스템 연동 프로토콜 호환 등 일정 기준을 충족해야 하므로, 자연스럽게 회원국들은 국내 개발 단계부터 해당 표준들을 채택하게 된다.
NATO의 합동훈련 사례들도 메타버스 표준화의 중요성을 뒷받침한다. 2021년 실시된 Spartan Warrior 연습에서 NATO 회원국들은 미 공군 주도로 네트워크로 연결된 가상 공중작전에 함께 참여했다. 독일 람슈타인 기지의 워페어 센터와 유럽 각지의 시뮬레이터 시설을 네트워킹하여, 전세계 연합국 조종사들이 동일한 가상 전장에 접속해 다국적 공중전 시나리오를 훈련했다. 동시에 실병기와 가상 시나리오를 연계한 혼합훈련(Live-Virtual)도 병행되었는데, NATO 공군 지휘부는 “이처럼 실훈련과 가상훈련을 혼합한 통합훈련이 동맹 전체에 일관되고 유의미한 훈련을 제공하는 필수 도구”라고 평가했다. 가상공간에서 절차를 연습하고 숙달한 후 실환경에서 검증해 보는 이 훈련 방식은, 여러 나라 공군의 전술과 교리를 하나의 시나리오로 맞춰보는 기회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NATO 연합훈련의 성공 뒤에는, 사전에 정의된 공통 시나리오 포맷과 네트워크 프로토콜 표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림2. spartan-warrior 전쟁 센터 시뮬레이터 : 합동훈련사(JTAC)에 연결된 항공 승무원들과 함께 기술과 절차를 연습하는 모습(출처 아르노 챔버린)
결국 NATO의 사례는 국가 간 메타버스 훈련 협력에서도 표준화가 핵심임을 보여준다. 다국적 군사훈련을 위해 NATO는 다양한 STANAG 표준(예: 탄약, 절차뿐 아니라 M&S까지)을 발행하고 있고, 훈련효과 평가모델도 공동 개발하고 있다. 향후에는 AI 교관, 의료훈련 메타버스 등 새로운 분야에서도 NATO 차원의 표준 수립과 공동 인증체계가 논의될 전망이다.
4. 주요 국제 표준과 협력 방향
메타버스 기반 국방교육의 글로벌 표준화 동향을 살펴보면, 기술 표준과 운용 협력 측면에서 몇 가지 주요 축이 있다.
우선, 시뮬레이션 상호운용 기술 표준으로 IEEE 1516 HLA와 SISO DIS 프로토콜이 양대 축이다. HLA는 앞서 언급했듯 분산 시뮬레이션을 위한 구조로, 미 DoD 주도로 개발되어 현재 전 세계 군사 시뮬레이션의 기본 표준이 되었다. 반면 DIS는 경량 프로토콜로 단순 패킷 교환 방식으로 동작하는 표준이다. 각국 군은 HLA/DIS 중 목적에 맞게 선택 또는 혼용하여 사용하며, SISO(Simulation Interoperability Standards Organization)를 통해 두 표준의 발전에 함께 참여하고 있다. 특히 NATO 산하에서는 HLA를 기본으로 하되, 필요하면 DIS 자원을 브릿징하여 사용할 수 있는 NETN FOM 및 FAFD 문서를 발행하여 유연성을 높였다. 이러한 표준들은 LVC 통합 훈련환경 구축의 기반이 된다. LVC란 실제 병력·장비(Live), 가상 시뮬레이터(Virtual), 컴퓨터 모델(Constructive)을 하나로 통합한 훈련을 말하는데, 이를 실현하려면 실시간 데이터 연동과 시간 동기화에 대한 정교한 표준이 필요하다. 미국과 NATO의 LVC 연동 시험은 이미 HLA를 통해 많은 성과를 내고 있으며, 한국군도 KCTC 등에서 LVC 훈련을 확대하면서 동일 표준을 적용 중이다.
다음으로, 메타버스 콘텐츠 및 플랫폼 표준에 관한 국제 협력이다. ISO/IEC JTC 1 등 국제표준화 기구에서도 메타버스와 XR 관련 표준 작업이 시작되었다. 우리나라 국표원이 2024년 발표한 메타버스 표준화 로드맵에 따르면, 2030년까지 메타버스 분야에서 신규 국제표준 36종을 제안·개발할 계획이며, 이 중에는 메타버스 용어 정의(개념 표준), 교육훈련 장비 규격(제품/플랫폼 표준 9종), 디바이스 시험방법(기술표준 10종), 시스템 호환성(인터페이스 표준 11종) 등이 망라되어 있다. 예를 들어 “간편 운전 모의훈련 장비”에 대한 표준안은 VR 기반 운전훈련 시뮬레이터의 성능과 안전 기준을 정하는 내용으로, 향후 군용 차량훈련 시뮬레이터 개발에도 참조될 수 있다. 또한 메타버스 아바타 상호작용 표준, 가상공간에서의 교육 메타데이터 표준 등도 국제 논의 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표준 협의에는 각국의 국방 대표들도 참여하여 군사훈련의 요구사항을 반영하고 있으며, 민간 산업계와 학계의 전문성을 빌려 표준 사양의 수준을 높이고 있다. 결과적으로 산·학·군이 함께 만드는 국제 메타버스 표준이 형성됨으로써, 국방교육훈련 분야도 그 혜택을 받아 범용 플랫폼 위에서 돌아가는 콘텐츠를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국제 협력 측면에서는, 동맹국 및 파트너국 간 메타버스 교육훈련을 공동 개발·운용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NATO는 여러 Center of Excellence(CoE)를 통해 각 분야 전문 교육과정을 동맹국에 제공하는데, 향후 이 커리큘럼에 메타버스 기술을 접목해 원격 합동교육을 실시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예를 들어 사이버 방어훈련 CoE에서는 가상 사이버 범죄 도시를 만들어 회원국 관련자들을 훈련시키는 시범사업이 논의되고 있다. 또한 미·영 등은 일부 전략 게임형 훈련 시나리오를 공동으로 개발하여 교환 사용하고 있고, 미·한도 과거 연합훈련의 경험을 살려 가상 전투실험 프로젝트를 검토하고 있다. 이러한 공통 커리큘럼 개발은 초기 단계이지만, 향후에는 각국이 강점을 가진 훈련 콘텐츠를 모듈화하여 서로 공유함으로써 훈련 자원을 아끼고 상호 학습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표준화된 커리큘럼 기술서와 평가 기준이 필요하며, NATO 훈련 그룹이나 다자 간 군사교류 회의 등을 통해 그 방향성이 논의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국방 메타버스 윤리/보안 표준도 국제 협력 주제다. 메타버스 환경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보안 위협(예: 사이버 공격으로 인한 훈련 왜곡)이나 윤리 문제(예: AI 교관의 편향 등)에 대응하기 위해, 미 국방성은 2020년대 초반 AI 윤리 원칙을 발표했고 NATO도 Responsible AI 정책을 수립했다. 이와 연계하여 가상훈련 데이터의 보안, 프라이버시 보호, AI 활용 투명성 등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표준화하려는 시도가 있다. 예컨대 미 공군 SCARS 프로그램에서는 훈련망의 사이버보안 강화 기준을 아키텍처에 포함시켰고, NATO도 MSaaS 참조구조에 보안계층 표준을 추가하고 있다. 이런 노력은 국제 연동 훈련 시 서로 신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기본 전제가 될 것이다.
5. 정책 기반 표준화 전략 방향 제언
이상 살펴본 현황을 바탕으로, 우리 군의 메타버스 교육훈련 표준화를 촉진하기 위한 정책적 전략을 제언하면 다음과 같다.
- 콘텐츠 인증제 및 플랫폼 등록제 도입: 우수한 퀄리티와 안전성이 검증된 메타버스 교육 콘텐츠만 군 교육에 활용할 수 있도록 공인 인증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예컨대 국방부 산하에 “국방 메타버스 콘텐츠 인증위원회”를 설치하여, 개발된 시나리오나 가상훈련 교보재를 평가하고 등급을 매겨 인증서를 발급하도록 한다. 또한 메타버스 교육 플랫폼 등록제를 도입해, 군 단위로 난립할 수 있는 VR/시뮬레이터 시스템을 사전에 심사·등록함으로써 호환성과 보안성을 담보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일종의 표준 적합성 인증마크를 받은 플랫폼과 콘텐츠만 사용하게 하면, 자연스럽게 산업계도 그 기준에 맞춰 제품을 개발하게 될 것이다.
- 민·군 협력 표준 공동 개발: 메타버스는 군사 영역뿐 아니라 민간에서 더욱 활발히 발전하는 분야이므로, 민간 표준화 포럼과의 연계가 중요하다. 국내에서는 과기정통부 주관 메타버스 표준 포럼 등이 운영 중인데, 여기에 국방 분야 전문가를 파견하여 군사훈련 특수성을 반영한 표준 과제를 공동 발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디지털휴먼 표정 표준, 의료훈련 시뮬레이터 인터페이스 등은 민·군 수요가 겹치는 영역이므로 공동 표준화가 효율적이다. 또한 방위산업체, 게임업계, 학계와 협의체를 구성하여 국방 메타버스 표준 사전 연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국방규격(JD)이나 MIL규격으로 제정한 후 국제회의에 제안하는 탑다운 방식도 고려해 볼 만하다. 이러한 민군협력 모델은 표준의 실효성과 혁신성을 높이고, 국제표준화 기구에서 한국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 AI 기반 훈련 데이터 신뢰성과 윤리성 검증: 메타버스 훈련에서 AI의 역할이 커짐에 따라, 훈련 데이터의 신뢰성 확보와 윤리 기준 정립이 시급하다. 따라서 정부 차원에서 “AI 교관/시나리오 윤리 가이드”를 마련하고, 이를 준수하는 시스템에 인증을 부여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AI 교관이 추천하는 전술이 국제법이나 교전 규칙에 어긋나는지를 점검하는 필터링 표준, AI 훈련 데이터셋에 특정 국적·집단에 대한 편향이 없는지 검사하는 평가 절차 등을 만들 수 있다. 또한 훈련 결과로 축적된 빅데이터가 부정확한 센서 정보나 시뮬레이터 오작동으로 오염되지 않도록 품질관리 지침을 수립해야 한다. 이를 위해 메타버스 훈련 데이터 표준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주기적으로 데이터 무결성과 정확도를 감사하는 등 데이터 거버넌스 체계를 적용할 것을 권고한다.
- 국방 메타버스 표준화 전담기구 신설 및 국제공조: 지속적이고 전문적인 표준화 작업을 뒷받침하기 위해, 국방부 산하에 전담 조직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칭 “국방 메타버스 표준센터”를 설립하여 국방관련 메타버스 표준의 연구개발, 시험평가, 인증 업무를 총괄하도록 한다. 이 센터는 국내에서는 각 군 및 방산업체와 소통하고, 대외적으로는 NATO M&S 그룹, ISO/IEC JTC1, SISO 등과 연락 채널을 구축하여 한국의 표준 제안을 조율·지원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특히 한국이 강점인 IT 인프라와 훈련 효율화 노하우를 살려, 국제 시범사업을 주도적으로 개최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NATO 혹은 아시아-태평양 협력국들과 함께 연합 메타버스 훈련 시연을 계획하고, 우리 표준센터가 시나리오와 기술 규격 작성을 주도함으로써 한국 주도의 표준 레퍼런스 모델을 확산시키는 전략을 생각해볼 수 있다. 국제 무대에서 인정받은 표준 모델은 훗날 공식 국제표준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는 곧 우리 군이 세계 표준에 부합하는 체계를 갖추는 선순환으로 이어질 것이다.
각국 군대가 메타버스라는 신기술 환경에서 앞다퉈 훈련 혁신을 추구하고 있는 지금이, 우리 군도 체계적인 표준화 전략을 수립할 적기다. 표준화는 단지 기술 규격의 통일을 넘어, 미래 국방교육의 질을 담보하는 기준이 된다. 체험 위주의 학습으로 세대교체가 이뤄지는 현실에서, 메타버스 국방교육 표준화는 강군 양성의 토대이며 동맹군과 보조를 맞추는 열쇠다. 이상 제언한 방향들을 참고하여, 한국군이 국방 메타버스 표준화를 선도하고 미래 전장의 교육 우위를 확보해 나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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